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은 언제나 그리움과 설레임을 만들어 놓는다. 나라안에서 한라산과 지리산에 이어 세번째로 높은 산이라는 거산의 명성에 칠천개가 넘는 아름다운 암봉들 그리고 수려한 계곡과 울창한 수림이 더하여 그 장엄한 풍경은 산악인들에게 있어서는 금강산에 앞서 세계 10대 명산이라 불리우고 있는 산중의 산이다.
<공룡능선.용아장성>
설악에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였다. 작년 가을, 남설악의 무수한 침봉과 단풍에 이끌려 주전골과 흘림골을 돌아 보았으니, 이번에는 대청봉에 올라 보기로 한다. 한계령코스를 다녀왔다는 연과장의 과장스런 칭송과 6~7시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다는 과장(?)에 의구심을 지울 수 없음에도 산행 시간이 대수냐 싶어 14명의 병원가족이 이른 시간에 한계령을 찾아 간다.
여명이 밝아 오는 한계령 휴게소는 굳게 닫혀 있고 주차장 진입도 불가하다. 경찰의 무단주차 정리에도 불구하고 도로변에 주차를 하고 설악루로 오른다. 산은 이미 단풍으로 붉게 물들어 있고 들머리에 접어들자 설악의 진면목이 보인다. 장엄한 산, 수려한 산, 산에 대한 어떠한 칭송을 붙인다 하여도 결코 어색하지 않은 산이 설악이다.
한계령 산행코스는 한계령휴게소~설악루~서북릉의 한계령 갈림길~끝청~설악산장~대청봉까지 올라 하산은 천불동계곡이나 수렴동 계곡으로 하산하기도 하고, 공룡능선이나 용아장성(비탐방로) 또는 화채능선(비탐방로)으로 하산하기도 하나, 오늘은 하루산행코스로 최단거리로 3시간이면 하산 할 수 있는 단풍이 아름다운 오색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작은 능선을 넘어서면 잠시 온유한 숲길이 이어진다. 한계령에서 대청봉까지 오르는 데 6시간쯤 걸리므로 당일로 산행을 마감하려면 아침 일찍 서둘러야 하고, 가장 짧은 하산코스인 오색으로 내려와야 한다. 다른 코스로 하산을 한다면 무박산행이나, 설악산장이나 휘운각에서 1박을 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한계령에서 서북릉까지는 오르는 데 2시간 30분이면 되므로 서북릉선의 단풍을 감상하고 대승령으로 하산하거나 역으로 올라도 좋은 코스가 된다. 이 길은 중청봉까지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나무이름 표찰을 달아놓아 나무 이름을 익히며 산행하기에도 좋으며, 백두대간을 따라 대청봉까지 오른다는 의미도 있다.
<설악단풍>
<단풍과 운해>
가파르게 올라 1307봉까지 오르면 오르고 내림이 계속되나 비교적 걷기가 좋다. 서북릉의 한계령 갈림길 직전에 야영터와 샘이 있고, 된비알을 10분쯤 오르면 서북능선에 올라선다. 능선에 오르면 내설악의 수려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 온다.
<내설악>
<귀때기청봉>
<가리봉, 주걱봉>
한계령 갈림길에서 오른쪽 대청봉 방향으로 방향을 잡아간다. 오르고 내림이 많으며 암봉을 우회하는 구간도 많지만 길이 뚜렷하고 샛길이 거의 없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다만 몇군데의 바위돌이 널려있는 너덜길은 트레픽을 만들어 놓아 시간을 지체시킨다.
서북능선에서 조망은 일품이다. 대승령으로 이어져 나가는 서북능선 자락과 밋밋하게 늘어선 귀때기청봉 너머로 우뚝 솟은 가리산과 주걱봉 암봉이 뚜렷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멀리 가리산 산릉 아래로 운무가 바다를 만들어 놓았다. 아스라히 멀리 시간이 멈춰진 듯 고요한 운해는 가까이 있는 단풍색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암봉과 운해>
<내설악>
한계령과 서북능선 갈림길에는 대청봉 6.1km - 한계령 2.0km라고 저힌 이정표가 서있다. 새벽에 휴게소에서 우동 한 그릇씩 먹었지만 시장끼가 몰려온다. 능선에서 김밥과 튀김을 간식으로 시장끼를 때우고 오른다.
