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충 청 권

조령산 깃대봉에 오르다.

바위산(遊山) 2008. 12. 29. 18:07
여행지
조령의 깃대봉과 수옥정관광지.
여행기간
2008년 12월 27일(토) 맑음
산행시간
5시간
나의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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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제법 쌀쌀하나 날씨는 쾌청하다. 조령의 신선봉과 마패봉, 부봉과 주흘산, 조령산과 신선암봉, 그리고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겨울철 눈산행지인 탁사등봉까지 조령 인근의 골짜기와 능선을 모두 돌아 보았지만 깃대봉을 올라 보지 못하였다. 깃대봉만 달랑 다녀 오기에는 조금 단조로와 보여, 수옥정관광지를 같이 둘러 보기로 하였다. 구조령길 연풍리에는 커다란 암벽을 파고 새겨 놓은 연풍마애좌불상 한쌍이 있다. 
 
 
미륵불 앞에는 부부인듯한 두분이 촛불을 붙히고 시주를 한 후 기도를 하고 있다. 신라말 범어사의 고승인 어상조사가 축조하였다는 설도 있고 고려때 전라도의 나옹대사가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임진왜란때 중국의 이여송이 불상의 모양이 장사처럼 생겨 이곳에서 장사가 많이 나올 것 같다고 하여, 조선의 정기를 끊기 위하여 코를 떼어 같다고 전한다. 미륵불의 코는 잘라 간 정도가 아니라 아예 깊이 후벼파서 움푹 패여 있다. 미륵불 앞에는 양초를 무인으로 판매하고 있어 3천원을 시주함에 넣고 초를 사용하면 된다. 3천원을 넣고 초하나 사서 불을 켜고 내려와 도로를 타고 수옥정으로 향한다.
 
 
도로를 타고 30분쯤 오르면 수옥정 관광지가 나온다. 작은 팔각 정자인 수옥정 옆으로 수옥폭포가 있다. 높이가 20m, 폭이 10m쯤 되는 수옥폭포는 물이 옥처럼 맑고 녹색을 띤다하여 수옥이라 하며, 수량이 많은 여름철에는 폭포가 장관을 이루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하여 이곳으로 피난을 온 뒤에 초가를 행궁으로 하고 작은 절을 지어 불사로 삼고 폭포위에 작은 암자를 지었다고 한다. 수옥정은 조선조에 연풍현감인 조유수가 자신의 삼촌인 조상우의 청렴함을 기리기 위하여 축조하였는데 소실된 것을 1960년대에 이지역 유지들이 폭포 옆에 팔각정으로 다시 축조하였다고 전한다. 
 
 
선조때 단원 김홍도가 연풍현감으로 부임하여 월악 부근의 명산들을 그려 선조에게 올리고 하였는데 이때 수옥폭포도 같이 그려 보냈다고 한다. 조정의 대신들이 정사 보고는 하지 않고 그림만 그려 올리는 김홍도를 파직하자며, 몇번의 상소를 올렸지만 선조는 화가가 그림만 잘 그리면 되지 않겠냐며 덮어 주곤 하였다고 한다. 수옥정폭포는 사극의 단골 촬영지로 "용의 눈물"에서 "강수연"이 목욕하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며, 그밖에도 주몽, 연개소문, 다모, 여인천하등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수옥정을 돌아 나와 도로를 타고 오르면 저수지를 지나 수옥정관광지가 나온다. 저수지 맞은편으로 신선봉의 암릉이 마루금을 이루고 늘어서 있다. 
 
 
 
수옥정관광지에는 몽골문화체험지와 물놀이 장소가 있고 활빈당의 본거지를 재현하여 놓았다. 관광지 뒤로 태길사가 있다. 태길사는 제법이나 규모가 큰 절로 몇개의 법당이 있다. 태길사를 지나 식당가가 나온다.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조령산자연휴양림으로 오른다.
 
 
 
길게 자연휴양림의 팬션시이를 지나 조령의 마루인 조령 제3관문에 오르게 된다. 백두대간길이기도 한 깃대봉길은 산불경보발령지대로 봄까지 입산이 통제되고 있다. 깃대봉 들머리에 있는 약수터를 지나 슬금슬금 눈치를 보면서 산을 오른다.
 
 
등산로는 처음부터 목조계단을 타고 올라야 한다. 조령3관문에서 깃대봉까지는 40~50분이면 오를 수 있으나 깃대봉이 깃발처럼 오똑하여 가파르게 치고 올라야 한다. 등산로에는 눈이 살짝 덮혀 있고 급경사로에는 군데군데 밧줄이 매달려 있다.
 
