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군자산(827m)은 충북 괴산군 청천에 위치한 군자산(948m) 남쪽으로 4.5km 거리에 솟아 있는 산이다. 작은군자산은 높이로는 군자산 주봉보다 낮지만, 산릉으로 치자면 군자산의 형님뻘이다. 백두대간서부터 따지면 작은군자산 동쪽 약 8km 거리에 충북 괴산군과 경북 문경시 경계를 이루는 백두대간이 지나간다. 이곳 백두대간에서 가장 굵직한 산은 장성봉(915m)인데, 이 봉에서 서쪽으로 가지쳐 달아나는 능선 상에 먼저 작은군자산이 솟아 있고, 그 다음에 군자산이 솟아 있어 군자산보다 백두대간에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작은군자산은 이 지역 마을 주민들이 그렇게 부르고 있고, 괴산 지역 산악인들은 작은군자산을 군자산 남쪽에 있다해서 '남군자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작은군자산 등산로는 다양하다. 쌍곡계곡 절말에서 용아른을 타고 오르는 길도 있고, 제수리제(관평제)에서 낙타바위를 경유하여 오르는 길도 있으며, 갈론계곡쪽에서 오르는 길도 있으나, 이길은 등산로가 뚜렸하지 않아 길을 잃기 쉽다. 오래전 한여름에 아내와 딸과 갈론계곡에서 오르다 길을 잃어 헤메다 내려온 기억이 있다.
하관평에서 집바위, 삼형제바위, 산부인과바위가 있는 남동릉의 지릉을 타고 정상에 오르는 코스도 있으나, 보람원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다리품을 더 팔아야 한다. 오늘은 청소년수련관인 보람원에 오르기로 한다. 보람원 나란히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군자치로 오르는 길은 눈에 덮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는 숨어 있는 산이다보니, 눈위에 두개의 발자욱만 찍혀 있을 뿐이다. 그나마 발자욱마져 없다면 등산로를 찾아 오르기가 어려울 것 같다.
작은군자산은 군자산의 명성에 가려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이었다. 기껏해야 군자산을 오르는 산객이 남군자산까지 종주를 하고 제수리제나 절골로 하산을 하는 정도였으나, 산의 남쪽으로 청소년 수련시설인 '보람원'이 들어서면서 알려지기 시작하여 3시간 안팎으로 한바퀴 둘러 볼 수 있는 가족단위 산행지로 좋은 산이다.
눈덮힌 골을 타고 오르다 보면 잠시 가파르게 지능선에 닿는다. 지능선에서 바위돌이 널려있는 송림사이로 오르면 삼형제 바위에 닿는다. 삼형제 바위는 이 코스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능선상에 자리한 넓은 암반에 커다란 기암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기암과 기암사이에 자라는 소나무>
<삼형제바위>
<누운소나무>
기암이 늘어선 암반틈으로 소나무가 한그루 자라고 있다. 수십년은 묶음직한 이 노송은 비바람을 견디다 못해 바위위로 쓰러져 누워 있다. 그럼에도 끈질기게 가지를 하늘로 향하며 생명을 부지하고 있어 그 끈질긴 생명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암벽 오름길>
삼형제 바위를 뒤로 하면 산부인과바위라고 하는 바위슬램이 두군데나 이어진다. 고사목에 매달린 밧줄을 잡고 올라야 하는데, 어느 심술보의 짓인지 밧줄은 위로 걷어 올려져 있으며, 버벅대며 간신히 올라서 보니 걷어 올린 밧줄이 눈속에 얼어 붙어 있다. 고사목으로 오르면 바위와 바위사이의 틈이 30cm로 배낭을 매고는 빠져 나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손잡을 곳도 마땅치 않은 산부인과 바위틈을 두번 통과하여야 한다. 바위틈에는 눈이 수북히 쌓여 있어 푹푹 빠진다. 동쪽으로 밧줄을 잡고 우회하는 곳이 있으니 무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누운 소나무와 삼형제바위>
<산부인과 바위 1.2>
<슬랩지구>
<전망바위 오름길>
산부인과바위를 빠져 나오면 전망바위로 오르게 된다. 삼형제바위 뒤쪽으로 거대한 바위가 능선상에 누워 있어 전망대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곳에 오르려면 바위에 가까이 있는 소나무에 매달린 밧줄을 잡고 나무로 올라서서 바위로 건너 가야 한다. 낑낑대며 전망바위에 오르면 시원하게 조망이 펼쳐진다. 타고 오른 능선 뒤로 조항산과 청화산을 지나 아스라히 멀리 속리산의 주능선이 마루금을 이루고 남동으로 둔덕산과 대야산, 중대봉이 우뚝하게 위용을 자랑한다.
<타고 올라온 길>
<둔덕산, 대야산, 중대봉>
<남군자산>
전망바위에서 조망을 즐기다 뒤를 바라보면 남군자산 정상이 지척에 오똑하다. 전망바위를 내려서서 굴참나무가 숲을 이룬 곳을 잠시 오르면 갈림길에 다다른다. 이 곳에 제수리제 70분, 남군자산 20분이라고 적힌 이정표가 삐뚤하게 서 있다. 이곳에서 적설이 많은 안부를 지나 가파르게 오르면 정상에 닿는다.
<남군자산 정상>
잡목으로 덮힌 바위를 타고 올라서면 몇그루의 노송이 어우러진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에는 해발 872m의 남군자산 정상표지석이 서 있다. 화창한 날씨로 인하여 정상의 조망은 일망무제다. 군자산과 아가봉 방향만 잡목에 가려 희미하고 칠보산과 보배산을 지난 산릉이 넘실대며 주흘과 조령을 지나 산릉 끝으로 월악의 암봉까지 선명하게 보이고 동남으로 고개를 돌리면 장성봉과 막잘봉에서 제수리제로 이어지는 막장봉 서릉이 아름답고 남으로 둔덕산, 대야산, 중대봉으로 이어지는 산릉이 파도처럼 넘실댄다.
