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제 : 2012년 12월 22일(토) 흐림누구와 : 마누라어데에 : 강원도 원주의 치악산(부곡매표소~곧은치~향로봉 원점회귀, 왕복 11km, 4시간)잔뜩 흐린 날씨에 안개까지 축축하게 대지를 덮었다. 이런날 치악에 오른다면 멋진 상고대를 만날수 있을 것 같다. 대충 배낭을 챙기고 떡뭉치 하나 챙겨서 부곡으로 향한다. 치악산은 크게 외치악과 내치악으로 구분한다. 산세가 가파르고 험난한 원주쪽을 외치악이라 치면, 산세가 완만하고 부드러운 횡성군 강림면 일원을 내치악이라 할 수 있다. 강림면 부곡리는 바로 내치악 산행의 기점이다.
부곡리는 가마솥 부(釜), 골자기 곡(谷) 자로 가마솥 형태의 지형을 이루고 있는 마을이다. 비로봉에서 향로봉을 거쳐 망경대, 그리고 망경대에서 동으로 뻗은 1000.6m봉이 다시 북으로 길 게 뻗어나가면서 부곡리를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고둔치계곡과 이어지는 부곡리계곡은 원천석과 조선 태종과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태종대를 거쳐 강림면 소재지까지 약 8km 길이로 이어지는 긴 계곡으로 여름철이면 피서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특히 태종대에서 부곡리 종점에 이르기까지 5km 구간은 계곡을 따라 도로가 이어지는데, 기암절벽과 암반 또는 협곡을 이룬 구간이 많아 경치가 좋은 곳이다. 부곡리 일원은 교통이 불편해 찾는이가 적어 자연미가 살아 있는 편이나, 치악산 국립공원에 속해 취사 야영이 철저히 금지된다. 부곡리 산행은 고둔치골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데, 매표소에서 고둔치까지 오르는 사이 지계곡 두 개를 거친다. 첫 번째 골짜기는 다리골, 두 번째 골짜기는 원통골, 그리고 원통골 합수지점을 지나 고둔치까지는 신막골이라 부른다.
부곡리 버스종점에서 대형차는 진입이 어려운 비좁은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1km쯤 들어서면 매표소에 닿는다. 여기서 골짜기로 들어서 5분쯤 지나면 등산로 오른쪽 사면으로 묘 두 기가 보이는 지점을 두 번 지나고, 이어 오른쪽 사면으로 산길이 보인다. 이 길을 따르면 비로봉 남릉을 타고 2.5시간이면 비로봉까지 오를 수 있으나, 출입이 금지된 비지정 등산로로 출입금지 경고판이 가로막고 서 있다.
부곡매표소까지 가는 길은 군데군데 녹지 않은 눈으로 미끄러운 구간이 있다. 매표소 옆으로 몇대의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다. 제법이나 쌀쌀한 날씨에 바람도 약간 불어온다. 지난 여름과 가을에도 찾아왔던 이 곳은 제법 눈에 익는다. 들머리로 들어서니 등산로는 꽤나 눈이 쌓여 있다. 부곡리 계곡은 걷기가 편한 길이다. 향로봉에 오르는 산객들은 대부분 원주에서 오른다. 거리도 짧고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적하고 부드러운 계곡길을 걷고 싶다면 접근성이 떨어지기는 하나, 부곡에서 오르는 것이 좋다. 특히 가을단풍이 어우러진 계곡이 아름답지만 계곡을 덮은 우거진 숲을 걷다 시원한 계곡물에 땀을 씻어내는 여름산행이 일품인 곳이다. 계곡을 타고 오르는 길은 부드럽고 이미 많이 다져진 등산로는 아이젠이 없어도 그리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계곡은 꽁꽁 얼어 붙어 있고 얼음사이로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정감어리다. 작은 동굴이 있는 암벽에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여름이면 시원한 물줄기를 쏱아 내리는 폭포도 꽁꽁 얼어 버렸다. 다리골 합수점인 첫번째 다리를 건너다 한팀의 산객을 만나게 된다. 이분들 산상에 상고대 근황을 물으니, 원통골 합수점까지만 다녀온단다.원통골 합수점인 두번째 다리를 건너면 숲은 더욱 울창해지고 숲사이로 보이는 산상의 상고대가 백발처럼 희게 덮혀 있다. 부지런히 오른다면 멋진 상고대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신막골로 오르는 등로에는 아름드리 나무가 무더기로 쓰러져 있다. 가을에 왔을때만 하여도 이러지 않았는데 지난 폭설에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진 것 같다. 이렇듯 울창한 숲에 쓰러진 나무를 보면 가난으로 힘겨웠던 시절, 땔감을 구하지 못하여 몇십리길이 멀다 않고 땔감을 구하러 다니던 소시적의 고생스러웠던 추억이 떠오른다. 울 마눌 "저거 하나만 끌어가면 며칠을 따듯하게 지낼텐데" 라며 지금도 아쉬움을 표하니, 급격한 경제성장과 함께 좋아진 환경속에 땔감을 구하러 산을 찾지 않고 웰빙과 취미로 산을 찾는 것에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쓰러진 나무군락을 우회하여 오르면 울창한 낙엽송 숲으로 들어선다. 빼곡히 들어선 낙엽송 숲은 바람을 막아서인지 한결 포근해진 것 같다. 낙엽송 군락을 빠져나와 신막골 끝머리에 다다르면 울창한 아름드리 잣나무 군락으로 파고든다. 이쯤에서 부드럽던 등산로는 갑자기 가파라진다. 그러나 된비알도 잠시로 잣나무 숲을 빠져나오면서 곧은치 안부로 올라서게 된다.곧은치▲
곧은치에 서릉을 타고 향로봉으로 오른다. 산상은 바람을 타고 밀려오는 운무가 수목에 달라붙어 상고대를 피워 놓았다. 서리발처럼 날카로운 상고대는 눈꽃이라기 보다는 눈떡처럼 덕지덕지하다. 치악산 눈꽃산행은 2승2패다. 눈꽃이 화사한 남대봉 산행을 제외하고 비로봉과 향로봉 눈꽃산행은 삭막하게 결말지었는데, 오늘 향로봉에 올라 좋은 풍경을 보는 것 같다.
