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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망 제일의 백두대간 <조항산>

바위산(遊山) 2011. 9. 10. 13:46

언   제 : 2011년 09월 03일(토)

누구와 : 나홀로

어데에 : 충북 청천면 삼송리, 경북 문경 농기리의 조항산

소요시간 : 삼송저수지(의상저수지)~청화산~갓바위재~의상저수지(6시간)

월악과 속리를 잇는 백두대간 주변으로는 일일이 거론하기도 번거러울만큼의 수려한 명산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대부분 모두 올라 보았지만 대간길 대야산과 청화산 사이에 오똑 솟은 조항산을 올라보지 못한 아쉬움이 꼭 이빨빠진 것처럼 어색하고 마음이 불편하여 홀로 조항산을 찾아간다.  

이웃하고 있는 청화산과 함께 둘러보면 좋으나, 청화산 산행시는 시루봉과 같이 둘러보는 바람에 오늘은 조항산만 단독산행을 하게 되었다. 의상(삼송)저수지에 도착하니, 저수지 증설공사로 인하여 수량은 줄어 있고 공사장 소음으로 시끌하다. 4대강 사업과 더불어 기존의 저수지 제방을 높이고 준설하여 저수량을 늘리어 물부족에 대비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공사중인 제방끝에 주차를 하고 저수지 남쪽 숲으로 나 있는 희미한 등산로를 따라 저수지 끝으로 향한다. 공사 때문에 안내표지판을 뽑아 버렸는지 들머리를 찾지 못하고 저수지 동북쪽의 희미한 임도를 따라 오른다. 그러나 산의 중턱도 오르지 못하여 이내 등산로는 사라지고 밀림처럼 우거진 너덜 산판을 헤집고 오른다. 너덜길에다가 육림사업으로 잘라버린 잡목이 이리저리 쓰러져 얽혀버린 산판은 헤집고 오르기가 장난이 아니다.

한시간 정도를 헤집고 올라 겨우 능선으로 올라 섰으나, 숲이 울창하여 방향을 잡기가 어렵다. 오락가락 하는 사이, 조금은 이른 듯 한데, 버섯채취를 하시는 부부에게 조항산의 위치를 알려준다. 비지땀을 흘리며, 산판을 헤집고 오르는라 소진된 체력으로 가파른 능선길이 버거워 쉬엄쉬엄 조항산으로 오른다.

▲둔덕산 마귀할미퉁시바위

 

▲중대봉(좌)와 대야산(우)

 

조항산으로 오르는 능선상의 바위 전망대에 서면 북으로 흰바위슬랩을 드러낸 암산 중대봉과 용추폭포로 유명한 대야산이 보이고 동으로 둔덕산 마귀할미퉁시바위 암릉이 지척으로 보인다. 전망바위 옆으로 이끼꽃과 들국화(구절초)가 청초하게 피어 있어 가을을 말하고 있다. 

▲바위전망대

 삼송리 삼송교에서 300m쯤 들어가면 용송(龍松)이라 불리는 수령 600년 된 커다란 소나무가 있다.  용송 주변에는 아름드리 소나무 20여그루가 있어 이정표로 삼으면 된다. 여기서 1km 정도 오르면 의상저수지에 닿게 된다. 저수지를 오른쪽으로 끼고 20분쯤 오르면 저수지가 끝이 나고 계곡으로 이어진다.  계곡을 따라 20분쯤 가면 Y자로 갈리게 된다.  이곳에서 정동으로 방향을 잡고 Y자 계곡 사이로 뻗은 작은 능선을 따라 40분쯤 오르면 769봉에 서게 된다. 769봉에서 대간길을 따라 1시간쯤 오르면 정상에 오르게 되는데. 오늘은 길을 잘못들어 산판을 헤집고 오르게 되었다.

▲조항산.청화산 등산로

 

▲능선에서 만난 기구한 참나무

 

▲마분봉(좌)과 희양산(우)

 

정상이 가까워지자 조망은 더욱 일품이다. 개스가 없는 하늘은 일망무제의 조망을 만들어 낸다. 대야산과 중대봉 너머로 장성봉 과 오른쪽으로 애기암봉이 흘러 내리고 왼쪽으로 막장봉이 서릉을 타고 제수리제로 뻗어 나간다. 서로는 마분봉을 지나, 흰 암벽을 둘러친 희양산이 구왕봉을 지나 덕가산으로 이어져 나간다. 모두가 괴산의 아름다운 명산이다. 

