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영 남 권

천불의 '남산제일봉'(매화산.천불산)

바위산(遊山) 2010. 9. 21. 12:02

 

<암릉구간>

산은 낮으나 높으나 굴곡이 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고통스럽게 정상을 향해 오르면 하산을 하여야 한다. 우리네 인생도 산처럼 굴곡이 있기 마련이다. 살다보면 인생을 가름할 커다란 굴곡도 있지만 작은 일상에서도 크고 작은 굴곡들은 끊임없이 생겨난다. 산에 오르는 것은 살아가며 다가오는 굴곡의 이치를 미리 깨우치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지표를 만들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도 같다.

산에 오를때면 대간이나 정맥을 종주하는 것과 같이 정해진 목표에 충실하는 것도 좋지만, 경관이 수려한 산이나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호젓한 산에 오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수려한 경치를 보는 것은 눈과 마음을 즐겁게하여 선한 마음을 키워주고, 적막이 흐르는 심산유곡의 호젓한 산행은 미지를 찾는다는 새로움과 함께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청량사 들머리>

  

남산제일봉(1,010m)은 홍류동계곡을 사이에 두고 가야산과 마주하고 있는 산으로, 능선상에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이 늘어서 있고, 그 바위들로 연결된 능선이 아기자기하여 산행코스로서 인기가 높다. 능선에는 바위가 천개의 불상이 늘어서 있는 것과 같다하여 천불산으로 불렀다고하며, 청량사 들머리에는 지금도 '천불산청량사'라 표기되어 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만큼 등산로가 잘 발달되고 암릉구간에는 철다리가 설치돼 있어 험난한 산세에 불구하고 산행을 하는데는 별반 어려움이 없는 산이다. 일명 매화산이라고도 하는 남산제일봉 산행은 청량사와 해인관광호텔을 주요 기점으로 하고 있다. 

 

<서봉>

산행일 : 2010년 9월 18일(토)

날   씨 : 맑음

누구와 : 창민산악회 9명

어데에 : 경남 합천의 남산제일봉(매화산)

시   간 : 4시간(청량사~남산제일봉~해인사)

<전망대>

유난히도 뜨겁고 비가 많았던 여름도 자연의 섭리를 이기지는 못하는 것 같다. 부쩍 하강한 기온이 산행을 하기 좋은 계절인 가을을 말하고 있다. 조촐한 병원산악회원들이 멀리 합천의 남산제일봉을 찾아간다. 새벽부터 서두른 탓으로 청량사에 도착하니, 8시가 조금 넘었다. 대형차는 진입하기가 어려운 좁은 산길을 가파르게 오르면 청량사 주차장과 매표소가 나온다. 요금징수 명목은 사찰관람료다. 전국의 국립공원을 비롯한 명승지에는 으레히 절이 있고 종단소유의 땅이 많다. 이들은 입구에 길을 막고 관람료나 주차료를 징수하고 있다. 그러나 국립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산을 오르기 위함이지, 사찰을 관람하기 위하여 찾아 가는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는가, 세금도 내지 않으며, 영리에 급급한 종교시설의 속물같은 행태는 가끔씩 산행의 즐거움을 반감시키곤 한다.  

<가야산>

주차를 하고 가파르게 10여분 정도 오르면 청량사가 나온다. 대한불교조계종 해인사의 말사로 '삼국사기'에 최치원이 즐겨 찾던 곳이라고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통일신라 말기 이전에 이미 창건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청량사에서 해인사로 넘어가는 입구의 돌벼랑에는 최치원이 친필로 쓴 시가 새겨져 있고'동국여지승람' '파한집' 등에 '최치원제시석'이라는 기록이 있어 '삼국사기'의 내용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사지(寺誌)에 따르면 이 절은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다가 1811년 '회은선사'가 3칸의 법당과 요사채를 지었으며, 최근에 주지 '경암'이 요사채와 건물들을 중수했다고 한다.

