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영 남 권

황장산 수리봉(촛대바위 암릉코스)

바위산(遊山) 2011. 9. 25. 09:24

 

충북 괴산과 경북 문경의 경계지역에는 무수한 명산들이 늘어서 있다. 황장산도 그 중의 하나로 수려한 기암과 암릉이 아름다운 산이다. 벌재를 넘어 동로면 장자불로 들어서면 전국의 명산 묘터 중 옥관자(玉寬子) 서 말, 금관자(金寬子) 서 말이 나온다는 연주패옥(連珠佩玉) 명당과 관련된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예로부터 무송대(舞松臺) 또는 말무덤(馬塚)으로 부르는 이 곳은 임진왜란떼 명나라 장수 이여송을 따라 우리나라에 와서 귀화한 이름난 지관인 두사충이 조선조의 문신인 약포 정탁 대감에게 큰 은혜를 입게되어 그 보답으로 정대감의 신후지지(身後之地-살아 있을때 미리 잡아둔 묘자리)를 이 일대에 잡아두고, 그 위치를 구종에게 알려 놓았다고 하는데 그 자리가 바로 연주패옥형(連珠佩玉形) 명당으로서 자손이 아주 귀하게 되는 곳이라 하였다.

 

 

<무송대▲>

그후 정대감의 아들과 그 위치를 아는 구종이 묏자리를 찾아 이곳에 와서 연주패옥 명당을 가리키는 순간 말이 구종을 차서 죽게하니, 화가 난 대감의 아들이 말을 죽여 이 곳에 묻었는데 그 후로 연주패옥 명당은 다시 찾을 수 없었다고 전한다. 지금도 일대에는 명당을 찾으려는 지관(地官)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곳으로 주변에는 백두대간 명산들이 병풍처럼 둘러 있고, 천주봉, 대미산, 황장산, 옥녀봉, 경대봉이 있어 그 천하의 명당다운 형세를 자랑하고 있다.

 

마총과 무송대를 지나, 생달리에 다다르면 동로초등학교 생달분교자리가 나온다. 도로변 좁은 주차공간에 주차를 하고 산으로 접어드는 들머리에는 '비법정탐방로 출입금지' 표지판이 앞을 막는다. 무시하고 전진을 하면 폐기된 지하 탄약고가 나오고 자연석 돌무지가 군데군데 쌓여 있는 들깨밭을 지나 무덤 3기가 나온다. 무덤에서 왼쪽으로 오르면 릿지 암릉구간을 우회하는 길이고, 오른쪽으로 들어서면 곧바로 수리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가을이라지만 한낮의 양광은 따갑게 내려쬔다. 들머리에 청초하게 피어있는 들국화와 살랑살랑 불어는 바람이 가을을 실감하게 한다. 묘지를 지나, 능선을 타고 오르면 머지 않아 바위들이 보이고 암릉구간으로 들어선다. 두명의 릿지꾼이 촛대봉에 자일을 걸고 오르고 있다. 촛대봉은 전문 릿지꾼이 아니더라도 암릉산행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밧줄만 설치 한다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첫번째 암릉슬랩▲>

월악산 국립공원구역에 속하는 황장산은 단양의 방곡리에서 오르는 길과 치갓재에서 오르는 길이 있다. 수려한 수리봉의 암릉을 타려면 생달리 동로초교 생달분교쪽에서 오르면 된다. 수리봉 암릉코스는 릿지코스로 암벽등반장비를 갖추고 8개의 암봉을 오르는 아기자기한 코스다. 암벽장비가 없다면 오를수 있는대로 오르다, 정 오르기 힘든 구간은 우회를 하기로 한다. 그러나 릿지꾼들이 아니면 산객들이 잘 찾지 않는 곳으로 등산로가 희미하여 길을 찾기가 어렵고 위험구간이 많아 암릉산행에 익숙치 않다면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

 

황장산(작성산 1,077m)은 경북 문경시 동로면 생달리에 위치한 백두대간 상의 산이다. 정상을 중심으로 북서릉과 남동릉이 대체로 함준한 암릉으로 이어져 있다. 이 산은 문경군지에는 황장봉산으로 표기되어 있고, 1/50000 지형도에는 황정산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황정산은 도락산을 이웃하고 있는 단양의 산이며, 작성산은 동산을 마주하고 있는 제천의 산이 있으므로 황장산이라고 부름이 좋을 듯하다. 황장산은 백두대간이 저수재와 벌재를 지나며 문수봉으로 이어지는 중간, 문경군 동로면 오지에서 솟아오른 큰산이다.

