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가 각박해지고 사람들끼리 정을 붙히고 살아가는 것도 예전만은 못 한 것 같다. 너무도 빨리 변해가는 세상이 가끔은 어지럼증 같은 것을 만들어 놓는다. 그래서 주말이면 속세를 떠나 자연과 같이 하는 시간을 만들어 보고 싶다. 그래도 변화무쌍한 세상살이 속에 늘 변함이 없는 것이라고는 산뿐인 듯하다. 산은 언제나 말이 없이 제자리에 우뚝 서 있어 묵묵하다. 그래서 변함없고 오래된 친구처럼 아련한 동경과 그리움 같은 것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구만암>
아내와 함께 밀양에서 있는 지인의 대사(大事)에 참석하였다가 구만산에 오르기로 한다. 밀양은 태어나 처음 찾는 곳이다. 그래서 전국의 많은 산을 다녔다고 하는 나도 이 고장의 산에 대해서는 문의한이나 다름이 없다. 그나마 구만산을 발견한 것만 하여도 행운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멀기는 하나 남도의 산에도 관심을 가져 보아야 할 것 같다.
밀양에서 송백을 지나 구만산장으로 들어서면 너른 주차장이 있다. 사설주차장인듯 근처에 사는 아저씨가 주차료를 징수하고 있다. 주차를 하고 구만사로 향하면 절개지에 매달린 호수에서 지하수가 쫄쫄 쏟아져 내린다. 이곳에서 식수를 챙기면 된다. 샘물 옆으로 구만산 3.8km, 구만폭포 2.4km, 구만산 4.1km라고 적힌 이정표가 서있다. 이렇게 한바퀴를 돌아오는데는 4시간 정도의 산행시간이 소요된다.
조금 오르면 구만암이 나온다. 작은 암자인 구만암 스피커에서 반야심경인 듯 싶은 염불소리가 구성지게 흘러나온다. 해석되지 않아 무슨 뜻인지 알아 들을 수 없는 불경은 누구에게 들으라는 것인지, 그저 조용한 계곡에 소음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이제는 불경도 알아 듣도록 해석하여 중생계도에 보탬이라도 되어야 할 것 같다.
경북 청도와 경남 밀양에 자리한 구만산(785m)은 수려한 구만동계곡으로 하여금 계곡등반의 묘미를 느끼게 해 주는 곳이다. 벼락듬이, 부석듬이, 아들바위, 상여바위, 상투바위, 송곳바위, 병풍바위, 얹힌바위, 흔암 등 천태만상의 바위와 40m의 구만폭포와 바위 벼랑을 아슬아슬하게 통과하면 펼쳐지는 협곡의 풍경은 가히 절경이라 아니할 수 없는 곳이다.
구만동이 알려지지 않고 고스란히 비경을 간직할 수 있었던 것은 이웃한 명소와 지형적 특성이 큰 역할을한 것 같다. 지리산 뱀사골이 심원계곡을, 가야산 해인사가 백운동계곡을, 덕유산 구천동이 마학골을, 오대산 상원사와 적멸보궁이 신선골을, 설악산 천불동이 둔전골을 꼭꼭 숨겨 두었듯이 인근에 자리한 운문사 석골사계곡과 재약산 얼음골, 가지산 호박소 등의 명소에 치인탓도 있지만, 계곡 입구에 유명한 약물탕이 있어 이곳까지 찾아온 사람을 붙들었을 뿐 아니라 큰 바윗돌까지 계곡을 막고 있으며, 더구나 계곡 중간에 구만폭포(통수골폭포)와 병풍암이 있기 때문이다.
절 주변의 계곡은 큰 바위들과 절벽이 어울려 있고 5m 절벽 위에서 떨어지는 약물탕이 있어 여름이면 찬 물맞이를 위해 사람의 홍수를 이룬다. 구만약물탕은 300m나 되는 높이에서 바위틈 사이를 비집고 흘러 내린 물이 떨어지는 곳으로, 물이 너무나 차가워 3분 이상은 천하장사도 버틸 수 없다고 한다. 이곳 약물탕은 예로부터 피부병에 특효가 있다고 알려졌다. 설악의 천불동과 흡사한 20리 계곡의 구만동은 임진왜란 당시 구만명의 사람들이 난을 피해 들어와 숨어 있었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약물탕>
약물탕 주변의 암벽사이로 바위돌이 얼키고 설켜 계곡을 막고 있어 예전에는 우기에 이곳을 지나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하는데, 지금은 사진에서처럼 다리를 놓아 누구나 쉽게 계곡을 오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오랜 가뭄으로 계곡이 바짝 말라 있고 암반지대에만 곳곳에 작은 물이 흐르고 있어 아쉬움을 만들어 놓는다.
