태풍의 영양으로 세차던 바람이 멈추고 아침 햇살이 화사하다. 일찌감치 산행 채비를 하고 주흘산을 찾아간다. 레비게이션에 "주흘산"을 찍었더니 시골길을 돌고 돌아 새재길이 아닌 주흘산의 뒷쪽 산골마을에 데려다 주고는 친절하게 "목적지에 도착하였습니다" 하고는 안내를 마친다...ㅠㅠ, 허기야 "문경새재" 라고 찍어야 하는데, "주흘산"을 찍은 나의 무지가 문제이지 레비게이션이 무슨 죄가 있을꼬? 덕분에 주흘산의 뒷 모습도 한번 구경하고, 다시 문경새재도립공원으로 돌아 온다. 제1관문을 못미쳐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주차비 2,000원) 조령제1관문으로 들어 선다. 입구에 있는 문경박물관과 오미자 체험관을 지나면 작은 사당이 나온다. 단풍나무가 길옆으로 늘어서 있고 장승과 솟대가 빼곡한 길을 지나면 조령의 첫관문인 조령제1관문이 나온다.
조령은 조선조에 만들어 진 고개길로 영남인들이 한양을 오갈때 주요한 교통로 역할을 하였다. 조령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월항삼봉과 포함산 사이로 나 있는 하늘재를 이용하다, 조선조에 새재길이 뚫리면서 하늘재가 쇠퇴하게 되었다고 한다. 1,925년에 조령산의 허리를 타고 이화령이 뚫리면서 조령은 도로의 가치를 차츰 상실하게 되고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문화재와 역사탐방의 관광지로 명소가 되어 버렸다.
조령1관문을 들어서서 오른쪽으로 여궁폭포와 혜국사로 오르는 길이 나온다. 들머리에 들어서니 울창한 수목이 따가운 햇살을 막아 시원하게 그늘을 만들어 놓았다. 어제 저녁에는 술타령도 하지 않고 아침도 든든하게 먹어 두었으니 컨디션 만점으로 발걸음이 가볍다. 여름산행의 고질인 땀이 많이 흐르나, 습기가 많이 걷힌 탓으로 살갓에 부딧치는 공기가 시원하다.
들머리에 들어서자 계곡과 함께 크고 작은 폭포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산이 워낙 오똑하니 계곡은 크고 작은 폭포들이 이어져 있어서 계곡이 곧 폭포의 연속이라고 하여도 허풍쟁이 소리는 듣지 않을 듯싶다.
시원한 계곡을 타고 한참을 오르다 보면 계곡을 소란하게 하던 소폭들의 물소리가 갑자기 커지고 물줄기가 20m 높이에서 수직으로 내리 쏟는 여궁폭포를 만나게 된다.
이곳은 누가 쉬어가라 하지 않아도 산객들이 잠시 쉬면서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를 구경한다.
폭포 앞에는 물줄기가 내리 쏟으며 만들어 내는 시원한 바람으로 앉아 있으면 서늘한 느낌마져 준다.
폭포가 밑에서 처다보면 여자의 하반신처럼 생겼다하여 "여궁폭포"라하며, 7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시원한 계곡을 따라 오르다 보면 폭포위로 작은 아치형다리가 나오고 다리를 건너면 혜국사가 나온다. 워낙 땀보인데다 가파른 등산로를 오르다 보니 땀이 줄줄 흐른다. 주흘산을 만만하게 보지 말라는 산객들의 충고에 약간은 긴장도 하였지만 울창한 숲이 그늘을 만들고 계곡을 따라 걷다보니 발걸음도 가볍고 콧노래가 실실 나온다. 컨디션은 최고이니 어제 주(酒)님을 멀리 하고 식사를 제대로 한 덕일게다.
대궐터를 떠나 다시 수목이 울창한 된비알을 치고 올라야 한다. 주흘산은 들머리 부터 정상까지 울창한 수목의 그늘을 벗어 나지 않으니, 시원한 계곡과 함께 여름산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듯하다. 조릿대가 빼곡한 길을 지나 가파르게 치고 오르면 이정표가 있는 안부에 다다르게 된다.
안부에서 남쪽으로 0.5km정도를 물기가 있어 미끄러운 흙길을 밧줄을 잡고 오르면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에도 수목이 울창하여 북동은 조망은 쉽지 않으나 남으로 수백길 절벽을 이루고 있어 남.서로는 조망이 아주 좋다.