 

황장산은 문헌별로 황장산,작성산,황장봉산으로 각각이며 마을 사람들은 질 좋은 황장목이 많다고 하여 황장산이라 부른다. 고려 공민왕때 비빈과 상궁들의 피신처가 되기도 하였던 문암골 깊은 계곡은 넓은 반석과 폭포 및 담소로 어우려져 매우 아름다운 자태를 가지고 있으며, 작성산성의 이끼 낀 돌문이 남아있다. 예전에 문암골에서 황장산으로 오른 적이 있다. 능선에는 촛대같이 서있는 투구봉을 위시해서 봉우리가 유난히 많고, 능선 남쪽과 동쪽면은 깎아지른 절벽으로 아찔한 곳이 많아 주의를 요하고, 정상에서 전망도 아주 좋은 산중의 하나이다.

 

<작은 촛대바위▲>

황장산 수리봉릿지는 백두대간의 기운을 받은 아름다운 바윗길로 1996년 청주대산악팀이 뚫은 약 600m 길이의 짧은 암릉길다. 수리봉은 그 황장산 남쪽 황장재(941m)에서 대간을 벗어나 남쪽으로 형성된 산줄기 끝자락을 화려하게 장식한 바위능선이다. 실제 등반기점은 해발 500m에서 800m로 직선거리가 600m 정도로 규모가 작지만 수려함과 조망은 유명산 못지않다. 완전한 독립봉으로 수리봉 릿지코스의 수문장역할을 하는 촛대바위에는 소나무 한 그루가 절묘함을 만들어 놓는다.

 

릿지팀의 아슬아슬한 촛대바위 하강 모습을 지켜보며, 계단처럼 이루어진 비교적 쉬운 길을 따라 5m쯤 가면 혼자서 아슬아슬하게 걸을 만한 암릉이다. 더 걸어가면 낙타바위 정상으로 이어지는 폭이 좁은 20m쯤의 슬랩이 하늘로 오르는 길처럼 서 있다. 슬랩의 아래쪽으로 나무로 만든 비석이 하나 있고, 바위를 돌아서면 철로 만든 추모비가 바위에 박혀 있다. 산을 좋아하는 분들이 이곳에서 사고로 유명을 달리 하신 것 같다. 

 

<산악사고 추모비▲>

 

 

 

<촛대바위▲>

 

 

촛대바위부터 낙타바위 암릉구간까지는 자일이 없어도 오를 수 있는 구간이다. 다만 안전시설이 전혀 없으므로 조심을 하여야 한다. 낙타바위에 올라서면 시원한 바람과 함께 여우목고게로 올라서는 지방도와 생달리의 모습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낙타바위를 내려서면 대슬랩을 오르게 된다. 네발로 기어 오르는 대슬랩위로 몇구루의 소나무가 자라고 있어 운치를 더한다. 

 

 

 

 

 

 

6봉으로 불리우는 낙타바위를 지나, 40m 정도의 바위슬랩을 네발로 기어 올라 나무 그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며 릿지꾼들의 암벽등반 모습을 지켜본다. 저 양반들 보조자일이 없어도 오르고 내릴 수 암릉길을 일일이 자일을 걸고 오르니, 저러다간 오늘 중으로 산행을 마칠지 걱정이 된다.  

 

 

  

 

슬랩에서 숲길을 20m 정도 걸어가면 급경사의 바위벽이 나타난다. 90도에 가까운 바위벽을 돌아 나무가지와 뿌리를 잡고 아슬아슬 기어 올라야 한다. 이곳이 출입금지구역이라서 밧줄은 커녕 기초적인 안전시설 하나 없다. 장비나 보조자일이 없으니 맨몸으로 부딧히는 수 밖에~   

 

  <낙타바위▲>

나는 낙타 주둥이 부분이 낙타처럼 보이지 않고~ 거시기가 자꾸 연상되는지......???) 

