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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령산, 서리산 철쭉산행기

바위산(遊山) 2008. 5. 19. 01:44
여행지
축령산과 참철쭉이 만발한 서리산에 다녀오다.
여행기간
2008.05.17(토) 맑음
나의 평가
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
 
축령산은 해발 825m로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과 가평군 상면을 경계로 하고 있다. 주능선의 서쪽은 자연휴양림이 조성되어 있고 동쪽은 150ha에 달하는 드넓은 잣나무단지로, 예로부터 축령백림이라하여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잣생산지로 알려져 있다. 조선조때는 태조 이성계가 사냥을 즐기던 곳으로 유독 축령산에서만 짐승이 잡히지 않아 용이 나는 듯 재빠른 동작으로 사냥에 임하여야 한다고 하여 비룡산이라고도 불렀으며, 사냥이 시원치 않은 신령스런 산으로 산신제를 지내고 나서야 멧돼지 다섯마리가 한꺼번에 잡혔다하여 오득산이라 부르기도 하였다고 전한다.
 
제천에서 축령산을 찾아가는 초행길은 멀기만 하다. 자연휴양림 들머리에 도착하니 벌써 12시가 다 되었다. 철쭉산행을 즐기러 온 많은 산객들로 주차장은 만원으로 도로변에 주차를하고 도로를 따라 오른다. 매표소에서 2000원씩의 입장료를 받고 있는데 북적이는 인파로 인하여 대충....^^*
오늘은 원내산악회 정기산행으로 철쭉꽃산행지로 알려진 축령산과 서리산을 찾아왔다. 비슬산 진달래산행은 너무 일찍가서 시원치 않았고 서리산 철쭉꽃은 지난 주말에 절정을 이루었다고 하는데, 오늘 철쭉꽃을 볼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산을 오른다.
 
수량이 적어 메마른 계곡을 지나면 자연휴양림이 나온다. 몇개의 팬션을 지나 방가로가 나오고, 주변에는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할 수 있는 목조 야영대가 조성되어 있다. 방가로를 지나면 본격적인 산행 들머리로 들어서게 된다. 들머리 초입에는 잣나무와 후박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등산로는 울창한 숲이 시원하게 그늘을 만들어 놓아 여름산행으로도 좋을 것 같다.
 
휴양림에서 가파르게 50분정도 치고 오르면 지능선에 오르게 된다. 이곳부터는 군데군데 바위들의 모습이 보이고, 지능선을 타고 20분쯤 오르면 수리바위에 오르게 된다. 수리바위는 그 모습이 독수리가 날개를 피고 힘차게 비상을 하는 모습처럼 생겨서 수리바위라 하는데, 수목으로 인하여 그 모습을 사진에 담기는 어렵다. 이곳에는 몇년전까지만 하여도 수리 한쌍이 둥지를 틀고 살고 있었다고 한다. 수리바위 위로 올라서면 분재처럼 구불구불 자란 소나무 한그루가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고 있으며, 아래로는 수십길 단애로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찔하게 내려다 보인다. 나날이 푸르러가는 녹음사이로 층층나무꽃이 화사하게 피어 4월의 산벗꽃을 대신하는 듯하다.
 
수리바위를 지나면 바위산행길이 종종 나온다. 그리 가파르거나 어려운 구간은 없으며, 밧줄을 잡고 오르면 된다. 등산로는 아기자기하며 비알이 급하지 않아 그리 많은 체력을 요구하지도 않고 지루함도 없으나, 지난밤 늦드록 마셔댄 주독이 채 가시지 않은 탓으로 오공이 모두 고통스럽다. 불가원불가근이라 했던가? 가까이 하기도 그렇고 멀리하기도 어려운, 그래서 때론 친구처럼 때론 원수처럼 평생을 같이 한 주(酒)여~
늦은 산행으로 수리바위를 지나 점심을 먹는다. 마지못해 떠넣기는 해도 그넘의 과음때문에 무엇이 맛이 있을까? 수리바위에서  30분쯤 더 오르면 남이바위에 다다른다. 엉덩이를 들이 밀고 앉기가 좋은 남이바위는 예전에 이곳에서 남이장군이 호연지기를 키운 곳이라 하여 남이바위라 부른다고 전한다. 남이바위를 지나면 암릉산행을 하여야 한다. 암릉지대 남쪽으로는 단애를 이루고 있어 추락방지용 밧줄이 쳐저 있다.
 
 
암릉지대를 끝으로 가파르고 울창한 숲에 가려져 있는 암봉을 타고 오르면 축령산의 정상에 오르게 된다. 울창한 숲사이로 키다리 참철쭉들이 유독 많이 보이나 꽃은 대부분 지고, 군데군데 꽃을 피워 화사한 모습을 자랑한다. 서리산 철쭉군락의 개화가 궁굼하여 하산객에게 물어보니 서리산 정상은 아직도 철쭉꽃이 만발하였다고 한다.
 
