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서서히 단풍색으로 물들어 간다. 오늘은 어데로 갈까 컴을 뒤적이다 눈에 닿는 산이 있다. '노송 어우러진 암릉에서 내리계곡 절경 즐기는 전망대'라는 칭송에 구미가 당긴다. 시루봉(950m)은 강원도 영월군 하동면, 경북 영주시 부석면, 충북 단양군 영춘면 등 3도 경계를 이루는 어래산(1,063.6m)에서 북으로 가지를 치는 능선이 3km 정도의 거리에다 빚어놓은 산이다. 서쪽 와석리와 동쪽 내리 경계를 이루며 계속 북진하는 시루봉 능선은 3~4km 나아가서 외룡리 옥동천에 여맥을 가라앉힌다.
시루봉 등산지도▲
시루봉은 유명한 내리계곡 들목을 지키고 있는 산이다. 내리계곡은 우리나라 마지막 청정지역에다 비경지대로 불리운다. 이 계곡은 꼬리치레도룡뇽 집단서식지로 밝혀져 환경부와 강원도에서 자연휴식년제 지역으로 묶여 있다.
내리2교▲
내리 마을에서 내리계곡 방면 가장 끝에는 '무단 입산시 2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는 문구가 있다. 내리계곡 입구에 자리한 시루봉은 입산통제구역과 경계를 이루지만, 내리계곡 입구 방면에서 유일하게 등산이 가능한 산이다. 또 한 이 산의 매력은 들어갈 수 없는 내리계곡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지형적 특이성을 갖추고 있다.
내리계곡 들목▲
영월에서 시루봉으로 가는 길은 고씨동굴~하동을 지나는 88번 국지도다. 하동에서 옥동천을 거슬러 김삿갓묘 입구를 지나 약 5km 가면 외룡리 칠룡교 직전 삼거리에 닿는다. 왼쪽 옥동천변 길은 녹전~태백으로 이어진다. 오른쪽 칠룡교를 건너 경북 춘양으로 이어지는 88번 국지도를 따라 약 1km 거리인 내리 마을회관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하면 된다.
운교산▲
마을회관 옆 느티나무식당에서 내리2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굽도는 농로를 따라 약 10분 가면 살개골 입구에 닿는다. 살개는 사투리로, 거의 일직선으로 패어나간 골짜기를 뜻한다. 살개골 안으로 10분 들어서면 합수점 아래 물탱크에 닿는다. 이 계곡수는 마을 식수원으로 계곡옆으로 철책을 치어 놓았다. 물탱크를 지나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목우산▲
살개골 들머리▲
물탱크▲
이끼바위▲
들머리에 서면 북으로 운교산 암봉이 올려다 보이고, 동으로 목우산이 암봉이 길게 늘어서 있다.합수점에서 오른쪽 큰살개골과 왼쪽 작은살개골로 나뉜다. 여기에서 오른쪽 큰살개골로 들어간다. 버들치들이 노니는 계류를 거슬러 오르는 계곡길은 원시림이나 다름없다. 여기 저기 쓰러져 있는 아름드리 나무가 길을 막고 계곡의 바위나 돌 심지어는 쓰러진 나무등컬도 이끼로 덮혀 있다.
주능선▲
10분 가량 들어가면 축대 흔적이 남아 있는 집터들이 보인다. 옛날 화전민들이 살았다는 화전민터다. 여러개의 집터를 지나 잣나무숲과 낙엽송숲을 지나 30분 올라가면 오래된 산판길이 흐릿하게 남아 있는 작은 분지로 들어선다. 분지에서 계곡을 버리고 왼쪽 된비알을 치고 오른다. 오른쪽으로는 능선이 보이지만 타고 오르는 된비알은 쉽사리 능선을 보여주지 않는다.
땀이 흥건히게 등줄기를 적시도록 된비알을 치고 오르면 곰봉(953m)이 마주 보이는 시루봉 북서릉 안부에 닿는다. 이 안부는 옛날 와석리 미사리계곡에서 내리로 넘나들던 고갯길이다. 능선은 한결 걷기가 편하다. 가을색이 완연한 능선은 불어오는 산바람이 시원하게 땀을 식혀주고, 바람이 몰려 올때마다 함박눈이 내리듯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이 정겹다.
안부를 뒤로하고 북서릉으로 20분 올라가면 번개를 맞아 밑둥이 까맣게 불탄 노송 3그루가 있는 바위지대에 닿는다. 바위지대를 지나면 곧이어 20m 높이 바위벽이 가로막는다. 여기서 왼쪽으로 우회하여 10분 오르면 5m 절벽바위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우회길을 벗어나면 아름드리 노송군락 바윗길을 올라간다. 이쯤에서 점심을 먹고 잠시 쉬어간다.
노송군락 사이로 5분 올라간 곳에서 또 바위벽이 가로막는다. 바위벽을 왼쪽으로 우회하면 상수리나무와 철쭉군락이 어우러진 숲길로 이어진다. 이 숲길로 약 20분쯤 오르면 15m 절벽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오른쪽으로 돌아서면 바위가 U자형으로 패어 급경사를 이룬 약 40m 걸리(홈통바위) 안으로 들어간다. 40m 홈통바위를 올라선 다음, 오른쪽 바윗길로 약 20m 더 오르면 시루봉 정상이다.
노송 20여 그루가 있는 정상에서는 소나무 가지 사이로 멋들어진 조망이 전개된다. 북서로는 곰봉, 마대산, 태화산, 계족산이 보인다. 북서로 응봉, 북으로 망경대산, 북동으로 두위봉이 조망된다. 남으로는 어래산이 하늘금을 이룬다. 그러나 하늘은 뿌연 개스로 차 있어 산릉이 희미한데다 카메라를 가져오지 않는 바람에 300만 화소밖에 안되는 내 스마트폰으로 당겨서 촬영 하기는 역부족이다.
