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흐름은 어찌할 수 없는 것 같다. 10대에는 10km의 속도로 가던 세월이 50대에선 50km의 속도로 흐른다는 말이 실감난다. 부쩍이나 빨라진 세월을 따라 대지에는 봄기운이 완연하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나 쉬 찾아가지 못한 산이 청화산과 조항산이다. 대부분 두산을 연계하여 산행을 하나, 오늘은 청화산 자락 끝에 오똑하게 솟아있는 시루봉이 보고싶어 시루봉과 청화산을 같이 둘러볼까 한다.
소의 뱃속과 같이 편안하여 화가 미치지지 않는다는 경상북도 화북은 우복동이라 부른다. 명산인 속리산과 청화산, 도장산을 품고 있으며, 비경이라 불리우는 수려한 쌍룡계곡이 자리한 곳이다. 쌍룡계곡을 지나 갈령으로 오르기전에 북쪽으로 향하면 눌재로 향하는 길이 나오고, 작은 마을이 나온다. 이곳이 화산리로 시루봉 산행의 들머리다.
언 제 : 2011년 4월 3일(일)
날 씨 : 맑음
누구와 : 마누라
어데에 : 시루봉-청화산
소요시간 : 6시간(화산-시루봉-청화산-화산)
산은 한적하다. 길옆에 주차된 차량 하나를 제외하면 시루봉 들머리 주차장은 텅비어 있다. 들머리를 지나 산길로 접어드는 밭두렁엔 냉이가 지천이다. 수량은 적으나,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골짜기를 타고 시루봉으로 오른다. 산길에서 만난 생강나무꽃과 야생화가 봄을 말하고 있다.
등산로는 희미하나 길을 일을 염려는 없다. 잡목이 원시림처럼 빼곡한 등산로 주위로 군데군데 잣나무 조림지가 보이고, 청솔모가 까먹고 난 잣방울 껍질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수목이 빼곡한 산신각을 지나면 등로는 차츰 가파라지고 주위로 바위들의 모습이 보인다.
바위들이 널려 있는 길이 끝나는 지점에 우뚝솟아 있는 암봉이 가로 막는다. 밧줄에 의지하여 암봉에 오르면 북쪽을 제외한 삼방이 확트이며 일망무제의 조망이 펼쳐진다.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는 계곡과 남쪽으로 지척에 도장산이 하늘금을 이루고 서로는 속리산 동릉이 그 위용을 자랑한다.
택리지를 지은 이중환은 청화산(靑華山)을 특히 좋아했던 것 같다. 호까지 청화산인(靑華山人)이라 지었던 그는 청화산을 “모양이 단정하고 기운이 가린 것 없이 드러나니 복지라 일컬을 만하다”고 표현했다. 이곳을 이중환이 속리산보다 낫다고 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장쾌한 조망 가을 단풍이 어우러진 경치라면 더욱 좋겠지만 겨울에 올라와 눈덮힌 산야를 내려다 보는 것도 시루봉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겨울 경치는 어쩌면 산의 골격을 보는 것으로 이 튼튼한 골격아래 굽이굽이 이어지는 산맥과 골짜기에 백색의 눈이 덮힌다면 그 아름다움은 한층 빛을 더 할 수 있을 것이다.
청화산 줄기는 백두대간에서 꼬리처럼 빠져나온 산맥으로 건실한 골격을 주저 없이 보여준다. 특히 거대한 암봉인 시루봉은 청화산 자락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몇 시간 산행의 고단함을 보상해주는 것은 시루봉 정상에 이르는 약 50미터쯤 되는 아찔한 암벽로다. 청화산 자락에 이렇게 늠름한 암봉이 숨어 있다는 것을 진작 알았다면 이제야 찾아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청화산 쪽으로 능선 코스에 포함되는 조항산이며 반대쪽으로 장군봉 너머 도장산도 지척으로 보인다. 도장산은 몇년전 아내와 함께 쌍룡계곡과 함께 둘러 본 산이다. 도장산에서 바라보는 청화산의 모습도 장관이라할 수 있다. 어미닭이 알을 품듯, 산골마을은 따뜻하고 안전하게 산들의 보호를 받고 있는 모양새다. 눈이 시리도록 가슴이 시리도록 한참이나 사방의 조망을 눈과 가슴에 담고 발길을 옮긴다. 산과 산 사이에 아기자기 자리 잡은 마을들이 아늑히 보여 왜, 이곳이 십승지로 불리는지 알만하게 해준다.
