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산행에는 초딩친구 둘이 동행을 하였다. 어제 저녁 서울에서 동창의 여혼이 있어 참석했다가 모처럼 만난 몇몇 친구들과 술타령으로 시간을 보내고 세명만 찜질방에서 잠을 잔 후 도봉산을 찾아 왔다. 도봉산을 올라 본지가 서울에 살때이니 벌써 20년이 되었나 보다. 도봉산 모습도 희미해져가니 엎어진김에 쉬어 간다고 서울에 들른김에 올라 보자며 등산복 차림으로 예식장을 찾았으니 혼주에게는 쬠 미안한 마음도 있고~
오늘 산행에 동참한 친구가 이곳을 자주 올랐다 하니 등산로를 찾아 가기는 어렵지 않게 되었다. 들머리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다락능선으로 향한다. 숲이 우거진 완만한 경사지를 타고 오르다 보면 서서히 바위와 암릉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암릉은 보기에도 좋지만 가끔 암릉을 타야 산행의 재미가 배가 되는 듯하다. 어제 과음한 탓으로 속은 메슥거리고 아래(?)도 위도 속도 불편하니 영 컨디션 제로다. 술도 덜 깬듯하니 워낙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에 식은땀이 줄줄흐른다. 한두시간 걷다보면 풀리겠지 하는 오랜 경험으로 위로를 하고 암릉을 타고 오른다.
암릉을 타고 오르다 보면 다락능선에 다다른다. 산정을 올려다 보는 능선에서의 조망은 아주 좋다.
도봉의 주봉인 자운봉과 함께 만장봉과 선인봉이 올려다 보이고 포대능선으로 이어져 멋진 암릉을 만들어 놓았다. 산중턱에 자리잡은 망월사의 모습이 꽤나 규모가 큰 듯하고 심산에 파묻힌 듯 한 느낌이다.
사고가 났는지 포대능선 하단에서 연막탄 연기가 피어 오르고 소방구조헬기가 굉음을 내지르며 주변을 맴돌고 있으나 구조가 어려운지 시간이 흘러도 쉽게 끌어 올리지 못한다.
만길이나 된다는 만장봉과 선인봉의 흰 암벽에는 꽤나 많은 암벽릿지꾼들이 로프에 의지하고 개미처럼 달라 붙어 한걸음씩 힘겹게 정상으로 향한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암벽릿지를 해보고 싶다는 욕망은 크나 언제쯤이나 기회가 올려는지 모르겠다.
암릉을 타고 오르다 커다란 바위위에 오르게 된다. 이곳에서도 정상을 바라보는 전망은 아주 좋다. 가파른 암릉을 타고 오르다 보면 포대능선동릉에 올라서게 된다. 포대능선은 예전에 이곳에 포대진지가 있어서 포대능선이라 부른다고 한다. 도봉산에서도 가장 험한 암릉으로 이루어져 있어 수직에 가까운 암벽을 쇠밧줄에 의지하고 내리고 올라야 한다. 도봉산을 마지막으로 오른 것이 20년전이나 이 구간만큼은 기억이 선명하다.
산은 인산을 이루니 암릉으로 험한 포대능선은 트레픽이 심하다. 예전에도 그랬던것 같으니 북한산도 그렇지만 도봉산도 휴일이면 몰려드는 인파로 몸살을 앓는 듯하다. 마늘과 같이 하거나 아니면 홀로, 하루종일 걸어도 사람이라고는 구경도 하기 힘든 오지의 심산을 찾아 다니다 도봉산에 오르니 산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구경을 하러 온 듯하니, 인파로 하여금 수려한 도봉의 가치가 반감하는 듯하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은 수도권에 몰려 있으니 산세가 좋고 접근성이 좋은 산들은 이곳이 아니라도 같은 처지일 것 같다. 도봉산의 명인이라는 맨발의 삿갓이 등산로도 아닌 암벽을 기어 오르고 있다. 이곳까지 올라 오느라 고생을 하였으니 기년촬영도 한방 찍고~둘이 넘 다정해 보이네....?
암봉을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고 나면 도봉의 최고봉인 자운봉으로 오르는 길과 신선대로 오르는 길로 갈라진다. 자운봉은 등산로 없으니 오르지 말라는 안내판이 있어 암벽등반 장비를 갖추고 올라야 한다. 그러나 어기고 맨손으로로 오르는 사람들도 가끔 눈에 띤다. 이곳은 도봉주능을 타고 올라 온 산객들과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천축사코스를 타고 올라 온 산객들과 포대능선을 타고 오른 산객들이 합류하여 산객은 만원으로 트래픽도 심하고 신선대에 오르니 올라 설 자리도 마땅치 않아 곧바로 하산을 한다.
내친김에 주능선과 오봉을 돌아서 하산을 할 계획으로 주능선으로 향한다. 이태조가 무학의 도움을 얻어 명당을 찾아 한양에 자리를 틀때, 이렇듯 수려한 북한산과 도봉산이 없었다면 명당의 가치가 있었을까?
이곳에서 김밥과 인절미로 점심을 먹는다. 운동을 한 탓인지 술기운도 빠지고 속도 좀 편해지고 몸도 풀리니 컨디션이 살아 나는 듯하니 산행을 할만하다. 서울의 북동을 감싸고 있는 불수사도북(불암산-수락산-사패산-도봉산-북한산)이 모두 수려하여 산객들의 종주코스로 24시간이 걸린다 하니 산객이 적은 평일에 시간을 내어 비박이나 중간에 일박을 하여 종주를 하여보고 싶다.
주능선을 타고 오다보면 칼바위를 만나게 된다. 칼바위를 지나 오봉으로 향하는 갈림길에서 거북골을 타고 하산을 한다. 오봉을 돌아오고 싶으나 오늘 첨 산행을 하는 순이 친구에게는 무리가 갈 수 있을 것 같다.
하산중에 만난 거북바위 아래에는 커다란 굴이 있고 굴안에는 도봉의 명수라는 작은 옹달샘이 있어 식수로 사용할 수 있다. 이곳부터는 계곡에도 나무 아래나 바위위에도 앉아서 쉴수 있는 공간에는 거의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소풍을 즐기고 있다.
골짜기에는 수량은 많지 않지만 폭포가 있어서 산객들이 세수를 하고 있고, 수려한 계곡에도 여지 없이 인파로 붐빈다.
우리도 잠시 쉬며 족탕을 해본다. 아직은 물이 차서 오래 담그고 있기에는 부담이 가나 시원하니 발의 피로가 풀리는 듯하다. 족탕도 좋지만 들머리에 도착하여 마신 막걸리는 갈증도 풀어주고 시원하니 아주 좋았으나, 나의 고질병인 "한병만 더"로 인하여 삐리리~나? 막차 놓치고 또 찜질방 신세 졌다.
덕분에 도봉산행도 잘하고 즐거웠으니 같이 해준 친구들이 고맙고 비용도 많이 쓰게 한 것 같아 미안하다....나중에 웬수 갚도록 애써 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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