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충 청 권

명산에 묻혀있는 <만기봉.식기봉>

바위산(遊山) 2012. 4. 2. 17:20

약간의 바람이 불고 싸늘한 날씨다. 한 주 동안의 폭음과 두달 가까이 치료와 고생을 하고도 아직 완쾌되지 않은 허리때문에 토요일을 쉬고 그동안 주춤하던 산행을 다시 시작해 볼까하여 산으로 향한다. 근처의 산을 이잡듯 올랐음에도 웹셔핑중에 만난 만기봉 식기봉이라는 이름이 생소하다. 단양의 도락산과 황정산 사이로 나있는 국도를 타고 가다보면 도락산쪽으로 작은 바위능선이 있다. 평소에 그저 도락산 자락이려니 생각하고 언젠가는 한 번 올라 보리라 하던 산이다.   

만기봉(696m)과 식기봉은 의 그리 크지 않은 산으로 일명 진대봉이라 부르는 만기봉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산이다. 단양팔경의 하나인 하선암과 소선암, 중선암, 상선암을 타고 오르면 단성면 벌천리와 대강면 방곡리 사이에 길게 누워 있는 아기자기한 암릉을 자랑하는 산이다.

능선의 암릉과 노송이 어우러져 아기자기한 산행을 할 수 있으면서도 주변의 명산 전망대 역할을 하여 북으로 도락산, 동으로 영인봉과 황정산을 지나 신선봉과 수리봉, 남으로 황정산과 대미산 등에 둘러 쌓여 있는 산이다. 산이 높지 않고 능선이 부드러워 걷기 좋은 산이다. 

주변에 명산들로 둘러쌓여 있어 상대적으로 산꾼들의 눈길을 받기 어려워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이 산은 오지에 숨어 있는 산들처럼 들머리를 찾기도 어렵다. 방곡리 버스정류장에 주차를 하고 이리저리 들머리를 찾아 오른다. 이 곳은 원래 맑은 물과 수려한 산새를 자랑하는 곳으로 맑은 개울물이 흐르는 개울가로 버들강아지가 보송보송 꽃망울을 키워가고 있다.

<방곡리 방곡도예촌>

 

 

얼마 오르지 않아 바위들이 반긴다. 작은 밧줄도 잡고 바위를 우회도 하며 오르는 등산로는 꽤나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예전에 산불이라도 났던 것일까, 여기저기 고사목들이 바위 사이로 서있다. 사람하나 보이지 않는 능선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쌀쌀하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알려지지 않은 산이라 그런지 산은 적막하기만하다.

잠시 암릉길을 오르다 보면 너럭바위 슬랩에 오른다. 전망대 역할을 하는 너럭바위 슬랩 끝으로 바위돌이 한개 달랑 올라 앉아 있다. 금방이라도 굴러 떨어질 듯 한 바위는 건드려 보아도 꿈쩍을 하지 않는다. 이 곳에 서면 만기봉 암릉이 한눈에 들어오고, 양인들의 코를 닮아 오똑한 코바위도 보이고 남으로 황장산이 웅장하게 앞을 막고 서있고 동으로 신선봉.수리봉의 쌍봉이 오똑하게 보인다. 

<만기봉>

 

 

<코바위>

 

 

<신선봉.수리봉>

 

 

전망대를 떠나 능선을 타고 오르면 미륵바위 암릉에 다다른다. 미륵바위라 이름 지어진 것을 보면 미륵을 닮은 구석이 있어야 하는데 등산로가 발달되지 않고 잡목이 시야를 가려 찾아 보기가 어렵다. 이곳은 바위가 많은 암릉으로 어느 것이 미륵바위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하여간 능선상에 늘어선 암봉 중 가장 크다고 생각되는 암봉으로 올라 보기로 한다.  

능선을 떡하니 가로막고 있는 암봉을 서쪽으로 우회하면 한사람이 겨우 빠져 나갈만한 석문이 나온다. 석문을 빠져나가면 암봉의 처마 역할을 하는 암봉하단을 돌아 다시 암봉사이로 오른다. 이곳에서 길이 없어진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암봉 동쪽을 조심조심 돌아 암봉 남쪽으로 오르면 암봉의 정상에 오르게 된다. 암봉을 한바퀴 빙 돌아서 오르는 것이다. 

