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충 청 권

월악과 송계의 북바위산

바위산(遊山) 2009. 11. 22. 11:15
여행지
암릉과 노송이 어우러진 북바위산과 사시리계곡.
여행기간
2009년 11월 21일(토) 맑음
나의 평가
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
 
밤늦도록 이어진 폭음으로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기가 귀찮다. 배낭도 준비하지 않고 달랑 물한통 주머니에 찔러 놓고 집을 나선다. 몇 안되는 산행팀은 구불구불 이어지는 청풍호반도로를 따라 월악으로 들어선다. 밤사이 내린 서설이 희끗희끗하게 도로와 산판을 덮어 놓았고, 초겨울의 아침 날씨는 제법이나 차갑다.  
 
송계계곡으로 들어서서 물래방아휴게소가 있는 와룡대 주차장에 주차를 한다. 와룡대는 송계계곡 팔랑소를 지난 물길이 암반과 작은 3단폭포와 폭포 아래로 커다란 소를 만들어 놓은 것을 말한다. 용이 승천을 하였다 하여 용소라고도 부르며, 명주실을 한타래 풀어 넣어도 모자랄만큼 깊이가 깊어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을 하였다는 곳이다. 전국의 유명한 계곡의 소와 담을 보면, 대부분이 용이 승천한 곳, 명주실 한타래를 다 풀어 넣어도 부족한 깊이를 말한다. 그리고 옆에는 <수심 5m, 위험 수영금지>라는 표지판도 나란이 세워 놓았다. 관리자들은 좀 더 새롭고 산뜻한 내용을 연구하여야 할 것 같다.  
 
물래방아휴게소 들머리 옆으로 화장실이 있고, 탐방로 안내표지판이 서 있다. 이곳에서 북바위산 정상까지 3km로 그리 길지 않은 산행길이다. 수림이 우거진 들머리는 퇴색되어 낙엽만 쌓여 있고 낙엽위로 잔설이 덮혀 있어 겨울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우리보다 앞서서 한쌍의 산객이 먼저 올랐는지 발자욱이 나 있다.  
 
 
잡목이 우거진 별로 보잘 것 없는 등산로를 따라 20여분쯤 오르면 너럭바위 전망대에 오르게 된다. 전망대에 서면 북으로는 용마산의 흰 암봉들이 늘어서 있고, 동으로 눈꽃이 덮힌 월악의 웅장한 하봉, 중봉, 영봉이 칼바위 능선을 지나 덕주봉과 만수봉으로 이어지며 마루금을 만들어 놓았다. 참으로 장쾌하고 수려한 월악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가 있다.
 

<월악산>

 
 
 

<덕주봉.만수봉>

 
 
 

<용마봉>

 
 
 
 
전망대를 지나 조금 더 오르면 서서히 육산은 암산으로 변하며, 아름드리 송림과 어우러져 좋은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곳에 북바위가 있다. 북을 닮았다하여 북바위라 부르며, 이 산의 이름도 북비위산이라 명명하였다고 한다. 북바위 안부로 내려서면 화강암 슬랩에 길게 놓여 있는 철계단을 타고 올라야 한다.
 

<북바위>

 
 
 
 
 
 
 
 
 
 
 
 
철계단을 타고 오르다 보면 시원하고 아찔할 정도의 암반슬랩의 곳곳에 소나무가 어우러져 멋스럽다. 북바위산은 높이가 772m로 그리 높지 않은 산이나, 노송들이 늘어서 있는 암릉길과 함께 부드럽게 오르고 내리는 산행의 반복으로 그리 힘들이지 않고 암릉산행을 할 수 있는 아기자기함이 있다. 사시사철 많은 사람들이 찾아 오는 산으로 가족산행에도 아주 좋은 곳이다. 
 
 
 
 
 
 
 
 
 
 
 
 
 

<암릉지대에서 바라 본 북바위산>

 
 
 
 
 
 
 
 
암릉과 철계단과 송림숲이 반복되는 능선길은 지루함이 없다. 600고지 암릉지대는 북바위산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노송과 바위가 어우러지고 아래로는 까마득하게 암반슬랩이 이어진다. 월악의 구석구석을 이잡듯 올랐고 북바위산도 아내와 함께 오른적이 있다. 그러나 언제 올라도 좋은 산행을 할 수 있는 곳이 북바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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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릉지대를 걷다보면 남으로 박쥐봉이 오똑하게 서있다. 박쥐봉을 뒤로하여 톱날같은 조령산이 하늘금을 이루고 남동으로 만수봉에서 포함산으로 이어지는 산맥이 하늘재로 여맥을 낮추고 월항삼봉을 거쳐 6개의 수려한 암봉인 부봉에게 가지를 내어주고 문경의 진산 주흘산을 일구어 놓은 뒤에 웅장한 산세가 분지로 여맥을 내려 놓는다. 모두가 아름다운 월악군의 산들이다.
 
