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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의 '울고 넘는 박달재(?)' <천등산>

바위산(遊山) 2011. 12. 3. 14:04

<천등산>

 

 

충북 충주에서 제천으로 넘어가는 38번 국도에는 두개의 꼬부랑 고개가 가로막고 있다. 지금은 터널이 뚤려  좋아졌지만 십여년전만하여도 눈이 오면 곧장 길이 막히고는 했던 곳이다. 제천시 백운면과 충주시 산척면 박달재 동편에 위치한 천등산( 天登山)은 "천등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님아..."로 시작되는 노래가사와 함께 유명세를 타고 있는 산으로 실제 박달재가 있는 산은 시랑산(侍郞山, 691m)이고 천등산은 이보다 서남쪽으로 약 8km쯤 떨어진 다릿재가 있는 산이다. 그럼에도 노랫말이 시랑산 박달재가 아닌 천등산 박달재로 불리우는 것은 당시 노랫말을 지은이가 잘 못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천등사>

'천등산'이란 이름은 전국에 여럿 있다. 전남 고흥 천등산(550m), 전북 완주 천등산(707m), 경북 안동 천등산(575.5m), 그리고 충북 제천의 천등산이다. 그중 제천과 충주의 경계지역에 놓은 천등산은 인근의 지등산(535m), 인등산(666.5m)과 더불어 천지인(天地人)을 이루는 유서 깊은 산으로, 조선 세조 때 황규라는 지관과 얽힌 '삼등산 전설'이 전해오는 명산이다. 천등산 산행을 위해 애용되는 구간은 서북쪽의 다리재나, 남서쪽 웃광동마을에서 오르는 길이다. 그러나 천등산 북쪽 대월리에서 동북쪽 능선을 따라 오르는 코스는 사람들이 많이 찾지도 않을 뿐더러 길도 수월하고 재미있다.

오늘은 몸도 찌부덩하고 귀찮음도 있어 주주(울강아지)를 데리고 가끼이 있는 천등산을 찾아 간다. 몇번 오른 곳이지만 오른지도 몇년 되었고 TV에서 천등산 등산로를 정비하였다는 보도를 접하고 한 번 가 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불구불 다릿재에 오르니, 곳곳에 전원주택이 들어섰고, 고개마루에는 산객들을 싣고 온 몇대의 차량과 관광버스가 서있고, 아담한 절 천등사에서 목탁소리와 염불소리가 구성지게 산속으로 울려 퍼진다. 2시가 넘었으니 산을 오르는 사람은 나혼자뿐이고, 산객들은 대부분 하산을 하고 있다.

삼등산이란 산척면의 천등산과 인등산 동량면의 지등산을 지칭하는 말인데 조선 세조 때 황규라는 지사가 명당을 찾아 팔도강산을 두루 돌아보고 다닐 때 이곳 천등산에 와서 하룻밤을 묵은 일이 있었다. 황지사가 밤에 잠을 이루는데 어디선가 세차게 달리는 말굽 소리에 잠이 싹 달아났다. 황지사는 방문을 열고 밖을 내다 보았더니 한 마리의 갈색준마에 백의신선이 타고 한 골짜기로 들어가고 있었다. 더욱 기괴하게 생각한 황지사는 그 뒤를 암행하여 보았더니 한산제당으로 가서 말을 내리는 것이었다.

그러자 선인은 갈장을 들어 산봉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천상천하 만물이 생성하는 것은 하나의 음양의 섭리인데 천지사에 서 있는 우리의 모습도 하나의 음양의 법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느니라 그러므로 지금 내가 말하는 세 곳의 명산을 다스리는 것은 하늘의 뜻이요, 이곳에 사는 억조창생을 위한 땅의 뜻이요, 선악의 구별은 우리의 할 일이니라 하고는 천동이 너는 저 천산에 올라가 양을 맞아 들이고 인동이 너는 인산에 올라가 혈을 이루도록하고 지동이 너는 지산에 올라가 음을 누르도록 하여라. 앞으로 이 삼산의 정기가 상통되거든 천등산 밑에는 갈마음수혈을 만들고 인등산 밑에는 용비등천혈을 만들고 지등산밑에는 옥녀직금혈을 만들어라 하고 일렀다.

