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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호(청풍호) 전망대 <제비봉>

바위산(遊山) 2012. 2. 10. 14:10

등산과 담쌓았다는 마누라와 이빨이 편치 않으신 아드님도 산행권유에 시큰둥하다. 요즘들어 부쩍 늘어난 일거리와 스트레스에다 주말내내 줄창 퍼붓는 소주까지 합하여 몸이 망신창이가 된 느낌이다. 토요일 하루를 푹 쉬고나니, 조금은 살것 같아 홀로 제비봉을 찾아간다. 가을에 두어번 오른적은 있지만 겨울에 제비봉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비봉(721m)은 충북 단양군 충주호 유람선이 드나드는 장회리 장회나루 남쪽에 우뚝 솟아 있는 산이다.  단양팔경 중 백미로 꼽히는 구담봉과 옥순봉에서 서남쪽 머리 위로 올려다 보이는 바위산으로, 노송과 기암이 어우러져 구담봉 아래를 유람선을 타고 지나가며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산이다. 충주호 쪽에서 유람선을 타고서 제비봉을 바라보면, 부챗살처럼 드리운 바위 능선이 마치 제비가 날개를 활짝 펴고 나는 모습과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제비봉은 충주 - 단양을 잇는 36번 도로변 장회리 휴게소 주차장에서 출발한다. 충주를 시발점으로 한 관광유람선의 종착역이기도 하여 쉽게 오르내릴수가 있다. 장회리휴게소 주차장은 넓어서 승용차를 타고 와서 대놓고 산행을 해도 상관이 없다. 주차장에서 설마동과 기생 두향이 태어난 곳으로 알려진 두정리로 가는 길이 있는 설마교쪽으로 조금 가다가 건널목을 건너면 월악산국립공원제비봉 매표소가 나온다.

<구담봉>

 

 

<말목산>

 

 

<제비봉 암릉길>

 

 

이곳은 산불방지기간에도 코스가 개방되어있는 월악산국립공원내 7개코스중 하나이다. 매표소를 지나 말목으로 만든 가파른 흙계단을 올라서면 능선에 닿는다. 이 능선에서 제비봉 정상까지는 2.3km이다. 가파르게 잠시 오르면 곧바로 암릉산행을 하여야 한다. 암릉길에 올라서서 뒤를 돌아보면 충주호와 장회나루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인다.

<장회교>

 

 

오르는 길은 대부분 철계단을 타고 올라야 한다. 얼어 죽을까 걱정되어 잔뜩 껴입은 것이 화근이다. 포근하고 화창한 날씨에 가파른 철계단을 타고 오르다 보면 땀이 후질근하게 흘러 내린다. 겨울철 제비봉은 텅비어 있어 호젓한 산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산객들로 만원이다.

언   제 : 2012년 01월 5일(일)

누구와 : 나홀로

어데에 : 충북 단양 충주호반 제비봉(장회나루~제비봉~장회나루, 3시간)

<멀리 월악산>

 

 

쾌청한 날씨로 인하여 조망은 일품이다.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는 충주호와 앞으로 구담봉 옥순봉과 둥지봉과 말목산을 지나 가은산이 금수산 아래로 길게 누워있다. 서쪽으로 월악이 아스라히 암봉을 드러내고 월악능선의 남쪽으로 대미산이 우뚝 서있다. 가끔씩 호반을 달리는 유람선의 확성기 소리와 뱃머리에 부딧쳐 얼음이 깨지는 소리가 산객들의 시끌함과 함께 소음을 만들어 낸다.  

단양의 수절명기 두향(杜香)은 조선 명종 2년(1548년) 1월 48세의 나이로 제 5대 단양 군수로 왔던 퇴계 이황을  10개월 정도 모시다가  그가 단양을 떠난 뒤에도 10여년간 수절하며 마음으로 사랑하다가 퇴계가 죽은 뒤 애절한 유서를 강선대 아래에 묻어두고 26세의 젊은 나이로 생의 종말을 고했다고 한다. 단양 문화 보존회에서는 매년 5월 5일 두향을 추모하는 '두향제'를 지내고 있다.

<암릉 철계단길>

 

 

제비봉을 오르다 서쪽으로 내려다 보이는 오성암쪽으로 설미교가 있고 두향초등학교가 있다. 그 윗마을이 두향리로 기생 두향이 태어나고 자란 곳으로서 마을 이름이 두향이 됐다는 설이 있다. 퇴계의 총애를 얻은 두향이 맞은편에 위치한 제천구역에 있는 옥순봉을 단양군 구역으로 하여 달라고 조르자 이를 변경하기 어려워 단양으로 들어서는 입구라는 뜻으로 옥순봉 암벽에 "단구동문"이라 새겨 놓았다고 한다. 

<오성암>

 

 

<암릉에 올라서서 바라본 충주호>

 

 

<대미산>

 

 

<얼어 붙은 충주호>

 

 

<제비봉>

 

 

암릉이 끝나고 나면 등산로는 조금 부드러워 진다. 부드러운 능선을 걷다가 아름드리 노송이 들어찬 암릉길을 지나면 앞으로 545봉에 오른다. 이곳에서 두향마을 쪽으로 내려서는 길이 있다고 하는데 눈에 덮혀 있는 탓으로 찾기가 어렵다. 이곳에 서면 제비봉이 지척에 오뚝하다.

 

 

 

암릉길을 지나면 노송군락 사이로 가파르게 올라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에는 많은 산객들이 점심을 먹고 사진을 찍느라 북새통을 이룬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아주좋다. 길게 이어지는 호반과 호반을 달리는 유람선의 풍경이 압권이다. 호반건너 멀리 금수산이 오똑하게 서있다.

<정상 전망대>

 

 

하산은 대부분 얼음골로 향하고 좀 더 길게 산을 타고 싶다면 사봉으로 돌아 내려온다. 오늘은 자차를 이용하니, 장회나루로 원점회귀를 하여야 한다. 타고 올라온 서쪽능선을 따라 사거리 안부에 이른 후 545m봉을 거쳐 장회교로 내려간다. 545봉에서도 아직 미답길인 서북쪽 암릉길을 타면 오성암이나 장회교로 내려서는 등산로가 있다 하는데 눈에 덮혀 찾을 수가 없다. 

<금수산>

눈이 쌓인 암릉은 조심을 하여야 한다. 충주호와 구담봉을 내려다보며 하산을 하다가 북쪽 충주호 건너편 말목산 끝봉 아래를 유심히 살펴보면 물에 잠겨 상단부만 살짝 보이는 강선대와 그 왼쪽의 외딴 봉분인 기생 두향이의 묘가 살짝 보인다. 제비봉은 구담봉, 옥순봉, 말목산, 둥지봉과 함께 충주호반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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