남서로 주흘의 암봉들이 웅장하게 늘어서 있다. 주흘산은 가까이로 조령산과 신선암봉, 깃대봉, 신선봉, 마패봉에 둘러 쌓여 있고, 멀리로는 희양산과 월악산군과 포암산에 둘러 쌓여 웅장한 산세를 이루고 있으며 아래로 구불구불 조령길을 만들어 놓았다. 지난 겨울 첫눈과 함게 칼바람이 몰아칠때, 동료직원들과 함께 주흘산에 오르려다 추위때문에 신선암봉으로 대신하고 신선암봉에서 혹독한 칼바람에에 주눅 들었던 적이 있다.
암벽에는 잡목이 달라 붙어 있어 푸르르고, 수목때문에 거리를 맞추기 어려워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서쪽으로 조령산과 신선암봉이 깃대봉을 향하여 웅장함을 자랑하고 남으로 수백길 단애 앞으로 탄광들이 문을 닫으며 점점 쇠락해지고 있는 산골마을인 문경읍이 내려다 보고 문경읍을 지나 멀리로 백화산이 보인다.
정상에서 잠쉬 쉬고는 하산을 한다. 영봉에 들릴 계획이었으나, 영봉에는 볼 것이 별로 없다고 하여, 곧바로 제2관문을 향한다. 하산중에 잠시 점심을 먹는다. 소찬이나 산행중에 먹는 밥은 언제나 꿀맛이다. 조금 내려오다 보면 물소리와 함께 계곡을 만나게 된다. 여름 장마철이라 그런지 산행의 많은 부분을 수량이 풍부한 계곡길을 걷게 된다. 이곳에도 군데군데 폭포를 만들어 놓아 시원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한팀의 산객들이 계곡에서 족탕도 하고 세수도 하며 쉬고 있다. 어느 분은 체면을 집에다 두고 오셨는지 웃통까지 훌러덩 벗고서 씻어 댄다.
꽃밭서들을 내려오다 보면 부봉이 올려다 보인다. 6개의 암봉이 친구처럼 고만고만하게 늘어서 있어 주흘산의 백미를 이루고 있다. 녹음이 지는 겨울이면 암봉의 모습은 더욱 희고 아름답게 보인다. 잔설이 남아 있는 늦겨울에 아내와 함께 신선봉과 마패봉을 돌아 부봉에 오른 기억이 새롭다.
계곡은 내려 올수록 계류와 합쳐져서 수량을 늘려가고 수정처럼 맑다. 곳곳에 와폭과 직폭을 만들어 놓아서 어느 곳에 앉아도 시원한 쉼터를 만들어 준다. 수량이 증가할 때를 대비 하였는지 계곡에 밧줄이 걸려 있다. 밧줄은 아래쪽에 한번 더 만나게 된다.
수목이 울창한 산에는 유독 단풍나무가 많아 터널을 이룬 곳도 있다. 주흘산의 가을 단풍이 나라안에서 제일이라는 내장산 단풍에 뒤지지 않는다고 하니, 가히 짐작이 간다. 벌써부터 주흘산의 가을 단풍의 유혹에 끌린다.
수려한 계곡을 타고 내려오다 보면, 산행의 날머리인 제2관문에 다다른다. 산행시간은 5시간 정도 걸리고 이곳에서 제1관문까지 한시간 정도 내려가야 하니 대략 6시간 안팍이 소요된다.
조령길을 걷는 분들은 제1관문에서 제2관문을 지나 제3관문을 돌아오면 3~4시간쯤 걸리며 다양한 볼거리와 역사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산교육장으로 가족이나 연인들의 트레킹코스로 아주 제격일 듯하다. 제3관문과 동화원은 부봉산행때도 가 보았으니 이곳에서 제1관문으로 향한다.
이곳에는 맨발로 걸을 수 있도록 부드러운 흙길을 만들어 놓아 맨발의 산책인들을 자주 볼 수가 있다. 먼지가 나지 않도록 살수차가 가끔 물도 뿌리는데 물에서 소독냄새가 나는 듯 하다.(무좀방지?)
하산길에 조곡폭포를 만나게 된다.
그 높이도 대단하고 수량도 풍부하니 조령에 또 하나의 볼거리를 만들어 놓았다.
울 마눌 사진한장 찍어 달라는데 폭포의 풍경을 잡느라고 마누라는 안중에도 없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 다니고 사진을 찍고자 대기를 하고 있다.
조령은 곳곳에 볼거리를 만들어 놓았다.