<둔덕산, 대야산, 중대봉>
<보배산, 칠보산, 아스라히 멀리 월악산>
<희양산, 애기암봉, 장성봉, 막장봉>
잠시 조망을 즐기고 하산은 남서쪽 주능선 마루길을 택한다. 이곳은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지 몇일은 지난듯한 발자욱 한개만이 외롭게 눈위에 찍혀있다. 이 능선은 노송과 바위가 어우러져 잘 꾸며진 정원같은 길을 걷는 듯하다. 그러나 눈이 쌓인 암릉길이 부담스럽고 암릉의 군데군데 적설구간이 있어서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것 같다.
정상을 내려서서 밧주구간 암벽을 내려서서 노송과 바위들이 어지럽게 늘어서 있는 암릉 능선을 타고가다 손가락을 닮은 손바닥바위를 지나 계곡으로 들어서는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 안부 20분이라는 이정표가 있으나 아무도 다니지 않았는지 눈위에 발자욱 하나 없다. 이곳에서 보람원으로 하산을 한다. 하산길은 참나무가 들어선 비알에 바위들이 널려있고 가끔은 눈이 앃인 곳도 있어 걷기가 불편하다. 갈림길에서 보람원 나란히 주차장까지는 30분 소요된다.
아직 미답지인 쌍곡계곡 절말에서 오르는 코스를 아는 이는 많지 않다고 한다. 쌍곡계곡 절말에서 남서쪽으로 가장 길게 뻗어 올라간 능선이 작은군자산으로 이어지는데, 이 능선상에는 상아처럼 희고 깨끗한 화강암이 연이어져 '용아릉'이라 부른다고 한다. 이 용아릉 코스는 최근 제천 두발산악회가 위험지대에 자일을 설치해 놓아 초심자도 쉽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등산로를 개척하였다고 하는데 용아릉길은 제수리제에서 올라 하산로로 잡는 것이 좋디고 한다.
제수리제 고개마루에 이르면 서쪽으로 보이는 낙엽송숲으로 들어서서 주능선의 뚜렷하게 난 능선길을 따라 오르면 서서히 낙타바위가 있는 바위지대가 나오고, 굴참나무 아래로 이따금 산길을 가로막는 바위가 나타나 바위를 좌우로 휘돌기도 하는 능선길을 따라 1시간 정도 오르면 괴이한 모습을 한 기암이 마주보이는 전망바위가 나온다.
전망바위 서쪽으로 낙타 뒷모습처럼 보이는 기암이 있고, 전망바위에서 낙타바위는 5분 거리. 낙타바위 꼭대기에 오르면 시원한 조망이 일품이라 한다. 낙타바위를 내려서서 북서쪽으로 능선길을 걷다가 노송이 군락을 이룬 능선을 따라 20분 가량 올라가면 삼형제바위에서 오르는 능선 삼거리에 닿는다. 이 삼거리는 내가 보람원에서 오른 길과 만나는 곳으로 아래로 5분정도 내려서면 삼형제 바위이고, 노송이 어우러진 가파른 산길을 따라 30분 가량 올라가면 작은군자산 정상이다.
용아릉(북동릉)으로 진입하는 산길은 아직은 뚜렷하지 않다고 한다. 정상에서 북동쪽 잡목수림 속으로 들어서면 곧이어 노송군락 밑에 갈비가 수북한 바윗길이 시작된다. 7~8분 가량 내려서면 오른쪽 아래로 수십길 절벽인 용아릉 바위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바위에 닿는다. 용아릉 주변에는 수백 년 묵은 고사목과 조각작품 같은 기암괴석을 비롯해서 분재처럼 자란 노송군락이 어우러져 동양화 같은 풍경을 만들어 놓고 있다 한다.
<보람원, 멀리 속리산 주능선>
<손바닥바위>
전망바위에서 50m 거리에 이르면 깊이 2m 가량 되는 바위틈이 나오고, 바위를 왼쪽으로 돌아 오르면 용아릉의 백미인 대슬랩 상단부 노송군락 지대가 나오고, 노송이 군락을 이룬 약 200m 길이인 용아릉을 통과하여 30분정도 내려서면 너비 20여m에 높이가 20여m는 족히 되는 쇠콧구멍버위가 나오고 이곳에서 칠보산을 바라보며 30분 거리에 이르면 절말 쌍곡휴게소 앞에 다다르며, 제수리제~낙타바위~삼형제바위~남군자산~용아릉~쇠콧구멍바위~절말로 이어지는 산행코스가 끝난다.
언 제 : 2012년 2월 12일(토) 맑음
누구와 : 나홀로, 소요시간 : 3시간
어데에 : 괴산명산 남군자산(보람원~삼형제바위~정상~주능선~보람원)
괴산35명산을 몇번씩은 모두 올라 보았지만 작은군자산은 괴산 35명산의 명성에 가린 숨어 있는 산으로 소홀히 하다 처음 찾아온 곳이다. 그러나 이렇듯 새로 개척된 등산로를 이용한다면 충분히 수려한 풍광과 함께 아기자기한 산행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하산 후, 쌍곡계곡이나 1km정도 떨어져 있는 신선이 놀다 갔다는 선유동 계곡에서 휴식을 취하며 뒤풀이를 하는 것도 아주 좋을 듯하다. 날이 풀린다면 용아릉과 낙타바위코스를 한 번 둘러보고 싶다.
노인전문정신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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