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제 : 2010년 4월 3일(토)
누 구 와 : 마누라
날 씨 : 맑음
어 디 에 : 경북 봉화의 달바위봉 산행
산행시간 : 3시간 20분
요즘은 스트레스와 술이 믹서되어 몸과 마음이 꼴이 아니다. 누적된 피로~ 영양 보충을 하고 푹 쉬어볼까도 싶지만 산행을 하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 질 것 같아 찌부덩한 몸를 끌고 산행을 떠난다. 매주 산행을 한지 10여년, 이제 오를만한 산은 거의 오른 것 같고 남은 것은 기름값이 아까운 원거리의 산뿐이다. 명산을 찾는 것도 좋지만 이제 오지의 숨은 진주같은 산을 찾아보자며 인터넷을 뒤적이다 눈에 뜨이는 산이 있다. 봉화의 달바위봉이다. 제천에서 거리도 멀지 않고 암봉으로 이루어진 산이니 구미가 당긴다.
태백을 지나 봉화로 접어들어 오지의 산골마을 월암에 다다르면 예전에 광산 사택으로 쓰이던 텅빈 아파트 두동이 썰렁하게 서 있고 산행 들머리가 있다. 들머리를 무시하고 계곡을 따라 1,8km쯤 들어가면 월암사가 나온다. 월암사를 못미쳐 소형차 20여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과 정자, 간이화장실이 조성되어 있다. 대형버스도 진입은 할 수 있지만 도로폭이 좁아서 조심을 하여야 한다. 그래서 산악회에서 오신분들은 대부분 월암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할머니 보살 한분이 지키고 산다는 허름한 암자 같은 작은 절 월암사를 지나 키큰 산죽이 늘어선 등산로로 접어든다. 예전부터 달바위봉을 명터로 여기고 많은 무속인들이 찾고 있으며, 월암사 앞으로도 허름한 기도터가 만들어져 있다. 산죽길이 끝나고 본격적인 산행길로 들어서면 돌들이 널려 있고 다래, 칡, 담쟁이 등의 덩쿨식물들이 나무를 휘감고 올라 천연의 밀림같은 너덜길을 오르게 된다. 산은 오를수록 바위들과 암벽이 보이고 비알이 급해져서 숨도 차고 다리가 무겁다. 컨디션도 제로인데다 저번주 비와 아버님 기고로 산행을 쉬고 운동도 안 한 것이 표시가 난다. 울마눌이 보아도 부석부석 누렇게 떠버린 꼬락서니가 안타까운지 한마디 한다. "더 마시고 살으슈".....ㅠㅠ (자기가 술갑이라도 넉넉히 대줬당가?)
달바위봉(월암봉)은 해발 1,094m로 강원 태백,경북 봉화군 석포면 대현2리에 자리하며, 태백산 문수봉 남쪽에 위치한 지맥으로서 백천계곡 맞은편에 우뚝 솟은 바위산으로 전시에 전방을 관찰하던 곳이라 하여 장군봉이라고도 한다. 조선조 단종 사 후 백성들이 태백산에 입산한 단종의 영혼을 천도하고 국태민안을 기원하기 위하여 태백산 망경재에서 제를 올리던중 음력 8월 보름경에 동쪽을 바라보니 푸른 산속위에 암석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어 멀리서 바라보면 달같이 둥실 떠있는 기묘한 형상으로 보여 달바위봉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헉헉거리며 밧줄을 잡고 암봉의 하단에 오르니, 두팀의 부부산객이 암봉산행을 포기하고 하산을 하고 있다. 암봉의 남쪽 벽에도 고드름이 달려 있는데 북벽의 등산로는 눈과 얼음으로 얼어 붙어 있어 포기하고 하산한다고 한다. 3월말까지도 아이젠을 챙기다가 오늘 아침에서야 배낭에서 빼놓고 온 것이 화근이다. 밧줄이 있으나 아이젠 없이 얼어 붙은 직벽을 오르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지만 고행의 길이다.
<에구! 미치겠네....ㅠㅠ>
<끼잉~낑>
얼어 붙은 암봉을 기어 오르면 바위에 노송이 어우러진 전망대에 오르게 된다. 아래로는 천길 낭떠러지로 오금이 저려 가까이 접근하기가 어렵다. 올봄에는 지겨울만치 눈과 비와 황사가 괴롭히더니만 오늘은 맑은 날씨로 인하여 시계가 좋다. 일망무제의 거칠 것 조망이 가슴을 뻥 뚤리게 하는 것 같다.
전망대에서 다시 철계단을 타고 오른다. 철계단 중간에서 석문이 올려다 보인다. 철계단이 끝나면 다시 한 번 사다리와 밧줄구간을 올라야 한다. 계속 이어지는 철계단과 밧줄구간을 보아 월바위봉이 210m 높이의 오똑하고 거대한 암봉임을 실감할 수 있다.
