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영 남 권

비바람에 포기한 남해바래길 트레킹

바위산(遊山) 2012. 4. 25. 06:21

수평선위로 나비가 날개를 활짝 펴고 살포시 앉은 듯 좌우대칭을 이룬 섬이 있으니, 경남의 남해다. 동쪽 날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삼천포대교가, 서쪽 날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남해대교가 연육교로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모처럼 찾은 남해는 100mm라는 폭우와 강풍으로 엉망이 되어버렸다. 더구나 카메라에 물이 들어가 찍은 사진을 모두 못쓰게 되어 여기저기에서 그림을 빌려와 올려본다. 

병원산악회 정기산행을 남해의 금산 보리암과 함께 바래길을 걸어 볼까하여 새벽2시에 제천을 출발하여 아침이 되어서야 보리암에 도착하였다. 그러나 요즘 일기예보가 어찌나 신통하게 잘 들어 맞는지 폭우와 강풍에 운무까지 가득히 금산을 감싸고 있다. 금산을 한바퀴 둘러 볼까하는 계획은 무산으로 돌아가고 보리암을 둘러본 뒤 하산을 한다.   

 

금산은 높이 681m의 산으로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유일한 산악공원으로 온통 기암괴석들로 뒤덮혀 절경을 이루고 있다. 신라 원효대사가 보광사라는 절을 지어 보광산이라 불려오던 것을 조선 태조 이성계가 이 산에서 100일 기도 끝에 조선왕조를 개국하게 되어 온 산을 비단으로 덮어 준다는 약속을 하였으나 조선의 개국 후 이를 실행하기 위해 중신들과 회의를 가졌으나, 중신중 한사람이 "우리나라에는 그 산  전체를 덮을 만한 비단이 없으며, 비단으로 산을 감싼 이후에도 몇년이 지나지 않아 누더기가 되므로 산이름을 "금산(비단금)"으로 하는것이 좋겠다고 하여 금산으로 불리우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금산은 조망도 좋고 산 자체가 가진 멋도 뛰어난 대표적인 산이다. 제주도, 거제도, 완도 다음으로 우리나라에서 네번째로 큰 섬인 남해는 '가는곳 마다 관광지'라 할 만큼 한려수도 해상 공원과 금산을 비롯,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전적지 및 유적지 등 둘러볼 곳이 많다. 이곳 금산에는 비둘기를 닮은 봉우리, 개바위, 날일(日)과 달월(月)자를 닮았다는 일월암, 자라처럼 생긴 흔들바위, 닭바위 등 갖가지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가득하다. 대장봉, 사자암, 향로봉, 흔들바위, 쌍홍문, 음성굴 등이 울창한 숲과 함께 눈 앞에 보이는 남해바다와 조화를 이루어 금산 38경을 자아 내고 있으며 산 정상에는 우리나라 3대 기도처의 하나인 보리암이 소재하고 있어 산행의 줄거움을 더해주고 있는 곳이다.

언   제 : 2012년 4월 21일(토) 강풍과 폭우

누구와 : 창민산악회(9명)

어데에 : 남해 남산 보리암과 다랭이마을

보리암은 동해의 낙산사 홍련암, 서해의 석모도 보문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으로 꼽히고 있다. 보리암은 금산 38경의 명소에 둘러싸여 있어 더욱 돋보인다. 위로 우람한 대장봉이 있고, 아래에 탑대가 받치고 있으며, 발치에 금산 제1의 명소 쌍홍문이 있다. 오른편에 화엄봉과 일월봉, 왼편에 삼불암이 늘어서 있고, 건너에 거대한 상사바위가 보인다. 뿐만 아니라 세존도 등 섬들이 점점이 떠있는 그림 같은 상주 앞바다를 굽어보고 있고 그 너머로 망망대해를 그윽이 바라보고 있다.

보리암은 불교 남방전래설의 예가 되고 있는 가락국 김수로왕의 왕비인 인도 아유타국 허황옥 공주의 삼촌이 되는 장유선사가 창건했다는 설과, 신라의 원효대사가 강산을 유람하며 다니다 금산이 방광하듯 온 산이 빛나는 것을 보고 보광사를 짓고 산을 보광산이라 했다는 설이 있다. 보리암 앞 탑대 위에 있는 3층석탑(경남 유형문화재 제74호)은 기이한 전설을 지니고 있다.

