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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가 만발한 무등산에 오르다.

바위산(遊山) 2010. 1. 24. 15:23

일   시 : 2010년 01월 24일(일)

날   씨 : 눈, 흐림

누구와 : 직장동료(4명)  

무등산(無等山)은 해발 1187m로 높이를 헤아릴 수 없고 견줄 만한 상대가 없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어머니의 품처럼 넉넉하고 부드러운 산세는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다. 예향인 빛고을 광주 사람들의 희노애락이 묻어 있고 예술의 모태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이 곳 사람들의 무등에 대한 애착과 사랑은 유달라 보인다. 오래도록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지난 89년 공원관리사무소를 설립, 인근 화순 담양에까지 걸쳐있는 무등산을 통합 관리하고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호남의 들판과 능선이 한 눈에 펼쳐지는 요충지다 보니, 정상은 중계탑과 군부대가 점령하고 있어서 출입을 할 수가 없다.

        

 

 

직장동료의 애사로 멀리 광주까지 조문을 가야할 일이 생겼다. 마침 주말이니, 광주까지 가서 무등을 올라보지 않는다면 돌아오는 발길이 무거울 것 같다. 조문을 한 후 비좁은 모텔방에서 옹기종기 하루밤을 보낸다. 그러나 잠이 들기도 전에 비보를 접한다. 큰 맘 먹고 마련한 출고한지 1주일도 안된 차량을 모텔 사장님이 주차정리를 하다 빠샥~, 졸지에 적지않은 돈을 날린분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몇 번 타지도 않은 차를....ㅠㅠ, 집에가서 마누라한테 혼날 생각을 하니 장난이 아니다.      

날이 밝아 차량수리를 맡기고 택시를 이용하여 무등산으로 향한다. 공원관리소에서 출발하여 군사도로를 타고 오른다. 많지 않은 양이지만 새벽부터 내리는 눈으로 등산로는 제법이나 미끄럽다. 아이젠과 스패츠로 무장을 하고 오르다보면 전망대에 다다른다. 그러나 내리는 눈과 운무로 인하여 조망은 할 수가 없다. 급하고 험한 길이 아니지만 포근한 날씨가 등줄기를 후질근히 적셔 놓는다. 

 

 

 

전망대부터는 수목에 상고대가 피어나 운치를 더한다. 상고대는 오를수록 더욱 화사하고 임도의 절개지 바위지대에 고드름이 덕지덕지 붙어 있어 상고대와 함께 좋은 풍경을 만들어 놓는다. 차량수리를 맡기고 오르느라 벌써 점심때가 되었다. 눈덮힌 도로변에서 라면이라도 끓여 먹고 가자며, C과장이 생각없이 버너에 불을 붙혔는데, 공원순찰차량이 지나다 보고는 버너를 압수해 가버렸다. 국립공원도 아니고 도로라서 괜찮을 거라 생각한 것이 잘못이다. 이곳 사람들의 무등산 사랑이 대단함을 알 수 있으나, 에고~ 좋은 것 하나 장만한다고 거금(?)을 들여 애지중지하던 C과장의 버너는 돌려 주시기를....^^*     

장불재에는 부드러운 억새능선이 펼쳐진다. 상고대가 달라 붙은 억새능선은 운무로 희미하다. 이곳에서 서석대로 오른다, 서석대로 오르는 길은 제법 가파르다. 오를수록 상고대는 절정을 만들어 놓는다. 눈과 운무와 상고대와 함께 그리 춥지 않은 날씨가 겨울산행을 하기에는 제격인 것 같다. 

 

 

 

 

 

 

산은 산객들로 만원이고 가끔 어린이들의 모습도 보인다. 가족과 함께 오른 어린이도 있지만 초딩 저학년쯤의 남매가 둘이서만 이곳에 올라왔다고 한다. 남매는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고 시종 줄거운 표정으로 산행을 이어간다. 어린 남매의 줄거운 산행모습을 보니, 화사한 상고대 못지 않게 상큼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장불재에서 억새초원의 동북으로 가파르게 800m 쯤 올라가면  거대한 병풍을 둘러쳐 놓은 듯한 선돌바위, 돌무더기가 펼쳐진다. 저녁노을이 지면 햇살에 반사되어 수정처럼 반짝거리기 때문에 "수정병풍"이라고 불렀다고도 하는 서석대는 백색의 상고대와 어울려 환상의 풍경을 만들어 놓아 절로 감탄사가 나오도록 하니, 아주 좋은 겨울산행 풍경이다.

 

 

 

 

 

 

 

 

 

 

 

 

 

 

 

 

 

 

 

 

 

 

 

 

 

 

 

 

 

 

 

 

 

 

 

 

<일진이 안좋아 풀죽은 c과장~ 인생살이 뭐, 별거 있슈?> 

 

 

서석대에서 입석대로 내려간다. 입석대를 못미쳐 승천암이 있다. 옛날 이 근처 암자에 무엇엔가 쫒기던 산양을 스님이 숨겨주었다고 한다. 그 후 어느날 스님의 꿈에 이무기가 나타나, 산양을 잡아 먹고 승천하려 하는데 네가 훼방을 놓았다며, 만약 종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너라도 잡아 먹어야 겠다고 하였다. 얼마 후 난데없이 우렁찬 종소리가 들렸고 이무기는 곶장 스님을 풀어주고 승천하였다는 전설이 얽힌 바위다.

 

 

 

 

 

 

승천암 아래로 입석대가 나온다. 삐죽삐죽 솟아오른 돌기둥 사이에 관목과 담쟁이 넝쿨이 자라고 있고, 관목마다 상고대가 달라 붙어 화사하게 빛난다. 입석대는 백악기 후기(약 1억먼년~6천만년전)에 화산이 폭발하여 솟구쳐 오른 용암이 지표로 흘러나와 냉각되면서 생긴 주상 절리대다. 높이가 10~16m정도로 5~8모로 된 돌기둥이 우람하게 둘러서 있어 신비로운 형상을 하고 있어 서석대와 함께 천연기념물 제465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제봉 고경명 선생이 쓴 유서목록에 의하면 입석대 주변에는 입석암, 상원등암, 상일암을 비롯한 10여개의 암자들이 바위 사이에 자리하여 무등산 제일의 명소였다고 한다.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 있어 기둥을 세웠던 구멍뚫린 주춧돌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고 한다. 

입석대에서 통신시설이 있는 쉼터 안부로 내려선다. 운무와 눈발로 통신시설은 보이지 않는다. 이곳에서 중머리재를 지나 중심사로 하산한다. 하산길에 중봉이 앞에 보이나 동행한 친구들은 시큰둥하니 우회를 주장한다. 상고대와 입석이 어우러진 무등산의 좋은 풍경과는 달리 먼곳에서 어렵게 찾아와 이틀간에 닥친 우여곡절이 심기를 뒤틀리게 한 것 같다. 그래도 하산하여 중심사 아래서 닭발과 돼지껍데기를 안주로 막걸리 한잔하고 나니 기분들이 좀 풀리는 것 같다. 수리를 마친 차를 찾고 2차로 한잔한 후 개운하게 목욕을 한 후 밤이 으슥해서야 광주를 떠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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