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이천의 도자기 축제장과 설봉산에 다녀오다.
여행기간
2009년 4월 26일(일) 흐림
나의 평가
설봉산은 394m의 나즈막한 산으로 이천시가지의 서쪽에 자리하여 북동과 남동을 감싸고 있는 이천의 진산으로 북악산(北嶽山)이라고도 부르고, 학이 날개를 피고 있는 형상이라고 하여 무학산(無鶴山) 또는 부학산(浮鶴山)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산이 작으나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기암과 울창한 수림과 많은 약수터로 아기자기한 산이다. 마침, 4월 25일부터 설봉호에서 "불의 모험"이라는 타이틀로 도자기축제가 열린다고 하니, 축제도 구경할겸 설봉산을 찾아간다.
설봉산 들머리인 축제가 열리고 있는 설봉공원으로 들어서니, 이른 시간인데도 주차할 곳이 없어 되돌아 나온다. 이천시청에 임시 주차장을 개설하고,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으니,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축제장을 지나 설봉산 들머리로 들어선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오르고 내렸는지 등산로는 반들반들 잘 발달되어 있고, 숲이 우거진 군데군데로 철쭉과 봄꽃이 피어 화사하다. 이제 막 물이 오론 수목들은 연록의 푸른잎을 키워가며 꽃처럼 화사하고 시원한 느낌을 준다. 참으로 좋은 계절 좋은 풍경으로 정감이 듬뿍간다.
길옆으로 분홍빛 철쭉꽃을 보며 부드러운 능선을 걷다보면 화두재 365계단이 나온다. 이 고개는 예전에 마장면에서 이천읍내로 통과하던 고개로서, 중국사신이 부발읍에 있는 효양산에서 금송아지를 찾기 위하여 오던 중, 오천리에 와서 한 노인에게 길을 물으니, 노인왈(曰) 오천역(5,000驛)을 지나, 화두(火頭)재를 넘어 이천읍(2,000邑)을 거쳐 억억다리(億億橋)를 건너서 구만리(90,000里) 뜰을 지나야 한다고 말하자, 그 사신은 너무 멀게 느껴져 되돌아 갔다고 하며, 그 노인은 바로 효양산을 지키는 산신령이었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1년 365일을 상징하여 365계단으로 만들어 놓았다.
365계단을 오르면 백운봉에 오르게 된다. 설봉산은 여러개의 작은 봉우리로 되어 있어 능선을 따라 오르락 내리락 걷는 아기자기함이 있다. 백운봉 앞에는 100년은 묵었음직한 <오백년송>이라는 소나무가 한그루 서있다. 한팀의 산객들이 몰려와 "에게! 이게 무슨 500년을 묵었다냐" 하며 의아해 한다. 실망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나왈(曰) "그 소나무는 500년을 묵어서 오백년송이 아니라 오백년동안 백운봉을 지킬 소나무라 오백년송이라 부르는 겁니다" 라고 너스레를 떠니, 사람들이 반신반의로 웃음을 터트린다. ㅎ~ 항상 꿈보다는 해몽이 좋아야 기분도 좋고 살맛도 나는 법이 아니던가?
백운봉을 내려서서 잠시 능선을 걷다보면 봉우리 같지 않은 작은 봉우리인 청운봉에 오르게 된다. 청운봉을 내려서면 부학루(浮鶴樓)라는 정자가 한 개 서있다. 간판에는 도원정(陶苑亭)이라고 한자로 써있다. 부학루는 설봉산이 학처럼 날개를 펴고 이천시민을 굽어보는 모습과 같다고 하여 붙혀진 이름이고, 도원정은 세계도자기엑스포 행사장이 설봉산 자락에서 펼쳐지는 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2001년에 붙혀진 이름이라 한다. 이곳에 서면 도자기축제가 열리는 설봉호를 비롯하여 이천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실로 가슴이 시원하게 트이는 듯 한 일망무제의 조망이다.
