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는 더빨리, 더 높이, 더 많은 산을 오르려는 성취욕과 정복욕 때문에 산을 오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인생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듯, 산을 알고 느끼는 산행을 하여야 한다. 산의 기운, 숲의 향기, 심지어는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도 느끼며, 산과 어우러지는 산행을 하는 것이 좋다. 그러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오감을 즐겁게 해주는 암봉이 수려하고 숲과 계곡과 맑은 물이 흐르고 계절마다 특성을 보여주는 산을 찾는 것이 좋을 듯하다. 주왕산은 이러한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아름다운 산이다.
언 제 : 2011년 3월 19일(토)
날 씨 : 흐림(포근, 황사)
누구와 : 창민산악회(8명)
어데에 : 경북 청송의 국립공원 <주왕산>
시 간 : 4.5시간(매표소-주왕굴-1폭포-2폭포-3폭포-금은광이 삼거리-장군봉-매표소)
국립공원을 찾으면 우리나라 최대 불교종단인 조계종 산하의 고찰들이 으레히 자리하고 있다. 국립공원의 입장료가 폐지된 후 국립공원은 주차료를 징수하고 절간에서는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고 있다. 결국 입장료를 폐지하였다고는 하나, 징수할 것은 모두 징수하는 꼴이 되어 버렸다. 절간에 있는 어느 것이 문화재인지는 모르겠으나, 절을 구경하는 사람들은 소수이고, 주로 국립공원의 수려한 풍광이나 산행이 목적일텐데, 문화제 관람료 징수란 무리한 행태고, 자비를 부르짖는 부처님의 뜻과도 일치되지 않으며, 불교뿐 아니라 세력과 금력으로 치닫는 우리나라 종교계의 왜곡된 행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듯하다. 더구나 1인 2,800의 문화재관람료의 산출근거는 아리송하기만 하니, 땡중들의 행태에 부처님이 혀를 차고 통곡을 할 일이다.
문화재관람료 징수에 적잖은 여행의 즐거움을 들머리에 덜어 놓고 공원으로 들어선다. 몇 년 전 다녀간 눈익은 풍경들과 맑은 계곡물은 여전히 예전과 다름이 없다. 주변에 주왕암과 주왕굴, 연화굴이 있으나, 들리지 않고 그냥 지나친다. 고도로 발달된 민주주의의 다수결 원칙에 의해서다. 아래 금강굴과 연화굴의 모습은 몇년전에 담아 논 이미지다. 변한것이 있다면, 씩씩한 30대에서 이제 40대가 되어버린 사진속의 C과장이 예전만 못하다는 아쉬움이다.
<주왕굴>
<연화굴>
주왕굴은 좁은 바위틈으로 옛날 중국 진나라 주왕이 이곳으로 피난을 와서 재기를 꿈꾸며 살았다는 전설의 굴이다. 연화굴은 주왕의 군사가 훈련을 하고 숙식을 하던 곳이라 전해지고 있다. 계곡으로 따라 계속 오르다보면 망월대와 급수대가 위엄있게 압도해 온다.
역광때문에 제대로 사진에 담지는 못하였지만 암봉에 물이 흐른 자욱이 나있다. 신라 선덕왕이 후손이 없어 무열왕의 6대손인 김주원을 38대 왕으로 추대하였으나, 그때 김주원은 경주에서 200리나 떨어진 곳에 있었고 , 홍수로 알천이 법람하여 건널 수 없게되자, 대신들은 하늘의 뜻이라하여 상대등 김경신을 왕으로 추대하게 되었다. 이에 왕위를 양보한 김주원은 이곳 주왕산에 피신하여 대궐을 건립하였는데. 당시 산위에는 샘이 없어 이곳에서 계곡물을 퍼올려 식수로 사용하였으며, 그 후 이곳을 급수대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한다.
<시루봉>
커다란 암봉위에 시루를 업어 놓은 것 같다하여 시루봉이라 불리우는 암봉을 지나, 학소대를 지나 아치교를 건너면 협곡이 나타나고 곧이어 제1폭포가 눈에 들어 온다. 폭포를 좌우로 웅장하게 펼쳐지는 암봉을 품은 협곡은 주왕산의 백미로 이곳에 서면 누구나 그 웅장함과 수려함에 탄성을 터트리게 된다.