오늘 소개하지 않은 것 외에도 책바위, 산불됴심비, 예배굴, 등과 함께 대하드라마 "왕건"의 촬영지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새재길을 계곡쪽으로 조금 벗어나면 "마당바위"가 나온다. 넓이가 20제곱미터쯤 되는 넓적한 바위로 몇명이 앉아서 여흥을 즐기기에 좋으나, 옛날에는 이곳에 도적들이 숨어 있다가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덮치기도 했다고 하니, 영남에서 과거보러 한양으로 가다가, 중간에 도적을 만나 몽땅 털리고 나면, 과거도 포기해야 하고, 이거야 말로 난감지경이 아니었을까 싶다. 영남 사시는 분들은 잘 뚤린 도로에 절하고 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조곡폭포에서 나무로 만든 물 홈통을 타고 새재길을 따라 내려오던 물줄기가 중간에 물래방아를 한번 돌리고 나서 다시 길옆의 수로를 타고 내려오다 이곳에서 정자를 만나 정자 밑으로 호수를 만들어 놓으니 작은 물고기들이 몇마리 노닐고 있다.
길옆에는 옛날 장사꾼이나 선비들이 넘나들다 쉬던 주막이 있다. 초가집에 툇마루가 딸린 집으로 몇명의 관광객이 쉬고 있다. 조령길에는 곳곳에 정자도 지어 놓아 정자에 앉아 술과 음식을 즐기는 모습도 가끔 눈에 들어 온다.
아래가 교귀정이다. 조선시대에 임금으로부터 명을 받은 신, 구 경상감사가 업무를 인수인계 하는 교인처로 성종때 건립되어 폐허가 되어 유지만 남아 있던 것을 1999년에 중창하였다고 한다.
시원하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에 "꾸꾸리바위"가 있다. 바위 밑에 송아지를 잡아 먹을 정도로 커더란 꾸꾸리가 살고 있어서 물속의 꾸꾸리가 움직이면 바위가 움직였다 전하며, 아가씨나 젊은 새댁이 지나가면 희롱을 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동전을 던지고 소원을 빌면 한가지는 들어 주었다고 하는데~동전 던지고 소원빌고 오는 것을 잊어 버렸네...ㅠ, 허긴 지금은 꾸꾸리가 없응께 빌어보나마나....^^*
길옆에 돌탑이 수북하니 소원성취탑이라 한다. 한개의 돌이라도 쌓고 간 선비들은 장원급제를 하였다 하며, 몸이 마른 사람들은 쾌차를 하고, 상인은 장사가 잘되고, 아이를 낳지 못하던 부인은 옥동자를 낳았다고 전하니, 돌무지도 대단하지만 근처에 돌이 씨가 말라 쌓고 싶어도 못 쌓을 판이다.
조금 더 내려오면 조령원터가 나온다. "원"은 옛날에 "역"의 "여관"과 같은 역할로, 이곳은 조선조에 공용으로 출장을 하던 관리들에게 숙식의 편의를 제공하던 곳이라 한다. 조령은 예로부터 한양과 영남을 이어주던 중요한 교통로로 "조령원"외에도 "동화원" "신혜원"등이 더 있었다고 한다. 조령3관문을 못미쳐, 부봉의 들머리에 있는 "동화원"터에는 지금은 아담한 휴게소가 자리하고 있다.
날머리인 제1관문이 다가오자 아치형 돌다리가 나오고 돌다리를 건너면 왕건촬영장이 나온다. 촬영장 뒤로 조령산이 우뚝 솟아 있다. 주흘산을 돌아 오는데는 6시간이 소요되었고 부봉을 돌아 온다면 9시간 안팍이 소요되는 빡씬 산행을 하여야 한다. 임진왜란때 천하의 요새인 조령에서 왜군을 막지 못하고 무너지자, 밀려오는 왜군을 막기 위하여 탄금대에 배수진을 치고 싸우다 전몰한 신립장군의 이야기등 많은 역사와 애환이 서린 조령을 돌아보며, 하늘재~문경새재~이화령~이화령터널~중부내륙고속도로 터널로 변모해 가면서 길 하나에도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며 흥망성세로 이어지는 역사를 느끼게 된다. 다행이 조령은 관광지의 면모를 살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니, 조령과 함께 한 주흘산 산행은 더 없이 좋았던 것 같다. 누가 여름산행지를 추천해 달라고 하면 나는 언제고 서슴없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주흘산"을 찾아 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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