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영 남 권

해동팔경 가야산에 오르다.

바위산(遊山) 2008. 4. 8. 00:05
여행지
해인사가 있는 합천의 가야산.
여행기간
2008.04.05(토) 맑음
나의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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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은 높이가 1,433m로 경북의 서남단을 에워싸고 우뚝 솟아 있는 영남 제일의 산으로 그 웅장함과 수려함이 "조선팔경" 하나로, "해동제일의 명산"으로 일컬어 지고 있는 산으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산이다. 해인사에서 토삼골이나 극락골, 또는 백련암을 지나서 상왕봉에 올라 칠불봉으로 향하는 코스와 백운동에서 용가골이나 심원골을 지나 칠성봉에서 상왕봉으로 오르는 코스도 있고 동성봉으로 암릉을 타고 칠불봉으로 향하거나 만물상 능선을 타고 오르는 코스 등 다양한 등산코스가 있으나 대부분 통제를 하는 구간이 많다.
 
오늘 산행은 백운동에서 용가골로 올라서 칠불봉과 상왕봉에 올랐다가 해인사로 하산하는 코스를 택한다. 가야산 관광호텔이 있는 백운동에 도착하니 가야산의 암릉이 웅장하고도 장쾌한 모습으로 늘어서 있다. 용가골을 타고 오르다 보면 작은 철다리가 나오고 이러한 철다리는 오르며 서너개를 더 건너야 한다. 중간쯤 오르다 보면 소실되어 터만 남아 있는 "백운암지"가 나온다. 예전에는 가야산 일대에 100개가 넘는 암자가 흩어져 있었다고 하니, 그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수목사이로 몇개의 돌축대와 돌계단만이 썰렁하게 남아 있다.
 
따스한 봄날씨가 땀방울을 맺히게 하는 산행을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음인지 유난히도 발걸음이 무겁다. 목조로 만들어진 계단을 타고 오르다 보면 등산로 옆으로 이름모를 예쁜 야생화와 봄의 전령사라 일컷는 생강나무꽃이 노랗게 꽃망울을 터트려 봄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한시간을 조금 더 오르면 서성재에 올라서게 된다.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유난히도 무겁던 발걸음은 조금 풀린 듯하지만 여전히 컨디션은 좋지 않다. 서성재에서 허물어진 산성 옆으로 목조계단을 타고 오르다 보면 소나무가 몇구루 자라고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 서면 남쪽으로 장쾌하고 부드러운 능선이 흘러 내리다가 침봉들이 군락을 이루는 가야산 일원과 남산제일봉이 시원하게 조망을 티운다. 잠시 밀려오는 바람에 땀을 식히며 가슴이 탁 트이는 듯한 시원한 조망을 즐긴다.
 
 
전망대부터는 암봉이 우뚝하게 솟아 있어 철계단을 타고 올라야 된다. 철계단을 타고 암봉을 오르는 것은 대둔산을 오르는 풍경과 비슷하고 월악산의 철계단을 연상케 하여 다리심께나 써야 한다.
 
 

산행을 하면서 둘러보는 주변의 풍광은 아주 좋다. 암봉이 연봉을 이루고 구불구불 멋지게 자란 노송들과 어울려 좋은 경치를 만들어 놓아 "해동 제일의 명산"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제천에서 3시간을 넘게 달려 왔으니 느지감치 시작한 산행으로 벌써 2시가 넘었으니 허기가 밀려온다. 잠시 암봉에 올라 점심을 먹고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 가야산은 단체로 몰려 온 산객들은 별로 보이지 않고 대부분 부부산행이 많은 것 같다. 오르기가 그리 녹녹치 않음에도 혼신을 다하여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산에 오를까? 설악산은 잊기 위하여 오르고 지리산은 생각하기 위하여 오른다고 하는데 가야산은 생각하기 위함과 잊기 위한 구간이 공존하는 산 인 듯하다.
 
철계단을 타고 첫번째 암봉에 올라서면 북으로 암봉으로 이루어진 칠불봉이 올려다 보이고 남으로는 부드러운 능선이 시원하게 흘러 내리다 침봉들이 들고 일어나 마루금을 이루고 있다. 서성재에서 칠불봉까지는 족히 한시간 정도의 암봉산행을 하여야 한다. 대부분이 계단을 타고 오르는 구간이 많아 다리에 무리가 가기 쉬우니 페이스를 조절하여 느긋하게 오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다시 가파르게 철계단을 치고 오르면 칠불봉에 오르게 된다. 등산로 주변에는 기암들이 늘어 서있고 구불구불 멋지게 자란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사진을 찍느라고 발걸음이 늦어지는 것도 있으나 유난히도 무거운 걸음이 피로를 안겨 주는 날이다. 땀은 줄줄 흘러 내리지, 발걸음은 천근만근으로 더디기만 한데 울마늘 먼저 칠불봉에 올라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두살 젊다고 영감을 뒤에 두고 먼저 오르다니..... "당신도 2년만 더 살아보슈~"
 
 
가야산의 최고봉인 칠불봉에 올라서면 산사면의 중간 중간 솟아 있는 암봉들이 늘어서 있는 산맥이 시원하게 조망되고 서북으로 거대한 암봉인 상왕봉이 떡하니 버티고 있으며 칠불봉에서 동쪽으로 암릉이 뻗어 나가다 1227m의 동성봉으로 이어진다. 비정규코스이지만 용가골에서 동성재로 올라 동성봉 암릉을 타고 칠불봉으로 향하는 등산코스도 있다고 한다. 체력은 필요로 하겠지만 멋진 암릉산행을 즐길 수 있는 코스가 아닌가 생각된다.
 