<제1폭포>
<협곡>
<선녀탕>
주왕산(720.6m)은 한반도 산맥의 중심 뼈대를 이루는 백두 대간의 등줄기가 국토 동남부로 뻗어나온 지맥에 위치한다. 수많은 암봉과 깊고 수려한 계곡이 빚어내는 절경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3대 암산의 하나이다. 1972. 5. 30 관광지로 지정된 후 1976년 3월 30일 1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공원의 총면적이 105.582 평방킬로미터로 행정구역상으로 청송군과 영덕군의 2개군 5개면에 걸쳐있고 북쪽에는 설악산과 오대산, 남쪽에는 경주, 서쪽에는 속리산과 덕유산등의 국립공원이 인접해 있으며 태행산, 두수람, 가메봉 등의 봉우리 외에도 주방계곡, 절골계곡, 월외계곡 등이 산재되어 있다.
수백미터 돌덩이가 병풍처럼 솟아있어, 신라 때는 석병산이라 부르다가 통일신라 말엽부터 주왕산이라 불리게 되었다. 산 이름의 유래는 신라 말부터는 주왕이 은거하였던 산이라 하여 주왕산 으로 불리게 되었다. 주왕은 중국 당나라 때 주도가 진의 회복을 꿈꾸며 후주천왕을 자칭하고 반역을 일으켰으나 당나라 군사에게 패하여 이곳 석병산(주왕산의 예전이름)까지 쫓기어 왔다. 이에 당나라 왕이 신라왕에게 주왕을 잡아달라 요청하여 주왕은 이곳에서 신라장군(마장군 형제들)에 의해 주왕굴에서 최후를 마쳤다고 전해온다.
주왕산의 특징이라면 산 이름을 주왕이라는 사람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왕산은 주왕과 관계된 전설의 산이기도 하다. 또한 주왕산은 설악산, 월출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암산(岩山) 중에 하나로 대전사 뒤편의 기암(旗岩)을 비롯하여 병풍바위, 급수대, 학소대, 시루봉 등 바위들이 많이 있다. 천년고찰인 대전사를 비롯한 사찰과 암자들이 있으며 아름다운 계곡(주방계곡, 월외계곡, 절골계곡)이 있다. 폭포(제1,2,3폭포와 달기폭포)가 있고 굴(주왕굴, 무장굴, 연화굴)이 있으며, 주봉(주왕산720m),가메봉(882m),장군봉 등의 산봉우리가 있다. 또한 공원내에 달기약수터가 있고 아름다운 주산저수지(注山池)가 있다.
<제2폭포>
주방계곡은 주왕산의 대표적인 계곡으로 주왕산국립공원 탐방객들의 80∼90%가 이 계곡을 찾고 있다. 이 계곡에는 4월 말∼5월 중순경에 수달래(산철쭉)가 피고 수달래가 피는 시기에 맞춰 관할 지자체인 청송군 문화원 주최 수달래 행사가 열린다. 주왕산 주방계곡 수달래는 그 옛날 주왕이 주왕굴에서 신라장군의 철퇴를 맞아 최후를 마칠 때 흘린 피가 주방계곡을 타고 흘렸으며 그 후부터 주방계곡에 수달래가 피어났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주왕산은 4군데의 폭포외에 동굴, 대전사 및 부속 암자들이 있어 천혜의 관광자원이 많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협곡이 끝나면 길옆으로 침엽수인 소나무와 이름모를 활엽수목이 서로 엉켜 연리지가 되어버린 요상한 모습을 구경한 후 잠시 주등산로를 벗어나 200m쯤 오른쪽 협곡을 타고 들어가면 제2폭포가 나온다. 이곳의 폭포는 모두 2단내지 3단으로 이루어져 있어 그 모습이 독특하다. 2폭에서 다시 오던길로 돌아와 제3폭포로 오른다. 폭포에는 2단의 전망대가 있다.
