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제 : 2010년 7월 25일(일)
날 씨 : 흐림(약간의 비)
어데에 : 경북 예천의 회룔포
누구와 : 마누라
여름날의 고온다습함이 숨막히게 한다. 멀리 산행계획을 하고 준비를 하여도 울마눌 시큰둥이다. 이 후덕지근한 날씨에 비지땀을 흘리며 산행을 하는 것이 그리 달갑지 않은 눈치다. 할 수 없이 여행으로 변경하고 '회룡포'를 제시하니, 준비하는 손길이 빨라진다. 제천에서 회룡포를 찾아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다. 회룡포를 감싸고 있는 비룡산 장안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전망대로 오른다.
호젓하게 자리한 장안사는 전망대를 찾는 많은 사람들에 비하여 인기척 하나 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장안사는 신라가 삼국통일을 한 뒤 국태민안을 위하여 금강산, 양산, 비룡산에 세운 전국 세곳의 '장안사' 중의 하나라고 한다. 신라 경덕왕때(759) '운명조사'가 건립을 하고 고려의 문인 '이규보'가 이 절에 머물며 글을 지었다고 한다.
장안사에서 잠시 오르면 주능선 안부에 다다른다. 이곳에는 정자와 함께 커다란 석불이 앉아 있다. 이곳에서 남쪽으로 오르면 회룡전망대에 다다른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회룡포의 조망은 아주 좋다. 영월의 한반도 지형이나 안동의 하회마을보다 물돌이가 심한 회룡포는 삽질 몇번으로 섬이 될만큼, 말 그대로 육지속의 섬이라고 하여도 손색이 없다.
회룡포는 영화 '가을동화'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특히 회룡포를 둘러싸고 흐르는 강가의 하얀 백사장은 어릴적 고향의 강처럼 인상깊이 남는다. 회룡포는 태백산의 끝 줄기가 만나 태극 모양으로 내성천이 휘감겨 있으며, 마을은 소백산 줄기의 끝머리다. 내성천은 조금 더 흘러 삼강주막이 있는 낙동강 금천과 합류한다. 그래서 대체적으로 오염이 많이 된 낙동강의 다른 곳에 비하면 첩첩산중에서 흘러 내리는 물줄기는 맑고 깨끗하여 넓은 백사장과 함께 여름철 피서지나, 야영지로도 좋을 듯하다.
예천의 명산(?)인 비룡산은 높이가 200m도 안되는 작은 산이지만 회룡포를 같이 둘러 보는 테마산행지로 유명하다. 4시간의 종주코스와 1시간만에 오를 수 있는 회룡포 전망대코스도 있다. 산이 낮으나 오르고 내림이 가파라서 충분히 여행과 산행의 재미를 같이 할 수 있는 곳으로 오르는 지점과 방법에 따라 산행 시간이 달라지나, 이왕 찾아 왔다면 한바퀴 모두 둘러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전망대에서 가파르게 하산하면 용포마을로 내려서게 된다. 하산중에 제법이나, 빗방울이 뿌리며, 만개한 원추리가 빗속에 청초해 보인다. 비룡산에는 원산성이 있다. 이 성은 백제의 시조인 온조가 남하할 때 마한 최후의 보루인 곳을 점령한 후 백제를 세웠다고 합니다. 당시 격렬한 전투로 인해 지금도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성 아래 마을 성저마을(향석2리)에 원귀의 소리가 들려온다고 한다.
회룡마을에서 다리를 건너면 강변길 양옆으로 복숭아, 배 등의 과일나무를 심어 놓았다. 향석리와 대은마을에는 '팡개싸움놀이'가 있다. 예전부터 내려오던 석전(石戰)놀이로 돌을 던지며 싸우는 것이다. 석전놀이’는 말 그대로 돌을 던져 서로 싸우는 놀이로써 성격으로 보면 싸움이고, 결과적으로 보면 전해져 내려 오는 놀이로 이곳 사람들은 이 놀이를 ‘팡개싸움’ 혹은 ‘팔매싸움’ 이라 하는데 팡개란 ‘던지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향석리와 대은리 주민들이 두 마을의 경계인 축산 능선에서 정월 대보름날 초등학생 또래부터 싸움이 시작되어 나중에는 차츰 연령이 많아져 40세 미만의 장년층까지 싸움이 이어진다. 그러나 위험한 싸움임에도 불구하고 크게 다치거나 마을 사람들과의 언쟁은 없으며, 이러한 싸움을 크게 하는 이유는 싸움이 클수록 그 해 농사가 대풍이 들고 좋은 일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하며, 싸움이 끝나고 농사철이 되어 들판에서 일을 하다 만나거나 인근 장터에서 만나도 일체 싸움은 하지 않고 화목하게 잘 지낸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어릴적에 이웃 마을과 돌팔매질을 하며 싸우다 어른싸움으로 번졌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래 사진은 '펌'>
유독 감나무가 많은 회룡포를 가로질러 회룡포 표지석이 있는 강변으로 가다보면 양옆으로 논밭이 늘어서 있다. 논에는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짖는지, 논가에 우렁이가 꽤나 많이 보인다. 다시 백사장을 지나 다리를 건너면 꽤나 많은 나들이객들로 붐빈다. 단체로 야유회를 옴 팀도 있고 가족 단위의 나들이 객도 북적인다. 내성천은 장마철이라 비가 오는데도 맑은 물이 흐르고 너른 백사장과 낮은 수심으로 어린이가 있는 가족 나들이로 좋을 듯하다. 교회에서 야유회를 왔는지, 찬송가를 부르며 게임을 하는 한팀의 천막옆으로 한잔술에 얼큰한 나들이 객들이 구성지게 트로트를 부르며 흥겨워 하는 모습은 문화의 다양성과 공존을 실감하게 된다. 다리를 건너면 작은 주막 옆으로 안내판이 있고, 계단으로 올라서면 이 마을 출신인 시인 김영락(1831∼1906)이 노래한 '용주팔경시비'가 서있다. 이곳에서 다시 비룡산으로 오른다.
