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청량산을 찾아갈까 하다, 괴산명산 마분봉과 악휘봉으로 향한다. 유난히도 희양산을 자주 오른 덕분에 산행 들머리인 은티마을은 고향같은 느낌으로 정감어리다. 노송이 어우러지고 남근석 서낭당이 있는 마을입구에는 은티마을 유래비와 함께 고목이 들어서 있어 정취 어린 풍경이다. 마을로 진입하는 좁은 다리를 헐고 새 다리를 놓는 공사가 한창으로 중장비 소리로 시끌한 서낭당 앞 주막에서 막걸리 두통을 사들고 마분봉으로 오른다.
괴산군은 아름다운 산들이 많다. 희양산, 군자산, 대야산, 도명산, 백악산, 칠보산, 보개산, 막장봉, 신선봉, 악희봉 등 35개의 명산이 자리한 곳이다. 마분이란 말의 똥이라는 뜻이다. 말똥처럼 생긴 바위가 있고, 종산리에서 마분봉 정상으로 오르는 능선이 말똥바위 능선이라 붙여진 것 같다. 은티마을은 풍수지리면에서 볼 때 여궁혈이라 한다. 이 센 여풍을 누르기 위해서 마을 들머리에는 작은 남근석을 세워놓았다. 그뿐 아니라 매년 음력 정월 초이틀을 정재일로 하여 마을에서 소지재를 올리고, 마을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음복을 한다고 한다. 연풍 사람들은 이 마분봉(776m)을 '말똥바우'라 부른다 한다.
<남근석 서낭당>
이 말똥바우쪽에 비구름이 보이면 바쁘게 비설거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풍지역의 비는 늘 이곳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마분봉 봉우리의 유난히 뾰족한 봉우리가 말똥을 연상케도 하지만 정상 가까이 가보면 화강암 덩어리들이 말똥처럼 보인다. 마분봉 산행은 연풍의 종산, 입석, 은티마을에서 각각 시작할 수 있다. 종산리에서 오른다면 말똥바위 능선을 타고 오르지만 그리 수려한 풍경은 없으며, 입석에서 오를 경우는 악휘봉과 같이 둘러보기 좋으나, 마분봉의 수려한 암릉을 같이 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산악회 등 관광버스를 이용한다면 은티마을~ 마법의성 암릉~ 마분봉~ 악휘봉~입석리로 하산하는 코스가 가장 좋으나, 시간이 6~7시간 소요된다.
자차를 이용하는 사람은 은티마을~ 마법의성 암릉~ 마분봉~ 안부~ 입석골~ 은티마을로 하산하는 코스를 권하고 싶다. 은티마을은 희양산,구왕봉,시루봉의 산행기점으로 많이 알려져 있어 은티마을을 찾는 산객들의 대부분이 희양산으로 오른다. 그러나 이 마을에서 마분봉으로 오르는 길이 가장 수려한 경치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산객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아름드리 물푸레나무와 노송과 전나무가 어우러진 주막집에서 오른쪽 수렛길을 따라가다 축사를 지나면 마분봉 3.3km라고 적힌 이정표가 나오고 계곡으로 들어서서 조금 오르면 입석골에서 내려오는 계곡 갈림길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오른쪽 마분봉길을 따라 오른다.
등산로는 가파르게 이어진다. 이 가파른 능선길은 692봉까지 계속되어 지루함과 함께 땀을 쏟아내게 만든다. 위안이라면 아름드리 노송들이 들어서 있고, 가끔 바위돌이 어우러져 운치를 더하고 울창한 숲이 그늘을 만들어 놓고 있어 시원한 바람이 흐른땀을 식혀준다. 692봉부터 능선은 부드러워지고 암릉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암릉길은 아기자기 하여 바위와 노송이 어우러지고 밧줄을 잡고 오르고 내림을 반복한다. 이곳부터 마분봉의 진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이 암릉은 마법의 성 암릉으로 이어진다.
<능선길>
<세미클라이밍지대>
<암릉에 자리한 분재소나무>
<마법의 성 암릉길>
마분봉은 북쪽 종산마을에서 오르는 길이 두 갈래 있고, 입석 마을에서 입석고개를 지나 오르는 길도 있으나, 그 길들은 모두 마법의 성이 자리잡고 있는 아름답고 멋있는 산줄기를 탈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마분봉 정상에 오르는 것만을 목표로 한다면 종산마을이나 입석마을에서 올라도 되겠지만 마분봉의 진가를 보고 싶다면 이 마법의성 암릉길을 걸어야 한다. 입석골로 먼저 오를 수도 있으나 아름다운 산등은 오르면서 올려다보는 것이 위험성도 적고 경치도 더 좋기 때문이다.