<3폭포전 계곡>
<제3폭포>
<제3폭포 상단>
<제3폭포 하단>
<아치교>
제3폭포를 지나 아치교를 건너면 금은광이삼거리로 오르는 분기점이다. 계곡을 오르다 막걸리와 간식으로 요기를 한 후 오른다. 계곡에는 가는 겨울이 아쉬운지 군대군데 잔설과 얼음이 미련을 안고 희끗희끗 남아있다. 오후로 접어들어 부쩍이나 포근해진 날씨가 산객들의 옷을 벗긴다. 흠뻑 땀을 흘리며 금은광이 삼거리에 오르면 장군봉까지 부드러운 능선으로 이어져 그리 힘들지 않은 산행을 할 수가 있다. 금은광이 삼거리는 달기폭포와 장군봉으로 갈라지는 분기점이다. 그러나 달기폭포방향은 출입금지 표시판과 저지선이 쳐저 있다.
능선에는 참나무와 쭉쭉뻗은 아름드리 노송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아름드리 소나무엔 일제말기 연료부족을 메꾸려는 송진채취의 흔적이 식민치하 수탈의 역사로 남아 있어 씁쓸함을 만들어 놓는다. 또 하나의 아쉬움은 군데군데 많은 노송들이 쓰러져 시체처럼 앙상한 몰골을 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만들어 놓는다. 이곳은 2002년 태풍 '루사'와 2003년 태풍 '매미'의 연타에 인하여 뿌리가 얕게 뻗는 천근성의 소나무가 최대 피해를 입은 곳이다.(울 마누라 보았으면 소시적 땔감걱정 타령이 나왔을텐데....ㅠㅠ)
<생(生)과 사(死)>
<바위지대>
<달기폭포방향(출입금지구역)>
능선상의 바위지대를 지나 장군봉으로 오르다보면 달기폭포 방향의 암벽과 협곡이 내려다 보이고, 기암전망대 부근의 암봉도 숲사이로 보인다. 잠시 장군봉에 올랐다가 전망대로 내려선다. 능선의 소나무는 바위지대로 갈수록 키가 작고 분재처럼 구불구불 자라고 있어 쭉쭉뻗은 아름드리지 소나무가 들어찬 지나온 능선과는 대조적인 풍경이다.
<지나온 능선길>
<숲사이로 보이는 기암을 신기한 듯 내려다보는 촌분들>
<전망대 부근의 암봉>
<기암 하단협곡>
<기암 전망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기암과 병풍바위 그리고 북쪽 암반의 단애는 일품으로 주왕산 계곡의 폭포와 협곡과 더불어 또 하나의 선경을 만들어 놓는다. 이만하면 중국의 황산과 금강산이 부럽지 않고, 소금강이란 표현이 부끄럽지 않으니, 설악과 월출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암산이란 명성도 헛되진 않은 것 같다.
<주왕산 병풍바위와 기암>
<주왕산 기암>
<대전사와 집단시설지구>
<하산로>
주왕산은 언제 찾아도 좋은 산이다. 하늘을 찌를듯 솟아있는 기암들이 국내 3대 암산의 명성답게 기암과 절벽들로 둘러싸여 험준함을 보여주지만, 등산로는 상대적으로 유순하고 거리도 길지 않다. 그래서 주왕산 산행은 콧노래 흥얼거리며 유유자적 거닐 수 있는, 등산이라기 보다는 트레킹 코스로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산행은 4시간 30분을 소요하고 집단시설지구로 하산하여 하산주와 함께 늦은 점심을 먹는다. 시간이 넉넉하여 가까운 영덕에서 게회식을 해볼까 하였으나, 연과장의 바쁜 일정으로 판이 깨지고 집으로 향한다. 몇년만에 찾아간 주왕산은 변함없이 수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어 언제든 다시 찾고 싶은 그리움 같은 것을 만들어 주는 아주 좋은 산이 아닌가 싶다.
<주왕산 등산지도와 등산코스>
1) 매표소-대피소-제3폭포-금은광이-월외2동-달기폭포(9.3km 4시간 5분 소요) |
2) 매표소-백련암-월미기-금은광이(4.5km 2시간 소요) |
3) 대피소-후리매기-사창동-왕거암-내원분교-대피소(11.5km 5소요) |
4) 매표소-대피소-칼등고개-주봉-매표소(9.2km 3시간 45분 소요) |
5) 상이전-신슬골입구-대문다리-왕거암-대피소-매표소(13.4km 6시간 40분) 6) 매표소-주왕굴-1폭포-2폭포-3폭포-금은광이 삼거리-장군봉-매표소(5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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