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악은 산쟁이들에게는 더없이 그리움을 만들어 주는 산이다. "악"자가 붙은 산이 대부분 그렇듯이 험준한 산세와 암릉과 암봉을 오르고 내리는 스릴과 장쾌함이 있다. 많은 악산중에도 월악은 설악 다음으로 설레임과 그리움 같은 것을 만들어 놓는다. 그래서 유난히도 많이 찾아왔고 아니 오른 봉우리와 등로가 없는 월악이다.
월악의 주봉인 영봉(상봉)은 물른이고, 중봉과 하봉, 그리고 영봉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암봉들, 덕주봉, 만수봉, 용암봉, 용마봉, 북바위산, 박쥐봉, 메밀봉, 수리봉, 꾀꼬리봉, 월항삼봉(탄항산), 포함산, 신선봉, 마패봉, 할미봉, 연어봉, 깃대봉, 부봉, 주흘산, 조령산, 신선암봉 등등 월악산 국립공원의 모든 산과 봉우리와 계곡을 올라 보았다.
그러나 오직 한 곳, 미답지로 궁굼증을 만들어 주던 곳이 바로 월악삼봉이다. 사실 월악삼봉이라는 산은 지도상에는 없다. 그저 산을 좋아하는 산쟁이들이 마땅히 부를게 없어 붙혀준 이름일뿐이다. 덕주골 남쪽으로 늘어선 덕주암릉을 마주하는 덕주골 북쪽의 험준한 암릉상에 우뚝 솟은 세개의 암봉을 일컬어 월악삼봉이라 부른다. 지난 가을에도 찾아왔던 월악삼봉은 길을 찾지 못하여 알바로 하산을 했던 곳으로 아쉬움이 남아 다시 한 번 월악삼봉을 찾아간다.
월악산은 행정구역상으로 제천시, 충주시, 단양군, 문경시 4개 시·군에 걸쳐 있으며 북으로 충주호반이 월악산을 휘감고, 동으로 단양 8경과 소백산국립공원, 남으로 문경새재와 속리산국립공원과 같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둘러싸여져 있다. 월악산은 백두대간이 소백산에서 속리산으로 연결되는 중간의 위에 있으며, 산세가 험준하고 기암단애가 맹호처럼 치솟아 심산유곡과 폭포 등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월악산 영봉은 국사봉이라고도 불리며 예로부터 신령스런 산으로 여겨져 "영봉"이라고 불리어지고 있다. 해발 1,097m로 험준하며 가파르기로 이름나 있고 암벽 높이가 150m, 둘레가 4km나 되는 거대한 암반으로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그 장엄한 영봉은 주위로 수없이 많은 수려한 암봉과 계곡을 거느리고 있다.
월악산에는 마의태자와 동생인 덕주공주의 전설이 숨어있다. 신라 진평왕때 창건했다는 덕주사는 원래 월악사라고 불렸는데 경순왕의 딸 덕주공주가 피신하면서 덕주사로 불렀으며, 절이 있는 골짜기는 현재도 덕주골로 불리고 있다. 휴게소와 팬션이 늘어서 있는 덕주골 입구에서 덕주산성 동문을 거쳐 덕주사까지는 포도를 타고 오른다. 덕주사 앞으로 미륵불이 서 있고 다리를 건너면 산길로 들어서게된다.
<덕주산성>
덕주사에서 마애불까지는 비교적 유순한 숲길을 걷게 된다. 된비알이 시작되는 마애불 옆 샘터에서 목을 축인다. 커다란 암벽에 새겨진 덕주사 마애불은 마의태자의 누나 덕주공주가 조성케 했다는 불교문화재다. 마애불 왼쪽 능선으로 접어들면서 바윗길이 시작된다. 급경사 쇠사다리는 거의 연달아 영봉 남쪽 주능선 상의 960봉까지 약 850m 구간에 걸쳐 계속된다. 겁많은 산객들의 오금을 저리게 할만큼 아찔하면서도 사방을 둘러보면 멋진 조망에 탄성이 나올만한 곳이다.
<덕주사 마애불>
<마애불법당>
마애불을 떠나 마애봉으로 오르는 길은 고행의 길이다. 계속되는 철계단길, 산객들은 거친 숨소리를 내며 무거운 발걸움으로 철계단을 오른다. 끝인가 하면 다시 이어지는 철계단은 산객들을 지치게 한다. 그러나 돌아보면 수려한 풍경과 조망이 즐거움을 만들어 주고, 철계단 중간마다 노송이 어우러진 쉼터가 있어 땀을 식히며 간식을 즐길 수가 있다.
노송과 기암이 어우러진 삼봉 갈림길에서 지난해에 실패했던 월악삼봉으로 가려고 했지만, 허리가 좋지 않아 빌빌대는 나를 버려두고, 마누라는 영봉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할 수없이 영봉쪽으로 향한다. 수려한 암릉 사이에 뿌리박은 산상의 수목들은 조금씩 단풍색으로 치장을 하고 있다. 계속되는 된비알을 끝으로 영봉과 청풍호반이 내려다 보이는 좋은 전망대 역할을 하는 마애봉에 오르게 된다.
