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영 남 권

천주산 번개, 알바산행기

바위산(遊山) 2007. 5. 6. 00:46

일시 : 2007.05.05(토)

날씨 : 화창(쬠 더운편)

동행 : 나 홀로 

 


 

 

크지는 않지만 가파르게 우뚝 서있는 모습이 우연만한 산객들도 오금이 저린다고 하는 암봉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가파른 된비알을 치고 올라야 한다. 오늘은 문경의 운달산과 성주봉을 종주하기로 하고 성주봉을 찾아 간다. 오지의 산들을 자차를 이용하여 찾아 다니다 보니 산을 찾아가는 어려움이 있어 가끔 헤메는 것이 안쓰러웠던지 마늘이 네비게이션을 샀다. 사용설명서 읽기도 귀찮고 시간도 없고하여 그냥 차에다 부착하고 이리저리 눌러보다 워찌워찌하여 출발~그러나 에고! 이것이 성주봉 아래 데려다 준 것이 아니고 산골짜기를 돌고 돌아 비포장 임도를 2km나 타고 들어가는 어느 이름도 없는 산골 오지에 도착해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단다. 이녀석이(여자 목소리던데.....^^*) 시원찮은 것인지, 내가 작동법을 몰라 그런지는 모르지만 원망을 하면 뭐하랴...ㅠㅠ, 다시 차를 돌려 나오다 산골농부에게 길을 여쭈니 가다가 오른쪽으로 돌고 또 가다가 오른쪽으로 돌고~하는데, 이녀석은 왼쪽으로만 자꾸 돌라 하니 왕짜증이다.

 

 

오던길로 되돌아와 술땜에 반쪽산행을 한 국사봉이 있는 경천호반을 지나면 길 옆으로는 계곡이 보이고 앞으로는 커다란 암봉이 우뚝 서있다. 지난번에도 궁굼하더구만, 넘 피곤하여 그냥 지나쳤는데 네비게이션 믿고 성주봉을 찾아 가다가는 날이 저물판이니 도로옆에 주차하고 물으니 천주산이란다. 성주봉, 운달산이면 어떻고 천주산이면 어떠랴~어차피 헌법에 어느 것 먼저 오르라고 정해 놓은 것도 없고 언제 올라도 다 올라 볼 산들이니 천주산을 오르기로 한다. 정보도 지도도 없고 산객도 없으니 무작정 천주사를 향해 오른다. 시멘트포장도로를 20여분 정도 오르다 보면 천주사가 나온다. 

 

 

천주사는 신라 진평왕때 창건된 고찰이었으나 고종때 일본군이 불을 질러 소실되고 천주사터만 남았다고 하며, 지금의 천주사는 근래에 새로 신축하였으며 지금도 중창을 계속하고 납골당도 만들고 있다. 천주사 오른쪽으로 등산로가 있어 무작정 그리로 오른다. 조금 오르다보니 등산로 옆으로 고사리가 많다. 고사리를 꺽으며 등산로를 따라가니 계속 산의 엉덩빡이만 돌뿐 위로 오르는 길이 없다. 이렇게 옆으로만 돌다 언제 천주봉에 오르겠나? 이까짓거 곧바로 치고 올라가보자 하고는 등산로도 없는 능선을 치고 오른다. 

 

 

 그러나 산이 장난이 아니다. 경사가 심하고 수목이 우거진데다 바닥엔 낙엽이 수북하여 푹푹 빠지기도 하고 낙엽이 미끄러워 전진이 어렵다. 어제 과음한 탓으로 속도 안좋고 몸도 찌부덩한데다 날씨마져 따근따끈하니 비지땀이 흐르고 숨은 턱에 차는 듯하다. 상부에서 암봉에 부딧칠 것을 염려는 하면서도 계속 오르다 보니, 아니나 다를까 암봉과 바위들이 가로막아 더 이상 오를수가 없다. 우회도 하여보지만 역시 헛수고다. 긴급 sos타전~오늘 당직인 연과장이 전국의 등산로가 있는 책이 있으니 여기가 천주산이라는데 워디가 워딘지 알수 없으니 등산로를 알려달라 하니 이쪽에도 있고, 저쪽에도....모두 첨들어 보는 지명인데 내가 알수가 있나? 천주사 뒤쪽으로도 길이 있다고 하니 산허리를 타고 남쪽으로 돌면 등산로를 만날 것 같다.   

 

 

 그러나 역시 무리다. 경사가 심한데다 잡목과 돌로 가득한 산비알은 낙엽까지 수북하여 발을 디디기도 힘들고 저절로 아래로 줄줄 미끄러져 내려간다. 우회도 불가능해 보이니 다시 하산을 하는 수 밖에... 

 

 

 미끄러지지 않토록 나무도 잡고 낑낑대다 보니 많은 체력이 소모되니 하산도 쉽지만은 않다. 내려오다 보면 바위와 급경사가 길을 막아 이리 돌고 저리 돌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산에는 멧돼지들이 먹이를 찾느라 헤집어 놓은 모습이 여기저기 보이고 바위밑에는 작은 굴들이 많아 산짐승들의 보금자리인듯 짐승들이 드나든 흔적이 있다. 알바치고는 혹독하니 3시간 가까이 걸려서야 천주사옆으로 나 있는 등산로를 찾았다. 

