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만들어 준다. 사람들끼리 부딧히며 아옹다옹 살아가다, 호젓하게 산에 오르면 몸과 마음이 모두 깨끗해 지고 배려와 포용을 만들어 주는 듯하다. 그것은 산이 인간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 아닌가 싶다. 어데로 갈까 하는 산행지 선정의 고민은 매주 되풀이 된다. 문득 소백엔 철쭉이 피었을텐데 하는 생각에 대충 산행준비를 하고 소백을 찾아간다.
<국망.상월 철쭉능선의 겨울풍경>
소백산 어의곡에 들어서니, 소백을 찾아온 관광버스와 승용차들로 주차장은 만원이 되어 버렸다. 들머리에서 포도를 걸어 15분 정도 들어서면 계류가 나온다. 서너개의 계류를 건너 수목이 울창하여 칙칙한 숲그늘을 걷다보면 두번째 합수점인 벌바위에 닿는다. 이 계류는 우기에 수량이 증가하면 건너기에 애를 먹는 곳이다. 벌바위에서 30분쯤 오르면 왼쪽에서 가래골 계류가 합수되는 지점이 나타난다. 반대편에서 세절골 계류가 합류한다. 계속 오솔길을 따라 15분 정도 더 들어서면 늦은맥이와 국망봉으로 갈리는 마지막 합수점에 닿는다. 그러나 국망봉으로 오르는 길은 입산통제로 출입을 금하고 있다. 이곳에서 늦은맥이재로 오른다.
줄 곳 계곡을 타고 오르는 이 길은 돌이 유난히 많은 단점이 있지만 비알이 유순하여 계곡트레킹을 하는 듯하다. 계곡이 가늘어지며 계류의 왼쪽 산길로 들어서서 한시간 정도 오르다 왕고비군락지부터 된비알을 가파르게 올라서면 늦은맥이에 닿는다. 날씨가 더운 탓인지 몇몇 산객들은 산행을 포기하고 계곡에 자리하고는 술타령을 하는 모습도 보인다.
소백산 국립공원은 행정구역상으로 충청북도 단양군의 1개읍 3개면, 그리고 경상북도 영주시의 1개읍 ·4개면과 봉화군의 1개면에 걸쳐 있는 우리나라 12대 명산중의 하나로 1987년 국립공원 제18호로 지정되었다. 한반도의 등뼈와도 같은 태백산맥의 줄기가 서남쪽으로 뻗어내려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와 경상도를 갈라 큰 산계를 이루는 소백산맥의 어깨격인 영주 분지를 병풍처럼 둘러치고 있다.
<늦은맥이재>
늦은맥이재에서 잠시 쉬었다가 상월봉으로 향한다. 길옆으로 둥굴래와 앵초가 꽃을 피워 운치를 더한다. 소백산은 비로봉(1,439m), 국망봉(1,421m), 제1연화봉(1,394m), 제2연화봉(1,357m), 도솔봉1,314m), 신선봉(1,389m), 형제봉(1,177m), 묘적봉(1,148m)등의 많은 영봉들이 웅장하면서도 부드러운 산세로 수려한 경관을 보여 주고 있는 산이다.
겨울이면 하얀눈을 뒤집어 쓰고 있는 소백산은 수많은 야생화의 보고로 희귀식물인 외솜다리(에델바이스)가 자생하고 있는 지역으로 봄이면 철쭉이 만개하여 그 은은한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며, 천연기념물 제244호인 주목군락과 함께 잘 어우러져 있어 그 고고한 자태와 함께 능선의 부드러운 멋, 우아한 곡선미와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있는 산중의 산이다.
잡목으로 울창하던 산은 산상이 다가올수록 물푸레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물푸레군락지를 지나면 철쭉군락이 나온다. 터널같은 철쭉군락지엔 이미 지고 얼마 남지 않은 철쭉꽃이 마지막 빛을 발하고 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지난주에는 반도 피지 않았다는 철쭉꽃이 불과 열흘이 지나지 않았는데 끝물이 되어 버려 허허롭게 한다. 우리네 인생도 꽃처럼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 불과 할텐데....
<신선봉>
<상월봉 정상>
늦은맥이재에서 상월봉으로 오르는 길은 겨울이면 능선을 덮어버린 눈으로 인하여 적설구간을 피하여 능선밑으로 길이 만들어지는 곳으로 암봉구간인 상월봉은 아예 등산로가 끊기는 곳이다. 대부분 상월봉을 우회하나, 위태하게 암봉으로 올라서면 상월봉 정상에 서게 된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아주 좋다. 남으로 철쭉군락지를 지나 국망봉 능선이 장쾌하게 뻗어 나가고 북으로 신선봉이 웅장하게 내려다 보인다.
