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지리산의 노고단과 뱀사골에 다녀오다.
여행기간
2007.11.03(토) 맑음
나의 평가
오래전부터 지리산을 가보자 하였으나 여의치가 않아 피일차일 미루다 모처럼 일정을 잡고 몇몇 동료직원들과 함께 지리산을 찾아간다. 오늘 산행목적지는 노고단을 돌아 피아골을 다녀 오기로 하였다. 피아골의 단풍이 지리10경에 꼽힌다 하고 오늘과 내일 피아골 단풍축제가 열린다하니 단풍구경을 하기에는 그만인 듯하다. 그러나 처음 찾아가는 피아골은 길을 잘못드는 바람에 뱀사골로 향하게 되었다. 어차피 미답이니 뱀사골로 향한다.
뱀사골 들머리인 반선에 도착하여 매점 아저씨를 모시고 성삼재에 오른뒤에 차를 맡기고는 노고단으로 향한다. 성삼재는 탐방객들로 하여금 인산을 이루고 주차장도 만원이다. 성삼재에서 올려다 보는 반야봉의 정상에는 11월의 초순인데 벌써부터 상고대가 희끗희끗 덮혀있다. 노고단으로 오르는 길도 산객들로 만원이다. 노고단을 다녀오려는 탐방객이 주를 이루고 피아골이나 뱀사골로 향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노고단은 가볍게 오를 수 있으니 가족이나 지인들이 등산준비도 없이 가벼운 차림으로 오르는 분들도 종종 볼 수가 있다.
오르다 보면 전망대가 나온다. 이곳에서 내려다 보면 섬진강과 하동이 내려다 보인다. 개스가 심하니 뿌연하여 시계가 좋지가 않고, 산은 이미 퇴색되어 잿빛으로 만추의 쓸쓸함을 보여준다.
차량이 오를 수 있을 만큼의 구불구불한 임도를 따라 오르다 보면 임도를 가로지르는 조릿대가 가득한 지름길이 나온다. 노약자가 아니라면 가로질러 오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오르다 노고단 밑으로 노고단산장이 나온다.
산장에서 조금 오르면 천왕봉과 뱀사골, 피아골, 반야봉으로 향하는 길과 노고단 정상으로 향하는 삼거리 안부에 다다른다. 안부에서 목조계단을 타고 오르면 노고단 정상인 길상봉에 오르게 된다. 높이가 1,507m인 노고단 정상에는 사람키의 2배쯤 되는 케언이 하나 서있고 정상표지석과 전망대가 있다.
천왕봉과 반야봉에 이어 지리산 3주봉의 하나인 노고단은 탐방객들로 만원이다. 길상봉 서쪽으로 30만평 정도의 넓은 고원이 부드럽게 펼쳐저 있다. 옛날 이곳에 지리산신령을 모시는 남악사가 있었는데, 삼신할머니를 모시는 단이라고 하여 노고단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전한다.
아침 일찍 왔다면 지리8경중에 하나라는 운해의 장관을 볼 수 있었겠지만 운해는 반야봉과 노고단 정상의 일부분에 얼마되지 않는 때 이른 상고대만 남기고 햇살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노고단 일몰이 아름다워 노고단에서 바라보는 석양이 지리10경에 속한다고 하니, 번거롭다 하여도 이른 아침이나 저녁쯤에 오르면 좋을 듯하다.
노고단은 한국의 알프스라 불릴만큼 고산휴양지의 메카로 일제시대에는 외국인 선교사들의 피서용 별장이 50여개에 이르렀다다고 하나 6.25때 모두 소실되고, 집터만 남았다고 하며, 군기지 철수와 함께 자연생태를 복원하기 위하여 등산로를 제외하고는 엄하게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위가 노고단에서 바라본 반야봉의 모습이다. 여성의 둔부와 같이 생겼다하여 반야봉이라고 부른다 한다. 반야봉 오른쪽 끝으로 아스라히 멀리 천왕봉의 모습이 보인다.
한나절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녹지 않은 상고대가 전나무에 달라 붙어 있고 케언의 북벽에도 상고대가 덕지덕지 달라 붙어 있어 때 이른 겨울산행의 정취를 느낄수가 있다.
다시 안부로 내려와 잡목이 울창하고 음습하고 스산함이 감도는 젖은 등산로를 타고 가다 보면 돼지령이 나온다. 날씨가 스산하니 도중에 소주 한잔~쪽!
부드러운 능선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면 피아골로 갈라지는 임걸령에 다다른다. 많은 산객들이 이곳에서 피아골로 향한다. 피아골 단풍을 보고 싶지만 차가 뱀사골에 있으니 뱀사골로 향한다.
임걸령에서 한시간 반쯤 가다보면 반야봉과 삼도봉으로 향하는 삼거리가 나온다. 반야봉에 오르는 길은 가파르고 크게 멋진 경치도 없다고 하니, 이곳에서 삼도봉으로 향한다. 아침나절 스산하던 날씨도 많이 풀리고 포근하여 산행을 하기에는 아주 좋다.