곧은치에서 향로봉으로 오르는 능선도 부드러운 편이다. 두번의 오르고 내리는 구간이 있지만 그리 힘들지 않은 구간이다. 화사하게 만발한 눈꽃은 능선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아 우수수 머리위로 떨어진다. 이러한 상고대는 향로봉으로 갈수록 더욱 짙어 진다. 아래로 쭈욱~ 치악산의 상고대 풍경
행구동 내림길▲
능선에 피어난 상고대를 보며 걷는 것은 즐겁다. 조금은 춥지 않을까 걱정하던 울마늘도 기분이 상당히 업된것 같다. 디카 샤터를 눌러대며 걷다보면 행구동 갈림길로 올라서게 된다. 이 곳에서 다시한 번 안부로 내려서 가파르게 된비알을 치고 오르면 향로봉 정상에 오르게 된다. 향로봉은 원주 시가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아주 좋은 전망대 역할을 하지만 오늘은 운무로 가득 채워져 있어 조망은 제로다.치악산은 해발 1,288m의 비로봉을 최고봉으로 총면적 182.1㎢중 40%에 해당하는 74.37㎢가 횡성군에 소재하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그 자태가 빼어나 4계절 내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아름다운 산이다. 치악산은 동악명산, 적악산으로 불렸으나, 상원사의 꿩(또는 까치)의 보은전설에 연유하여 꿩치(雉)자를 써서 치악산이라 불리게 되었다 한다.
치악산 단일산봉이 아니고 1,000m 이상의 고봉들이 장장 14 ㎞나 능선으로 이어져 있어 치악산맥으로 불리기도 한다. 주요 봉우리는 주봉인 비로봉(1,288m), 남대봉(1,181m), 향로봉(1,043m), 매화산(1,085) 등이다.
"치악산에 왔다가 치를 떨고 간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치악산은 산세가 웅장하고 험하다. 주봉 비로봉에서 남대봉까지 남북 14km에 걸쳐 주능선 양쪽으로는 깊은 계곡들이 부채살처럼 퍼져 있다. 주봉인 비로봉은 치악산의 최고봉으로 이곳 정상에서는 원주, 횡성, 영월지방이 한눈에 들어 온다. 이를 중심으로 남대봉(1,181m), 향로봉(1,043m), 매화산(1,085)등의 고봉들이 솟구쳐 있고 4계절마다 그 모습을 달리하여 많은 산악인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치악산 곳곳에는 산성과 수많은 사찰 사적지들이 있다. 남대봉을 중심으로 꿩의 보은지라는 상원사를 비롯해서 서쪽으로 세존대, 만경대, 문바위, 아들바위 등 유래깃든 경관이 있다. 그외 영원산성, 해미산성, 금두산성, 천연동굴과 북원적 양길이 궁예를 맞아들여 병마를 정돈했다는 성남사가 이산에 있다.
치악산은 단풍으로도 유명하다. 우뚝우뚝 하늘로 치솟은 침엽수림과 어우러져 자아내는 치악산 단풍빛은 신비하리만치 오묘하다. 구룡사입구의 우거진 단풍은 한폭의 수채화같은 풍경을 연상시킨다.하얀 폭포 물줄기와 어우러진 울긋불긋한 단풍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치악산은 가을단풍이 너무 곱고 아름다워 본래 적악산이란 이름으로 불려왔다. 향로봉 정상▲
10월 중순께 단풍이 절정을 이루면 치악산은 또다른 운치를 자랑한다. 특히 구룡사계곡은 설악산, 오대산 못지않게 단풍이 곱게 물드는 곳. 폭포와 바위가 멋진 조화를 이뤄 쾌적한 단풍을 즐길 수 있다.겨울의 치악산 정상 일대는 온통 만발한 설화와 상고대가 또한 장관이다. 가지에 눈 내린 것이 두툼하게 감싸인 것이 눈꽃, 눈가루와 서리가 내려 녹다가 다시 얼어서 투명하게 된 것이 상고대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 중에서 특히 눈꽃과 상고대로 이름난 산은 소백산, 덕유산, 치악산 이다.향로봉 정상에서 오던길로 하산을 한다. 자차가 아니라면 치악에서도 상고대가 멋스럽기로 유명한 향로봉에서 4km 남짓한 남대봉까지까지 가고 싶지만 겨울 동짓날 지는 해는 너무도 빠르게 떨어진다. 다시 곧은치로 돌아와 부곡리계곡을 따라 부곡매표소에 도착하니 해는 이미 서쪽 구름사이로 파고들어 붉은 노을을 만들어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