 
                                                <아래가 정상에서 보이는 신선봉>
 
주능선 안부에 다다르면 밧줄을 잡고 급경사를 가파르게 올라서 깃대봉 정상에 오르게 된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일망무제라 할 수 있다. 북동으로 신선봉과 마패봉이 암봉을 치켜 세우며 늘어서 있고, 주흘산이 웅장하게 마루금을 이루다 수려한 여섯개의 봉우리인 부봉을 늘어 놓고는 조령길로 여맥을 내려 놓는다. 부봉과 신선봉 사이로 멀리 포암산과 월악군의 수려한 암봉들이 늘어서 있고 남으로는 장쾌한 신선암봉과 조령산이 병풍처럼 늘어서서 앞을 가로 막는다. 언제 보아도 조령의 산세는 그 크기에 비하여 장쾌하고도 수려한 멋이 있다.
 
 
                                     <위는 주흘산과 부봉, 아래는 포암산>
 
 
                                        <아래는 부봉의 6봉을 당겨서 찍은 모습>
 
                            <아래는 나무가지 사이로 보이는 조령산과 신선암봉의 모습>
 
다시 안부로 내려와 신선암봉과 조령산으로 향하는 대간길을 따라 걷는다. 능선은 부드러워 걷기가 좋고 군데군데 조망을 즐길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넓직한 암반슬랩지구를 지나 작은 봉우리에 올랐다가 서쪽으로 뻗어 내린 지능선으로 방향을 튼다. 이길이 신선대와 말용초를 지나 연풍리로 하산하는 길이다.
 
 
노송과 잡목들이 빼곡한 등산로는 많은 산객들이 다니는지 잘 발달되어 있으나 잡목들이 걸려 성가시게 한다. 능선을 타고 가다가 오똑하게 서있는 암봉이 앞을 가로 막는다. 눈이 아니라면 암봉을 넘어섰겠지만 눈이 살짝 덮혀 길이 보이지 않는다. 길게 밧줄이 늘어서 있는 북쪽 우회로를 버벅대며 내려와 다시 능선을 타고 전진한다.
 
 
 
 
 

깃대봉 등산로는 군데군데 만날 수 있는 암봉과 바위지대와 함께 시원을 조망을 즐기며 걸을 수 있는 아기자기한 코스다. 능선을 타고 내려오다 거대한 암봉이 우뚝하니 앞을 가로 막는다. 이것이 신선대인 모양이다.  암봉의 남쪽으로 우회하여 능선을 타고 내린다. 해는 서쪽으로 가라 앉아 석양이 붉게 물들고 있는데 자칫 야간산행을 하여야 할 것 같다. 아침에 꾸물거린 탓도 있지만 해가 짧은 겨울산행은 부지런을 떨어야 할 것 같다. 길게 능선을 타고 가다보면 부드럽던 능선이 갑자기 가파라지며 낙엽송이 빼곡한 용성골로 내려서게 된다. 이곳은 깃대봉에서 대간길을 타지 않고 직하하는 등산로와 만나는 삼거리 지점이다. 깃대봉은 용성골로 곧바로 올라 갔다가 직하를 햐면 3시간 안팎이면 산행을 완료 할 수 있는 산이다. 그래서 대부분은 신선암봉을 같이 돌아 오거나 이화령에서 대간길을 타고 신선암봉을 지나 깃대봉에 올랐다가 제3관문으로 내려서는 방법을 택하고는 한다.

 
 
 
 
낙엽송길을 지나면 노송군락지가 나온다. 계곡길은 부드럽고 걷기가 좋다. 흰 치마를 널어 놓은 듯한 깃대봉의 치마바위를 바라보며 골을 타고 내려오면 말용초가 있다. 흰 화강암반이 골을 차고 앉아 물길과 폭포를 만들어 놓으며, 아래로 소를 만들어 놓았다. 폭포 아래로도 깨끗한 암반이 와폭을 만들어 놓아 좋은 풍경을 만들어 놓았다.
 
 
말용초를 지나 날머리에 도착하니, 어둑어둑 땅거미가 밀려 온다. 날머리에도 계곡의 암반과 함께 노송들이 어우러져 좋은 풍경을 만들어 놓았으나 마을이 고속도로 교각아래 자리하고 있어 시끄러운 것이 흠이다. 수옥관광지를 돌아서 깃대봉을 다녀 오는 시간은 5시간이 소요 되었다. 12월 들어 망년회와 감기로 인하여 변변한 산행을 못하였는데 모처럼의 깃대봉 산행은 좋은 산행이 된 것 같다.  
 
 
                                          <깃대봉 등산로, 출처:한국의 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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