<구만산 등산지도>
등산로는 약물탕 옆 계단을 타고 넘어 계곡을 건너 왼쪽으로 구만폭포 밑까지 잘 발달되어 있다. 계곡을 타고 나 있는 유순한 등산로는 수목이 울창하여 그늘을 만들어 놓아 시원하게 해준다. 하지만 등산로를 따라 구만산에 오르는 것도 좋지만, 물살에 씻기고 햇살에 마른 매끈한 바위를 밟고 개울을 따라 발을 적시며 계곡트레킹을 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계곡은 계속하여 커다란 바윗돌과 자갈로 채워져 있다.
걷다보면 오른쪽 산사면으로 가끔씩 너덜지대가 나온다. 너덜 끝으로 암봉이 올려다 보이고 왼쪽 산사면으로는 온통 암벽과 암봉이 올려다 보여 아름다운 협곡을 만들어 놓고 있다. 이만한 풍경이면 나라안 어느 계곡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계곡을 타고 한시간 남짓 오르면 구만폭포에 오를수가 있다.
<너덜지대>
<병풍암>
구만폭포는 높이 40m의 2단으로 나누어진 직폭인데, 좌우에는 높이 100m가 넘는 바위벽이 200m나 병풍처럼 늘어서 있어 아무리 둘러봐도 뚫고 나아갈 길이 보이질 않는다. 우기라면 거센 폭포수와 우렁찬 물소리로 더위를 무색하게 하리만큼 웅장한 모습이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이 폭포를 둘러보고는 오던길로 하산을 한다. 구만폭포만 다녀가는데는 2시간이면 족하다.
<구만폭포>
<구만폭포 하단>
갈수기라 가느다란 물줄기가 흘러 내리는 폭포 아래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발을 담그고 있다. 중년 남여들의 왁자지껄한 농찌거리를 뒤로하고 폭포의 왼쪽으로 난 등산로를 타고 오른다. 좌측 너덜지대를 200m 올라 절벽에 자리잡은 멋들어진 노송 바로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병풍암 허리를 껴안듯이 돌아나가게 되어 있다. 폭포 위에는 부부산객이 한팀이 올라와 휴식을 취하고 있다.
<폭포 오름길>
<병풍바위 상단>
언 제 : 2012년 6월 9일(토) 맑음
누구와 : 마누라
어데에 : 경남 밀양의 구만산(구만산장~구만폭포~구만산~남서릉~구만산장, 4시간)
<상단폭포>
내연산의 내연폭포만은 못할지라도 자리를 뜨기가 아쉬울만치 폭포 상단에서 바라보는 협곡의 풍경은 시선을 잡아 놓는다. 다시 계곡을 따라 오르면 두만산 1.3km라는 이정표가 나오고 조금 더 오르면 두만산 0.9km라는 이정표가 나온다. 정상은 계속 계곡을 따라 올라가야 길도 좋고 경치가 좋다고 하는데, 대사에 참석하였다가 달랑 물한통 들고 오르는 형편에 산행시간을 길게 잡기가 어려워 곧바로 두만산으로 직등한다.
<상단폭포에서 바라본 협곡>
<구만산 오름길>
두만산으로 오르는 길은 대부분 작은 암릉으로 햇볕이 가려지지 않고 가파라서 땀을 줄줄 쏱아내게 된다. 이러한 암릉길은 산상 근처까지 이어지다 정상이 가까워서야 숲길로 접어들어 20여분 오르면 정상에 서게된다. 정상은 잡목으로 에워쌓여 있어 조망은 어렵다. 정상에서 남동릉을 타고 하산한다. 철쭉과 물푸레나무가 자리한 능선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상쾌함을 만들어 준다. 능선길은 부드럽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구만산 정상, 해발 785m>
산은 언제 어느 곳에 올라도 좋다. 그리고 오른만큼의 조금씩 깨닳음을 가져다 주기를 서서히 거듭한다. 그래서 유산여독서(遊山如讀書-산에서 노니는 것은 책을 읽는 것과 같다) 라고하여 "산에 오르면 책을 읽는 것처럼 저절로 깨닳음을 얻을 수 있다"라는 말이 생겨 난 것 같다.
<북암산>
부드럽고 편안한 능선길은 남서릉 끝까지 이어진다. 능선을 걷다가 먼곳으로 시선을 던져 휘 둘러보면 지나온 구만산이 뒤로 보이고 동으로 봉의저수지를 지나 북암산이 우뚝하고 남서로 산행을 시작한 구만암 주차장이 아스라히 내려다 보인다. 부드럽게 이어지던 능선 등산로는 남서릉 끝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으며 가파르게 된비알을 내려서서 구만사 입구로 원점회귀를 하면 산행을 마치게 된다.
<구만산>
<봉의저수지 방향>
<구만산장 방향>
노인전문정신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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