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적인 인간들이 모인 군중은 개별적인 인간이 가진 특성과 전혀 다른 특성을 보이게 된다. 정장을 하고 출퇴근을 하던 젊잖은 사람들이 예비군복을 입고 집단을 이루면 전혀 다른 인성을 드러내게 된다. 아프리카의 누우떼가 건기를 피하여 강을 건널때는 강물에 숨어 있는 악어와 거친 물살이 두려워 선뜻 누구도 앞서 강물에 뛰어 들지 못한다. 그러나 한마리가 과감히 물속에 뛰어들면 모두가 함께 물속으로 뛰어든다. 거기에는 합리나 이성이나 옳고 그름의 판단력 같은 것은 이미 사라지고 찾아보기 어렵다.
군중심리는 광장효과를 만들어 낸다. 작은 공간, 밀폐된 공간을 답답하여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은 광장을 그리워 한다. 광장형의 사람들은 자아지향형이기 보다는 타아지향형이 많다. 존재의 의미, 사물의 의미, 정치적 사회적 특정 상황의 해결을 광장의 군중에서 찾으려 한다. '오 필승 코리아!', 서태지 음악회, 게릴라 콘서트, 도시의 거리를 점령하고 우리의 의식을 난타하는 촛불시위 등이 그렇다.
다음은 왜곡효과이다. 그들은 진리도 진실도 국가의 중요 정책도 광장에 있다. 나라의 명운도 그만 광장에 걸고 만다. 그런데, 광장에는 진실이 없다. 휘황찬란한 조명과 선동가의 화려한 수사와 최면만이 있을 뿐이다. 오직 선동가에 의해서 왜곡된 진실과 진리만이 최면된 군중의 의식속에 투입될 뿐이다. 평양의 군중집회, 히틀러의 군중집회, 로마 광장의 부루터스의 연설, 록 페스티발, 촛불집회 등도 이와 유사한 성격을 띄고 있다.
또 하나는 환각효과이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군중심리를 알고 조종하는자에 의해서 조종된다. 그리고, 광장의 출입이 잦아질수록 그의 의식은 환각에 빠진다. 자신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착각, 누군가와 함께 하고 있다, 뭔가 큰 일을 하고 있다는 환상에 빠지는 것이다. 그리고, 대중 조종자들은 그러한 군중의 환각상태를 이용하는 것이다. 야간 집회를 특히 좋아한 것은 히틀러였다. 그는 높은 단상에 올라 '독일의 영광' '독일 인종의 순수성'을 역설했던 것이다. 오늘날 한국사회의 야간집회의 '문화행사'에는 인기 뮤지션의 밴드가 동원되어 대중의 환각효과를 한층 높이고 있다.
다음은 마취효과이다. 군중집회에 참가하는 자들은 군중간의 감성동조 및 동참의식에서 쾌락을 느끼게 되고, 이성이 마비되기 쉽다. 그들은 그들의 사고와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엄연히 편향된 정치집회인데도 그것을 정당화 시키려 한다. 분명히 불법을 행하고 있으면서도 죄의식이 없다. 축구관람 군중에서 가끔 폭도로 변하는 '훌리건' 같은 자들이 그렇다. 그들은 정의를 위하여 도덕은 무시하여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군중심리에 마취되어 자신을 잃어버리는 행동은 공동체에 크게 기여할 수가 없다. 가정과 직장과 국가의 일원으로 무엇이 소속된 집단을 위하는 길임을 심사숙고 없이 가볍게 광장으로 뛰쳐나간다는 것은 이미 역사의 장에서 몰락해버린 '아고라광장' 문화를 재현하고, 수천년 발전해온 대외정치를 깡그리 무시하는 천박한 문화의 망령일 뿐이다. 광장문화의 정당성은 대외정치의 왜곡과 단절하에서 더 이상 불가피하다고 판단될때만 그 가치가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군중심리나 광장문화는 인터넷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아고라'방이나, 뉴스의 댓글란은 익명의 탈을 쓰고 정신분열병적인 군중심리에 빠져 버린 사람들이 논리도 진실도 도덕이나 예의도 없이, 이성이 마취되어 반대를 위한 반대와 편협과 욕설로 도배를 하고 있다. 모두가 참여하고 토론할 수 있었던 로마의 '아고라광장'이 왜, 몰락하고 대외정치가 발달되게 되었는지, 그들은 그러한 역사관도 지적판단력도 없다. '멕케이'는 말했다. '군중은 미칠때는 한꺼번에 미치고 제정신으로 돌아 올 때는 서서히 한사람씩 돌아온다'고, 우리는 부정확한 여론이나 집단이기로 인하여 군중심리에 빠져 광장문화를 동경하고 이성이 마취되어 환상으로 빠져든적은 없는지 한번쯤은 돌아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노인전문정신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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