김수로왕비 허왕후가 인도에서 가져온 바사석으로 김해 구지봉 아래 호계사에 세운 탑을 원효대사가 이곳으로 옮겨 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 허왕후가 인도에서 가져온 부처님 사리를 모시려고 원효대사가 이 탑을 세웠다는 이야기가 있으나 실제로는 고려 후기 양식의 탑이라 한다. 탑이 신비스러운 것은 나침판을 놓으면 나침판 바늘이 남북을 가리키지 못하고 방황한다는 것이다. 밤에는 종종 이 탑이 빛에 싸인다는 이야기도 있다.

보리암을 내려와 상주해수욕장으로 향한다. 평균너비가 120m에 이르는 백사장이 반달 모양으로 2㎞에 걸쳐 펼쳐져 있어 금산이 둘러싸고 있으며, 입구에는 삼서도·목도 등이 파도를 막아주어 해수면이 잔잔하다. 물이 맑고 깨끗할 뿐만 아니라 경사가 완만하고 수온이 20℃ 이상으로 비교적 따뜻하여 해수욕장으로는 매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남해의 소금강이라 불릴 만큼 산세가 빼어난 금산과 기암절벽, 바다낚시터로 유명한 세존도와 더불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어 해마다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특히 해수욕장변으로 아름드리 해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좋은 풍광을 만들어 놓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도 보리암처럼 운무는 없지만 비바람이 거세다보니. 모두들 차안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급히 사진 몇장 찍고는 가천 다랭이마을로 향한다. 

 

해안도로 따라 차를 몰고 30분쯤 달리자 도로 아래로 마을이 펼쳐진다. 이곳이 다랭이마을이다. 몰아치는 비바람에 우산을 쓰고 전망대에 올라서니 산을 배경으로 탁 트인 바다와 셀 수 없이 많은 계단식 논의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다랭이 마을 뒤로는 수려한 암릉을 자랑하는 설흘산이 감싸고 있다. 언젠가는 한 번 올라 보리라 마음먹었으나 거리가 멀어 아직도 미답인체로 남아있는 산이다.

해안가로 내려가는 길에는 사람의 성기 모양을 닮은 두 개의 커다란 바위가 있다. 이 바위는 마을의 자랑거리인 '암수바위'로 오른쪽 바위를 수미륵, 왼쪽 바위를 암미륵이라 부른다. 일종의 무속신앙으로 예부터 아이를 못 낳는 여자가 이곳에서 소원을 빌면 아이를 낳게 해준다는 전설이 있다.암수바위를 지나면 '지게길'에 도착한다. 이곳은 해안트레킹 코스로 마을 조상들이 지게를 지고 땔감과 곡식을 나르던 길을 복원해 놓은 곳으로 바래길1코스의 종착지이기도 하다.

 

해안선 따라 있는 지게길은 약 2.5Km의 슬로우투어 코스다. 주변으로 만개한 유채꽃과 어우러진 길이 아름답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유채꽃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기에도 좋은 곳이다.지게길 아래로 마을 앞바다 작은 섬에 건너갈 수 있는 출렁다리가 있다. 그러나 몰아치는 비바람으로 사진 몇장 찍고는 급히 차로 돌아오고 만다. 

다랭이 논을 직접 체험해 보고 싶다면 매년 여름 개최되는 다랭이 논 축제가 있다. 축제기간 동안 삿갓배미놀이를 시작으로 황소 써레질 체험, 손 모내기 체험, 미꾸라지 잡기, 논 썰매 타기 등 다양한 농경 체험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전통적인 농기구 써레를 이용해 계단식 논에서 써레질과 함께하는 손 모내기 체험은 가족단위 관광객들과 외국인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다랭이마을을 떠나 남해읍에서 남해의 명물인 멸치회와 멸치쌈밥으로 회식을 하여볼까 하였으나 파는곳이 없다. 산행멤버의 지인이 연륙교 근처에 살고있어 연륙교로 오라고 한다. 연륙교 아래 배모양의 수산물센터가 있는 작은 어촌 횟집에서 모듬회로 포식을 하고 얼큰한 취기와 지인이 선물해준 마른멸치 한박스씩을 안고 귀향한다. 선물하여 주신 지인과 잠못자고 운전해주신 홍기사님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비바람으로 못다한 남해여행을 다시 한 번 기약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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