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몇 안되는 고향친구들이 모여 산행을 하기로 하였다. 청주에서 접근성도 좋고 산행시간도 길지 않아 지루하지 않고 아기자기한 산행을 하기에는 갈모봉만한 산행지도 없다. 더구나 수려한 선유구곡을 끼고 있어 산행과 관광모드를 함께 즐길수 있는 산이다.
선유동 주차장에서 간단히 소주 한 잔 하고 선유구곡을 따라 오른다. 선유구곡은 괴산군 송면에서 동북쪽으로 1~2㎞에 걸쳐 있는 계곡이다. 퇴계 이황이 7송정(현 송면리 송정마을)에 있는 함평 이씨댁을 찾아 갔다가 산과 물과 바위와 노송 등이 잘 어우러진 절묘한 경치에 반하여 아홉달을 돌아다니며 9곡의 이름을 지어 새겼다 한다. 긴 세월이 지나는 동안 글자는 없어졌지만 절경은 여전하다.
이웃하고 있는 화양동이 남성적인 아름다움을 보인다면 선유동은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으며 신선이 내려와 노닐던 곳이라는 선유동문을 비롯해 경천벽, 학소암, 연단로, 와룡폭, 난가대, 기국암, 구암, 은선암이 9곡을 형성하고 있다. 선유구곡은 계곡을 타고 작은 도로가 동일한 지방도에 연결되므로 계곡 상류인 후문에서 진입할 수 있고 계곡 하류인 정문에서도 진입할 수 있다. 계곡은 하류와 중류 부근이 아름다우므로 정문 방향에서 진입하는 것이 더 좋다.
선유동 입구 선유동문에는 높은 바위 새새마다 여러 구멍이 방을 이루고 있는 바위 처마에 '仙遊洞門(선유동문)'이라고 새겨져 있고, 선유동문과 함께 마주하고 절벽의 높이가 수백척이며 바위층이 첩첩을 이루어 하늘의 지붕인듯 길게 뻗어 있는 경천벽이 있다. 선유동의 경천벽은 화양동의 경천벽에 비하면 여성적인 미를 느낄수 있다. 조금 위로 학소암이 자리하고 있다.
<연단로>
괴산은 35명산이 자리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명산을 많이 품고 있는 곳이다. 명산과 명산 사이에는 화양계곡, 선유계곡, 쌍곡(쌍계), 갈은계곡, 고산계곡, 풍계계곡, 연하계곡 등 수려한 계곡을 일곱개나 품고 있어 산천경계가 수려한 고장이다. 이 중에 풍계와 연하계곡은 괴산댐 조성으로 수몰되어 지금은 그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어버렸다.
조금 오르면 다리를 건너는 지점에 위가 평평하고 가운데가 절구처럼 패여있는 커다란 바위 두개가 계곡을 막고 서 있는 연단로가 나온다. 신선들이 이곳에서 금단을 만들어 먹고 장수하였다고 한다. 선유동은 문경 대야산 아래 자리한 내선유동과 괴산 갈모봉 아래 자리한 외선유동의 두 곳이 이웃하고 있어 사람들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다.
<와룡폭포>
<기국암>
강수량이 많은 여름이면 용이 물을 내뿜는 듯이 쏟아내는 물소리가 벼락치듯 흩어지는 와룡폭포를 지나면 바위 상단이 평평하여 바둑판 모양으로 생긴 기국암이 나온다. 세월가는 줄 모르고 신선들이 바둑두는 모습을 구경하던 나뭇꾼이 집으로 돌아와 보니 5대손이 살고 있더라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은선암>
조금 더 오르면 커다란 바위사이로 넓은 너럭바위가 있는 은선암이 나온다. 뒤쪽으로 한문으로 은선암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고 앞쪽으로는 '관찰사조명현'이라는 글씨가 한문으로 새겨져 있고 몇몇 사람들이 조악하게 자기 이름을 새겨 놓은 모습도 보인다.
<난가대>
기국암 옆으로는 난가대가 있다. 옛날 나뭇꾼이 나무를 하러 가다가 바위 위에서 신선들이 바둑두며 노니는 것을 구경하는 동안 도끼자루가 썩어 없어졌다 하여 난가대라고 하며, 은선암 앞쪽으로는 바위생김이 마치 큰 거북이가 머리를 들어 숨을 쉬는 듯하고 겉은 여러 조각으로 갈라지고 등과 배가 꿈틀거리는 듯 한 구암이 자리하고 있다.
<구암>
<은선암>
조금 더 오르면 거북을 닮은 거북바위를 지나 선유구곡의 끝인 제비소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갈모봉으로 오른다. 산으로 오르는 길은 마사토에 구불구불 자란 키작은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머지 않아 바위들의 모습이 보이고 시작하고 암릉산행을 하여야 한다.
<거북바위>
<제비소>
갈모봉은 작은군자산에서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상의 675m 봉에서 남쪽으로 뻗어 내린 지능선상 최고봉이다. 갈모봉 동남쪽 아래는 장성봉에서 발원한 계류가 흐르는 선유동계곡이 유명하다. 일명 선유구곡(仙遊九曲)으로 불리는 이 계곡은 절경을 이루는 아홉 개의 명소들이 하나같이 희고 반들반들한 화강암으로 되어 있어 경치가 더욱 돋보인다.
