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충 청 권

태풍속에 수리봉에 오르다.

바위산(遊山) 2006. 8. 20. 08:18
여행지
수리봉, 신선봉 산행기.
여행기간
2006년 8월 19일
나의 평가
보통입니다보통입니다보통입니다보통입니다보통입니다

태풍의 영양으로 하늘은 잔뜩 먹구름이 내려 앉아 있고 바람이 거세다. 

 

가끔씩 빗방울을 흩뿌리고는 하나 큰비가 올 것 같지는 않다.

 

날씨 때문에 찜찜해 하는 마늘을 살살 꼬셔서 산행준비를 한다.

 

오늘은 지난번에 석화봉을 거쳐 오르려다 더위에 지쳐서 석화봉 까지만 다녀오고 포기한 수리봉과 신선봉을 돌아 오기로 한다.

 

수리봉은 높이가 1,019m로 충북 단양군 대강면에 있다. 소백산 자락으로 황정산과 함께 석화봉, 선미봉을 한줄기로 도락산과 올산을 이웃하고 있다.

 

사인암에서 방곡도예촌을 향하여 들어가다 방곡도예전시장에서 부터 오르면 된다.

 

수리봉의 시원한 모습과 함께 방곡사의 불상이 방문객을 반긴다.

자차를 이용하니 종주산행이 안되는 것이 늘, 아쉽다.

 

 

 

 

 

방곡도예종합전시장에서 주차를 하고 오르면 되는 것을 조금 지나쳐 저자거리에서 방곡사로 향하여 오르기 시작했다. 지도를 뽑아 놓고 가져오지 않은 것이 화근이다.

 

 

규모는 크지 않으나 깨끗하고 아름답게 단장을 한 방곡사를 지나 희미한 등산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서 등산로는 사라지고 우거진 밀림과 함께 너덜지대가 나온다.

에구~이것이 등산로가 아니구나 하고 깨닳았지만 능선으로 오르면 등산로가 나올 것 같아 능선을 향하여 오른다. 그러나 능선에 올라도 길은 없다.

다만 멀리 신선봉과 수리봉의 모습이 보이니 방향을 잡기는 용이하다.

 

등산로가 아닌 능선은 아름다운 노송과 암능으로 이루어져 있어 힘은 드나 등산로 보다 지루하지 않고 재미 있다. 빼곡하게 우거진 숲을 헤집고 암능을 타고 등산로를 찾아 오른다.

들머리에 "송이 입찰구역, 출입금지" 표시를 보니 이곳이 송이 산지 인 듯하니 송이를 따러 다닌 사람들의 흔적인지 우리처럼 등산로를 잘 못 찾은 사람들의 흔적인지 가끔씩 사람들의 흔적도 있고 멧돼지가 무더기로 배설물을 실례 하여 놓은 모습도 보인다.

만약 불시에 멧돼지의 습격을 받는 다면 마늘을 구하고 내가 회생을 할까?

아님 같이 당하거나 같이 살거나....애들 생각하면 내가 살아야 하는 것이....ㅋㅋㅋㅋ

 

길은 잘못 들어 왔으나 암봉과 암릉과 노송이 어우러짐이 좋으니 사진도 찍으며 힘든줄 모르고 오른다. 요즘 들어 산에만 가면 헤메이니... 산을 경애함이 적어서 산신령께서 노하신 것인지?

허긴, 산에만 다녔지 언제 산신제 한번 지냈던가? 

 

한시간을 넘게 헤집고 오르다 보니 등산로가 나온다.

노송군락지 옆으로 삐집고 올라 왔다. 산이란 묘한 곳이 있다. 바로 등산로를 옆에 두고도 헤메게 만드니 언제고 자만은 금물인 듯하다.

앞으로 신선봉의 모습이 보이니 이곳 부터는 밧줄도 타고 제대로 된 등산로로 신선봉으로 향한다. 

 

드디어 높이가 990m인 신선봉에 올랐다. 

태풍의 영양으로 가끔 빗방울도 흩날리고 바람이 거세다.

 

바람이 점점 거세지고 운무가 밀려 온다.

산정을 제외 하고는 온통 구름으로 덮혀 있어 현기증을 느낄 정도이다.

울마늘 걱정이 태산이다. 비가 쏟아지기 전에 점심을 먹자 한다.

그러나 바람은 거세고 운무에 휩쌓여 있으나 폭우가 쏟아지지는 않을 것 같다.

수리봉에서 먹기로 하고 간단하게 과일로 간식을 대신하고 수리봉으로 향한다.

나는 마눌과 달리 폭우 보다는 어둠이 걱정이다.

망서리다 늦게 출발한 덕분에 벌써 세시가 넘었는데 이러한 날씨에는 저녁 어둠이 훨씬 빨리 찾아 오기 때문이다. 등산객도 없다. 하산하는 한팀을 만난 것이 전부다.

