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스릴 있는 암릉산행지 신선봉, 수리봉에 오르다.
여행기간
2009년 3월 28일(토) 맑음
나의 평가
3월의 사내산행은 가까이 있는 황정산의 수리봉으로 정하였다. 애초에 진달래꽃 산행을 계획하였으나, 갑자기 닥쳐 온 꽃샘추위로 진달래는 아직 꽃피울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한동안 포근하던 봄날씨를 시샘하듯, 진눈개비와 비가 내리고 난뒤의 날씨는 화창하나 제법 쌀쌀한 기운이 감돈다. 엄지를 치켜세운 커다란 손동상에 <수리봉>이라는 표지가 서 있는 신선봉 들머리인 방곡사 왼쪽길로 접어든다. 임도를 따라 조금 오르면 절터 같이 석축이 늘어서 있는 있는 도요지터에 다다른다. 주변에는 깨진 도자기 파편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어 예전에 도자기 산업이 융성했음을 알 수가 있다.
방곡리에는 몇 몇 도요지와 함께 도자기 전시장이 있다. 산행을 하고 시간이 난다면 한 번 들러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황장목이 많아서 옛날에 궁중에서 쓰는 원목을 생산하였다는 방곡리는 수리봉 기슭에 도자기의 원료인 사질점토가 무진장하고 고령토와 유약의 원료인 묵보래 흙이 많으며, 도자기를 구울때 1200도 이상 화력을 높혀줄 소나무가 많아 천혜의 도자기 생산지로 600여년 전부터 도공들이 몰려들어 주로 서민들이 사용하는 도자기를 만들어 왔으며 지금도 일본에 수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조금 더 전진하면 중창중인 꽤 규모가 있는 절이 보인다. 절을 못미쳐 왼쪽으로 안내판이 서있다. 이곳에서 능선으로 오른다. 능선길은 매우 가파라서 처음부터 숨을 헐떡이게 하고 다리를 무겁게 한다. 가파르게 주능선에 오르면 서쪽으로 조망이 터지며, 100대명산으로 널리 알려진 도락산의 모습이 수려한 자태를 뽐내고 서 있는 모습이 보이고 서서히 주변의 작은 암봉들이 내려다 보인다. 암릉산행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쉼없이 가파른 비알길을 올라야 한다.
잡목이 들어 선 된 비알길을 계속 오르다, 하나둘씩 바위가 늘어나며 주능선은 암릉길로 바뀐다. 계속 걷기만 하는 것 보다는 암릉을 오르고 내리며 걷는 것이 지루함도 적고 재미도 있다. 조금 더 오르면 북으로 황정산과 함께 고찰 대흥사의 원통암이 있는 원통골을 지나 올산의 오똑하고 늠름한 자태가 시원하게 조망되고, 남으로 황장산이 투구봉과 함께 앞을 가로 막고 서있다.
오를수록 암릉은 노송과 어우러지며 수려함을 더한다. 최과장은 어제 저녁 과음으로 술이 덜 깬 것 같은데, 해장술까지 더하여 오르기가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잠시 쉴적마다 산판을 구들장 삼아 자꾸 눕는 모습을 보인다. 저 기분은 내가 제일 잘 알지~
본격적인 암릉구간에 다다라 앞을 떡 가로막 고 서 있는 암봉을 쇠줄 와이어를 잡고 우회하여 가파르게 올라야 한다. 암릉구간은 그리 험하지 않지만 초심자는 부담이 갈 수 있는 구간이다. 황정산 수리봉과 신선봉 산행은 수려한 암봉과 기암을 보는 것도 좋지만 암릉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암릉산행에 그 멋이 있는 것 같다.
암봉을 우회하여 노송이 어우러진 부드럽고 아기자기한 암릉길을 잠시 걷다가 가파르게 치고 오르면 신선봉에 오르게 된다. 신선봉에는 작은 돌무지가 있고 주변은 수목이 둘러싸고 있어 조망은 시원치 않다. 그러나 조금 더 전진하면 암반으로 된 전망대가 나오고 앞으로 용아릉을 지나 수리봉이 우뚝 서있는 모습과 황정산과 올산 그리고 바위가 꽃처럼 피어 있다고 하는 석화봉의 상단부가 내려다 보인다.
아래가 신선봉에서 바라 본 수리봉의 모습이다.