농암면 궁기리 주민들은 예전부터 조항산을 ‘갓바위봉’이라 부른다. 옛날 천지개벽으로 세상이 물에 잠겼을 때 정상 바위 꼭대기만 ‘갓(冠帽)’만큼 물 위로 나와 있었다는 전설에서 생긴 산이름이다.
궁기리에서 이 산을 바라볼 때 정상부가 M자형으로 봉우리가 두 개로 보인다. 두 봉우리 중 실제 정상인 왼쪽 봉이 갓바위보다 낮게 보인다. 오른쪽으로 정상보다 높게 보이는 바위봉을 두고 주민들은 갓바위산이라 부르는 것이다. 
정상에서 갓바위 암봉을 지나는 동릉을 경계로 북쪽 고모치로 오르는 계곡인 고무재 마을을 궁기2리, 동릉 남쪽 갓바위재 방면 밤나무골로 들어서는 하궁, 중궁, 상궁 마을을 궁기1리로 구분하고 있다.

▲조항산 정상

 

▲중대봉(中) 너머로 막장봉.장성봉.애기암봉

 

▲당겨 본 대야산

능선을 타고 오르다 삼거리에 다다른다. 삼거리에서 가파르게 치고 오르면 조항산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정상에 오르니, 한적하던 산길은 잠시 북적거린다. 몇명의 산객들이 점심을 먹고 있고, 대간종주를 하는 한팀이 열심히 무전을 주고 받으며, 지나친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가히 일망무제라 할 수 있다. 오랜 산행에서도 이처럼 청명하고 좋은 조망은 일찍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속리산 주능선

 

▲당겨 본 마귀할미퉁시바위, 뒤로 막장봉과 장성봉

서북으로 마분봉을 지나 희양산과 구왕봉이 덕가산, 금단산으로 이어져 나가고 북으로 중대봉, 대야산이 장성봉과 막장봉, 애기암봉을 지나 칠보산으로 뻗어 나간다. 희양산 동북으로 조령산을 일구어 놓은 산맥이 포함산과 덕주봉, 만수봉으로 이어지다 끝으로 월악의 영봉까지 이어지며 선명하게 보이니, 참으로 좋은 조망이다.  

▲마분봉.희양산 너머로 조령산.포암산.월악산

 

▲마을을 지나 백악산

서쪽으로는 속리산 주능선의 암봉들이 톱날처럼 이어지다, 문장대에서 관음봉, 묘봉을 지나 상학봉으로 이어지고, 서북으로 백악산의 온유한 능선이 길게 이어지다가, 낙영산을 지나 가령산, 도명산으로 이어진다. 참으로 좋은 조망이며, 한반도 중부에 분포한 최고의 명산군락이라고 할 수 있다. 잠시 조망을 즐기며, 때 지난 허기를 찹쌀떡 한조각으로 때우고 하산을 서두른다.

▲청화산

 

▲수리봉 암봉(뒤로 뾰족한 것)

 

▲청화산과 갓바위재 암릉길

 

▲암릉 오름길

 

▲두번째 암릉길

 

▲청화산 하산길

 

▲갓바위재 암릉길

 

 

 

하산은 청화산으로 향하는 대간길 남서릉을 타고 내려온다. 잠시 내려서면 곧바로 앞을 가로막는 수직절벽 암봉 아래 안부로 이어진다. 앞을 가로막는 암봉이 궁기리에서 볼 때 정상보다 높게 보이는 갓바위봉이다.
갓바위 수직암벽 아래로 약물탕이 있다고 한다. 갓바위봉 북동쪽 절벽 아래서 솟아 나오는 약수물은 2m 깊이 굴속 가슴 높이 구멍속에서 나온다. 거대한 바윗덩어리인 갓바위봉 습기가 이곳으로 모여 흘러나오는 물이다. 무속인들의 기도터로 이용되기도 한다고 한다. 

갓바위봉 암릉을 지나면 또 하나의 작은 암릉길이 나온다. 암릉을 지나면 헬기장이 나오고 갓바위재 안부에 다다른다. 헬기장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한옆으로 억새가 꽃을 피우고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어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기게 한다. 
이곳에서 청화산으로 오르는 주능선을 버리고 의상저수지 방향으로 내려선다. 비교적 잘 발달된 등산로를 타고 내려오다 보면 임도에 다다른다. 지그재그로 나 있는 임도를 몇차례 가로질러 내려오면 다리골 계곡에 다다른다.

 

 

▲갓바위봉(전)과 조항산(후)

 

▲헬기장 갈대밭

 

티없이 맑은 물이 흐르느 계곡에서 윗도리와 등산화를 벗고 시원하게 땀을 씻은 뒤 의상저수지로 향한다. 의상저수지 끝머리에 있는 하단이 불에 타, 반 만 남은 노송을 지나 저수지를 한바퀴 돌면 산행이 끝난다. 그리 수려하지는 않지만 일망무제의 조망을 보여준 조항산행은 5시간을 계획하였으나, 알바로 인하여 6시간을 넘기고서야 산행을 마친다.

▲다리골계곡

 

▲조항산 들, 날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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