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수려한 계곡과 단풍이 어우러진 명지산에 오르다.
여행기간
2009년 10월 17일(토) 비, 흐림
나의 평가
세월이 날아가는 화살과 같다 하였나?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가을산에 올라 화사한 단풍을 보는 것은 잘해야 한해에 한 두번 정도로 끝내야 한다. 단풍철을 맞이하여 원내산악회 산행일정을 명지산으로 정하였다. 경기도 가평에 자리한 명지산은 경기도에서 화학산(1,468m) 다음으로 높은 해발 1,268m의 웅장한 산세를 하고 있는 산이다. 특히 18km에 걸쳐 흘러내리는 명지계곡은 오염되지 않은 오지의 수려한 계곡으로 거리가 가까운 수도권 사람들의 여름 피서지로 각광을 받는 곳이다. 봄이면 진달래, 여름이면 수려한 계곡과 울창한 수림, 가을이면 단풍이 아름답고, 겨울이면 능선으로 불어 닥치는 차가운 바람이 설화(상고대)를 만들어 놓아 사시사철 좋은 풍경을 보여주는 산으로 우리나라 100대 명산 중에 28위를 기록하고 있는 산이다.
제천을 출발할 때 소강상태에 머물던 빗줄기가 치악재를 오르자 세력을 더한다. 구름이 걸려 있고 하늘이 가까워서 그런가? 그러나 나름대로의 억측을 비웃 듯, 치악재를 내려 춘천에 도착하여도 빗줄기는 그칠줄 모르고, 더욱 기세를 더한다. 춘천을 지나, 운 나쁜 사람들의 교통사고를 돕느라 잠시 시간이 지체되었다. 다행인 것은 가평을 지나자 비는 그치고 가끔씩 햇살이 비춘다. 스산한 가을비를 맞으며 왼종일 산행을 한다는 것이 그리 즐거운 일은 아닐지니, 오! 하느님께 감사하니, 꾸준히 모시던 주님(酒)보다 더 가까이 하느님을 느껴본 것도 오랫만인 것 같다.
계절은 완연한 가을로 무르 익은 듯하다. 차창밖으로 펼쳐지는 단풍만으로도 가을을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명지산 들머리 익근리에 도착하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매표소를 지나 들머리로 들어선다. 그런데 예전에 받았다던 주차료와 입장료는 받지 않고 있다. 가평군수님을 잘 뽑은 가평군민들의 선물인 듯하다. "가평군민들 복 많이 받으시고, 군수님의 장기집권을 기원합니다"
들머리를 지나 조금 오르면 절간을 지키는 듯, 미륵석불이 부리부리한 눈빛으로 우람하게 서 있는 승천사로 들어선다. 절은 썰렁하여 승도 보살도 스치는 객도 보이지 않아 적막한데다, 절 옆으로 시들어 버린 코스모스와 구절초꽃과 절 마당 한옆에 심어 놓은 말라버린 연잎이 더욱 절간을 스산하게 만들어 놓는다, 제법이나 큰 명산과 수려한 계곡을 끼고 자리한 절 치고는 왠지 왜소하고 쓸쓸한 느낌이다.
<명지폭포>
승천사를 지나, 계곡을 타고 오르는 길은 완만하여 걷기가 좋다. 더구나 등산로 주위로 늘어선 단풍과 가끔씩 계곡으로 들어서면, 수려한 계곡과 단풍이 어우러진 풍경은 족히 선경이 아니라 할 수 없다. 그러나 대부분 산객들은 수려한 계곡을 구경하러 일부러 계곡으로 들어서지 않는다. 오로지 정상정복이 목표인 듯하다. 부지런히 올라야 한다는 조급함과 두리번 거리다 행렬에서 뒤처질까 하는 걱정 때문이리라.
단풍이 어우러진 완만한 등산로를 오르다 보면 "명지폭포"가 나온다. 등산로에서 60m쯤 계단길을 가파르게 내려서면 음습한 계곡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 아리따운 젊은 아가씨 한 분이 홀로 간식을 먹고 있다. 쬐끔은 무서울 것 같기도 한데...., "명지폭포"는 명지계곡의 대표적 명소다. 옛날에 명주실 한타래를 다 풀어 넣어도 끝이 닫지 않을 만큼 깊어서 "명지폭포"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한다. 다시 등산로로 오르는 60m라는 짧은 길은 가파라서 충분히 다리를 곤혹스럽게 할 만하다.
"명지폭포"를 지나서 한참을 계곡을 타고 올라야 한다. 수려한 계곡을 들락거리며, 사진을 찍다 보니, 속도가 느려진다. 목조다리를 건너면 계곡의 끝머리로 갈림길이 나온다. 명지산 정상까지 1.7km의 짧은 직등코스와 화채바위(1079봉)를 지나 정상으로 향하는 2.2km의 거리의 우회 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산의 높이로 볼 때 직등코스는 너무 가파를 것 같아 1079봉으로 오른다.