그러자 세 신동들은 제각기 보라색 구름을 타고 세 곳으로 흩어져 갔는데 잠시 후 백의신선이 갈장을 높이 들자 남쪽에서는 파란 빛이 중앙에서는 보라빛이 북쪽에서는 황금빛이 올라가며 응징을 하였다. 이 때 백의신선이 그 삼개 명당을 갈장으로 가리키며 고개를 끄떡이더니 홀연히 사라졌다.황지사는 세곳의 명당자리를 보고 크게 기뻐하여 삼등산의 명당도를 그려서 가슴에 품고 하산하려는데 느닷없이 하늘에 먹구름이 모이면서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했다. 황지사는 급히 여관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산봉에서 벼락치는 소리가 나서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떴다.이것은 비몽 사몽의 한바탕 꿈이었다.

황지사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와 산정을 바라보니 한 곳에는 파란색,또 한 곳에서는 보라색, 또 한 곳에서는 황금색의 광선이 반짝이더니 서서히 꺼지는 것이었다. 날이 밝자 황지사는 이 세 산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제각기 명당혈을 찾아 다녔다. 황지사는 백의선인의 말을 기억하고 산세도를 그려 놓고 세상에 발표하기 전에 병들어 죽고 말았다. 따라서 이 삼등산의 명당자리는 지금껏 정확한 위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한다.

다릿재에서 임도로 들어서는 길은 차량출입을 막기 위한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다. 콘크리트로 포장된 임도를 타고 구불구불 오르다보면 오른쪽으로 목조계단이 보인다. 정규 등산로는 이곳에서 임도를 타고 조금 더 올라야 되지만 아니 가본길로 오르기 위하여 이곳으로 오른다.

천등산은 특이하게 아름다운 풍경은 없으나, 수목이 울창하고 산봉에 오르면 조망이 일품인 산이다. 한낮인데도 하늘은 침침할 정도로 가라 앉아 있고 개스로 멀리 있는 풍경은 보기가 힘든데다 바람마져 스산하게 불어 닥친다.

목조계단을 오르면 완만한 지능선을 타고 소봉으로 오르게 된다. 조금 오르자 육산인 천등산에서 보기 힘든 암석지대가 나타난다. 암석지대를 돌아 오르면 바위군락이 끝나는 지점에서 정규등산로와 만나게 된다. 예전에는 밧줄하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방치되어 있던 등산로는 밧줄과 목조계단으로 잘 정비되어 있다.

<암석지대>

 

 

 

 

 

<분기점>

 

 

 

 

 

분기점에서 소봉으로 오르는 길은 완만하다 잠시 가파르게 올라야 한다. 소보으로 오르는 길은 등산로 정비를 위하여 많은 나무를 잘라 놓았다. 등산로만 정비하면 되는데, 조망을 위해서인지 필요이상 많은 나무를 잘라 놓은 것 같다.

<소봉정상>

이곳까지 오르느라 돼지처럼 살이 찐 '주주'는 헥~헥~헥

 

<이길은 좀 편하네유...ㅎ>

 

 

<소봉>

 

 

 

 

 

소봉에서 잠시 안부로 내려와 다시 통나무계단과 밧줄이 늘어서 있는 구간을 오르면 목조계단이 나온다. 목조계단을 올라서 잠시 걸으면 정상에 서게된다. 정상엔 돌을 주어 쌓은 케언이 하나 있고 산림청에서 쌓은 커다란 찬등산표지석이 서 있다. 

 

 

 

 

 

 

<과하게 잘랐네유...ㅜㅜ>

 

 

 

 

 

 

 

 

 

 

 

 

 

 

해발 807m의 천등산엔 아주 작은 헬기장이 좁은 정상부를 채우고 있다. 여기서 웃광동마을은 남쪽으로 2.4km고, 다리재는 북쪽으로 2.2km 가야 한다. 맑은 날이면 충주호가 보이고 남쪽으로 인등산이 손에 잡힐 듯하고, 약간 서쪽으로 비켜선 지등산이 그 너머로 삐죽 얼굴을 내밀어 좋은 조망을 보여주는 산이다. 그러나 오늘은 바람과 개스로 조망이 시원치 않다. 천등산은 일제강점기 떼 민족정기를 끊고자 일제가 쇠말뚝을 박는 만행을 저지른 곳이라 한다.

