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영 남 권

속리산 서북능선(묘봉, 관음봉, 문장대)

바위산(遊山) 2007. 3. 4. 12:26
여행지
속세와의 별리, 속리산의 암봉을 찾아 가다.
여행기간
2007년 3월 3일(토)
나의 평가
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

오늘은 설악종주산행을 계획했던 날이나 경방이 해제되면 가기로 하고 속리산을 찾아간다. 꿩 대신 닭이라면 속리가 서운해 할텐가? 종주코스로 잡았으니 아침 일찍부터 산행을 시작하여야 한다. 속리산에서 1박 후 산에 오를 계획으로 전날밤에 속리산으로 찾아간다. 긴 가뭄을 해소 할 만큼 봄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빗소리에 잠을 깬 개구리들이 도로로 기어 올라와 적지 않게 교통을 방해한다. 내속리에 호텔을 잡고서는(3명이 3만원이면 넘 싼거...?) 거나하게 한잔 한 후 몇시간이나 잤는지? 아침에 일어나 산행들머리인 활목재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한다. 속리산 나들목에 서 있는 정이품송을 지나 개발이 중단 된 용화온천지구 활목재를 조금지나 윤흥1리 서부상회 앞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 속리산 일기예보는 <흐림>이다. 월요일까지 계속된다는 비는 오늘 하루를 건너 뛰고 흐리기만 하다고 하니 산행을 하기에는 아주 좋은 날씨다. 비는 내리지 않지만 구름이 잔뜩 내려 앉아 산은 희뿌연 운무에 가려져 있다.

 

 

살구나무골을 들머리로 시작하여 사지매기재로 오른다. 오늘 산행은 연과장, 최과장과 셋이다. 아침에 해장국 한 그릇씩 비웠지만 어제 저녁에 마신 술이 좀 과했던 것 같다. 셋이 소주 아홉병을 후딱 비우고 몇시간 자지 않고 산에 오르려니 컨디션이 오죽하겠는가? 조금 오르니 땀과 함께 갈증이 몰려 온다. 최과장은 미리 막걸리 두병을 해장술로 준비하고 한잔 쭈욱~

 

 

조금 오르니 마당바위에 다다른다. 마당바위는 너럭바위라고도 부른다. 오르는 동안 숲으로 가려져 있던 시야를 틔우며  아래로는 활목재에서 올라오는 미남봉, 매봉과 함께 잔뜩 내려 앉은 운무로 정취를 더하는 풍경이 조망된다.

 

 

남으로는 우뚝한 암봉들이 키재기를 하듯 늘어서 있다. 토끼봉에 올랐다가 청담바위를 이웃하여 묘지가 하나 나온다. 바위가 얼키 설키한 개구멍을 빠져 나가고 밧줄도 타며 상학봉으로 오른다.  

 

 

운흥 2리에서 미타사를 지나 북가치로 오르면 밧줄구간이 덜하나 토끼봉과 상학봉으로 오르는 길은 산행 초반을 제외하고는 암봉산행을 하여야 한다. 암봉이 늘어선 주변의 경치도 좋지만 암봉을 타고 오르고 내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속리산은 우리나라 8대 명산에 속할만큼 산세가 아름답다. 그러나 사람들이 주로 찾는 문장대 길은 등산로가 잘 발달되어 있어 산을 좋아 하는 사람들에게는 식상함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나도 속리산을 많이 올랐지만 처음 두번을 제외하고는 문장대길을 오르지 않고 묘봉이나 신선대나 천왕봉으로 오르는 길을 택하고는 하였다.  

 

 

요즘은 많은 산객들이 찾지만 예전에는 산객이 별로 없던 묘봉코스는 아기자기하고 오똑한 암봉코스로 속리산의 숨은 진가를 보여주는 곳이 아닌가 싶다.

 

 

막걸리로 해장을 하는 사이에 우리와 같이 오르던 두분이 먼저 암봉 꼭대기에 작은 점처럼 올라 서있다. 날씨가 흐려서 선명하지 못하지만 멀리 동으로 관음봉과 함께 뒤로 문장대등 속리의 주능선이 희미하게 보이니 갈 길은 까마득하게 멀어만 보인다.

 

 

상학봉을 내려서서 밧줄도 타고 굴도 지나고 묘봉을 못미쳐 안부에 다다르면 암릉이라는 표지석이 보인다. 연과장이 몸이 무거워서 굴을 빠져 나가기가 만만치 않은 듯하다.

