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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의 노성산과 성호호수

바위산(遊山) 2009. 8. 27. 23:25
여  행  지
작으나 볼거리 많은 산 노성산에 다녀오다. 
여행 기간
2009. 08. 22(토) 흐림
나의 평가
보통입니다보통입니다보통입니다보통입니다보통입니다
 
 
모처럼 객지에 나가 있던 아이들이 찾아 왔다. 강가나 계곡에 나가 고기라도 굽고 천렵이나 해볼까 하였으나, 그래도 산에 오르는 것이 낳을 듯하다. 모처럼 별러서 찾아 온 자식들을 끌고 한여름 무더위에 큰 산을 오른다면 두고 두고 자식 고생이나 시키는 애비로 취급을 할 것 같아, 멀지 않고 크지 않은 이천의 노성산을 찾아 간다. 분지를 이루고 있는 이천의 산들은 설봉산과 도드람산처럼 해발이 400m가 넘지 않으나, 아기자기하고 아담한 산들이 몇개 있다. 노성산도 그 중의 하나로 2시간이면 충분히 한바퀴 돌아 볼 수 있는 산이다.  
 
 
노성산 들머리는 울창한 송림이 빼꼭하게 들어서 있고, 송림 가운데로 넓은 주차장이 조성되어 있다. 주차를 하고 조금 오르면 산 아래로 아담하고도 아름다운 사찰 원경사가 자리하고 있다. 원경사 일주문을 지나면  깨끗하게 잘 가꾼 잔디밭에 몇개의 부도가 늘어서 있다. 부도를 지나 절의 대문으로 들어서면 황금좌불이 떡하니 앞을 막는다. 잠시 손 모아 예를 갖추고 절을 한바퀴 둘러 본다. 절은 깨끗하고 아담하면서도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다. 절의 한쪽으로 납골탑들의 모습도 보이고, 황금입불도 우뚝 서있다. 황금좌불 아래 지하로 내려서면 감로수가 졸졸 흘러 나와 이곳에서 식수를 준비하면 된다. 
 
 
 
옛날 산동(山東)지역에는 긴 가뭄으로 큰 흉년이 들게 되었고 주민들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때 노스님 한분이 나타나 노성산 산굴에서(지금의 굴바위) 기거를 하면서 매일같이 산에서 내려와 흉년이 안든 산서(山西)지역으로 가서 탁발하여 마련한 공양미를 가져와 굶주린 산동 주민들에게 나누어 주곤 하였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해 많은 눈이 내리던 겨울, 매일 같이 산에서 내려오던 스님이 내려오지 않자 걱정이 된 마을 사람들이 노스님을 찾아 나서 산을 뒤지니, 노스님은 탁발한 바랑을 맨체 눈속에 묻혀 입적하시고 말았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스님의 시신을 정성껏 거두어 화장을 한 후 산위에 뿌렸다고 한다. 그 후로 주민들은 노스님의 자비로운 은혜를 생각하며, 이 산을 보고는 "노스님 노스님"하고 부르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노승산(老僧山)이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요즘은 노송산(老松山) 또는 노성산(老星山)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원경사는 구한말경 아들을 갈망하던 한 여인이 매일같이 노승산에 올라 지극정성 산신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여느때처럼 기도를 마치고 노승산을 내려오다 지금의 원경사 자리에서 작은 불상을 발견하였고 여인은 불상을 신성시 여겨 마을 사람들에게 알리게 되였는데, 그즈음 원인모를 불치병으로 죽음만 기다리던 한 남자의 꿈속에 노승산 산신령이라는 노인이 흰수염을 날리며 나타나  "지금의 원경사 터에 나를 모시고 지극히 정성을 드리면 너의 병은 곧 나을 것이다"라고 하였다고 한다. 남자는 원경사터에 움막을 짖고 열심히 산신기도를 하였는데, 100일이 되던 날에 기도를 마치고 눈을 뜨니, 놀랍게도 병이 다 낳았다는 것이다. 그는 다른 사람들까지 산신기도로 병을 치유해 주고 소원을 빌면 소원을 성취해 주는 영험까지 지니게 되었다고 하며, 지금도 원경사에서는 일년에 두번씩 산신기도를 드리고 있다고 한다.  
 
 
원경사를 빠져 나와 등산로로 들어 선다. 등산로는 부드럽고 완만하며, 많은 사람들이 오르 내리는 탓으로 반들반들하게 발달되어 있다. 산의 중턱에 다다르면 두갈래 길이 나온다. 하나는 능선을 타고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고 하나는 굴바위를 지나 약수터와 말머리 바위로 오르는 길이다. 모두 능선으로 오르고 혼자서 말머리 바위쪽으로 향한다.
 
 
 
 
갈림길에서 조금 내려서면 굴바위가 나온다. 굴바위는 노승산 전설속의 노스님이 기거하던 곳으로 대여섯명이 들어 설 수 있는 넓이다. 굴바위를 지나 철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치마바위 아래로 약수터가 있다. 약수터는 관리가 부실한지 수질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고 주위로 몇개의 작은 돌탑이 있다. 약수터에서 말바위로 향하는 길은 철계단을 타고 올라야 한다. 
 