<서북능선길>
<아치형 고사목>
<서북능선과 귀때기 청봉>
용아장성(좌)와 공룡능선(우)
서북능선의 애교점인 아치형 고사목을 지나면 수목에 가려 뚜렷하지 않던 내설악 풍경이 뚜렷하게 내려다 보인다. 깊은 골을 만들어 놓은 수렴동계곡과 용의 이빨처럼 늘어선 용아장성의 수려한 암봉의 끝으로 봉정암이 아스라이 내려다 보이고 봉정암을 떠난 암봉들 너머로 공룡능선이 멀리 달아나고 있다.
<당겨 본 봉정암>
<공룡능선>
침봉들의 수려함, 설악의 가장 큰 매력은 끝없이 늘어서 있는 내설악과 외설악의 침봉들과 남설악의 만물상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14시간에 걸쳐 설악동~마등령~공룡능선~천불동계곡으로 걸었던 기억은 몇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용아장성>
내설악 중에서 가장 수려한 침봉군락을 꼽는다면 단연 용아장성일 것이다. 위험하여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용아장성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영원한 동경의 대상이라 할 수 있다. 그토록 그리움을 만들어 놓으면서도 선뜻 발길을 허용하지 않는 곳, 아니 찾아 가기가 어려운 산이 용아장성이 아닌가 싶다. 몇 년 전 용아장성과 함께 한 무박 25시간이라는 설악의 긴 여정은 그 고난과 피로와 함께 나의 산행사에 오래도록 기록될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중청>
<대청>
끝청에 올라 군사시설이 있어 오를 수 없는 중청을 우회하여 중청대피소에 다다른다. 설악산장이라고 부르는 중청대피소는 많은 산행 인파로 북적인다. 이 곳에 서면 외설악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외설악의 중심이 되는 천불동계곡을 따라 늘어서 있는 침봉군락은 가히 절경이라 아니 할 수가 없다.
<외설악>
<당겨 본 외설악>
저 아름다운 절경중에 아직도 가보지 못한 곳이 있다. 자연휴식년제에 묶여 있는 집성봉과 화채능선이 그렇다. 권금성을 지나 화채봉에 올라 화채능선을 타고 대청에 오르고 싶음은 오래된 소망이지만 자연휴식년제에 묶여 있어 여전히 기회를 만들어 주지 않고 있다.
<멀리 울산바위>
북적이는 중청대피소를 벗어나면 헬기장이 있다. 헬기장에 자리잡고 점심을 먹는다. 늘 식사에 정성을 다 하는 여사님들 덕에 오늘도 즐거운 점심식사를 한 것 같다. 도중에 구름이 몰려 온다. 청명한 하늘에 갑자기 몰려오는 구름은 순식간에 중청과 대청을 쓸어 감춘다. 조금만 늦게 올랐다면 수려한 외설악의 조망은 허망하게 무산되었을 것이다.
<대청봉>
<중청봉>
<대청봉 정상>
대청으로 오르는 길에는 키를 제대로 키워지 못하고 바닥을 덮은 눈잣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한반도의 중추인 백두대간중에 가장 높은 대청봉(1708m)을 정점으로 펼쳐진 설악산(1,708m)은 동북쪽의 금강산과 동남쪽의 오대산 사이에 솟아 있으며, 한라산 지리산에 이어 남한에서 세 번째로 높은 명산이다. 설산 또는 설봉산 등으로도 부르는 설악산은 깊은 계곡의 맑은 물과 봄날의 신록과 가을 단풍과 겨울의 많은 적설과 수 많은 침봉들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는 산이다
<정상 인증샷>
한계령과 미시령을 경계선으로 동해쪽은 외설악, 서쪽(인제군)은 내설악, 양양군의 오색일대를 남설악이라 부르는데, 외설악 쪽으로는 관광의 입문이라 할 수 있는 설악동을 거쳐 경승지 도로 양편을 흐르는 쌍천 유역이 흥을 돋우는 가운데 설악산의 중심부를 이루는 대청봉이 웅장한 모습으로 버티고 있다.
<한계령~대청봉~오색 등산지도>
외설악의 중심을 이루는 유명한 천불동 계류는 대청봉에서 비롯되어 북쪽으로 흐르고 있다. 외설악은 천불동계곡의 물줄기를 따라 와선대, 비선대, 금강굴, 천당폭포, 울산바위, 권금성, 금강굴, 귀면암, 비룡폭포, 오련폭포, 토왕성폭포등 기암절벽과 큰 폭포들이 많이 있으며, 설악은 백담계곡, 수렴동계곡, 구곡담계곡, 가야동 계곡, 십이선녀탕계곡, 용아장성, 귀때기골 그리고 장수대 지역의 대승폭포, 옥녀탕 등이 아름답고 산세가 빼어난 곳이다.