<국망봉>
<철쭉터널>
<아휴~ 힘들어...ㅠㅠ>
상월봉을 내려서면 철쭉군락지가 국망봉까지 펼쳐진다. 등산로는 철쭉군락 사이로 터널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꽃은 별로 없고 잎만 무성하여 산객들을 실망시킨다. 소백의 철쭉은 지리산 바래봉이나 황매산의 철쭉처럼 다복하고 화사하지 않아 두위봉 철쭉군락을 연상케 한다. 그저 산골 새악시 같은 연분홍 철쭉이 수수하게 피어나 은은한 정감을 만들어 준다.
<상월봉>
철쭉 군락지에서 간단히 시장끼를 때우고 국망봉으로 오른다. 소백산은 장쾌한 능선으로 몰아치는 눈과 바람의 산이다. 주봉인 비로봉(1,439.5m)에는 천연기념물인 주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나라가 어려울 때 이 고장 선비들이 한양의 궁궐을 향해 임금과 나라의 태평을 기원하였다는 국망봉(1,421m)과, 소백산천문대가 있는 연화봉 (1,394m), 그 옛날 산성의 흔적이 남아 있는 도솔봉(1,315m)등 많은 산봉이 늘어서 있다.
<국망봉 정상>
<비로봉 가는길>
<국망봉에서 바라본 비로봉>
국망봉에서의 조망도 아주 좋다. 지나온 상월봉과 늦은맥이재에서 치켜 올라선 신선봉 능선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국망봉을 내려서서 완만하고 부드러운 능선길을 걷다보면 심심치 않게 바위가 나타난다. 능선에 솟아난 바위 사이를 오르락 내리락 걷는 길은 아기자기하다.
언 제 : 2012년 6월 3일(일) 맑고 무더위
누구와 : 마누라
어데에 : 소백산(어의곡~늦은맥이재~상월봉~국망봉~비로능선~어의곡, 8시간)
<되돌아본 국망봉>
그러나 국망봉에서 비로봉으로 향하는 길은 멀고 지루하다. 여름에도 바람과 고도로 인하여 서늘함을 느낄때가 많은 소백능선은 바람 한 점 없고 내리쬐는 햇볕으로 인하여 땀을 줄줄 쏟아내게 한다. 더위로 인하여 체력이 많이 소모돤 탓으로 발걸음은 점점 무거워진다.
<비로봉>
능선으로 이어지는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고 내리기를 거듭하다 비로능선에 다다른다. 이미 물통은 바닥이 나고 갈증을 참아가며 비로능선 어의곡 갈림에 다다라 500m 남은 비로봉에는 오르지 않는다. 자주 오른 곳이기도 하지만 물이 없어 더이상 산행을 하기에는 무리이고 빨리 하산하여 땀으로 빠진 물을 보충해 주어야 할 것 같다.
<풍기방향>
소백이 눈과 바람으로 유명하지만 특히 비로능선의 겨울바람은 살인바람으로 부른다. 눈이 내리는 겨울이면 가끔 이곳에 오르지만 눈과 바람에 밀려 정상을 포기한 적도 있다. 부드럽고 장쾌한 비로능선에는 거세게 밀려오는 눈과 바람으로 인하여 키한번 제대로 자라보지 못한 수목들이 애처롭게 누워있고, 비로능선은 아예 수목이 자라지 못하고 드넓은 초원을 만들어 놓고 있다.
<비로능선 초원지대>
비로능선 초원지대에는 그래도 몇 안되는 게으른 철쭉이 느지감치 꽃을 피워 산객들을 위로하고 있다. 하산길은 부드럽고 완만하여 걷기가 좋다. 이러한 길은 산죽군락을 지나 잣나무 군락까지 이어지다가 잣나무군락을 지나면 경사가 급해지고 돌과 통나무로 만들어진 계단길을 버벅대며 내려서야 한다.
<비로봉 내림길>
국립공원마다 등산로 유실을 방지하기 위하여 등산로에 돌을 깔고 계단을 설치하여 놓았으나, 무릅을 잡는 주범이 되고 있다. 하산길 여기저기 무릅에 파스를 뿌려대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산길은 지루하고 피곤하다. 모처럼 산행에 따라나선 울 마눌님 너무 피곤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슬며시 미안함이 생긴다. 하산하여 어의곡에 도착하니 해는 서산으로 기울고 산골마을에는 땅거미가 스믈스믈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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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전문정신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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