 

가야산은 가야건국설화를 간직한 영산으로 옛부터 "정견모주" 라는 산신이 머무는 신령스런 산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야산신인 "정견모주"는 천신인 "이비하"에 감응되어 두아들을 낳았는데 "뇌질주일"은 대가야 시조가 되고, "뇌질청예"는 금관가야의 시조가 되었다고 전한다.

 

칠불봉은 가야국 김수로왕이 인도의 아유타국 공주와 결혼하여 10명의 왕자를 두었는데 큰아들은 왕위를 계승하고 김씨의 시조가 되고, 둘째와 셋째는 어머니의 성씨를 따라 허씨의 시조가 되었다고 하며 나머지 7명의 왕자는 "허황후"의 오빠 "장유화상"을 스승으로 모시고 가야산에서 가장 힘차고 높게 솟은 칠불봉 밑에서 3년간 수도 후 도를 깨달아 생불이 되었다고 전한다.

 

예로부터 가야산은 산신이 머물고 있어 삼재(수재, 화재, 병화)가 들지 않는 해동영지로 알려진 영산이라고 한다.

 
 
칠불봉에서 암릉의 북사면을 타고 우회하여 상왕봉으로 향한다. 산의 북사면은 채 녹지 않은 눈이 희끗희끗 쌓여 있다. 때론 눈길을 걷다가 때론 눈이 녹아내린 질척한 등산로를 따라서 가다보면 거대한 암봉인 상왕봉이 우뚝하니 앞을 가로 막는다.
 
 

상왕봉을 왼쪽으로 돌아서 다시금 철계단을 타고 올라 상왕봉에 오르게 된다.

상왕봉은 1430m로 칠불봉 보다는 3m가 낮으나 그 웅장함은 칠불봉에 뒤지지 않는다. 몇몇의 산객들이 정상표지석 아래서 작은 돌을 주어 비닐봉지에 담고 있다. 무엇에 쓰려는지 알 수는 없지만 궂이 물어 보지는 않았다. 웅장한 암봉들과 시원한 조망을 즐기며 땀을 식히고는 하산을 서두른다. 주차를 해놓은 백운동으로 향할까, 해인사로 돌아 내려갈까 잠시 망서리다가 해인사로 하산하기로 한다.

 
가야산의 암봉들은 섬세하지는 않으나 웅장한 멋이 있다. 역시 조선팔경의 하나로 국립공원의 면모를 다 하는 듯하다. 암봉을 돌아 내리면 뒤로 웅장한 암봉이 병풍처럼 우뚝하게 버티고 있다. 해인사로 향하는 길은 그리 좋은 경치도 멋스러운 암봉들도 볼 수가 없다. 늦은 시간인데도 산을 오르는 부부팀을 두팀이나 만났다. 오랫동안 산행을 하였지만 오늘처럼 많은 부부팀이나 가족산행팀을 만난 것은 처음인 듯하다.
 
 

해인사로 하산하는 길은 유독 산죽(조릿대)이 많이 자라고 있는 부드러운 등산로를 타고 내려와야 한다.

자칫 변화없는 하산길이 멀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계단을 오르 내린 것이 다리에 무리를 주었는지 무릅에 가벼운 통증이 느껴진다.

백운동을 출발하여 해인사에 도착하니 5시간을 소요하고 산행을 마친다.

해인사 뜰에는 태어나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거쳐 노년기와 사망을 맞이하는 어느 순간도 빼어 놓고 지날 수 없는 생로병사의 인생역정을 깨닳으며 거니는 "베론성지"의 "야외제대"처럼 인생을 되돌아 보며 거닐도록 제대를 만들어 놓아 많은 이들이 거닐고 있고 어떤 참배객은  탑을 돌며 기도를 하는 모습도 보인다.

종교는 달라도 그 의식은 비슷하고 목적은 더욱 같으니 "종교의 끝은 하나"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많은 암자를 거느리고 있는 대찰 해인사는 "팔만대장경"으로 유명하다. 사찰의 규모가 대단한데도 보수와 중창을 거듭하고 있다. 가야산의 한적함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해인사를 찾아와 꽤나 북적인다. 해인사 뜰에는 백목련이 꽃망울 터트리고 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하여 부지런한 불자들이 연등을 달아 놓았다.

우리도 가족의 건강과 성실한 삶을 기원하며 등을 하나 달고 해인사를 떠나온다.

해인사에서 가야까지는 1.4km를 걸어서 내려와야 한다. 맑은 물이 흐르는 풍치 좋은 계곡옆으로 포장도로를 타고 내려오다 보면 피로한 탓인지 지루함을 느낀다. 다행이 중간에서 20년 산쟁이를 자처하는 홀로 오신 산객의 도움으로 차를 얻어 타고 내려온다. 가야에서 주차를 해 놓은 백운동까지는 다시 7천원을 주고 택시를 타고 이동한다. 가야산은 그 명성만큼이나 수려한 영산임이 틀림없는 듯하다. 그러나 산행 후에 모처럼 장단지가 뻐근한 것을 보니, 가야산 산행길이 그리 녹녹치는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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