 
 
 
철계단을 오르는 중간에 고란초 전망대가 나온다. 부여의 고란사에 식생하고 있는 멸종위기식물인 고란초가 이곳에 자라고 있다. 이뇨, 해독, 소염, 양혈, 종기, 청열 등에 효혐이 있다는 고란초는 계곡의 그늘진 바위틈에서 자라는 다년생 상록초로 우리나라에서는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자라는 회귀한 식물이다.
 
고란초 전망대를 지나 말머리바위에 오르게 된다. 말머리는 그 모습이 말머리와 같다고 하여 말머리바위라고 부르는데, 말머리 보다는 개머리를 더 닮은 것 같다. 말머리바위에서 다시 약수터로 내려와 정상으로 오르게 된다. 가파른 바위길에는 몇개의 로프가 달려 있다. 그러나 그리 험하거나 힘든 길은 아니다. 
 
 
 
 
 
 
밧줄을 잡고 바위길을 오르면 정자가 한개 서 있고 정자 앞으로 바위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서면 이천의 너른 분지가 한눈에 시원하게 조망된다. 일망무제의 조망은 가히 일품으로 거칠 것이 없다. 능선을 타고 먼저 정상에 오른 가족들은 전망대에 서 있는 나를 보고 손을 흔든다. 
 
 
 
전망대에서 잠깐이면 정상으로 오를 수 있다. 정상에는 자연석에 노승산이라고 써놓은 정상석과 장수봉이라는 표지석이 각각 서 있다. 노성산은 해발 310m로 나즈막한 산이다. 옛날에 노승산, 설성산, 마국산에 각각 장수가 있었는데. 이들은 모두 힘이 세고 영혐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고 승부가 가려지지 않자 명마를 나누어 갖기로 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노승산 장수가 우세하여 말의 머리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으며, 이것이 유래되어 노성산 정상을 장수봉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장수봉과 말머리바위의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정상에서 부드럽게 하산을 하다보면 헬기장이 나온다. 헬기장은 잡초로 덮혀 있고 군데군데 야생화가 피어 있다. 헬기장을 지나 나무계단을 타고 내려서면 병목약수터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등산로는 구불구불한 송림이 늘어서 있어 운치가 있고 경사가 완만하여 등산이라기 보다는 산책로라고 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병목약수터엔 수량이 적은 가느다란 물줄기가 폭포를 만들어 놓고 한옆으로 약수터가 있다. 약수터 옆에는 몇개의 작은 돌탑이 있다. 이러한 돌탑은 노승산 골짜기 곳곳에서 볼 수가 있다. 이 돌탑들은 1932년생인 김창근옹이 노성산을 등산 후 산이 마음에 들어 97년부터 2001년까지 모두 47개의 돌탑을 쌓았다고 한다. 특히 노승산은 돌이 귀하여 탑을 쌓은 돌을 모두 병풍바위 아래 계곡에서 일일이 배낭으로  운반하여 쌓았다고 하니, 시민들의 볼거리를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신 김창근 옹의 정성에 산을 좋아 하는 한 사람으로 진심어린 감사를 드린다.
 
 
 
병목약수터를 빠져나와 철다리를 건너면 놀이터가 나오고 송림이 우거진 주차장에 다다른다. 노성산은 작고 아담하나 볼거리가 많고 아기자기한 산으로 설봉산과도 많이 닮은 것 같다. 산행시간이 짧으니, 시간이 여유로와 이곳에서 1km쯤 떨어진 성호호스를 찾아간다. 성호호수는 그 넓이도 넓고 호수변에는 마름이 군데군데 군락을 이루고 있다. 호수의 옆으로는 연꽃단지가 조성되어 있어 군데군데 화사하게 피어 있는 연꽃의 모습이 아름답다.
 
 
 
이곳에는 3만3천 평방미터의 연꽃단지에 5종의 연꽃을 식재하여 놓았으며, 호수가로 4.3km에 다르는  일주도로를 계획하고 음악공원, 수초나라, 자연생태공원과 꽃길을 설치하여 호수관광지로 개발을 하고 있어 앞으로는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이 많이 찾지 않을까 싶다. 
 
 
연꽃단지를 한바퀴 둘러보고 나니, 잔뜩 흐린 하늘에서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진다. 떨어지는 빗방울을 아랑곳하지 않고 호숫가에 자리잡고 낚시대를 드리운 태공들의 모습은 여유로운 오후의 풍경으로 다가온다. 우리네 인생도 어찌보면 낚시나 등산과도 같은 것 같다. 때를 기다리는 지루와 오르고 내릴때의 힘듬이 그렇다. 그러나 지나고 나면 모두가 아름다움으로 남으니, 살아가며 기다림에 지치고 힘들다 하여 낙심하거나 좌절해서는 아니 될 것 같다. 그 지리함과 힘듬이야말로 아름다움을 만들어 가는 소중한 자양분이 아닌가 싶다. 썪은 진흙속에 뿌리를 박고 우아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만들어 내는 저 연꽃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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