정상 전망대▲
정상에는 '시루봉 950m'라고 적힌 '산친구'가 달아 놓은 비닐코팅 안내판이 노송가지에 달랑 매달려 있어 정상임을 알려준다. 정상에서 북동릉으로 내려가면서 즐기는 풍광도 일품이다. 북동릉도 노송과 바위가 어우러진 암릉길이다. 암릉을 오르내리며 30분 거리에 이르면 내리계곡이 한눈에 조망되는 전망바위에 닿는다. 전망바위에서 동으로는 내리계곡 건너로 삼동산과 구룡산이 마주보인다. 구룡산 오른쪽으로는 백두대간 도래기재로 이어지는 88번 국지도가 실낱처럼 보인다. 도래기재 오른쪽으로는 내리계곡 울타리 역할을 하는 백두대간 상의 옥돌봉과 선달산이 하늘금을 이룬다. 남쪽으로는 깊은 골을 이룬 내리계곡 상단부로 회암령과 어래산이 마주보인다.
타고 올라 온 서북릉▲
형제바위▲
산상은 서서히 단풍으로 물들어 간다. 북동릉을 타고 하산하는 길은 거의 암릉길이다. 그러나 이 암릉길은 등산로가 희미하고 낙엽이 수북하게 덮혀 있어 길을 찾기가 매우 어렵고, 대부분의 암봉은 잡목이 어우러져 있고 밧줄이 없어 오를 수가 없다.
이 산의 전구간 암릉길에서 밧줄이 달린 곳은 노송홈통바위 사면에 가느다란 나일론 빨래줄이 달랑 매달려 있을뿐, 이정표도 없는 희미한 등산로를 찾아 오락가락 하게되고, 대부분의 암봉은 우회를 하여야 한다. 길을 찾아 몇번이나 암릉을 잘 못 돌아 내리다 다시 오르고 되돌아 가기를 번복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이제 막 붉은 빛을 발하기 시작한 단풍이다. 몇 번이나 비지땀을 흘리며 네발로 암릉길을 오르고 내리다보니 식상하고 피곤하다. 울마눌, 차라리 설악산을 한 번 더 올라 가지, 길도 보이지 않고 사람 하나 찾아 볼 수 없는 이 산은 왜 왔느냐며 불평을 쏟아 놓는다.
전망바위를 내려서면 곧이어 약 10m 절벽이다. 절벽을 내려서서 10분 거리에 이르면 15m 절벽을 이룬 침니(바위틈)를 빠져나간다. 침니 마지막 부분 내리막은 3m 절벽에 좁은 공간이므로 매우 위험하다. 보조자일이있으면 좋을 듯하다. 버벅대며 내려서다 이마로 나무가지를 들이 받아 옥체에 상처까지 입었다.
하산길 마지막 암릉▲
언 제 : 2012년 10월 14일(일) 맑음(약간의 개스)
누구와 : 마누라
어데에 : 영월의 시루봉(내리~살개골~서북릉~정상~북동릉~살계골~내리, 5.5시간(알바 30분 포함)
노송 암릉길▲
바위틈 분재소나무▲
계속 이어지는 암릉길, 바위 급사면을 휘돌아 나오면 능선이 갈라지는 평탄한 안부가 나온다. 여기서 북동릉으로 발길을 옮긴다. 이 능선으로 약 20분 내려서면 암봉에 닿는다. 이 암봉이 북동릉 암릉선에서 마지막 암봉이다. 암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다시 능선 위로 올라와 약 200m 내려선 지점에서 오른쪽 급사면을 횡단하여 계곡으로 내려서게 된다.
위험구간-홈통바위 내림길▲
암릉타기를 좋아하는 나지만 길도 밧줄도 없는 잡목 우거진 암릉길을 헤메는 것은 위험하고 지겹기 까지 하다. 고난의 암릉길이 끝나고 계곡으로 향하는 길은 편안한 편이지만 가파르고 희미한 등산로는 낙엽에 덮혀 있어 줄줄 미끄러지고 넘어지기도 한다.
타고 오르던 계곡에 도착하여 계곡을 따라 내려서면 주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플라스틱 파이프가 보인다. 물탱크를 지나 조금 더 내려서면 내리분교가 건너다보이는 내리천이다. 내리천 계류를 따르는 논둑길을 따라 약 300m 나오면 내리교에 닿는다. 내리2교를 건너면 느티나무식당과 마을회관에 도착하며 산행을 마친다.
시루봉 산행은 마을회관을 출발하여 큰살개골~북서릉을 경유해 정상에 오른 다음, 북동릉~전망바위~북동릉~살계곡~내리천~내리2교로 내려서는 산행거리는 약 8.5km로 지도상 코스는 짧지만 바위지대를 돌아나가고 오르내리는 구간이 많아 산행시간은 5시간 이상 소요되며 길을 잃을 염려도 있고 체력소모도 많은 산이다.
시루봉은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오지의 산이다. 멋진 암릉길이 많지만 밧줄과 잡목이 우거져 조망도 쉽지 않고 암봉에 오르기도 어려운 산이다. 그러나 잡목을 제거하고 밧줄과 이정표를 설치하여 등산로를 정비한다면 아주 좋은 암릉산행지가 될 수 있겠지만 지금의 상태에서는 등산을 권장하고 싶지는 않은 산이다. 자칫하면 피똥싸게 고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래는 출입금지 구역인 내리계곡의 수려한 가을풍경으로 빌려 온 사진이다.
노인전문정신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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