국립공원을 산행지로 택할때면 사찰관람료를 두고 요금소와 시비를 벌이는 최과장의 모습은 사찰을 관람하는 것보다 흥미롭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우기고 공짜로 들어갈때도 있지만, 요즘은 변기통도 시원찮고 나이가 들수록 기가 빠지는지 한명치 밖에 절감하지 못했다고 한다. 절간엔 들어가지도 않고 절간 아래를 돌아 곧바로 산행들머리로 들어선다. 사찰관람료를 내고 나면 오히려 절구경을 할 생각이 사라지니, 부처님이 중생들의 인내와 자비를 시험하시려는 것인지?    

등산로 초입에 있는 돌확에서는 시원하게 물줄기가 흘러 내린다. 수림이 울창한 완만한 등산로가 잠시로 끝나고 곧 된비알로 이어진다. 가파른 된비알은 주능선까지 계속 이어져 다리힘을 빼놓고 땀을 쏟아내게 한다. 30분쯤 오르면 주능선 안부에 오르게 된다. 서쪽으로 뾰족한 바위들이 숲사이로 비집고 솟아 있는 서봉이 보인다. 이곳은 출입금지 표지판과 밧줄이 막고 있다. 안부에서 동릉을 타고 잠시 가파르게 오르면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 서면 가야산이 한눈에 보이고 서봉과 함께 올라온 능선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전망대를 지나면 본격적인 암릉지대로 접어든다. 능선을 따라 계속 이어지는 바위들의 모습은 기이함과 멋스러움이 있다. 바위가 천개의 불상이 늘어서 있는 것처럼 솟아 있어 천불산이라 불렀다고 하는 설이 과장은 아닌것 같다.  주변의 수려함을 감상하며 느긋하게 철계단을 타고 암봉에 오른뒤에 다시 한 번 안부로 내려서서 잠시 숲길을 걷다가 다시 한 번 가파르게 오르면 정상 아래에 서게된다. 이곳은 제2전망대 역할을 하여 지나온 능선과 암릉구간에 수석처럼 솟아 있는 바위들을 조망할 수가 있다.  

 

 

 

  

 

 

 

 

<지나온 능선길> 

  

 

 

 

 

<남릉에 위치한 암봉군락 : 출입금지구간> 

 

 

 

 

 

 

 

 

 

 

 

 

<남산제일봉 정상> 

  

 

 

제2전망대에서 잠시 부드러운 능선을 걸으면 남산제일봉의 정상으로 오르게 된다. 정상은 커다란 바위들이 모여 이룬 암봉구간으로 계속 지그재그로 철계단을 타고 올라야 한다. 철계단을 오르다 뒤돌아 보면 우리가 타고 올라온 능선과 청량사 아래 위치한 저수지와 마을이 아스라히 내려다 보인다. 정상에도 바위돌이 늘어서 있으나, 따가워진 햇살때문에 잠시 조망을 즐기고는 해인사 방향으로 하산을 서두른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

 

 

 

 <정상부의 기암>

 

 

 

 

 

<하산중에 올려다본 정상부> 

 

암봉으로 이루어진 정상을 내려서면 울창한 숲길을 걸어야 한다. 목조계단이 끝나고 부드럽고 잘발달된 등산로는 울창한 수림에 쌓여 있어 한낮인데도 음침하다. 중턱으로 하산하면 계곡에서 물소리가 들리고 계곡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철다리를 건너 작은 인공굴이 있는 계곡의 합수점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잠시 땀을 식히고 하산한다. 하산중에 아직은 덜익은 굴참나무 도토리가 떨어져 등산로에 즐비하다.  

<홍류동계곡>

해인사 방향의 등산로는 부드럽고 숲이 울창하며,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이 시원하고 힘들지 않아 여름산행에 좋을 것 같다. 그러나 마주하고 있는 가야산도 해인사 방향 등산로가 별로 볼품이 없는 것처럼 이길은 별로 볼만한 풍경이 없는 단점이 있다. 하산하여 해인관광호텔 아래에 자리한 식당에서 부치게와 도토리묵을 안주로 하여 한잔한다. 이 집단시설지구는 주차를 하지 않아도 들어오는 차량에 대하여 무조건 주차비를 징수한다. 또 한 번의 실랑이와 함께 38년만에 개방된 가야산 만물상코스로 향하는 산객들이 만원을 이루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썰렁하게 비어 있는 집단시설지구 주민들의 해인사에 대한 노골적인 불평을 뒤로하고 합천을 떠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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