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충 청 권

청풍호반과 신선봉 버섯산행.

바위산(遊山) 2009. 9. 8. 06:27
여행지
암릉과 노송이 어우러진 신선봉에 오르다.
여행기간
2009 .09 .05(토) 맑음
나의 평가
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
 
삐릭 삐릭~ (문자메시지 수신음) "2009년 09월 05일 토요일 송이버섯 채취산행, 09시 까지 종합운동장으로 집결" 술꾼들 모임의 총무에게서 날아 온 비보(?)다. 주말엔 풍광좋은 산을 찾아가 보자는 야심찬 계획을 취소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송이철로는 넘 이른 듯 한데, 졸속 계획에 의구와 반의를 포용으로 중화시키고 버섯산행에 동행키로 한다. 청풍호반에 인접한 미인봉 기슭에 자리한 조계종 법주사의 말사인 작고 아담한 고찰 정방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푸짐한 송이 수확의 기대를 대변하듯 커다란 비닐봉지를 챙겨든체 전투사단의 수색대원들 처럼 신선봉으로 향하는 남서릉의 산판을 뒤지며 오른다. 그러나 아직은 철이 이르고 가뭄으로 인하여 메마른 산판에 송이는 커녕 잡버섯도 찾아 보기 힘들다. 
 
 
 
 
 

한시간 반정도 버섯을 찾아 산판을 뒤지며 주능선에 올랐으나, 수확한 버섯이란 말라버린 싸리 몇개, 약용버섯 몇개와 닭다리 버섯 두어개가 전부다. 차쯤 기력은 빠지고 전투사단의 수색대 같이 늠름하게 출발한 버섯대원들은 전쟁놀이에 패한 아이들처럼 사기가 쫄아 든다. 능선으로 올라 준비한 점심을 먹고, 북서릉을 향하여 다시 버섯수색을 계속한다. 그러나 산행 중 발밑에 널려 있는 약초나 산나물도 채취하지 않는데, 버섯을 찾아 음습한 산판을 헤메는 꼴도 그렇고, 멀리 올려다 보이는 다녀온지 몇년은 되어버린 신선봉의 암릉이 눈에 어른 거린다. 혼자서라도 신선봉에 올라보자 싶어 버섯대원들의 대열에서 이탈하여 홀로 신선봉으로 향한다.

 
 

오르는 중에 등산로 주변에서 위 사진보다도 훨 큰 아이들 팔뚝만한 닭다리버섯을 4개나 더 주었다. 학명이 "흰가시광대버섯"인 이 버섯은 닭다리를 닮았다 하여 "닭다리버섯"이라 부르며 흰색 표면에 닭살같은 돌기가 돋아나 있고 찢어지지 않고 잘 부서져 영낙없는 독버섯의 형태를 하고 있다. 그래서 이 잡듯 산판을 뒤지는 버섯꾼들이나 산객들의 눈에 띄어도 그리 관심과 손길이 미치지 않아 홀로 실하게 자랄수 있다. 백과사전에는 "식용불명"으로 되어 있으며, 인터넷에도 독버섯이다, 식용이다. 설왕설래하는 이 버섯은 식용으로 싸리버섯처럼 데쳐서 하루정도 우려낸 뒤에 요리를 하면 씹는 맛이 아주 좋다. 그러나 맹독성 버섯인 "흰광대버섯" 등 유사한 광대버섯들이 많아 혼동할 수 있으므로 잘 못 먹으면 옥황상제와 면담 일정을 앞 당길 수 있으니, 정확히 확인하기 전에는 식용을 보류하는 것이 좋다.

 
 
 
주능선을 오르다 보면 노송이 어우러진 바위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 서면 남으로 암릉구간인 용아릉이 망덕봉으로 치켜 올라가며 장쾌한 능선을 만들어 놓고는 금수산으로 이어져 나가고, 북으로 동산이 작은동산으로 흘러 내리다 청풍호로 여맥을 가라 앉힌다. 서로는 내륙의 바다라 일컷는 청풍호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고 동양최대라는 수중분수가 하늘을 향하여 물줄기를 뿜어 올리는 모습이 시원하게 내려다 보인다.
 
 
 
 
 
주능선의 손바닥바위를 못미쳐 삼거리 갈림길에 다다른다. 지도도 없고, 어느 곳으로 갈까? 잠시 망서리다 남쪽길을 택한다. 그러나 암릉의 하단으로 이어지는 이길은 갈수록 희미해지고 아래로 고도를 낮추기만 할 뿐 능선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다시 삼거리로 되돌아 오니, 족히 30~40분은 알바를 한 것 같다. 삼거리에서 북릉길을 따라 잠시 오르면 미인봉에서 신선봉으로 으르는 길과 만나게 되고 조금 더 오르면 손바닥바위에 오르게 된다. 이곳에서의 조망도 아주 좋다. 남쪽의 망덕봉 능선과 북쪽의 동산능선과 함께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청풍호반의 모습이 일품이다. 동으로는 신선봉산행의 백미인 암릉구간의 수려한 모습이 앞을 막는다.
 