 

 

부드럽고 흰 암벽에는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어 운치를 더한다. 구름은 조금씩 높아지고 날씨는 포근하니 연신 땀이 흐른다.  

 

 

드디어 묘봉에 오른다. 묘봉의 정상표지석은 몇길은 될 듯한 바위틈으로 떨어져 있어 꺼낼 수가 없다. 모산악회원인 나의 고딩친구가 묘봉의 정상표지석을 지고 이곳에 올려다 놓은 것을 무용담처럼 자랑하고는 했는데...ㅠㅠ, 묘봉에 올라서면 조망이 아주 좋다. 우리가 타고 올라 온 토끼봉과 선바위와 상학봉이 나란히 내려다 보이고 용화지구가 시원하게 조망된다. 서쪽으로 관음봉과 함께 문장대에서 천왕봉까지 속리의 주봉들이 남북으로 길게 늘어서 있다. 

 

속리산도 여러번 왔지만 묘봉도 오늘로 세번째 올라왔다. 아내와 딸과 강아지까지 함께한 가족산행과 고향의 부랄 친구넘들과 명절전날 고향에서 만나 이곳을 찾아 온 적도 있다. 그러나 언제 올라도 새롭게 닥아 오는 산이 묘봉이 아닌가 싶다. 

 

 

묘봉에서 점심을 먹고 관음봉으로 향한다. 묘봉에서 관음봉으로 향하는 길은 북가치를 지나 770봉과 838봉에 오른 후 속사치 안부에서 가파르게 관음봉을 치고 올라야 한다.

 

 

속리산의 주봉인 천왕봉은 부드러운 육산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봉우리는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문장대이다. 요즘은 속리산의 명성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은 구병산과 속리산을 연계한 "충북알프스코스"도 인기가 있다. 충북알프스는 1구간 : 활목재~문장대(11.29km, 9시간 소요), 2구간 : 문장대~장고개(18km, 12시간 소요), 3구간 : 장고개~고시촌(구병산 주능선, 15.7km, 9시간 소요)의 3구간으로 구분되며 총연장 43.9km로 3일 정도는 잡아야 종주를 할 수가 있다. 오늘 우리가 걷는 길은 1구간 코스로 보면 된다.

 

 

북가치 길은 부드러운 능선으로 되어 있어 걷기가 힘들지 않다. 770봉과 838봉에 올랐다가 속사치 안부에 다다르면 가파르게 관음봉에 오르게 된다. 산행중 기후나 사정에 의하여 탈출구가 필요하다면 북가치나 속사치에 발달된 등산로가 있으니 탈출구로 삼아 빠져나가면 될 것이다. 관음봉은 높이가 982m로 거대한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오르기 힘든 암봉꼭대기에 작은 관음봉 정상표지석이 있다.

 

 

관음봉 정상에 서면 동으로 문장대와 함께 청법대, 입석대, 신선봉, 비로봉을 지나 천왕봉까지 마루금을 이루고 있다. 저곳을 지나 오늘 천왕봉까지 가야 하는데 시간도 모자랄 듯하고 체력이 따라 줄려는지도 모르겠다. 어찌보면 설악산 종주에 앞서 체력테스트로 보아야 할텐데.....에고~어제저녁에 과한 술이 화근이든가?

 

 

문장대에서 북으로 뻗어내린 암릉의 모습도 수려하다. 해는 서쪽으로 기울었는데 이러다가는 영낙없이 야간산행을 하여야 할 판이다.

 

 

산행 안내싸이트에는 속리산 종주를 8시간으로 잡은 곳도 있고 충북알프스 안내에는 활목재에서 문장대까지 9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하였으니, 충북알프스길 안내서가 맞는 듯하다. 속리산종주시간은 활목재-묘봉-관음봉-문장대-천왕봉에 도착하여 법주사까지 하산시간을 합쳐서 줄잡아 13시간 정도는 잡아야 한다. 무릅걱정을 했던 최과장은 그나마 견딜만 한데 연과장이 조금 힘든 모양이다. 관음봉에서 사진도 찍고 잠시 휴식을 취하며 간단히 간식을 먹는다. 

 

 

관음봉에서 하산을 하다 올려다 보면 문장대가 우뚝 솟아 있다.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휴일이면 항상 붐비는 문장대 정상은 텅비어 있다. 멀리 입석대와 천왕봉의 모습도 보이는데 언제 저곳까지 갈려나? 