정상에는 부부산객 한팀이 암봉에 올라 점심을 먹고 있다. 청화산으로 향하지 않고 곧바로 하산을 한다는 이분들이 지니고 있는 커다란 카메라가 산행보다는 사진찍는 것을 더 중시 하는 것 같다. 정상에서 점심을 대신하여 과일과 부침게로 요기를 하고 청화산으로 향한다.
청화산(靑華山 984.3m)은 경북 상주시 화북면과 문경시 농암면, 충북 괴산군 청천면등 3개시군의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그 중앙에 우뚝 솟아 있다. 대부분은 의상저수지를 산행기점으로 하여 조항산을 같이 돌아 오는 코스를 택하고 있다. 저수지의 물이 깨끗하여 주민들이 상수원으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빙어등 각종 어류가 풍부한 곳이다. 청화산에는 산죽군락과 소나무가 많아 겨울철에도 푸르게 보이는 산이다. 그러나 눌재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것도 좋다. 정상에 올랐다가 원적사로 하산해서 절을 둘러보고, 우복동과 아름다운 용유동 쌍룡계곡을 감상하기가 좋기 때문이다. 눌재는 용유리와 입석리 사이에 있는 백두대간의 고개다. 특히 요사이 인기가 있는 사모봉(736m)에서 비로봉까지의 속리산 동릉이 모두가 잘 보인다. 그러나 더 좋은 코스는 시루봉을 같이 둘러보는 코스다. 시루봉이 없다면 청화산의 가치는 절반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눌재에서 청화산을 거쳐 조항산으로 이어지는 대간길에서 남쪽으로 살짝 삐져나온 능선상에 오똑하게 서있는 암봉이 바로 시루봉이다. 대간길에서 비켜있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나, 청화산의 백미는 이 시루봉에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듯하다.
<청화산에서 바라본 시루봉>
<멀리 보이는 조항산.대야산.중대봉>
시루봉 암릉을 내려서면 능선은 비교적 부드럽게 오르고 내린다. 가끔은 암릉과 진달래군락을 지나게 되고 청화산이 가까워져 오자 참나무 아래로 산죽군락이 드넓게 펼쳐지고 있어 송림과 산죽으로 늘 푸른 산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산죽군락을 지나면 능선은 온통 진달래가 뒤덮고 있다. 진달래가 필무렵 이 능선을 걷는다면 아주 좋을 것 같다.
<도장산>
진달래가 널려 있는 암릉을 오르면 청화산 정상에 오르게 된다. 이곳은 눌재와 조항산으로 갈라지는 대간상의 꼭지점이다. 정상표지석 동쪽으로 전망대 역할을 하는 너럭바위가 있다. 이곳에 서면 속리산 주능선인 동릉이 수려한 자태를 뽐내며 마루금을 이루고 관음봉을 지나 묘봉으로 이어지는 속리산 서북능선도 아스라히 보인다. 과연 속리산은 해동팔경의 하나라는 명성을 헛디지 않게 하는 수려함이 있다.
하산은 눌재로 향하다 병풍바위에서 남쪽으로 꺽어 내려온다. 원적사가 아스라히 내려다 보이는 학바위를 지나면 아름드리 노송이 빼곡하게 군락을 이루고 있다. 모처럼 따라온 울마눌 다리가 아프다하여 느긋하게 걸은 탓인지 들머리인 화산에 도착하니, 6시간을 소요하고 산행을 마친다. 산행 후 갈령 기슭에서 팬션을 하는 친구집에 들러 맛있는 저녁과 한잔술로 얼큰하여 밤이 으슥해서야 제천으로 돌아 왔다.
<병풍바위>
<속리산 동릉>
<학바위에서 바라본 원적사>
갈령팬션에서는 이 고장에서 나는 무공해 콩으로 만든 된장과 고추장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아직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홍보를 하지 않고 아는 사람에게만 판매하고 있으나, 그 맛만은 자신을 하고 있다. 필요하신 분들은 연락하시면 구입할 수 있습니다. < 강현구 : 011 - 483 - 4989 >
<청화산.시루봉 등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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