부드러운 계곡길과는 달리 돌들이 널려 있는 등산로는 비에 젖고, 물기 있는 낙엽이 떨어져 있어 걷기가 불편하다. 쉼없이 계속되는 비알길은 식상하고 체력을 급격히 소모시켜 다리를 무겁게 한다. 그러나 산판을 물들인 단풍의 화사함이 지루함을 덜어준다. 역시, 명지산은 단풍산행의 명성을 헛디게 하지 않는 것 같다.
화사한 단풍아래 단체사진 한장 아니 찍을수야, "안치환"이가 고래고래 소리쳐 부르던 노래가 "사람이 꽃보다 아릅다워"란 노래인 듯한데, 아무리 단풍이 아름답다 하여도 사람보다 아름답지 못할 것 같다.(인물에 비하여 사진이 시원찮게 나와서 하는 위로이며, 내 오래된 디카도 문제지만 난 풍경만 찍는 사람이니, 이해를.... ㅎ)
산행 중 들려오는 소리 "소화기 가져와!" 단풍으로 불 붙은 듯한 산판을 보고는 울병원 썰렁맨(S과장)의 썰렁한 맨트일 것이다. 에구! 날씨도 썰렁한데.....
아래로 쭈~욱 단풍구경하시고~
단풍숲을 지나면 산은 퇴색되어 가고 가파른 통나무계단을 올라야 한다. 나무계단은 폭도 높고 계단사이가 패어 나가 걷기가 불편하다. 입장료를 받지 않아 정비할 돈이 없다면 입장료를 받아도 좋으니, 등산로 정비는 하여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무거운 다리를 끌고 가파르게 깔딱고개를 오르면 주능선에 오르게 된다. 주능선 1079봉에는 바위가 한개 있는데 화채바위란다. 별로 인 것 같아서 그냥 지나쳐 정상으로 향한다. 잠시 부드러운 능선을 걷다가 다시 한 번 가파르게 치고 오르면 정상에 오르게 된다.
정상은 작은 암봉으로 되어 있고 정상석이 서 있다. 정상에 서면 주능선으로 몰려오는 운무와 운무로 인하여 흐릿하나, 붉게 물들은 산판이 내려다 보인다. 날씨가 좋다면 국망봉, 광덕산, 화학산, 칼봉산의 조망이 일품이라는데, 오늘은 날씨로 인하여 볼 수가 없다. 산상은 군데군데 우박이 쏟아져 희끗희끗하게 잔설처럼 남아 있고, 불어 오는 바람으로 손이 시립고,허연 입김이 뿜어져 나와 한기를 느낄 정도다. 정상을 벗어나 바람이 적은 곳을 골라 점심을 먹고 하산을 한다.
하산은 직등코스를 택한다. 그러나 거리가 짧은 대신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들의 명지산 산행기를 보아도 직등코스로 오르고 내린 사람들이 무릅고장을 하소연 한다. 더구나 비에 젖은 돌과 낙엽은 미끄러움까지 만들어 놓아 "지옥의 길"이란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이쯤이면 끝 날 것 같은 급경사는 또 다시 이아지길 몇번,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누가 말했던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지옥길도 계곡에서 물소리가 들려오니, 기세를 꺽고 차츰 완만해 진다.
다시금 완만해진 등산로엔 단풍이 지천이다. 단풍을 구경하며, 계곡으로 내려서면 1079봉으로 갈라지는 분기점에 다다른다. "지옥길"(오늘부로 직등코스를 "지옥길"이라 명한다.)로 하산 중 여산객 한 분이 고통스러워 한다. 동료들의 도움으로 몇 번의 하산 시도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구조요청을 하고 구조대의 도움을 받아서야 하산을 하게 된다. 산엔 다시금 세우가 흩뿌린다. 우의도 준비하지 않았는데, 자칫하면 생쥐꼴을 면치 못할 것 같아 걸음을 재촉한다.
명지산은 높이도 만만치 않치만 된비알로 인하여 그리 녹녹치 않은 산행길이다. 그래도 오합지졸 같은 울병원 회원님들 한명도 낙오 없이 무사히 산행을 마쳤으니, 대견하고 사랑스럽다. 산행시간은 선두 6시간, 후미 7시간이 소요되었다. 하산 후 풍치 좋은 계곡에서 한잔하려던 계획은 피로와 추위로 인하여 포기하고, 주차장에서 내장탕을 끓여 소주잔을 곁들이는데, 그 맛이 일품으로, 나란히 앉아 먹는 모습이 노숙자 배급 받아 먹는 것 같기도 하고, 빨래줄에 옹기종기 늘어서 앉아 먹이를 얻어 먹는 제비새끼들 같기도 하다. 힘든 산행에 모두들 고생하셨고, 진짜루 ~ 다음엔...........................................
아기자기한 산으로 안내해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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