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영 남 권

만물상을 대신한 해동팔경<가야산>

바위산(遊山) 2010. 11. 21. 13:12

 

산행일 : 2010년 11월 20일(토)

날   씨 : 맑음(약간의 개스)

누구와 : 창민산악회 7명

산행지 : 경남 합천의 가야산(칠블봉.상황봉)

시   간 : 6시간 

세계 최초의 에베레스트 정복자는 "왜 산에 오르는가?" 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산이 거기 있어 산에 오른다" 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그는 기자들의 갑작스런 질문에 좋은 말이 떠오로지 않자 궁색하게 대답한 한마디가 후일 명언으로 남게 되었다고 한다. 산을 좋아 하는 사람들의 등산예찬론은 아주 많다. 산을 오르는 이유는 '정상에서의 느끼는 잠시의 장엄함 때문이 아니라 산을 오를때의 몇 시간의 고통 때문이다. 그리고 하산할 때의 허망함과 하산 후의 피곤함 때문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 등산인구가 2천만명이 넘어 섰다는 지금에 산에 오르는 그 많은 사람들은 무엇때문에 산에 오를까? 첫째는 바쁜 생활속에서 부족한 운동을 해소하는 방법의 하나요, 수려한 산에 올라 좋은 풍경을 보는 것과, 정해진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자연속에서 자유로움으로 느껴보고 싶은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축적된 심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압축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산에 오르는 것을 어려워 하기도 한다. 많은 체력을 요구하는데다, 위험성도 있다. 그러나 가장 큰 것은 그 모든 것을 함축한 두려움이다. 자신이 없다면 작은 산부터 차그차근 올라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오늘은 창민산악회 정기산행일이다. 7명의 단촐한 인원이 가야산의 만물상코스를 돌아 보기로 하고 합천으로 향한다. 그러나 '헐~' 인산을 이룬다는 38년만에 개방된 가야산 만물상코스는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산불예방기간인 한달동안 출입금지란다... ㅠㅠ, 가야산 관광호텔이 있는 백운동 주차장에 도착하니 가야산의 암릉이 웅장하고도 장쾌한 모습으로 앞을 막고 늘어서 있다. 주차장 옆 식물원을 지나, 상가에서 정상주용 막걸리 한통을 챙기고는 용가골로 들어선다.

용가골을 타고 오르다 백운1교~백운4교까지 4개의 철다리가 나오고, 중간쯤 오르다 보면 소실되어 터만 남아 있는 "백운암지"가 나온다. 예전에는 가야산 일대에 100개가 넘는 암자가 흩어져 있었다고 하니, 그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수목사이로 몇개의 돌축대와 돌계단만이 썰렁하게 남아 있다. 백운암지를 지나면 신갈나무 아래로 산죽군락이 늘어선 목조계단을 타고 올라야 한다. 몇년전 이른봄에 이곳을 오를때는 등산로 옆으로 아름다운 얼레지꽃이 줄지어 피어 있던 기억이 있다.

가야산은 높이가 1,433m로 경북의 서남단을 에워싸고 우뚝 솟아 있는 영남 제일의 산으로 그 웅장함과 수려함이 "조선팔경" 하나로, "해동제일의 명산"으로 일컬어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산이다. 해인사에서 토삼골이나 극락골, 또는 백련암을 지나서 상왕봉에 올라 칠불봉으로 향하는 코스와 백운동에서 용가골이나 심원골을 지나 칠성봉에서 상왕봉으로 오르는 코스도 있고 동성봉으로 암릉을 타고 칠불봉으로 향하거나 만물상 능선을 타고 오르는 코스 등 다양한 등산코스가 있다. 그러나, 동성재와 동성봉 구간은 출입금지 구간이며, 남한의 금강이라는 만물상코스가 38년만에 개방되어 요즘 산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한시간을 조금 더 오르면 서성재에 올라서게 된다. 이곳에서 만물상으로 향하는 길과 칠불봉, 상황봉으로 오르는 갈림길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만물상코스는 출입금지를 하여 놓았고 국립공원관리소 직원이 올라와 지키고 있다. 모처럼 만물상을 찾아 온 많은 산객들이 아쉬움을 안고 칠불봉으로 향한다. 서성재에서 허물어진 산성터 옆으로 목조계단을 타고 오르다 보면 소나무가 몇구루 자라고 있는 성터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 서면 남쪽으로 장쾌하고 부드러운 능선이 흘러 내리다가 침봉들이 군락을 이루는 만물상코스와 남산제일봉이 시원하게 조망을 티운다.

전망대를 떠나 잠시 오르면 바위 하나가 우뚝 서 있는 쉼터에 다다르고, 조금 더 오르면 철계단이 나온다. 철계단을 타고 오르면 암봉과 노송이 어우러진 중봉에 오르게 된다. 이곳에서 조망은 아주 좋다. 앞으로는 백운동과 만물상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고 뒤로는 칠불봉에서 동성봉으로 이어지는 암릉이 장쾌하게 올려다 보인다. 

<만물상 능선>

 

<용가골과 백운동>

 

 

 

 

 

 

 

 

 

 

 

<중봉 하산길>

 

<칠불봉 등산길>

 

<중봉>

 

 

 

중봉을 내려서서 칠불봉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게 철계단을 타고 올라야 한다.  이곳에는 철계단 주위로 암봉에 어우러진 노송들의 모습이 멋들어진 풍경을 만들어 놓는다. 낑낑거리며, 계단을 올라서면 칠불봉에 오르게 된다.  

