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끄적휘적

전하! 어데로 가시려 하시나이까?

바위산(遊山) 2016. 11. 13. 12:50

저는 오늘 창밖을 보면서 눈시울이 붉어짐을 느꼈습니다. 푸르던 산야는 누렇게 퇴색되어 가고, 쌀쌀해진 바람이 가슴속을 파고드는 듯 한 스산한 가을의 끝자락이 마치 사위어 가는 불꽃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허전하고, 우울하고, 슬프기까지 하였습니다. 

 

그것은 꼭 계절의 탓만은 아닌듯 싶습니다. 아직은 어데까지인지 가늠조차 어려운  국정농단과 그것에 연루되어 나라를 어지럽힌 대통령을 보며 분노를 넘어 슬퍼지기까지 합니다. 또한 그에 대처하는 무능하고 이기적인 정치인들과 촟불을 들고 광장으로 몰려드는 시민들을 바라보는 안타까움도 일조하는 듯합니다. 그것이 대통령의 뜻이었던 한 사교인의 농단에 의하였던 것을 떠나 지금은 시급히 밝힐 것을 밝히고, 책임질일에 책임을 다하고, 고칠것을 고치어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데 모두가 힘써야 할 것입니다.

 

사교란 근본이 옳지 못하고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종교, 또는 나라의 도덕이나 사회제도에 어긋나는 종교를 말함인즉, 일국의 대통령이 지금의 문명사회와 너무도 멀어진 사교에 빠져 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충언하는 자를 멀리하고 국정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여 혼란에 빠지게 하였다는 것에, 분노와 원망과 한탄이 커지는 것이 아닌것 싶습니다.

 

율곡 이이는 '동호문답' 에서 군주가 어떻게 나라를 통치해야 할 것인지에 대하여, 재주와 지혜가 뛰어나 호걸들을 제제해 억눌러서 다스린 3왕5제와, 재주와 지혜는 부족해도 현명한 사람에게 맡겨서 나라를 다스린 주나라의 성왕, 재주와 지혜가 뛰어났어도 자신의 총명함만 믿고 여러 신하들을 불신하다 망한 하걸·은주와, 지혜가 부족해 간신들만을 믿고 의지하다가 혼란하게 된 주나라의 난왕이나 한나라의 원제의 실례를 들어 어떻게 통치하는 것이 통치자의 바른 도리인가를 명쾌하게 기술하였습니다.

 

작금의 대통령을 보면 왠지 주나라의 난왕이나 한나라의 원제가 떠오르니, 차라리 저의 생각이 망상이기를 바래봅니다. 지금이라도 진실을 밝히어 책임질 것은 책임지고 나라의 안녕과 발전을 도모하여야 할 것으로 보이나, 버티기와 시간끌기로 난국을 피하려는 것은 아닌지, 충신을 버리고 간신들만 남아 충언하는자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전적으로 의지한 최씨의 구속으로 더 이상 자문을 구할 사람이 없어 서투름에 힘들어 하고 있음은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합니다.

 

휴일이면 가족과 함께 즐겁게 나들이 하고, 편히 쉬어야 할 백성들이 촟불을 들고 거리로 몰려 들고 있습니다. 그들의 실망과 분노를 이해하고, 애국과 충정어린 열정과 노고에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권욕과 사상에 편협한 세력들의 기회의 장이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또한 군중심리가 만들어내는 왜곡과 마취효과로 인하여 또 다른 불상사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됨도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시민들은 진정한 촟불의 의미를 담아 냉철한 이성으로 질서와 안전을 도모하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은 오로지 정치적 계산에 혈안되어 때에 따라 말과 행동을 바꾸고 수습을 뒷전으로 하여 정치후진국의 면모를 여실히 들어내고 있습니다. 떵떵거리며 세를 과시하던 친박이라는 자들은 스스로 그들만의 잔치를 하려다 당을 망치고, 난왕이나 원제의 간신처럼 군주의 잘못됨에 침묵하는 무능한 간신배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는 집권당의 공동의 책임임을 간과하여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정권욕에 물든 야권 정치인들도 수습을 뒤로하고, 이미 그들만의 세상을 맞은 듯 오만에 빠져 촟불에 참여하고 선동하고 있습니다. 대외정치는 정치인들의 가장 큰 정치적 수단으로 어려운 일을 정치적으로 수습하고 나라와 백성의 안녕을 도모함이 옳으나, 정치의 근본을 망각하고, 정치력이 없어 광장으로 모여드는 충정어린 시민들의 촛불에 끼어들어 백성들을 현혹하고 선동하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여야를 막론한 정치인들은 나라와 백성을 생각하여 욕심하나 내려 놓고, 수습에 초당적 노력을 다하여 나라의 발전과 백성의 안녕을 위하여 정치적 해결에 최선을 다 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정치인의 당연한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통령은 스스로 살을 도려내는 고통을 감수하고라도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무엇을 하여야 할 것인지에 대하여 시급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입니다. 

전하! 어데로 가시려 하나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