<마분봉 정상부>
<암릉 난코스>
<바위에 뿌리박은 노송>
<좌로부터 시루봉.희양산.구왕봉>
<세미클라이밍지대>
<암릉 난코스>
길게 밧줄에 의지하여 마법의 성 암릉길을 내려와 안부에 다다르면 입석골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안부에서 또 하나의 암봉을 넘어서면 마분봉 안부에 다다른다. 이곳부터는 가파른 암릉길을 밧줄에 의지하여 올라야 한다. 이여사님이 이곳에서 기권을 하고, 조금더 오르면 밧줄을 잡고 소나무가지를 밟고 오르는 난코스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권여사님이 기권을 하고 나머지는 마분봉 정상으로 오른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아름다운 암릉길에 노송들이 어우러져 수려한 경치를 만들어 놓아 마분봉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누구나 이 길을 걷다보면 멋지다 하는 감탄사를 터트리지 않을 수 없다.
<말똥바위>
<정상 오름길>
<비행접시바위>
언 제 : 2012년 5월 19일(토)
누구와 : 창민산악회 5명
어데에 : 괴산 35명산 연풍의 <마분봉>
소요시간 : 5시간(먹고 쉬고 포함)
<우로부터 조령산.신선암봉.깃대봉.신선봉>
<세미클라이밍지대>
<지나온 암릉길>
소나무 가지를 밟고 올라 조금 더 오르면 U.F.O를 닮은 비행접시바위가 나온다. 바위와 바위사이로 이어지는 길은 오묘하다. 감탄사를 자아내며 U.F.O 바위를 지나 5분정도 오르면 다시 밧줄구간이 나오고, 밧줄구간을 올라서면 마분봉 정상에 서게된다. 정상주변에는 죽은 소나무 그루가 시야를 가리고 있으나 말똥처럼 생긴 바위 전망대에 서면, 서남쪽 산릉의 모습이 산꾼들의 마음을 여유롭게 한다. 특히 남쪽의 희양산을 중심으로 구왕봉, 시루봉이 고즈넉하고 동으로 연풍을 지나 조령산 능선이 하늘금을 이루고 늘어서 있다.
<마분봉 정상>
<정상 전망대>
<악휘봉 방향>
정상에는 정상표지석과 함께 악휘봉 100분, 종산 40분이라는 이정표가 서있다. 오래전에 이곳에 올랐다가 종산마을을 종산이라고만 써놓아 종산이 산인줄 알고 잘 못 내려가 입석까지 차를 찾으려 넘어가는 고생스러움을 겪은 적이 있다. 악휘봉까지 다녀오고 싶지만 시간도 많이 걸리고 중도팀과 합류하여야 하므로 오던길로 되돌아 간다. 다시 밧줄에 의지하여 안부로 내려가 봉우리를 하나 넘어 입석골 갈림길에서 중도팀과 합류하여 입석골로 하산한다.
입석골로 하산길은 부드럽고 완만하여 걷기가 아주 좋다. 오름길인 능선이 노송들과 암봉의 향연장이라고 치면 내림길은 굴참나무가 가득하여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놓고 있다. 입석골에 다다르면 악휘봉과 입석마을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부드럽게 입석골을 타고 내려오면 계곡이 나오고 산행 날머리에 다다르며 산행을 마친다. 날머리 계곡의 물은 시원하다 못해 손이 시리다. 계곡의 시원한 물로 땀을 씻어 내고 나니 그 상쾌함이 아주 좋다.
기암과 단애를 이룬 바위와 노송이 한폭의 동양화처럼 아름다운 암릉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산행의 희열은 맛볼 수 있는 마분봉은 그야말로 눈과 마음과 몸을 모두 개운하게 해주는 좋은 산행이 된 것 같다. 하산하여 은티마을 주막집에서 고소한 손두부와 시원한 막걸리 몇잔으로 목을 축이고 돌아온다.
노인전문정신과 전문
'산행.여행 > 충 청 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백산 상월봉.국망봉 철쭉산행 (0) | 2012.06.05 |
---|---|
청풍호 자드락길 3코스 '얼음골 생태길' (0) | 2012.05.28 |
용추폭포와 연리지가 있는 <사랑산> (0) | 2012.05.14 |
청풍호 자드락길 6코스<괴곡성벽길> (0) | 2012.05.06 |
아내와 함께 오른 괴산명산 <아가봉> (0) | 2012.04.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