 
 
 
 
 
 
 
 
암릉지대를 지나서 다시 한 번 철계단을 타고 내렸다 오르면 노송군락지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이곳의 노송은 일제 강점기말 전쟁에 필요한 연료를 확보하기 위해서 송진을 채취한 상흔이 반세기를 넘기고도 또렷하게 새겨져 있어 씁쓸함을 지울수가 없다. 아무리 평화와 공존을 부르짖는다 하여도 나라가 왜, 부국강병해야 하는지를 새삼 되새기게 한다.
 

<지나 온 암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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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촐한 인원때문인지, 마음때문인지, 발 아래로 밟히는 낙엽이 더욱 쓸쓸해 보인다. 우리네 인생도 낙엽처럼 때가 되면 저절로 떨어져 자연으로 돌아 갈 것이다. 언젠가는 떨어지는 낙엽같은 것이 인생일진데, 그럼에도 고달픔을 쉬 덜어버리지 못하는 것은 욕심때문인 듯하다. 건강과 좋은 풍광을 구경하러 산에 오르지만, 조금씩 욕심을 덜어버리는 연습도 필요할 것 같다. 그것이 삶의 고달픔을 덜어내는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다시 한 번 지그재그로 설치 되어 있는 70m의 철계단을 타고 오르다, 소나무와 어우러진 암릉지대에 올라서 조금 더 전진을 하면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에는 정상표지석은 없으나, 이정표에 물래방아휴게소 3km, 뫼악동 2.5km라 표기되어 있고 하단에 "북바위산 정상"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다보니, 두팀의 산객들이 따라 오른다.  
 
 
 
 
 
 
점심을 먹고나니 땀을 흘린 덕분에 몸도 가벼워지고 속도 풀린 것 같다. 하산길은 사시리고개로 택한다. 정상에서 걷기가 좋은 산판을  30분 정도 내려서면 사시리고개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뫼악동 쪽은 탐방로로 지정되어 있으나, 박쥐봉이나 사시리계곡은 탐방로로 지정되어 있지 않다. 겁나게스리 "탐방로 아님 50만원 과태료" 표지판이 서 있다. 예전에도 박쥐봉은 탐방로가 아니였지만, 사시리계곡은 통제하지 않았는데, 채종원을 보호하기 위함 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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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리계곡은 걷기가 좋다. 완만하여 부드럽게 잘 발달된 길과 북바위산의 남쪽을 덮은 흰 화강암 바위슬랩이 노송과 어우러진 좋은 풍경과, 앞으로는 월악이 박쥐봉과 만수봉으로 이어지는 암봉들의 수려한 모습을 바라보며 걷게 되어 지루함이 없다. 채종원은 수목의 우량종자를 채취하기 위한 곳으로 이곳에는 리기다소나무 채종림과 낙엽송 채종림이 있다. 조금만 일찍 이곳을 걷는다면 낙엽송 단풍이 환상적으로 아주 좋은 경치를 만들어 놓는 곳이다.
 

<북바위산 바위슬랩>

 
 
 
 
계곡의 끝머리 합수점에는 200여평이 넘는 너른 암반이 자리하고 있다. 암반의 끝으로 20여평 남짓한 물웅덩이가 있고 작은 물고기들이 노닐고 있다. 이 계곡의 암반은 사시리계곡의 백미로 특이하고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 놓고 있어서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아 놓는다. 여름철 피서지로 찾아 온다면 호젓함과 함께 좋을 듯하다.
 
 
 
 
 
 
계곡의 암반지대에서 조금 더 내려오다, 방향을 틀어 물래방아휴게소 쪽으로 향하면 날머리인 송계계곡에 다다른다. 산행시간은 먹고 쉬고 4시간이 소요되었다. 작으나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북바위산 산행은 한주일동안 쌓인 술찌거미와 노폐물을 모두 앃어낸 듯 개운함을 만들어 놓는다. 역시 건강엔 등산이 최고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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