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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5악 운악산에 오르다.

바위산(遊山) 2009. 9. 20. 17:05
여행지
암봉과 노송이 어우러진 운악산
여행기간
2009년 9월 19일(토) 맑음
나의 평가
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
 
 
날씨는 청명하고 하늘은 푸르러 가을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9월의 원내 산행은 산행하기 좋은 계절을 맞이하여 암릉과 노송이 어우러진 풍광좋은 운악산을 택하였다. 관악산, 감악산, 화악산, 그리고 지금은 분단으로 찾아 가기 어렵게 된 개성의 송악산과 함께 경기 5악으로 불리우는 운악산은 그리 높지 않은 산이나 "악"자가 들어간 여늬 산들처럼 암봉과 암릉이 발달하여 험준한 형세를 하고 있는 산이다.   
운악산은 경기도 포천과 가평을 경계로 하는 산으로 양쪽 모두 등산로가 발달하여 있으나, 현등사가 있는 가평쪽의 경관이 수려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코스다. 우리나라 100대 명산에 속하는 운악산의 명성에 걸맞게 넓게 조성된 주차장이 있다. 주차를 하고 집단시설지구를 지나 현등사로 오르다 보면 일주문이 나온다. 일주문 옆으로 일제에 항거하던 최익현, 조병세, 민영환 세 충신의 충절을 기리기 위하여 세개의 비석을 세워놓은 "삼충단"이 있다.
 
 
"조병세"는 의정대신으로 있다 가평에 은거하였는데 국권침탈의 "을사보호조약" 소식을 접하자 무효를 주장하며, 을사오적을 처단하여 국권회복을 하자고 부르짖으며, 상소를 하려 하다가 왜헌들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자결하였으며, "최익현"은 의병을 봉기하여 왜구 토벌에 앞장서다 체포되어 대마도에서 단식항거하다 순국하였으며, "민영환"은 시종무관으로 대한문 앞에서 석고대죄하며 국권회복을 상소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하자 국민과 각국공사에게 유서를 남기고 자결한 애국선열이다. 
 
 
일주문을 지나 잠시 오르면 우측으로 눈썹바위로 오르는 등산로가 나온다. 갈참나무 숲이 울창하여 그늘을 만들어 놓은 등산로를 타고 지능선에 오르면 능선의 동쪽으로 골프장이 내려다 보인다. 부드럽게 능선을 타고 걷다 보면 나무가지 사이로 눈썹바위가 올려다 보인다. 지능선의 눈썹바위를 못미쳐 부도를 닮은 기암을 만나게 된다. 기암을 지나면 등산로는 서서히 암릉길로 바뀌고 앞으로 눈썹바위가 우뚝 서 있다. 
 
 
 
 
 
눈썹을 닮았다 하여 눈썹바위라 부르는 이 바위는 수려한 암봉의 중단에 바위가 눈썹처럼 돌출되어 있다. 눈썹바위는 직접 오를 수가 없어 왼쪽으로 횡단하여 625봉에 올라야 한다. 625봉을 지나 지능선을 걷다보면 고인돌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비행접시를 닮은 것 같기도 한 기암이 보인다. 기암을 지나면 풀이라고 전혀 자라지 못하는 평산신씨 무덤이 나온다. 무덤을 지나 울창한 숲길을 걷다보면 급경사 바위지대를 오르게 된다. 쇠줄을 잡고 20m쯤 암릉길을 오르고 다시 한 번 20m쯤 되는 쇠줄을 잡고 오르면 725봉에 오르게 된다.   
 
 
 
 
725봉에 오르면 암릉으로 이어지는 운악산의 산상과 주능선이 왼쪽으로 우뚝하고 오른쪽 전망대에 서면 산 아래로 펼쳐지는 누렇게 익어가는 가을의 농지와 골프장이 발 아래로 내려다 보인다. 동으로는 멀리 연인산이 마주 보이고 연인산에서 오른쪽으로 우정봉이 매봉, 약수봉, 깃대봉을, 대금산을 지나 청우산으로 이어지며 하늘금을 만들어 놓고 있다. 
 
 
 
 
 
 
 
 
 
 
 
 
 
725봉을 지나면 암릉구간을 오르고 내려야 한다. 쇠줄을 잡고 암봉에 오르면 병풍바위 전망대가 나온다. 병풍바위는 운악산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수려한 암봉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고, 암봉에는 멋지게 자란 노송들이 어우러져 한폭의 동양화처럼 절경을 만들어 놓았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는 이렇듯 아름다운 산들이 나라안 곳곳에 널려 있으니, 산을 좋아 하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행운이 아닌가 싶다.
 
 
 
 
전망대에서 조망을 즐기며, 잠시 쉬었다가 안부로 내려 섰다가 입석대로 오른다. 미륵바위라고 부르는 이 암봉군락은 수줍은 여인의 나신처럼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을만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미륵바위를 지나 48개단의 철계단을 오른다. 철계단 옆으로 예전에 이용하던 쇠파이프 사다리가 지금도 남아 있다. 위태롭게 설치된 사다리는 크레바스 지대와 함께 산악사고가 잦아서 지금의 안전하고 튼튼한 철계단을 설치하였다고 한다.  
 