 
축령산 정상에는 군데군데 철쭉이 만발하고 작은 케언앞으로 정상표지석이 있다. 정상표지석 옆으로 깃대봉이 있어 사시사철 태극기가 걸려 있다. 6.25때 수동면 내외방리 24명의 반공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기 위하여 이지역 모산악회에서 설치 하였다고 한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아주 좋다. 동으로 호명산, 삼악산, 화야산이 조망되고 북으로 운학산, 연인산과 서쪽으로 천마산이 보이고 도봉산과 북한한까지 바라보인다고 하나, 이지역 지리에 무지하고 약간의 개스로 인하여 멀리 있는 산은 구분하기가 힘들다.
화사한 철쭉꽃 뒤로 우리가 가야 할 서리산이 아래쪽으로 내려다 보인다. 하여간 정상에 올랐으니, 기념사진 한장 남겨야 할 것 같다. 모두들 싱싱하건만 맨앞에 쭈그려 앉은 사람 가뜩이나 삭은데다 술독에서 빠져나온지 몇시간도 되지 않아 낑낑대며 산에 오르더니만....ㅉㅉ
 
 
축령산 정상에서 서리산을 향하여 절골 안부로 내려선다. 이곳까지는 주능선 동쪽으로 임도가 개설되어 있다. 축령산 동쪽 잦나무 단지쪽에서 산행을 하면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잇다고 하는데, 거리가 멀고 시간이 많이 걸려서 대부분의 산객들은 우리가 올라온 휴양림코스를 찾는다고 한다. 절골안부에서 몇몇 끝심이 부족한 사람들은 주차장쪽으로 하산을 하고 나머지는 서리산으로 오른다. 부드럽고 넓게 발달된 등산로는 먼지가 풀풀 날리니 가뭄탓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온 것 같다.
 
 
막바지 된비알을 치고 오르면 서리산의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정상은 부드러운 봉우리로 되어 있으며 주변에 철쭉꽃이 화사하게 피어잇다. 서리산은 825m로 축령산보다는 조금 나즈막하다. 한북정맥에 자리한 주금산을 모산으로 별로 볼품이 없고 축령산의 명성에 가려 알려지지도 않고 사람들의 발길도 없던 서리산은 참철쭉군락지가 발견되고 나서야 철쭉산행지로 명성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서리산의 철쭉은 황매산등 남쪽지방의 다른 철쭉처럼 키가 작은 개철쭉이 아니고 키가 큰 참철쭉으로 분홍색꽃이 우아하고도 고결한 자태를 풍긴다. 참철쭉 산행지인 강원도의 소백산이니 두위봉, 태백산의 철쭉보다 꽃이 화사하고 다복하며 기품이 있어 보인다. 시기를 잘못택한 탓도 있겠지만 몇차례의 철쭉산행에서도 이처럼 키가 크고 화사하게 만개한 철쭉꽃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정상에는 하드를 파는 아저씨가 한분 계신다. 하드를 하나씩 입에 물고 철쭉동산으로 향한다. 그런데 이것이 너무 얼어서 입에 쩍쩍 달라 붙으니 식혀서(?) 먹어야 할 판이다. 키다리 참철쭉이 빼곡하고 터널을 이루어 놓은 철쭉동산은 3만2천m2(약 일만평)정도로 그리 넓은 분포지는 아니지만 철쭉꽃은 감상하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철쭉동산 정상에는 바위 아래로 철쭉동산표지판이 서있고 앞으로 나무로 만들어 놓은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 서면 서리산 정상부터 철쭉동산까지의 철쭉군락지가 시원하게 조망된다. 많은 산객들이 꽃구경과 함께 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철쭉동산을 지나 매표소 방향으로 하산을 서두른다. 하산길 부드러운 8부능선위로도 철쭉이 지천이나  이미 많이져서 초라한 모습이다. 이곳에도 하드를 파는 아주머니가 계신다. 서리산 정상부터 세명이나 하드를 파는 분들을 만났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 매출과 이윤이 만만치가 않은 것 같다. 최과장이 은근히 관심을 보이니, 아마도 내년 철쭉꽃이 만발할때면 이곳에 하드통을 지고 올라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철쭉군락지를 끝으로 갑자기 비알이 가파라 진다. 이곳으로 서리산을 오른다면 힘께나 써야 할 것 같다. 꼬꾸라질듯 가파른 된비알은 나무가 앞을 막아 속도를 줄여준다. 산은 곧게 잘자란 잦나무와 갈참나무등의 잡목으로 빼곡하다. 절골에서 하산을 한 꾀보님들은 철쭉꽃 구경도 못하고 중간에서 유유자적 놀고 있는 것 같다. 한시간 정도 가파르게 하산을 하면 날머리인 휴양림계곡에 다다른다.
서리산은 서리 상(霜)자를 써서 상산이라고 부른다. 앞으로도 축령산의 명성과 함께 철쭉산행지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 않을까 싶다. 날머리 계곡에는 좁은 철다리가 한개 놓여있다. 철다리 앞 팬션앞에 약수터와 수도가 있다. 이곳에서 시원한 약수로 목을 축이고 세수도 하니, 시원하기 그지없다. 축령산에 올랐다가 서리산으로 산행하는데는 5~6시간쯤 걸린다.
 
돌아오는 길에 홍천에 들러 홍천명물이라는 화로구이로 뒤풀이를 한다. 화로구이의 원조라는 모식당에는 놀랄일이 몇가지 있다. 주차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차량과 넓은 홀을 가득채운 손님과 굴뚝으로 품어져 나가는 고기굽는 연기와 일품인 부드러운 고기 맛이다. 하였튼 축령산 정기와 서리산 철쭉꽃구경으로 어제밤 늦도록 마신 술독은 모두 제거하였으니, 다시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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