 

 

문장대쪽으로 오르다 본 관음봉의 동쪽 사면이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인다. 체력이 딸리는 탓인지 저 곳을 내려와 문장대로 오르는 길은 고행의 길이라 할 수 있다.

 

 

 

문장대 북릉이 시원하게 늘어서 있다. 문장대까지 잠깐이면 오를 것 같으나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난코스로 험하기도 하고 자칫하면 바위구간에서 등산로를 잃을 수도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밧줄을 타고 내려오다가는 다시 오르고 암봉을 돌고 또 돌고 바위사이로 들어가고 나가고 하다보니 쉽게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이 구간은 한시간에 1km 이상 전진을 하지 못한 것 같다. 한마디로 위로 아래로 돌고 돌고 하니 (워디서 많이 듣던 것 같은데...?) 이건 완전히 지루(?)다....^^*

 

 

조릿대가 키만큼이나 무성하게 자란 구간도 있고 바위 사이를 빠져나가고 우회도 하다보면 거대한 문장대의 암봉 밑으로 키작은 조릿대가 자라는 된비알이 나온다. 된비알을 치고 오르면 문장대에 오르게 된다. 이구간에서 많은 체력이 소모된다. 연과장 왈 리바이벌로 "아~되다", 나왈 "되긴 되네...ㅎ

 

 

문장대에 오르니 사방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여러번 와 본 속리산이지만 겨울 설경과 여름녹음도 좋지만 그래도 가을단풍과 조금만 기다리면 필 봄철 산벗꽃이 흐드러질때가 좋은 것 같다. 오늘 올라 온 길에는 유독 진달래가 많으니 진달래 철에 한번 찾아오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동쪽능선으로는 칠형제봉을 중심으로 암봉들이 늘어서 있다. 문장대에 세번을 오르면 극락에 갈 수 있다 하던데 나야 세번이야 더 올라 왔으니 극락입장권은 예매해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저 두 친구들은 문장대에 오늘 첫 입문이니 걱정이 되네(?) 평소 베푼것도 많은 듯 하지 않고......^^*

 

 

서쪽으로 관음봉 앞으로도 암릉이 멋지게 뻗어 내렸다. 누가 속리산에 올라 그랬다고 하드만, 산중의 산이라는 중국의 "황산"과 "금강산"이 부럽지 않은 산이라라고~

 

 

관음봉을 지나 멀리 838봉과 770봉을 지나 우리가 타고온 묘봉능선이 희미하게 하늘금을 이루고 있다.

이곳까지 9시간이 걸렸으니 멀리 오기는 온 것도 같다.

 

 

해는 서산으로 지고 땅거미가 드리운다. 문장대 휴게소에서 국수 한 그릇씩 먹고 천왕봉을 향하려니 이친구들 하산을 원한다. 많이 지친것도 같다. 엇저녁 폭음에 몇시간 못자고 종일 산행을 하였으니 이해는 가나, 나는 50대이고 당신들은 40대 아닌겨?  한시간만 더 가면 속리산 종주를 마치는데 아쉬움을 접고 이곳에서 하산길을 택한다.  

 

 

등산로는 어둠에 덮히고 싸구려 해드렌턴은 작동이 시원치 않다.(엔자금을 빌려서라도 해드렌턴 좋은 것 하나 사야지...ㅠㅠ) 하산을 하는데 2시간 정도 소요되니 쉬는 시간까지 합쳐서 12시간을 소요하고 

미완의 종주로 산행을 마무리 한다. 

 

 

30여년전 고딩졸업기념으로 늦여름에 속리를 찾으니 그때는 지금처럼 등산로도 발달되지 않았고 산객이 별로 없는 여름철이다 보니 녹음으로 뒤덮힌 산중은 고요 그 자체로 속세를 떠난 속리의 참맛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나 지금은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일부 구간에서나 조금 느낄수가 있는 것 같다. 신라 "헌강왕"때 최치원이 속리산을 찾아 "도불달인 인달도 산비리속 속리산"이라 하였다. 이는 "도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는데 / 사람은 도를 멀리하고 / 산은 속세를 떠나지 않으나 / 속세는 산을 떠나는구나 "라고 읊으니, 속리산이란? 속세를 떠난 산이 아니고 속세가 산을 떠났다고 하는 것이~엥~헷갈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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