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오지의 바위산 운무산에 오르다.
여행기간
2009년 8월 9일(일) 맑음
나의 평가
항상 구름과 안개가 걸쳐 있는 것 같다하여 운무산이라고 부른다는 운무산은 강원도 홍천과 횡성을 경계로 하는 산이다. 높이가 980.3m로 그리 높지 않은 산이나 두개의 암봉으로 되어 있으며, 남쪽으로 바위가 절벽을 이루고 있는 바위산으로 아기자기한 산행을 할 수가 있는 오지의 산이다. 예전에는 교통이 좋지 않고 잘 알려지지 않아 산객들이 잘 찾지 않는 산이었으나, 요즘은 꽤나 많은 산객들이 찾는 산이다.
입추가 지났으나 그동안 장마로 인하여 뜨거운 햇볕을 별로 보지 못한 것 같다. 오늘은 장마가 물러가고 높아진 하늘에서 불볕 양광이 내려쬔다. 올 여름에서 가장 무더운 날씨라고 하니, 이 곳 홍천지방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되었다. 횡성군 서석면의 산행 들머리에 들어서니, 계곡에는 물놀이 인파로 가득하다. 계곡의 옆으로 돌로 쌓은 케언이 하나 있고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의 장승이 서 있다. 돌탑 옆으로 성황목이 있고 성황목 그늘 아래 쉼터를 만들어 놓아 "안서낭"이라고 부른다. 안서낭은 높은 산과 깊은 계곡에서 내려오는 음산한 기운을 막아 잡귀나 질병으로부터 마을 주민들을 보호하고 안녕을 기원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지금도 정월 대보름날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제를 지내고 있다고 한다.
안서낭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운무산이 장쾌하게 올려다 보인다. 운무산은 암릉에 어우러진 노송이 운치를 더하고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산행을 할 수 있으며, 가을이면 단풍산행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암벽에는 사철 운무를 머금고 커다란 부채손이끼가 자라고 있으며, 계곡에는 깊이로 인하여 검은빛을 띤다는 황장소와 커다란 바위를 저울로 달아 보니, 무게가 세근밖에 되지 않는다 하여 붙혀진 서근바위(삼근암)의 전설이 있는 산으로 오대산 두로봉에서 비로봉을 지나 계방산과 덕고산을 지나 오똑하게 일구어 놓은 한강기맥상의 바위산이다.
평지를 걸어도 땀이 줄줄 흘러 내리는 폭염속에 산에 오르는 것이 못마땅한 아내을 재촉하여 들머리로 들어 선다. 샘물공장 정문으로 들어서니 주차장에 관광버스가 주차된 것으로 보아 한팀의 산객들이 산에 오른 것 같다. 샘물공장 후문으로 빠져 나가면 운무산장이 나온다. 운무산장을 지나 계류를 건너면 별장주택이 한채 나오고 시원하게 잘 가꾸어 놓은 잔듸밭이 나온다. 잔듸밭의 끝으로 계류의 합수점이 나오고 몇팀의 피서객들이 텐트를 치고 고기를 굽고 있다. 계곡의 지류를 따라 오르면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 들게 된다.
등산로는 발달되었으나, 산객들이 많이 찾지는 않는지, 반바지와 반팔차림의 맨살에 나뭇잎과 풀잎이 스쳐 신경이 쓰인다. 수목이 빼곡한 숲길은 완만하고 계곡의 지류를 이리저리 건너면서 오르다 보면 잣나무와 낙엽송 조림지가 나온다. 숲길은 바람 한 점 없는 무더위가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지치게 한다. 연신 흘러 내리는 땀을 주체하기 힘들어 자주 발걸음을 멈추고 짧은 휴식을 취하며 오른다. 계곡이 끝나는 곳부터 나무계단을 타고 가파르게 지능선에 올랐다가 다시 한 번 가파르게 깔딱고개를 치고 오르면 주능선에 오르게 된다.
송암에 서면 동남북으로 일망무제의 조망이 펼쳐진다. 동으로 태기산이 마루금을 이루고, 태기산의 마루금에 늘어서 있는 풍력발전기가 이국적인 풍경으로 다가온다. 남동으로 태기산이 덕고산으로 이어져 나가고 멀리 남으로 봉복산이 흰 뭉게구름을 머리에 이고 있다. 청명한 날씨와 함께 참으로 좋은 조망이다. 이쯤에서 한팀의 산객들이 내려온다. 운무산 서쪽 기슭에 자리한 능현사에서 정상에 올랐다가 하산을 하는 것 같다. 잠시 부드러운 능선을 걷다 보면 제법이나 바람이 불어와 시원함을 가져다 준다.
부드러운 능선을 걷다가 가파른 슬랩지대가 나온다. 밧줄을 잡고 슬랩을 오르면 올라 설 자리도 변변치 않은 암봉에 오르게 된다. 이곳에서 한팀의 산객들을 만난다. 내가 사진을 찍느라 늦게 오르다 보니, 울마눌 혼자 온 줄로 알고 짓궂은 아저씨들이 농담을 건넨다. "아줌마 혼자 오셨어요? 대단하십니다" "아줌마 넘 이쁘십니다" 에라~ 이 양반들아 이쁘기는, 내가 내마누라 이쁜지 안 이쁜지 모르겠나? 숫컷들이란 암컷만 보면 껄떡거리기에 정신이 없으니, (헛물만 키긴 하지만 내 전문인데.....^^*)
암봉에도 소나무가 자라고 있어 운치가 있다. 암봉을 내려서서 다시 한 번 가파르게 오르면 운무산 정상에 오르게 된다. 정상에는 돌로 만든 정상표지석과 함께 홍천군에서 설치한 홍천군 사석에서 오르는 등산 안내판이 서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산객들은 홍천쪽을 외면하고 횡성쪽에 오른다. 암봉과 단애가 남쪽인 횡성쪽으로 발달하여 경치가 좋고 아기자기 하기 때문이다.
운무산엔 절벽의 양쪽 끝으로 석축의 흔적이 있다고 한다. 구전에 의하면 궁예가 활동할 시에 태기왕이 태기산성에서 신라군에게 패하고 운무산으로 와 운무산성을 쌓았다는 설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덕고산을 태기왕이 태기산성을 쌓아서 태기산으로 바꿔 부르게 되었다고도 하나, 덕고산은 태기산에서 남쪽으로 가지를 친 능선상에 오똑 솟은 산으로 태기산과 덕고산은 엄연히 다른 산이다.
정상부의 조망도 아주 좋다. 이렇듯 산상에 올라 조망을 즐기다 보면 인자요산(仁者樂山)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어진 사람이 산을 좋아 한다고 하는데 , 산을 자주 오르면 인자함이 커지는 것 같다. 산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푸근하게 만들고 어짐을 만들어 주는데, 산을 내려가 속세에 들어가면 또 다시 갈등과 근심을 다 떨치지 못하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안타깝다. 능현사로 하산하려 하였으나, 불볕 더위에 주차지 까지 아스팔트 포도를 한시간 이상 걸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올라 온 길로 하산을 한다. 원점회귀로 하산을 하니 4시간을 소요 하고 날머리에 다다른다. 비록 땀과의 전쟁을 치루며 폭염속에 오르는 산행이지만 노폐물이 다 빠져나가 버린 듯 한 산행후의 개운함이 일품이니, 계곡에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는 것 보다 훨씬 낳은 이열치열의 피서법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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