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황사로 가시는 별로지만 날씨는 제법 많이 풀렸다. 산만한 친구도 없다고, 산이 좋아 산을 찾아 오르다 보니 가까운 곳에서는 오르지 않은 명산을 찾기가 어렵다. 몇번인가 정방사에서 올랐던 학봉~신선봉의 수려한 암릉이 그립기도 하고, 몇년 전 아내와 함께 말바위, 못난이바위, 학바위. 이티바위 등이 있는 암릉으로 오른다는 것이 길을 잘못들어 불발로 그친 학봉코스가 떠오른다. 홀로 간단히 식수와 간식을 챙겨 학현으로 향한다.
<슬랩바위, 말바위>
신선봉(845m)은 제천시 청풍면 학현리와 수산면 능강리 경계에 솟은 산으로 금수산(1016m)과 동산(896m)사이에 청풍호 방향으로 뻗어 내린 능선상의 최고봉이다. 청풍호반으로 여맥을 가라앉히는 신선봉 능선 끝머리에 족가리봉과 미인봉(596m, 저승봉이라고도 함)이 있고 고찰 정방사와 얼음골 계곡이 있다. 학봉은 미인봉과 신선봉 사이 능선상에 오똑솟은 암봉으로 연속하여 기암이 늘어서 있는 수려한 암릉이다.
학봉은 신선봉 산자락에 비상하는 학을 닮은 바위가 있어 일명 "학봉바위"라 부르며, 학현마을의 이름도 바로 학바위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학봉의 위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대부분 손바닥바위가 있는 전망대바위를 학봉으로 표시하고 있으나, 제천시에서 설치한 등산안내도에는 신선봉을 못미쳐 암벽위에 우뚝솟은 무덤 전망대봉을 학봉으로 표시하고 있다.
제천학생야영장 옆으로 등산안내도가 있고 계곡을 따라 오르면 학봉, 신선봉으로 오를수 있지만 못난이바위 암릉을 타고 오르려면 제천학생야영장을 조금 못미쳐 새로 지은 작은 팬션옆 임도로 들어서야 한다. 길은 비교적 또렷하나 등산객들이 자주 다니는 길은 아닌듯하다. 빼곡한 숲속으로 파고들어 20분정도 걸으면 산은 가파라지고 밧줄을 잡고 물기에 젖어 반짝이는 암반슬랩을 올라야 한다.
▲ <ET바위>
밧줄을 잡고 슬랩을 오르면 기묘한 바위가 늘어서 있는데 첫번째 바위가 말바위다(역광으로 인하여 사진은 실패) 이곳부터는 암릉을 타고 올라야 한다. 암릉을 타고 오르는 곳곳에 기암들의 모습이 보인다. 말바위, 학바위, 이티바위, 못난이바위, 물개바위 등이 있다고 하는데, 학바위는 날라서 학봉으로 갔는지, 아무리 둘러 보아도 학을 닮은 바위는 보이지 않는다.
학봉으로 타고 오르는 암릉은 아기자기하다. 기암이 줄지어 있고 동산능선과 학현리 갑오고개길이 실뱀처럼 아스라히 내려다 보이고 서쪽으로 미인봉과 족가리봉을 지나 청풍호반과 섬처럼 보이는 비봉산이 흐릿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못난이 바위를 지나면 암릉은 끝이나고 눈덮힌 숲갈로 접어들게 된다.
▼ <물개바위>
언 제 : 2014년 3월 22일(토) 맑고 포근(약간의 개스)
누구와 : 나홀로(소요시간 : 5시간)
어데에 : 청풍호반의 산 학봉(학현리~못난이바위암릉~손바닥바위전망대~무덤전망대~학생야영장)
<학현리 갑오고개길>
<청풍호와 비봉산>
▲ <못난이바위>▼
느지막한 출발 때문에 벌써 한나절이 다 되었다. 며칠간의 과음으로 아침을 거르고 산에 오르자니 시장끼가 밀려온다. 뱃속에서는 먹을 것을 넣어 달라고 아우성이다. 점심을 준비하지 않아 간식으로 가져온 빵 한조각과 곳감 1개로 시장끼를 달래고 산행을 계속한다.