허긴 태풍이 몰려 온 이 날씨에.....

 

 

신선봉을 내려와 수리봉으로 향한다.용아롱을 거쳐 통나무 2개를 걸쳐 놓은 위험구간을 지나 아름다운 암능을 따라 오른다. 그러나 이미 주변의 풍경은 모두 운무에 휩쌓여 있다.

 

 

바람이 얼마나 거센지 몸이 휘청 휘청 할 정도이니 수건이나 모자 등 날라 갈것은 모두 배낭에 꾹꾹 집어 넣는다. 운무에 휩싸인데다 바람까지 거세니, 암릉을 따라 오르는 것은 아찔할 정도의 현기증이 난다. 산을 휩싸고 있는 운무는 단 몇초도 안되어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니 변화가 무쌍하다.

워낙 바람이 거세니 운무가 휩쓸리며 변화하는 모습은 장관일뿐 아니라 신비하기 조차하다.

 

워찌~ 이순간 동영상을 생각치 못하고 셧터만 눌러 댔는고?

강풍과 운무로 인하여 순식간에 산이 드러나고 묻히고를 되풀이 하며 소용돌이를 치는 운무의 모습은 이제껏 본 적도 없으며 볼 수도 없는 신비로움인데 동영상을 생각하지 못함이 못내 아쉽다.

바로 눈앞에 우뚝 서있는 아름다운 암봉과 노송으로 어우려져 있는 수리봉의 모습이 보이다 말다 한다. 강풍과 흩뿌리는 빗방울과 운무를 헤집고 수리봉으로 오른다.

 

 

날씨가 좋다면 주변의 풍경과 시원한 조망을 즐길 수 있겠지만 밧줄에 의지하고 암능을 타고 오로지 오르기만 한다.

 

운무는 조금 덜한 듯하나 바람은 좀체로 세력을 줄이지 않는다. 

 

"여보! 마눌님!

신랑 잘만난 덕으로 재미 있지 않은교?"

 

"뭐라고요?

별난 신랑 만나 고생만 한다구요?"

 

아래로도 암능과 암봉이 아름답다.

 

얼마전 까지만 하여도 수리봉은 잘 알려 있지 않아 찾아 오는등산객이 별로 없었다는데,

 

요즘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한다. 

 

 

 

 

드디어 수리봉 정상에 오른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그러나 휘몰아 치는 정상의 바람은 장난이 아니다.

밥그릇을 날려 버릴 기세이다. 옷이라고는 런닝셔츠도 없이 달랑 반팔 등산복하나 걸쳤으니 오돌오돌 떨며 밥을 먹는다. 남들은 아직도 피서철인데 8월 한여름에 오돌 오돌 떨면서 점심을 먹어 보기도 평생 처음인 듯하다. 부랴부랴 대충 먹고 짐을 챈긴다. 걸어야만 추위를 덜 수 있을 것 같다.

 

 

하산길에 만난 슬랩지역이다. 흰 암반이 넓게 자리하고 군데 군데 분재와 같은 멋있는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경사가 심하진 않으며 철기둥과 로프를 설치해 놓았으니 문제는 없으나 겨울철 눈길에는 조심하여야 할 것 같다.

 

 

이쯤에서 언제 그랬나 싶도록 운무가 걷히고 조망이 시원하다.

산중의 날씨는 변화가 무상하니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산행 중에 만난 원추리꽃이 외롭게 피어 세찬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산 아래라 그런지 하늘은 잔뜩 흐리나 비도 없고 바람도 가라 앉은 듯하다. 

 

멀리 도락산의 모습이 보이고 금수산도 위용을 자랑한다.

 

아기자기한 황정산의 모습도 보인다.

 

잘못 찾은 등산로와 태풍이 몰고 온 변화 무쌍한 날씨에 지루함도 없고 오히려 새로운 경험을 쌓은 좋은 산행이 된 것 같다.

 

오는 길에 산골에 홀로 사시는 촌부께서 권하는 복숭아 5kg을 사들고 귀가 한다.

 

5kg을 땋는데 만원만 달라 하여 만원만 드렸는데...

 

잘 산 것인지....잘 못 산 것인지?

 

무더위 때문에 3주 연속 계곡과 바닷가에서 술타령만 하다가 모처럼 산에 오르니 기분이 상쾌하다.

 

도락산, 황정산과 함께 앞으로 사랑을 받을 만한 산~

 

단양의 명산으로 자리 잡을 신선봉과 수리봉이 아닌가 싶다. 

                                               (도락산)

 

                                         (금수산)

 

                                    (운무에 덮힌 황정산)
 




노인전문정신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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