<오색 내림길 들머리>
점심을 먹고 20분 거리의 대청봉 정상에 오른다. 정상표지석은 인증샷을 찍는 산객들에게 포위되어 있어 아예 접근이 어렵다. 다 같이 인증샷을 찍고 오색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하산길 들머리는 처음에 매우 유순하여 걷기가 좋고 해묵은 침엽수들과 어울려 붉게 물든 활엽수림이 조화를 이루어 좋은 풍경을 만들어 놓는다.
<등산이 아니라 하산임>
부드러운 능선길도 잠시로 가파른 목조계단과 돌길은 오름에 지친 사람들에게 내림의 더 큰 고통을 만들 준다. 아예 뒤로 걷는 사람들의 모습도 종종 보인다. 그래서 지리산은 생각하기 위하여 오르고, 설악은 잊기 위하여 오른다고 하였는가 보다. 계속되는 가파른 내림길은 무엇인가 생각할 틈을 주지 않으니, 저절로 잊혀지는 것 같다.
대청봉에서 하산하는 코스중 3시간이라는 가장 단거리 코스인 오색길 된비알은 오르는 사람에게도 내리는 사람에게도 고행의 길이다. 그래서 오를때는 다시는 오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떠나오면 다시 그리워지는 산이 설악이라고 하였다. 오르고 내리는 고행은 다시 오기를 두렵게 하나, 떠나오면 그 수려함이 눈에 아른거려 다시 가고프게 만드는 산이 설악이다.
언 제 : 2012년 10월 6일(토) 말음(산행 후 소나기)
누구와 : 창민산악회 14명
어데에 : 설악산 대청봉(한계령~서북능선~대청봉~오색, 9시간)
내리는 중 심장마비 사망자 발생표지판이 서 있다. 이 가파른 된비알을 오르자면 발생할 수도 있는 일일 듯하다. 얼마나 내려 왔을까? 조용하던 산속에 계곡물 소리가 들린다. 일행은 계곡에서 쉬고 있는데, 그것을 모르고 혼자 사진을 찍다보니 일행과 떨어졌다. 일행을 따라 잡겠다는 다급함에 발걸음이 급해진다.
<첫번째 계곡>
계곡에서 일행과 떨어져 일행과 합류하고자 하나, 핸드폰이 터지지 않아 일행의 위치를 찾기 힘들다. 두번째 계곡까지는 비지땀을 흘려가며 속도를 내다 몇 번이나 돌뿌리에 걸려 넘어질뻔하였다. 흥건하게 흘러 내리는 땀과 점점 지쳐가는 몸을 달래주는 것은 지금도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한발한발 오른는 등산객들과 울창한 수림과 화사하게 물든 단풍이다. 두번째 계곡을 지나 세번째 계곡이 나오고 잠시 걸으면 오색 날머리다.
오색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치자 핸드폰이 터진다. 일행은 아직도 산행 중으로 40~50분을 기다리자 후미가 산행을 마친다. 설악과 오색은 침침하게 구름으로 덮히고 오색을 떠나 남애항에서 회와 매운탕으로 거나하게 하산주를 하던 중 소나기가 억수로 쏱아진다. 단풍이 화사하게 물든 설악산행은 그 고단한 수고에 비하여도 과할만큼의 좋은 풍광과 수려함으로 또 다시 그리움을 만들어 놓는 좋은 산이다.
<두번째 계곡>
<산행유정에서 다른 설악산 산행기 보기 : 주소를 클릭>
용아장성과 수렴동계곡 : http://blog.daum.net/suhan55/14817054
마등령과 공룡능선 운해 : http://blog.daum.net/suhan55/11844644
대승폭포와 십이선녀탕 : http://blog.daum.net/suhan55/12749953
비선대와 천불동계곡 : http://blog.daum.net/suhan55/10927216
겨울 설악동-울산바위 : http://blog.daum.net/suhan55/15962914
흘림골 주전골의 단풍 : http://blog.daum.net/suhan55/15962897
빙벽등반장 토왕성폭포 : http://blog.daum.net/suhan55/13882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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