삼도봉에 도착하니 한옆으로 커다란 암봉이 자리하고 있고 너른 암반이 깔려 있다. 암반의 가운데는 삼각쇠뿔로 만들어진 삼도봉 표지석이 박혀 있다. 이곳은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북도가 경계를 이루는 곳이라 하여 삼도봉이라 부른다 한다.
삼도봉을 내려서면 천왕봉과 뱀사골로 갈라지는 화개재가 나온다. 이곳에서 600~700개는 족히 되어 보이는 목조계단을 타고 내려와야 한다. 목조계단 아래로 또다시 가파르게 나무를 땅에 박은 계단을 타고 내려와야 한다. 월악산 영봉을 오르는 철계단을 연상케 하니, 이곳을 오름길로 택한다면 다리힘께나 써야 할 것 같다.
계단길을 끝으로 뱀사골대피소가 나온다. 이곳에서 맥주나 간단한 먹거리를 구할 수가 있으며 침낭을 대여하여 숙박을 할 수가 있다. 준비해간 마지막 소주로 목을 축이고 잠시 쉬어서 하산을 한다.
뱀사골의 상류는 이미 단풍이 지고 잿빛으로 스산하지만, 골을 타고 내려오다 보면 조금씩 단풍을 볼 수가 있다. 기다란 철다리를 건너고 나면 골은 차츰 깊이와 넓이를 더하며 수량을 더해간다.
옛날에 보부상들이 하동에서 소금을 지고 화개재를 넘어 뱀사골로 내려오다, 물에 빠지는 바람에 소금이 녹아 물의 색깔이 간장처럼 변했다는 간장소가 나온다. 뱀사골의 계곡수는 한국의 명수로 꼽힐만큼 오염되지 않아 투명하리 만치 맑게 흐르고 있다.
간장소를 필두로 단심폭포, 병풍소, 병소, 뱀소, 탁용소등 소가 많으나 동행한 친구들 걸음이 빨라지고 지도가 없어서 자세히 보지는 못하였다. 계곡은 내려올 수록 조금씩 단풍의 모습을 보여준다. 피아골의 아름다운 단풍을 보고자 하였으나, 오늘은 이것으로 만족하여야 할 것 같다.
단심폭포 아래로 길게 늘어선 철다리를 타고 내려온다. 지리산 안내판에는 뱀사골의 길이를 9km라고 표시되어 있으나 안내사이트에는 12km(약39리)라 표시되어 있으니 그 길이가 만만치 않다. 자칫 하산길이 지루하게 느낄수 있으니 서두르지 말고 주변의 경관을 구경하며 느긋하게 즐기며 걷는 것이 좋을 듯하다.
뱀사골의 유래는 뱀처럼 구불구불하여 뱀사골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으나, 옛날에 이곳에 송림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해마다 남달리 불도에 정진한 모범불도를 한명 뽑아서 칠월칠석날 기도를 하면 구름을 타고 은하수를 건너 극락에 갈 수 있으니, 불도들의 최고의 영광이었다고 한다. 조선조 명승 서산대사가 아무리 불심이 크다 하여도 신선이 될 수 있다 함을 의심하여 그해에 모범불도의 옷에 독을 발라 신선대에 기도를 하도록 하였다 한다.
자정이 넘어서자 신선대 아래에 있는 용소에서 이무기가 용틀음 하며 나와 스님을 잡아 삼키니, 다음날 소에 독묻은 불도를 삼킨 이무기가 불도와 함께 죽어 있었으니, 그동안 송림사에서 일년에 한번씩 이무기에게 제물을 바치기 위하여 꾸며낸 흉게임이 밝혀 졌다고 한다. 그 후로 용이 되지 못하고 뱀이 빠져 죽은 소를 뱀소라 부르고 이곳을 뱀사골이라고 불렀다는 전설이 있다.
뱀사골의 하류에는 사위어 가는 가을이 아쉬운양 마지막 단풍이 나름대로 좋은 풍광을 보여주고 있다. 단풍이 아름다운 길을 걷다가 오룡대가 나온다. 용이 하늘로 오르려고 용틀음치는 모습을 하였다는 오룡대는 사진이 시원치 않아 올리지 못하고 이곳부터는 포장도로를 타고 숲이 울창하고 단풍이 어우러진 길을 타고 내려온다.
집단시설지구가 나오니 산행의 날머리다. 주변에 감나무가 유난히 많아 감이 주렁주렁 달려 있고 상점에도 줄에 꼬여서 말린 반숙 곳감을 산객들의 간식꺼리로 팔고 있다. 성삼재~노고단~삼도봉~뱀사골로 돌아 오는 산행시간은 7시간을 소요하였다. 오늘 부지런히 걸은 듯하니 여유롭게 걷는다 해도 8시간이면 족할 것 같다. 수려한 암봉과 암릉을 타는 설악군과 월악, 속리군의 산들을 주로 찾아 다니다가, 지리산을 찾아오니 수려함과 아기자기한 멋은 없지만, 강원도의 육산처럼 웅장하고 넓게 자리하여, 겨울에 설산을 걷는다면 운치가 더하지 않을까 싶다. 설악의 장쾌하고 수려함이 남성의 산이라면, 지리산은 광활하고 부드럽움이 포근한 여성의 산, 어머니의 산이라고 표현함이 좋을 듯하다.
노인전문정신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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