<시루떡바위>
갈모봉은 온 산이 온통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있어, 산행 코스마다 산의 경관이 새롭게 다가오며 그런 새로움에 취해 힘든 줄 모르고 산행 할 수 있는 곳이다. 칠형제바위, 공기돌, 폭포바위, 두부바위, 우주선바위, 찐빵바위, 도마뱀바위, 벌통바위, 모녀바위, 치마바위, 비행기바위 등 10여개가 넘는 기암이 눈으 즐겁게 해주는 산이다.
<암반 슬랩지구>
<모녀바위>
바위 사이를 걷다 암반슬랩으로 올라서면 화강암 하얀반석이 탄성을 자아내게 하며, 오른쪽으로는 수직으로 세운 바위 아래 벌통이 놓여있어 벌통바위라 부르는 바위의 서쪽 암릉끝으로 두부를 자른 듯한 바위가 얹혀있어 누구든 앉아서 쉬고 싶다는 생각과, 그냥 오래 머물고 싶다는 생각뿐이니, 한 친구는 "이곳에서 아주 자리잡고 살고 싶다"는 말을 한다.
<치마바위>
<비행기바위에 뿌리를 박은 소나무>
<비행기바위 상단>
조금 위로 거대한 바위인 비행기바위가 나온다. 활주로 끝에 날개를 잃은 비행기가 동쪽을 향해 곧 이륙할 모양으로 놓여있는 모습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크랙과 바위틈을 잡고 비행기바위에 올라서면 상단은 비행기 날개처럼 두개의 바위가 비스듬이 맞물려 있다. 그러나 비행기 위에서 비행기 모습을 찍을 수 없듯이 사진에 담기 어려운 아쉬움이 있다.
<두부바위>
비행기바위에서 10분쯤오르면 비행접시가 숲사이로 앚아 있는 듯 한 모습의 비행접시바위가 나온다. 이 바위는 조금 더 올라서 내려다보면 방금 쪄놓은 듯 한 찐방 바위의 모습으로 보여 찐빵바위라고도 부른다.
<비행접시바위.찐빵바위>
<장성봉.막장봉>
<대야산.중대봉>
이렇듯 기암을 품에 않고 화강암반 슬랩을 만들어 놓은 갈모봉은 가히 선경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더구나 능선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차갑지도 덮지도 않아 산행 중 흐르는 땀을 적당히 식혀주고 살갓을 부드럽게 두드려 상쾌함을 만들어 놓는다.
암반슬램이 끝나면 소나무와 잡목이 어우러진 부드러운 숲길로 이어지다 잠시 가파르게 올라 몇개의 작은 바위돌이 널려 있는 봉우리에 오르게 된다. 이곳에서 막걸리와 떡으로 출출함을 달래고 정상으로 향한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잡목과 소나무가 빼곡한 부드러운 능선길이다.
소나무와 작은 바윗돌이 널려 있는 정상에 오르면 몇토막으로 부러진 갈모봉 정상표지석이 서 있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아주 좋다. 동쪽 아래로는 보람원이, 북쪽의 군자산과 남군자산, 동쪽으로는 송면에서 가은으로 이어지는 지방도가 실낱처럼 평화롭고 막장봉, 장성봉,곰넘이봉, 대야산, 중대봉, 남으로는 조항산, 청화산, 백악산, 가령산, 도명산 그 너머로 종유석을 세워 놓은 듯 한 문장대가 아스라하다.
<갈모봉 정상>
<전망대>
언 제 : 2012년 4월 7일(토)
누구와 : 새비룡 고향친구 5명
어데에 : 괴산의 선유구곡과 갈모봉(3시간)
내림길은 오름길처럼 멋들어진 기암과 암반슬랩은 없지만 바위와 노송이 어우러진 전망대가 몇곳있고 바위들이 능선에 자리하여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능선을 타고 내려오다 보면 봄의 전령사인 생강나무꽃이 노랗게 피어 있어 봄을 말하고 있다. 조금 더 내려오면 암반슬랩을 못미쳐 입곱개의 바위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칠형제바위가 나온다.
<생강나무꽃> <요것이 뭘 닮긴 닮은 것 같은데....>
고만고만한 크기의 일곱개가 한 곳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칠형제 바위는 오를수도 있고 바위에 올라서보면 시야가 확 트이며 갈모봉 정상과, 올라가고 내려가는 하산로 능선이 처음부터 끝까지 훤히 보인다고 하는데, 그냥 바위사이로 빠져나온다.
<칠형제바위군락>
칠형제바위를 지나면 또하나의 암반슬랩위에 서게 된다. 이곳에 서면 선유동 입구에 자리한 주차장이 지척으로 내려다 보인다. 암반슬랩을 내려서서 새롭게 잘 조성된 몇개의 가족묘를 지나 팬션지구 계곡으로 내려서 땀으 씻고 계곡을 건너면 산행을 마치게 된다. 오랫만에 찾아온 갈모봉은 반가운 고향친구들과 산행을 하기 좋은 날씨와 그 수려함이 합하여 좋은 산행이 된 것 같다. 산행을 마치고 청주로 돌아와 뒤풀이로 한 잔하고 잠시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본다.
노인전문정신과 전문
'산행.여행 > 충 청 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풍호 자드락길 6코스<괴곡성벽길> (0) | 2012.05.06 |
---|---|
아내와 함께 오른 괴산명산 <아가봉> (0) | 2012.04.30 |
명산에 묻혀있는 <만기봉.식기봉> (0) | 2012.04.02 |
악어가 몰려오는 충주호<악어봉> (0) | 2012.03.25 |
괴산명산 도명산과 화양계곡 (0) | 2012.03.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