<천등산정상>

 

 

정상에서 남쪽으로 조금가면 전망이 좋은 곳에 전망대로 지은 8각형 정자가 서있다. 아래는 마루를 깔았고, 2층엔 창문까지 달려 비를 피하기도 좋다. 예전 기억으로는 앞쪽 안부에 있던것을 전망좋은 곳으로 조금 옮겨 놓은 것 같기도 하다(?) 이곳에서 조망을 즐기며, 잠시 주주와 간식을 나누어 먹는다.

<산척방향>

 

 

<백운방향>

인등산과 지등산 사이에는 삼탄유원지가 있고 인등산 동쪽으로 영화 '박하사탕'을 촬영한 애련리가 있다. 삼탄유원지는 산척면 명서리 도덕 마을과 삼탄역 사이 체육공원 주변 강변유원지를 말한다. 삼탄은 일탄에서 삼탄까지 약 1km가 되는데, 이름 그대로 여울이 세 곳 있다는 곳이다. 상류의 광천소 여울(제1탄), 중간의 소나무소 여울(제2탄), 하류의 따개비소 여울(제3탄)로 이뤄져 있다.

<천등산동릉>

가장 하류에 있다는 따개비소 명칭은 이곳 말로 '짜개진(둘로 쪼개진)' 이라는 말이 '따개진'으로 변한 것이라고도 한다. 아무튼 이 바위는 버스 크기인 쪼개진 너럭바위로 옆에서 보면 곤충인 따개비를 꼭 닮았다. 삼탄유원지 입구에서 약 800m 거리인 삼탄역에서 길도 없는 강변을 거슬러 약 1.5km 더 간 곳에 있다. 체육공원 옆 삼탄 안내석에는 따개비소가 '체육공원 옆' 또는 '산척초교 명서분교 앞' 이라고 소개되어 있지만 확인하기 어렵다.

<인등산.지등산>

북쪽은 천등산 줄기, 서쪽은 인등산, 남쪽은 지등산, 동쪽은 마미산 줄기가 항아리처럼 에워싸고 있는 삼탄은 먼 옛날에는 호랑이도 많았고, 큰 변란이 있을 때마다 피난처로 이용했다고 전해진다. 이런 산간벽지에 1958년 목행~봉양을 잇는 철로가 생긴 이후 낚시, 봄철 행락, 여름철 피서, 사계절 학생 MT장소 등으로 이 고장 굴지의 관광명소가 됐다.

정자에서 다시 정상으로 돌아와 하산은 서두른다 4시인데도 날씨 때문인지 산속은 침침해지고 있다. 북서쪽으로 이어지는 길은 매우 가파르다. 올라오던 119구조신고 2지점을 지나 1지점 부근에 다다르면 분기점이다. 이곳에서 오를때와는 반대로 정규 등산로를 타고 내려온다. 

산행일 : 2011년 11월 27일(일)

누구와 : 주주(울강아지)

어데에 : 충북 제천의 천등산(다리재~암석지대~소봉~정상~다리재) 2.5시간

 

 

 

분기점에서 목조계단을 타고 내려와 잠시 걸으면 묘지와 함께 안내도가 있는 광장으로 내려선다. 이곳에서 임도를 타고 내려오면 다리재에 다다른다. 산행시간은 2.5시간 먹고 쉬고 하여도 3시간 남짓이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산이 천등산이다.

충북 제일의 고갯길. 과거를 보기 위해 이곳을 지나던 박달도령과 금봉낭자의 애절서려있는 곳이다. 가요 '울고넘는 박달재'로 잘 알려졌으며, 1997년 박달재 아래로 1960m 길이의 터널이 개통되어 자동차의 통행은 줄었으나 옛 정취를 느끼고자 하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상에는 잘 가꿔진 공원 가운데 박달도령과 금봉낭자의 조형물이 서 있다. 사진은 지난 여름 시랑산 산행때 찍은 박달재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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