<석문우회로-서쪽처마바위>

 

 

<동쪽 처마바위>

 

 

<암봉정상>

 

 

암봉 동쪽 처마바위 아래는 동굴의 형태를 하고 있어 바람과 비를 막아주는 아늑한 지형이다. 악천후에는 몇명 정도는 충분히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암봉 정상에는 인절미처럼 네모난 바위 두개가 나란이 올라서 있다. 암봉에 서면 사방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북으로 무명봉과 북서로 만기봉은 물른 황정산과 영인봉의 모습도 한눈에 들어온다. 이 암봉은 오르기가 어렵고 위험하므로 무리하여 오르는 것은 좋지 않을 듯하다. 다시 역으로 암봉을 내려와 조금 더 전진하면 또 다시 암봉이 보인다.

커다란 암봉을 우회하면 앞으로 또 다른 암봉이 보이고 암봉위로 몇그루의 소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그래도 이 암릉에서 만난 미륵을 가장 많이 닮은 암봉이다. 그러나 이것이 미륵바위인지는 아리송하다. 미륵바위 암릉을 지나 잠시 오르면 무명봉에 오르게 된다. 무명봉에서 동북으로 전진하면 도락산으로 향하는 길이고 서쪽으로 향하면 만기봉을 지나 석기봉으로 향하는 길이다. 

  

 

 

 

<미륵바위 암릉>

 

 

<만기봉>

 

 

<미륵바위 암릉(전)과 신선봉.수리봉(후)>

 

 

<영인봉.황정산>

 

 

<너럭바위 전망대>

 

 

<황장산>

 

 

<만기봉 정상>

 

 

무명봉에서 잠시 쉬었다가 안부로 내려섰다 가파르게 오르면 만기봉 정상이다. 만기봉과 석기봉 산행은 부드럽고 올망졸망한 능선을 오르고 내리며 걷기 때문에 그리 힘든 구간이 없다. 다만 등산로가 발달되지 않아 잡목이 얼굴을 때리고 가끔 팔뚝을 긁어 놓기도 한다. 만기봉에 오르기전 몇그루의 노송이 서 있는 너럭바위가 나오고 시루떡 같은 암봉을 지나기도 한다. 오지에 숨어 있는 이름없는 산이지만 이렇듯 산행의 재미를 더하는 산도 만나기 어려울 듯하다.

<도락산>

 

 

<코바위 암릉>

 

 

<시루떡바위>

 

 

언   제 : 2012년 4월 1일(일) 맑음

누구와 : 나홀로

어데에 : 단양의 만기봉.식기봉(방곡리~미륵바위암릉~무명봉~만기봉~식기봉~단양천~방곡리)

소요시간 : 4시간 10분(산행시간-3시간 30분, 차량회수-40분)

만기봉에서 식기봉으로 향하는 능선은 부드러워 걷기가 아주 좋다. 부드러운 능선 몇곳에는 노송이 어우러진 전망대를 만나게 된다. 만기봉 능선상의 끝봉까지 전진하였으나 식기봉으로 향하는 등산로가 없다. 가파른 된비알을 버벅대며 내려서다 아니다 싶어 다시 끝봉으로 올라와 조금 후진을 하면 식기봉으로 향하는 등산로가 나온다. 능선에는 몇 그루의 분재같은 소나무가 자라고 있는 너럭바위가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

 

 

<서쪽에서 본 만기봉>

 

 

<식기봉>

 

 

<식기바위>

 

 

<장화바위>

 

 

<너럭바위>

 

 

<식기봉 정상>

 

 

<세미클라이밍 위험구간>

 

 

식기봉 안부로 내려서서 장화바위와 작은식기봉을 우회하여 식기봉으로 오르는 길은 세미클라이밍 구간으로 위험구간이다. 밧줄을 잡고 오르는 북사면이 얼어 있어 더욱 위험스럽다. 식기봉에 오르면 수려한 암봉들이 발아래로 펼쳐지고 북동으로 도락산과 서쪽으로 벌전리가 내려다 보인다. 벌전리까지 가고 싶지만 주차지가 자꾸 멀어져 이곳에서 하산을 결정한다.

<대단혀~>

 

 

<작은 식기바위>

 

 

<큰식기바위 정상>

 

 

안부로 내려서서 하산길은 찾으나 여의치 않다. 낙엽과 돌들이 쌓인 된비알을 줄줄 미끄러지며 내려오다 등산로를 만나게 된다. 30분쯤 하산하면 벌전리와 방곡리 사이의 단양천변 국도로 내려서며 산행을 마치고,  이곳에서 주차지인 방곡리까지 40분쯤 아스팔트 포도를 걸어야 한다. 명산속에 갇힌 무명의 만기봉과 식기봉 산행은 암릉과 노송이 어우러진 아기자기한 산행으로 가족산행지로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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