 

 

<내려다 본 중봉>

 

칠불봉에 올라서면 능선을 타고 암봉들이 늘어서 있는 만물상코스가 시원하게 조망되고 만물상을 지나 무명능선의 모습이 장쾌하게 조망된다. 만물상으로 올라 무명능선을 걷는다면 최고의 암릉산행이 될 것 같다. 서북으로 거대한 암봉인 상왕봉이 떡하니 버티고 있으며, 칠불봉에서 동쪽으로 암릉이 뻗어 나가다 1227m의 동성봉으로 이어진다. 동성골과 동성봉은 출입금지구역으로 묶여 있지만 용가골에서 동성재로 올라 동성봉 암릉을 타고 칠불봉으로 향하는 등산코스도 있다고 한다. 개방이 된다면 체력은 필요로 하겠지만 멋진 암릉산행을 즐길 수 있는 코스가 아닌가 생각된다.

가야산은 가야건국설화를 간직한 영산으로 옛부터 "정견모주" 라는 산신이 머무는 신령스런 산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야산신인 "정견모주"는 천신인 "이비하"에 감응되어 두아들을 낳았는데 "뇌질주일"은 대가야 시조가 되고, "뇌질청예"는 금관가야의 시조가 되었다고 전한다. 칠불봉은 가야국 김수로왕이 인도의 아유타국 공주와 결혼하여 10명의 왕자를 두었는데 큰아들은 왕위를 계승하고 김씨의 시조가 되고, 둘째와 셋째는 어머니의 성씨를 따라 허씨의 시조가 되었다고 하며 나머지 7명의 왕자는 "허황후"의 오빠 "장유화상"을 스승으로 모시고 가야산에서 가장 힘차고 높게 솟은 칠불봉 밑에서 3년간 수도 후 도를 깨달아 생불이 되었다고 전한다. 예로부터 가야산은 산신이 머물고 있어 삼재(수재, 화재, 병화)가 들지 않는 해동영지로 알려진 영산이라고 한다.

<동성봉으로 뻗어 나가는 암릉>

 

<상황봉>

 

<칠불봉과 상황봉 사이의 암봉>

 

칠불봉을 내려서서 상황봉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늘 준비를 잘 하시는 여사님들의 수고는 오늘도 입을 즐겁게 한다. 사람은 살아가며 몇가지의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그 첫째로 입이 즐거워야 하며, 둘째로 눈이 즐거워야 하고, 세번째로 귀가 즐거워야 한다. 이 모든 것을 함축하여 몸과 마음이 즐거워야 하는데, 산에 올라 좋은 풍경을 보고 담소하며 정상주 한잔과 함께 맛있는 식사를 하는 것은 이 즐거움의 대부분을 한꺼번에 충족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 같다.

<상황봉 오르는 길>

 

<상황봉 오르는 철계단>

 

점심을 먹고 그 자리에 배낭을 모아 두고 상황봉으로 향한다. 화창하고 푸근 날씨가 봄날과도 같다. 다시 철계단을 타고 상황봉으로 오르니, 암봉에 패어 있는 우물에는 꽤나 두꺼운 얼음이 얼어 있다. 이곳이 해발 1,430m의 고봉인만큼 밤기온이 꽤나 낮아지는 것 같다. 상황봉에 올라 시원하고 장쾌한 조망을 즐기고 기념사진을 찍은 뒤 잠시 쉬었다 하산을 한다. 예전에는 해인사 방향으로 하산을 하였으나, 볼거리도 별로이고, 해인사에서 문화재관람료와 함께 통행하는 차량마다 주차료를 받고 있어서 지금은 한적한 곳이 되어 버렸다. 차량회수 문제도 있어 백운동으로 원점회귀를 한다.

<상황봉 정상>

 

<두리봉>

 

<상황봉에서 바라 본 칠불봉>

 

<쬐끔 삭았지만 내눈엔 아직도 이쁜이 멋쟁이들~ ^^* >

 

<거북바위>

 

인생에 있어서도 계획된 삶이 모두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때로는 기대가 실망을 만들기도 하고 우연치 않게 생각치 않던 곳에서 좋은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산도 그렇다. 꽃산행이나 억새나 단풍산행, 그리고 심설산행을 별러도 절정을 만끽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저 열심히 산행을 하다보면 우연찮게 좋은 산행지를 만나기도 한다. 우리네 인생도 산행과 매우 비슷한 것 같다. 오름과 내림, 힘겨움과 편안함의 굴곡이 반복되기도 하고, 뜻하지 않은 길흉화복을 만나기도 한다. 그러니, 언제 어느 곳에서든 열심히 살아 가는 방법밖에는 없을 듯하다.

38년만의 개방에 따라 별러서 찾아 온 가야산 만물상코스를 답사하지 못 한 아쉬움은 있지만 꿩대신 닭이라고, 해동팔경이자 국림공원인 가야산 산행이라면 닭중에서도 토종닭은 될터이니, 아쉬움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찾아 오는 길이 멀기는 하다만 언젠가는 다시 한 번 만물상을 찾아 올 것이다. 잘있거라! 가야산아! 다시 찾을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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