<월악삼봉 갈림길>
<마애봉>
언 제 : 2014년 10월 12일(월)
누구와 : 마누라
어데에 : 월악산 미륵봉, 월악삼봉(소요시간-7.5시간)
<전망대>
전망대 암봉에 올라서면 월악의 하봉, 중봉, 영봉이 뾰족하게 얼굴을 내밀고 어서 오라 손짖하는 듯하다. 지척인듯한 영봉이지만 능선을 따라 가다가 거대한 암봉을 반바퀴 돌아서 찰계단을 타고 올라야 하므로 족히 한시간 이상을 걸어야 하는 구간이다. 전망대를 지나 960봉 주능선 삼거리에 다라른다. 이곳은 영봉과 만수암릉으로 갈라지는 능선 삼거리다. 가본지 오래되어 기억도 희미한 만수암릉이나 가볼까 하는데, 만수암릉길은 철책으로 굳게 막아 놓았다.
<송계리와 청풍호반>
<만수암릉>
만수암릉을 포기하고 월악삼봉 갈림길로 내려와 마누라는 덕주사로 하산을 하라고 하고, 혼자 철책을 넘어 월악삼봉으로 향한다. 잡목과 바위들이 엉켜 있는 등산로는 희미하여 찾기가 어렵고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거대한 암봉인 무명봉에 다다르면 길고 가파른 암릉을 타고 내려와야 한다. 암릉은 험하고 몇군데 밧줄이 매달려 있지만 대부분은 버벅대며 위태롭게 내려와야 한다. 암릉을 내려서면 전망대 역할을 하는 너럭바위에 오르게 된다.
<지나온 암봉>
<밧줄구간>
너럭바위에 서면 지나온 암릉과 서북릉이 장쾌하고 지나온 무명봉에서 만수암릉으로 이어지는 암사면이 수려하고도 위풍당당하게 만수봉을 향하여 늘어서 있다. 참으로 좋은 풍경이다. 서쪽으로는 작은 송림에 덮힌 작은 암봉이 내려다 보인다. 지난해에 저곳에서 길을 잘못들어 알바로 산행을 마치게 한 곳이다. 요번에는 제대로 길을 찾아야지 다짐을 하고 허물어진 덕주산성을 지나 갈림길 암봉으로 오른다.
<서북릉>
<월악삼봉 갈림길~봉우리 오른쪽으로>
<허물어진 덕주산성>
<지나온 암릉길>
<덕주휴게소>
그러나 갈림길 암봉에 올라섰으나, 월악삼봉으로 가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도 이곳에서 길을 잃었는데 오늘도 실패인가 하는 실망을 안고 희미한 왼쪽길로 조금 내려서니 수북한 낙옆위로 오른쪽 삼봉으로 가는 희미한 발자취가 보인다. 삼봉길은 험난하다. 계속 이어지는 암릉길은 희미하고 밧줄이 달린곳은 몇군데뿐이다. 설악의 용아장성길도 이보다는 훨씬 걷기가 편하다. 더구나 암릉을 네발로 오르면 안전하고 속도도 내겠지만 밧줄없는 험한 암릉길을 버벅대며 내려서는 것은 위태롭고 걸음을 더디게 한다.
<용마봉>▼ <월악2봉>▼
고행이 시작되었다. 이미 허리의 둔통은 심해지고 힘빠진 허벅지는 쥐가 나기 시작한다. 온몸은 땀과 낙옆 부스러기로 후질근해졌고 걸음은 점점 느려져 봉우리 하나를 넘을때마다 주저앉아 쉬게 만든다. 세개의 큰 암봉과 작은 암봉을 몇개 넘었는데도 고도는 그리 낮아지지 않는 것 같다. 월악1봉에 다다르자 까마득한 아래로 덕주휴게소가 내려다 보인다.
<월악3봉>
<월악1봉>
<직벽구간>
암봉에 앉아 지친몸을 달래려 잠시 쉬고 있자니, 덕주골 학교에서 동문체육대회가 열리는지 시끌시끌한 소리가 산상까지 들려온다. 노래자랑을 하는지 확성기를 통해 연신 흘러나오는 노래와 박수소리가 흥겹게 이어진다. "젠장~ 요즘것들은 노래방만 다니는지 다들 가수야!" 에구~그나저나 저곳까지 언제 내려가나....
<월악1봉 오름길>
<덕주휴게소>
<부처바위와 월악 2봉, 3봉>
주차장에 먼저 도착한 울마눌 띠~리~리~ "왜 안 내려와?" 나~왈, "빨리 내려가고 싶은데 길이 너무 험하고 힘도 빠져서~ 30분만 기다려" 그리고 나서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나는 파죽이 되어 덕주휴게소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ㅠㅠ, 허리가 안좋아 힘든 산행을 자제하다 모처럼의 고통스런 산행이었지만 월악삼봉은 좋은 풍경과 모험과 스릴을 함께하여 덕주휴게소에 앉아 마시는 막걸리 한잔과 더불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괴물바위>
노인전문정신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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