아이젠을 챙겼다가 그리 높지 않은 산이니 눈이 녹았겠지 하며 빼놓고 온 것이 화근이다. 7부능선 이상의 북사면은 눈이 녹지 않았으며 산객들의 발자국도 없어 등산로를 찾기가 어렵다. 눈덮힌 산판에서 두리번, 더듬거리며 등산로를 찾아 오른다. 포근해진 날씨로 인하여 습기를 가득먹은 눈길은 매우 미끄럽다. 버벅대며 오르니 미인봉과 학봉사이의 능선길에 닿는다.
<올라온 능선>
<눈덮힌 8부능선>
<미인봉~학봉능선 암릉구간>
<무덤전망대 - 학봉>
주능선에 오르기 전에 바라본 두개의 전망대봉우리다. 대부분 손바닥바위가 있는 앞의 봉우리를 학봉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제천시 등산안내판에는 전망대에서 암릉을 지나 절벽을 올라 무덤이 있는 전망봉우리가 학봉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제천시 관할이니 무덤전망대를 학봉으로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등산안내도>
정방사 주차장~미인봉~손바닥바위~830봉(학봉)~정방사 주차장으로 원위할 것
<손바닥바위>
손바닥 전망대에 오르면 손바닥바위 뒤로 미인봉을 지나 청풍호반이 아스라히 내려다 보인다. 개스가 아니라면 뚜렷한 조망이 일품이겠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손바닥바위에서 학봉으로 향하는 암릉은 수려하다. 무덤전망대 학봉까지 계속되는 암릉에는 바위와 어울린 노송들이 더욱 수려한 풍경을 만들어 놓는다.
<손바닥바위 전망대>
암릉은 우회도 하고 몇번이나 밧줄을 잡고 오르내리기도 하여야 하며 암릉을 타고 올라야 하므로 거리에 비하여 시간도 많이 걸리고 많은 체력도 소모하여야 한다. 그러나 그 수고로움은 이 암릉의 아름다움이 충분히 보상을 하고도 남을 것이며, 산행시간을 더 보태야 하는 것에는 수려한 풍경을 구경하며 사진을 찍어야 하는 것에도 기인될 것이다.
<청풍호(충주호)>
<학봉능선>
<암릉구간>
<밧줄구간>
<비행접시바위>
<암봉우회로>
<암봉 오름길>
<금수산과 망덕봉>
<무덤전망대>
암릉을 오르고 내리다보니 많은 땀을 흘렸다. 등산객도 별로 보이지 않고 산상은 고요하기만하다 들리는 것이라고는 능선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흔들어 대는 수목들의 비명뿐이다. 암릉의 끝머리에 있는 킹콩바위에 다다른다. 그러나 아쉬움이 크다. 학봉 암릉의 명물인 킹콩바위의 머리가 없어져 버렸다. 예전에 올라왔을때 굳건하게 자리한 머릿돌이 없어졌다면 산객들의 고의적인 훼손일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망가진 킹콩바위>
<훼손 전 킹콩바위>
<침니구간 내림길>
몇년전에 올라왔을때만 하여도 밧줄만 있었지 정비되지 않았던 등산로는 이정표와 함께 오르고 내리기 좋도록 정비도 하고 손바닥전망대와 학봉무덤전망대에 전망테크도 설치하고 밧줄을 잡고 힘들게 오르던 무덤전망대 암벽에는 계단도 설치하여 놓았다.
<침니구간절벽 오름길>
<지나온 능선길>
학봉 암릉구간의 끝머리인 침니구간의 무덤전망대 절벽구간을 내려섰다가 오르면 작은 무덤이 한개 나온다. 누가 무슨 이유로 이 암릉의 끝머리에 무덤을 만들었는지 어떻게 운구를 했는지 궁굼하다. 무덤전망대에서 잠시 쉬었다가 학생야영장으로 하산을 한다.
<눈덮힌 하산길>
그러나 하산길이 만만치 않다. 우려했던 것처럼 눈쌓인 북사면 암릉은 가파르고 위험하다. 아이젠도 없는데 곳곳에 설치된 밧줄은 눈속에 묻혀있다. 겨우내 이 길을 다닌 사람이 없는 듯하다. 눈속에 있는 밧줄을 꺼내어 눈을 털어가며 고행의 하산을 한다. 중간쯤 내려오니 눈은 대부분 녹아버렸다. 와폭이 늘어선 계곡에 도착하여 흐른땀을 씻어내고 산행을 마친다. 언제 보아도 수려한 학봉능선은 얼마간의 세월이 지나면 또 다시 그리움을 만들어 줄, 그래서 다시 찾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산이다.
노인전문정신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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