 

 

힘이 너무 들었는지 맥이 쭉 빠지고 몸은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되고 등산화속도 옷속에도 나무와 낙엽 부스러기로 가득하다. 심산에 인적도 없으니 모두 벗어 털어내고 땀도 닥고 다시 무장을 한다. 이번에는 천주사 왼쪽으로 나 있는 잘 발달된 등산로를 타고 오른다. 등산로는 경사가 심하고 벌써 3시가 넘었으니 여유를 부릴수가 없다.(입산통제 표지가 쬠 찔리네....^^*)  

 

 

10여분쯤 오르다 보면 천주사 뒤쪽에 있는 마애불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잠시 마애불에 들른다. 지금도 축조중으로 공사가 한창이다. 나는 술 좀 덜 마시게 해달라고 하고, 삐져서 산에도 안 따라온 울마늘 기분도 풀리게 해달라고 마애불에 기도하고 다시 정상으로 향한다.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오르고 내리고가 없다. 무조건 가파른 경사로를 치고 올라야 한다. 알바로 인하여 체력도 많이 소진되고 날씨마져 더워 땀을 주체하기 힘들다. 물을 2통이나 가지고 갔지만 부족하다. 산에는 여기저기 물푸레나무(?) 꽃이 화사하게 피어있다.

 

 

 오르다 보면 누군가가 쌓아 놓은 10여개의 돌탑을 만나게 된다. 이 높은 곳에 올라와 누가? 무엇을 소원하여 저렇듯 정성을 들여 돌탑을 쌓아 놓았을꼬.....?

 

 

 

밧줄구간도 만나고 가파르게 오르다 정상이 가까와지니 웅장한 암벽이 앞을 떡 가로막아 서있다. 

 

 

 

암벽에 매달린 소나무는 언제 보아도 멋지다. 바위와 소나무의 어울림이야 말로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산수의 풍경이 아닌가 싶다.

 

 

 

암벽을 우회하면 커다란 슬랩구간이 나오고 밧줄이 길게 늘어져 있다. 평소 같으면 슬랩이나 암봉을 타는 것을 매우 좋아하나 오늘은 밧줄도 암봉도 귀찮기만 하다.

 

 

 

슬랩지대를 밧줄을 잡고 오락가락 지그재그로 오른다. 경사는 그리 심하지 않아 위험성도 적고 그리 힘들지는 않으나 아래를 바라보면 오금이 저린다.

    

 

    

 

 

바위틈에도 꽃은 피고~ 지그재그 밧줄구간을 끝이나고 직벽에 가까운 암벽을 밧줄에 의지하고 오르면 암봉에 올라서게 된다.

 

 

 

 

밧줄을 잡고 암봉에 오르니 따끈하던 햇볕도 많이 약해지고 바람이 제법 불어와 시원하기 그지없다. 오늘 이곳을 오르는 사람은 나뿐인가 보다. 충북은 대체로 4월 말쯤이면 산불통제기간이 끝나는데, 경북과 강원도는 5월 중순까지라고 하니 아직 입산통제가 끝나지 않았나 보다.

 

     

 

 

 

정상에 오르면 사방이 시원하게 조망이 된다. 남서쪽은 수백길 단애를 이루고 북쪽도 단애를 이루어 암벽에 매달린 철 늦은 진달래가 군데군데 피어있다.

 

 

 

 

 

 

 

 

 정상은 두개의 봉우리로 되어 있으며 좁고 기다란 칼등같은 능선으로 이어져 있어 위험하니 철책을 쳐 놓았다. 칼등을 타고 동쪽 봉우리로 가면 바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한옆에는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갑자기 산불감시초소에서 아저씨 한분이 나오시더니 "아직 입산통제가 풀리지 않았는데 혼자 올라 오셨나요?" 한다. 움찔 기죽어라! 나왈 "충북은 4월 말이면 풀리는데 이곳은 아직인가요?" 하며 너스레를 떨고는 배낭에서 계란 몇개 꺼내어 "출출한데 드시죠" 하며 내밀으니, 좀 쉬었다가 부지런히 내려가라 하신다. 정상에는 천주산이라는 작은 돌로된 정상표지석이 서있다. 천주사에서 이곳까지 한시간 정도 걸린다.

 

 

 산이 워낙 가파르고 오뚝하니 내려다 보이는 천주사가 바로 발밑에 있는 듯하다.

 

 

사방으로 조망이 좋은 정상에 서면 산은 차츰 녹음이 흐드러져 아름답다. 

 

 

남서로 진달래로 유명한 국사봉이 보이고 국사봉 아래로 경천호가 조망된다.

 

 

북으로 황장산이 보이고 황장산을 뒤로 도락산 옆에 있는 수리봉과 신선봉이 흰암벽을 드러내고 왼쪽으로는 운달산도 보인다.

 

 

다시 오던길을 타고 하산을 서두른다. 천주사를 지나 차를 세워둔 도로까지 내려오니 5시가 넘었다. 집에 와서 공부를 하다보니 다양한 등산로가 있으나 천주사 아래서 오르면 왕복 2시간에서 2시간 반이면 충분한 산행을 알바로 인하여 5시간을 넘기고 끝을 맺는다. 체력도 많이 소모되고 허기와 갈증도 밀려온다. 차량알바에 산행알바까지...ㅠㅠ, 오늘이 어린이 날인데~나에겐 알바의 날인지? 역시 알바는 소득도 별로 없으며 위험하고 고생만 하는 것 같으니 자주하는 것은 아니 좋은 것 같고 계획된 산행을 하도록 하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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