신선봉에서 잠시 쉬었다가 수리봉으로 향한다. 신선봉을 내려서는 길은 수려하고 아기자기한 암릉길을 걸어야 한다. 안부로 내려서면 신선봉과 수리봉 산행의 하이라이트라는 용아릉에 다다른다. 예전에 태풍이 몰아칠 때 이곳에 올랐으나 바람과 운무로 제대로 된 풍경은 볼 수가 없었는데 오늘은 청명하여 주변의 조망이 일망부제로 펼쳐진다. 이곳에는 두갈래의 길이 있다. 북쪽길을 타면 통나무를 걸쳐 놓은 아슬아슬한 구간을 건너야 하는데 오늘은 남쪽길을 타고 오른다.
주위를 요하는 용아릉 구간을 통과하면 수리봉으로 오르게 된다. 수리봉으로 오르다 되돌아 보는 신선봉의 능선과 암봉미는 일품이라고 할 수 있다. 수리봉으로 오르는 길은 도봉산 포대능선의 암릉길처럼 와이어를 잡고 오르고 내려야 한다. 그러나 도봉의 포대능선이 밀려드는 산객들로 인하여 휴일이면 고질적인 트래픽으로 산행의 즐거움을 감소시키나, 이곳은 휴일에도 여유자작 한적한 산행을 즐길 수가 있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아주 좋다. 멀리 소백의 주능선이 보이고 옥녀봉이 벌재로 가라 앉았다가 선미봉을 일구고 선미봉을 지나 수리봉으로 이어지고 황정산과 도락산을 지나 덕절산과 두악산을 끝으로 청풍호반으로 여맥을 내려 놓는다. 남으로 황장산과 함께 왼쪽으로 대미산과 하설산이 보이고 붕어의 주둥이 처럼 생겼다하여 붕어산이라고 부르는 천주산의 암봉이 오똑하게 보인다.
정상에서 점심을 먹는다. 동내산이라고 배낭도 먹거리도 챙기지 않고 졸졸 뒤따라 왔으나, 여러 사람이 골구로 먹거리를 준비하여 정성이 돋보인다. 산에서 먹거리를 잘 챙기지 않고 간단하게 행동식으로 때우는 나에게는 진수성찬이나 다름이 없다. 점심을 먹고 선미봉쪽으로 조금 전진하다 수학봉 1.3km, 윗점마을 2km라는 안내판을 만난다. 이곳이 선미봉과(안내판에는 수학봉으로 표시됨) 윗점마을로 향하는 갈림길이다. 수리봉 산행시간이 길지 않고 가까운 곳에 있어 시간이 남으니, 선미봉까지 돌아 보고 싶으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윗점마을로 하산을 한다.
윗점으로 내려서는 길은 가파르고 낙엽이 쌓여 있어 걷기가 불편하고 군데군데 얼었던 땅이 녹아 미끄러운 곳도 있다. 참나무 낙엽이 쌓인 된비알을 내려오다 보면 멋지게 자란 노송 두 그루를 만나게 되고 이곳에서 조금 더 내려오면 수리봉의 또 하나의 백미인 대슬랩지구에 다다른다. 노송과 고사목이 잘 어울려 있는 흰 화강암반슬랩엔 와이가 매달려 있어 그리 위험하지는 않다.
모두들 와이어를 잡고 내려오는데, 정과장은 와이어 없는 대슬랩을 그냥 종단한다. 바위가 미끄럽지 않아 걷기가 그리 나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조심 하여야 할 곳이니, 따라하는 것은 아니 좋을 듯하다. 이 나이에 "산을 좋아 하는 * * * , 이곳에서 까불다가 영원히 잠들다" 라는 무거운 추모석을 짊어지고 낑낑대며 다시 찾아 오는 것이 그리 즐거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슬랩지구를 지나 소나무가 빼곡한 능선을 걷다보면 수리봉 산행길 중에서 마지막 암릉구간에 다다른다. 몇개의 기암이 작은 능선을 이루고, 소나무 몇그루가 서 있어 운치를 풍기는 암릉구간에 서면, 수리봉의 암봉이 수려하게 올려다 보인다. 이곳에서 기념사진도 찍어보고(인물사진은 각자 집에 있는 것을 보고, 꼭 보고 싶다면 클릭~), 암릉구간에서 잠시 능선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도로공사장에 다다른다. 방곡이 도예시장으로 번성하던때 경북 예천으로 향하던 유일한 지름길이 요즘은 사용하지 않아 폐길이 된 것을 4차선으로 확포장하여, 방곡과 올산을 이어서 충북에서 경북으로 넘어가는 저수령으로 이어지게 되니, 이곳을 찾아오는 영남인들의 교통이 더욱 편리해 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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