 
 
 
 
 
노송과 어우러진 기암과 암릉구간에는 바위틈에 들국화(구절초)가 청초한 모습으로 피어 있어 계절을 말하고 있다. 암릉길은 바람 한 점 없고 따갑게 쏟아져 내리는 초추의 양광이 비지땀을 흐르게 한다. 암릉을 오르고 내리다 보면 직벽구간도 나오고 암릉산행에 익숙치 못 한 산객들의 애를 먹일만한 난코스도 나온다. 그러나 대부분 밧줄이 매달려 있고 우회로가 있어 두려워 할 구간은 아니다. 우회로와 밧줄구간을 버리고 맨손으로 암봉을 오르고 내리며 전진을 하다보니,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두개의 크레버스(횡단)를 지나  밧줄이 얼키설키 늘어선 난코스와 직벽구간을 지나면 조금은 걷기가 편해진다. 신선봉은 해발 845.3m로 그리 높지 않은 산이나, 청풍호반을 끼고 있으며, 동산을 사이로 북으로는 학현계곡을 남으로는 금수산 망덕봉 사이로 능강계곡을 끼고 있는 산이다. 여성의 은밀한 부분을 닮은 바위가 많아 미인봉이라고도 부르고, 멧돼지가 많이 오르고 내려 돼지 저(猪)자를 써서 저승봉이라 부르는 미인봉 아래 자리한 정방사로 올라 학봉과 신선봉으로 오르는 방법과, 학현의 청소년수련관 앞에서 학바위 등 기암들이 늘어선 북쪽 지능선으로 오르는 방법도 있으며, 미인봉 옆에 오똑하게 서 있는 조까리봉(족가리봉)으로 오르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정방사로 오르고 내리는 길은 정방사까지 대형차량의 진입이 불가하여 능강계곡까지 다리품을 팔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에효! 밤이 늦었는데, 졸립기도 하고, 산에 오르는 것 못지 않게 산행기 올리기도 귀찮고 힘든데, 맨손으로 와서 구경만 하고 댓글도 안달고 .....ㅠㅠ

 
 
 
 
 
 
 
 
 
 
 
 
 
 
 
 
 
 
암릉을 타고 가다보면 원숭이가 누워 있는 모습의 바위가 나온다. 이 바위는 청풍호를 조망하기에 아주 좋은 전망대 역할을 한다. 나는 뙤약볕 아래 암릉을 오르고 내리느라 힘들어 죽겠는데 저녀석은 몇년전에 올라 왔을때와 변함없이 풍광 좋고 전망 좋은 곳에서 낮잠만 자고 있다. 요것이 "킹콩바위"라나? 그러고 보니, 그런 것도 같고~
 
 
 
 
 
암릉구간을 끝으로 산맥은 뚝 잘리고 급경사의 침니구간으로 내려서야 한다. 협곡을 이루고 있는 침니구간 맞은 편으로 단애가 떡하니 앞을 막는다. 청주에서 오셨다는 한팀의 부부산객이 직벽을 오른다. 남자분은 직벽의 중턱으로 손쉽게 오르고 있는데 여자분이 직벽을 오르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한참을 실갱이 한 뒤에야 겨우 여자분이 따라 오른다. 몇년전에 왔을 때는 커다란 세퍼트를 끌고 온 초로의 산객이 개가 직벽을 오르지도 내리지도 못하자, 세퍼트를 등에 업고 끈으로 묶고는 낑낑거리며 직벽을 오르는 웃지 못 할 진풍경을 만들어 낸 적이 있다. 직벽을 올라 키작은 잡목사이로 부드러운 능선을 타고 조금 더 오르면 신선봉의 정상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이 구간은 볼만한 풍경은 별로 없다. 
 
 
 
 
 
 
 
 
 
 

"전화 받으세요"(내 핸폰 벨소리) 버섯 대원들이 하산을 하여 주차장에 당도 하였으니, 빨리 하산을 하란다. 젠장  알바에 잘난척 하느라 암릉을 오르 내리다 보니, 체력도 바닥이 났는데, 이곳에서 주차장까정 날아가리.... ㅠㅠ, 차도 따로 끌고 왔으니, "먼저 가던지 아님 2시간은 기다려야 할텐데~"

동산도 그렇고 망덕봉 용아릉 능선도 그렇지만 오르고 내리는 암릉구간은 일품이나, 정상은 볼 것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신선봉도 정상은 볼 것도 별로 없고, 버섯대원들을 너무 기다리게 하는 것은 예외가 아닌 듯하여 부지런히 하산을 서두른다.

 
 
 
 
 
 
 
다시 손바닥바위로 되돌아와 미인봉으로 향하는 북서릉을 타고 두개의 암봉구간을 넘어서 미인봉 능선 상단에 위치한 너럭바위 하단 안부에 다다르면 정방사로 향하는 희미한 등산로가 나온다. 숲이 빼곡하고 날파리가 극성을 부리는 수량적은 계곡길을 길게 내려오면 정방사 주차장에 다다르게 되고 산행을 마무리 하게 된다. 비록 버섯산행이 신선봉 산행으로 바뀌었지만, 몇년만에 다시 찾은 신선봉은 여전히 아름다운 암릉과 시원한 조망을 자랑하고 있어 좋은 주말산행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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