비룡산으로 오르는 길은 제법 가파르다. 습기 가득한 후덕지근한 날씨는 비지땀을 쏟아내게 하여 온몸을 땀으로 적셔 놓아 스판바지까지 다리에 척척 감기게 한다. 1시간 정도 주능선을 타고 오르면 석조불상과 정자가 있는 안부에 다다르고 잠시 내려서면 장안사 주차장에 도착한다. 한바퀴 둘러보고 나니, 점심때가 훨씬 넘었다. 이곳에서 유명한 먹거리는 삼강변에 자리한 '삼강주막'의 막걸리와 도토리묵, 부치게 등이고, 식사를 하려는 분들은 '흥부네 순대집'을 찾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리 크지 않은 시골 식당이지만 돼지막창으로 만든 전통 순대맛도 좋고 양념돼지고기나, 양념오징어를 석쇠에 구워 내놓는 석쇠구이도 먹음직하여 점심시간이 훨씬 지난 시간인데도 손님들의 발길이 그치지 않는다.
'흥부네순대집'에서 점심을 먹고 '삼강주막'을 찾아 간다. 경북 예천군 풍양면에는 세 물줄기가 모이는 곳이 있는데, 안동댐을 지나온 낙동강, 태백산에서 발원한 내성천, 죽월산의 금천이 한곳으로 모이는 곳으로 '삼강' 이라고 부른다. 아주 먼 옛날에는 이곳을 지나 회룡포, 하회마을까지 소금배가 들어왔다고 하며, 이 삼강나루터는 경남 김해에서 올라오는 소금배가 경북 안동 하회마을까지 가는 길목이었고, 문경새재를 넘어 서울로 가기 위해서는 꼭 지나쳐 가야 하는 곳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이곳에 다리가 놓여지고, 차량으로 이동하다보니, 나룻배를 타는 사람들이 줄어들어 15년쯤 전쯤에 나룻터는 없어 졌으나, 이제는 삼강주막을 둘러 보려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곳에는 약 500년쯤 된 느티나무 밑으로 ‘삼강리주막’에 할머니 한 분이 사시며, 주막을 운영하였으나 지금은 돌아 가시고, 삼강마을 주민들은 주막에 앉아 뱃사공을 기다리던 이들이 술잔을 기울이다 기분 좋게 술이 오르면 배를 보내고 주막에 눌러앉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옛날 기억을 떠올려 마을 부녀회에서 주막을 운영하고 있다.
삼강주막에서는 주말에 한하여 노래자랑이 열린다. 이 곳 지역민들도 참여하고 관광객들도 참여하여 구수한 입담을 자랑하는 진행자의 장단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고, 잘부른 사람에게는 이곳 특산품을 상품으로 주기도 한다. 비록 지금의 삼강주막은 관광지가 되어 버렸으나, 강변에 서면 그 옛날 나룻배를 타고 삼강을 건너던 우리 선대의 모습이 다리위를 씽씽 달리는 자동차 행렬과 비교되어 세월의 유구함과 함께 급격하게 발전된 우리의 모습을 실감하게 된다. 삼강주막을 둘러보며, '김영락'시인이 노래한 용주팔경 싯귀절 하나 옮겨본다.
'뫼굽이는 용이요 구름은 연기인데 / 서로 좋아 어우러져 남천에 머물더니 / 하느님 음덕으로 복된비 내려주네 / 우리고장 천만년 풍년을 누리리라'
노인전문정신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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