도원정을 못미쳐 도드람산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설봉산이 작아서 산행시간이 2~3시간이면 족하니, 멀리서 오시는 분들은 도드람산을 같이 돌아 보는 것도 좋을 듯하고, 이른 봄 산수유축제를 할 때 산수유마을을 찾아 오는 분들이 대부분 원적산을 오르나, 산수유축제를 보고나서 도드람산을 오르는 것도 좋고, 도자기축제를 보러 와서는 설봉산에 오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설봉산이 농익은 여인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아기자기한 산이라면, 도드람산은 작으나 암봉과 암릉이 억세고 수려한 모습을 보여주는 힘찬 남성의 산이라고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아래 사진은 이전에 도드람산에 올랐을때 찍어 두었던 도드람산의 모습이다. (산행기 "도드람산을 아시나요" 참조)
도원정을 지나 잠시 걸으면 부학봉(浮鶴峰)에 오르게 된다. 부학봉을 내려서면 영월암과 삼형제바위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나온다. 영월암으로 내려서는 가파른 길에는 구불구불 잘 자란 소나무 아래로 철쭉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어 봄의 정취를 듬뿍 느낄 수 있다.
영월암이 있는 장소는 설봉산의 배꼽에 해당하는 곳으로 천하의 명당이라고 전한다. 영월암은 신라 문무왕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한다. 제법 규모가 크고 절앞으로 오래된 은행나무가 한그루 서있다. 절의 위쪽으로는 보물822호인 마애여래입상이 있다. 이 상투계상은 자연암석을 다듬어서 그 위에 조각을 한 승려상으로 두손을 가슴에 모아 설법을 하고 있는 자세를 하고 있으며, 고려전기에 만들어 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월암에서 능선으로 올라와 조금 더 내려가면 삼형제바위가 나온다. 능선쪽에서 보면 그리 크지 않게 보이나 아래쪽에서 보면 커다란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상단이 3개로 나누어져 삼형제 바위라 부르는 것 같다. 삼형제 바위에 올라서면 이천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바위 아래로 단풍나무와 철쭉을 심어 놓아 화사한 꽃과 연록의 부드러움이 어우러져 좋은 풍경을 만들어 놓았다.
삼형제바위에서 다시 주능선으로 올라와 소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진 등산로를 가파르게 오르면 설봉산의 주봉인 희망봉에 오르게 된다. 정상에는 설봉산이라는 정상석과 희망봉이라는 표지판이 같이 서있다. 표지석 옆으로는 백색의 화사함이 퇴색되고 연록으로 색을 바꾸어 가는 조팝나무가 막바지 꽃잎을 떨구고 있다.
희망봉을 내려서서 부드럽게 연자봉에 올랐다가 내려오면 설봉산성이 나온다. 고구려가 백제를 함락할 즈음에 만들어진 설봉산성은 대부분은 토성이고 군데군데 돌을 쌓은 포곡식 산성이다. 석축은 대부분 소실된 것을 근래에 와서 일부분 복원한 것 같다. 성안에는 전시에 군사를 지휘하던 남당대지가 있으며, 사직단이 있다. 천지인(天地人) 삼위일체 사상의 발달과 함께 토지와 곡물을 관리하는 사직신에게 천자(天子)가 문무백관을 이끌고 직접 제를 올리던 곳이라고 전한다.
성의 한옆으로 설봉산의 명물인 칼바위가 서있고 주변으로 화원을 만들어 놓아 꽃이 화사하게 피어 잘 꾸며 놓은 공원처럼 아기자기한 모습이다. 성을 빠져나와 조금 내려오면 호암약수터가 나온다. 설봉산이 작은 산이지만 여러개의 등산로와 함께 8개의 약수터가 있다고 한다. 시원한 약수로 목을 축이고 단풍나무가 사이를 걸어 내려오면 도자기축제가 열리고 있는 설봉공원에 다다른다. 설봉산은 능선에도 제법 단풍나무가 많은 것으로 보아 가을철 단풍산행으로 좋을 듯하다.
도자기축제장은 인파로 북적인다. 도자기전시장과 체험장등이 있어 직접 도자기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야외 공연장에서는 공연도 한창이다. 셔틀버스부터 대부분은 무료이나, 전시관만은 입장료를 받고 있다. 인파로 북적이는 축제장을 한바퀴 둘러보고 점심을 먹지 못하였으니 서둘러 축제장을 빠져 나온다. 설봉산은 작지만 부드럽고 섬세하며, 겉에선 보이지 않지만 벗겨보면 곳곳에 아름다움을 감추고 있는 농익은 여인같은 산으로, 누구나 즐겨 찾을 수 있는 친근함이 묻어나는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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