 

<대슬랩구간▲>

 

 

<측면에서 본 낙타바위▲>

 

 

<전망대>

 

 

                            <여우목고개>                                                  <생달리>

 

 

<지나온 암릉구간>

 

 

낙타바위를 내려와 다시 한 번 7봉 암봉으로 오른다. 암봉의 첫머리에 소나무가 몇구루 어우러져 있고 전망대 역할을 한다. 7봉 암릉을 타고 전진하는 길은 위험구간이다. 암릉을 따라 100여m 더 가면 암릉의 끝이 나온다. 그저 밧줄 하나만 매달려 있다면 어렵지 않게 하강을 할 것 같은데, 자일이 없다면 하강하기는 어려운 구간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내려가 볼까 고민을 하다 우회하기로 한다. 아직도 처자식을 더 부양하여야 하고, 아차하면 홀로산행에 시체 찾기도 어려울 것 같다. 

 

 

 

 

<7봉암릉길▲>

 

 

거시기가 움찔움찔한 100m쯤 되는 7봉 암릉을 후덜덜 거리며 되돌아와 올라온 길로 다시 하강을 한 뒤에 암봉을 우회한다. 길게 암봉의 북으로 우회하여 안부로 올라서면 움막터가 나온다. 움막터 앞은 하강을 하려다 포기한 7봉 끝 단애가 우뚝 서있다. 이곳에서 8봉을 우회하여 뚜렷한 등산로를 따라 황장재로 오른다. 

 

언    제 : 2011년 9월 24일(토)

누구와 : 나홀로

어데에 : 황장산 수리봉 릿지코스(3시간) 

 

                     <암릉우회로(하단)△>                                                     <7봉끝 단애△>

 

능선에 오른뒤  칼바위 능선을 타고 조금 전진을 하다가 짧은 밧줄구간을 올라서면 정상에 서게 된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아주 좋다. 치갓재에서 감투봉을 지나 황장산(1,077.3m)으로 이어지는 암산 우뚝하게 올려다 보이고, 수리봉 아래로 길게 뻗어 나가는 암릉이 꽃처럼 눈부시게 내려다 보인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수려한 암릉을 자랑하는 산이다.

 

<황장산▲>

 

 

<황장재 암릉길▲>

 

 

<수리봉 릿지코스▲>

 

 

황장재에서 간단히 간식으로 허기를 때우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산에 들면, 고향의 품처럼, 어머니의 품속처럼 언제나 푸근함과 편안함이 있다. 그래서 나는 산이 좋고 홀로 산에 오르는 것이 좋다. 산판을 시끄럽게 하던 매미 울움도 잦아들고 가녀린 풀벌래 소리와 나무가지를 흔드는 바람소리 뿐 적막감이 몰려오는 산속은 일상과는 또 다른 세상에 들어와 있는 착각을 만들어 낸다.  

 

 

 

 

 

<낙타바위암릉▲>

잠시 휴식 후 수리봉 암릉 북쪽으로 나 있는 우회로로 하산을 한다. 하산중 암반슬랩 전망대를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수리봉 암릉은 화사한 바위꽃을 보는 듯 아름답다. 이러한 전망대는 하산중 몇 곳에서 만날 수 있다. 릿지를 하시는 분들 아직도 반을 못 오른 것 같다. 릿지산행에 아직 익숙치 못한 훈련생(?)인 듯하다.

 

<수리봉암릉▲>

예전에 수리봉 암릉코스를 연, 최과장과 찾아 온 적 있으나, 코스를 잘 못 들어 엉뚱한 곳으로 올랐던 곳이다. 그 아쉬움으로 오늘 홀로 산행을 하게 되었다. 하산을 하니, 오름길 2시간, 내림길 1시간으로 3시간이 소요되었다. 안내도에는 4시간이라 되어 있는데, 홀로산행이라 한시간쯤은 단축된 것 같다. 장갑도 없이 나무가지와 바위를 잡고 무리를 한 탓인지, 손바닥이 얼얼하고 쓰리다.

 

<촛대바위大, 小▲>

하산하여 시원한 계곡물에 땀을 씻으니, 그 개운함이 아주 좋다. 집으로 돌아 오던 중, 서울에서 오셨다는 길잃은 산객을 모셔다 드리느라 한참을 소비하였다. 비록 코스는 짧지만 아름다움과 스릴있는 수리봉 암릉코스는 바위산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암릉산행이 될 것 같다. 다만 출입을 허락하고 위험구간에 안전시설과 자일 몇개만 설치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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