 
 
 
 
 
 
 
암릉과 철책구간에서 트레픽현상이 나타난다. 산객들이 많지만 그리 밀릴 정도는 아닌 듯한데, 알고 보니, 시각장애인들이 도우미들과 함께 운악산을 오르고 있다. 멀쩡한 사람도 힘들어 하는 바위산을 힘들게 오르는 시각장애인들의 용기와 인내에 박수를 보내며, 휴일을 물리고 장애우들의 도우미가 되어 주신 도우미 분들께도 감사 드린다.  
 
 
 
 
 
 
 
철사다리를 오르면 암봉에 오르게 된다. 이곳을 만경대라 부르는 모양인데, 산행지도는 운악산 정상을 만경대라 한 곳도 있고 안내싸이트마다 구구각각이다. 암봉에서의 조망도 일품이다.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는 가을색이 완연한 구릉과 사방을 에워싸고 마루금을 이루고 있는 산맥들이 일품이다.
 
 
 
 
 
 
 
 
 
 
 
암봉에서 잠시 안부로 내려 섰다가 다시 오르면 운악산 정상에 서게 된다. 정상은 넓고 평평한 공터로 되어 있다. 무거운 짐을 지고 낑낑대며 꾸덜꾸덜 뒤늦게 도착한 후미팀과 합류를 하여 점심을 먹고 하산을 서두른다. 아직 단풍이 들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겠지만 산은 이미 진녹의 기운이 약해지고 조금씩 가을 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오늘 산행은 초보자도 있어 속도를 내지 않고 느긋하게 걸으며, 수려한 풍광을 감상하며 걷다보니 산행의 재미가 더 하는 듯하다.  
 
길게 목조다리를 타고 내려오면 능선의 끝으로 산봉우리에 누에고치를 닮은 바위가 올라 앉아 있다. 안부를 돌아 잠시 걸으면 남근석 전망대가 나온다. 한팀의 산객들이 전망대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남근석은 남근을 닮은 것 같지가 않다. 누가 명명 하였는지는 몰라도, 자기 것이 저렇게 생겼던지, 아님 관심을 끌기 위하여 이벤트성으로 이름 지은 듯하다.
 
주능선 안부로 내려서 가파르게 골길을 타고 내려온다. 하산길엔 단풍나무가 많아서 단풍철이면 병풍바위 암릉구간과 함께 멋진 단풍산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골길의 상단에서 코끼리바위를 만난다. 이것은 그래도 그럴듯하다. 코끼리바위를 지나 길게 계곡을 빠져 나오면 몇기의 부도와 작은 돌부처가 맞이하는 현등사 주차장에 다다른다. 현등사 주차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현등사를 둘러 본다.
 
 
 
 
 
 
 
현등사는 양주 봉선사의 말사로 신라가 불교를 공인한 법흥왕때 신라에 들어와 불교를 전파하던 인도승 "마라가미"를 가상히 여긴 법흥왕이 운악산에 절을 짖고 포교에 힘쓰록 하였으며, 절의 이름은 분명치 않고 "운악산사"로 불리던 것을 몇차례의 중창을 거치다, 고려시대 "보조국사"가 망일산 원통암에 머물때 운악산을 바라보니, 산속에서 3일 동안 빛이 발하였다고 한다. 보조국사가 이를 신기롭게 여겨 정성껏 예찰하고 서둘러 조정에 아뢰고 승속에 알려 재물을 구하여 대가람터에 가람을 완성하고는 "옥등에 걸려 있는 절"이라 하여 "현등사"라 명하였다고 전한다. 현등사에는 보조국사가 현등사를 재건시에 경내를 지키기 위하여 세운 3층 "지진탑"이 있으며 15세기경에 만든 5층으로 보이는 3층석탑과 동종 등이 있다.
 
 
 
 
 
현등사를 뒤로하고 계곡을 따라 조성된 콘크리트 포도를 걸어서 내려 온다. 계곡은 수려하고 백년폭포를 비롯하여 크고 작은 폭포들이 늘어서 있으나, 수량이 적어 그 역할은 시원치 않지만 우기에는 멋진 모습을 보여 줄 것 같다. 계곡에서 잠시 흐른땀을 닦아내고 쉬었다 하산한다. 수려한 계곡에는 몇몇 젊은이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길옆으로 활짝핀 들국화가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등산은 근육과 심폐기능을 강화하고 사고조절능력과 행동조절능력을 향상시키며, 도파민 등 신경전달호르몬의 분비를 활발하게 하여 스트레스 해소와 우울증을 해소시키는데 더 없이 좋은 저비용 고효율 운동이다. 산행예찬과 함께 산행하기 좋은 계절을 맞이하여 올 가을엔 모든이 들에게 산행을 권하고 싶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친다면 도가 튼 참새일꺼다. 술꾼이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움이 남는, 시설지구에 늘어선 음식점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손두부와 도토리묵을 안주로 한잔하고는 운악산을 떠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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