달바위봉은 210여m에 큰달바위와 작은달바위봉으로 V자 모양으로 형성되어 있다. 쌍봉사이로 떠오르는 달이 사람들의 심금을 서늘하게 울린다 하여 붙여졌다고도 한다. 태백산을 지아비로 둔 달바위봉은 암바위로 청옥산을 베개 삼고 낙동강을 치마폭에 감싼다. 그 기세가 하도 무소불위하여 주변에 거느린 마을과 골짜기와 사찰조차 지어미를 섬기듯 한다. 들머리가 되는 월암 마을의 이름도, 월암 마을에서 달바위봉을 향해 길게 뻗은 골짜기를 달바위골이라 부르게 된 것도 달바위봉에서 기인된다. 산림청에서 1985년부터 조성한 청옥산 자연휴양림 입구(넞재)에서 잘 볼 수 있으며, 태백산에 오르면 동쪽으로 기묘한 형상을 하고 서있는 암봉이 내려다 보여 늘 궁굼하였는데 그것이 달바위봉이다.
산이름이 낭만적인 달바위봉은 진안의 마이산을 닮아서 보는 이로 하여금 경탄하게 한다. 모래와 자갈이 퇴적되어 형성된 수성암으로 거칠은 콘크리트 혼합물을 쏟아 부어 놓은 것 같은 암석의 모습도 마이산의 암봉과 비슷하다. 남북 사면이 수백길 단애를 이룬 달바위봉은 커다란 암산으로 거대한 산수화 한폭을 보는 듯 한 경치이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그야말로 천하 일품이다. 청옥산과 태백산을 비롯한 백두대간의 장괘한 능선이 시야에 들어 온다.
정상을 못미쳐 다시 한 번 전망대가 나온다. 이곳에서의 조망도 일망무제라 할 수 있다. 동쪽은 숲에 가려져 보이지 않고 서쪽으로 거칠 것 없는 조망이 펼쳐진다. 남으로 정상표지석이 있는 큰달바위봉의 단애가 한눈에 들어 온다. 암봉의 수려함도 좋지만 험준한 암봉의 모습에 아름답다기 보다는 위압감이 느껴진다.
<큰달바위봉 정상부>
전망대에서 다시 한 번 암릉을 타고 전진하면 또하나의 전망대에 다다른다. 전망대를 내려서서 노송이 어우러진 안부에서 잠시 치고 오르면 달바위봉의 정상이다. 달바위 정상에는 가마솥 뚜껑만한 검은 왕거미가 살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오며, 달바위 밑에 옛날 어느 도인이 기거하였다하며 현재도 집터가 남아 있다고 한다. 정상석을 못미쳐 잔디 하나 자라지 않는 무덤이 한기 있다. 누가 무슨 연유로 이 거대한 암봉의 정상에 무덤을 만들었은지 궁굼하다.
<달바위봉 정상 전망대>
<큰달바위봉 정상>
<작은달바위봉>
달바위봉은 등산도 만만치 않지만 하산은 더욱 난코스다. 큰달바위봉에서 작은 달바위봉으로 향하는 길에는 <위험>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앞을 가로 막는다. 이 구간은 암릉과 암벽을 돌아 내리는 용아릉 같은 코스로, 밧줄이 달려 있기는 하지만 위험구간이 많아 애를 먹인다. 더구나 바위산행에 익숙치 않은 초심자들은 아주 조심을 하여여야 한다. 기존 밧줄 외에도 보조자일이 설치된 구간도 있지만 안전을 위하여 보조자일을 준비한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암봉을 돌고 밧줄에 의지하여 오금을 저리며 안부로 내려 섰다가 다시 작은 달바위봉으로 오른다. 작은달바위봉의 중턱부터는 밧줄도 눈에 덮혀 있고 얼어 붙어 있어 아이젠이 없이 오르기에는 역부족이다. 작은 달바위봉 정상을 포기하고 밧줄을 잡고 동쪽능선으로 내려선다. 이곳에 속세골 4.5km, 청법사 2.5km라는 표지판이 서있다. 지도에는 큰달바위봉과 작은달바위봉 사이 안부에서 월암사로 향하는 길이 있는데 보이지를 않는다.
<작은달바위봉 서북사면> <큰달바위봉 서남사면>
이곳에서 큰달바위봉의 동북사면으로 우회를 한다. 산객의 발자욱이 적고 얼어 붙은 등산로가 애를 먹인다. 버벅대며 동북사면을 돌아서면 암봉을 오르기 시작했던 암봉의 서사면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오르던 길로 원점회귀를 한다. 해발은 높으나 이 지역의 해발이 높다보니, 산이 그리 크게 보이지는 않으나, 암릉과 암봉을 오르락 내리락 하여야 하므로 산의 크기에 비하여 위험도와 체력의 소모가 큰 산이다. 속세골이나 성황골에서 오르는 길도 있으나, 등산로가 발달되지 않고 험하여 시간도 많이 걸리니, 경험 있는 사람과 동행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달바위봉은 오지의 암산으로 형상은 마이산을 닮고 산행의 묘미는 홍천의 팔봉산을 오르고 내리는 것 같은 암릉산행의 묘미를 가득 안고 있는 멋진 산이다.
노인전문정신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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