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삼척의 덕항산과 동양 최대의 환선굴에 다녀오다.
여행기간
2009년 7월 11일(맑다, 흐리다, 비)
나의 평가
산행시간
5시간
산행코스, 골말 - 동산고뎅이 - 장담목(926계단) - 주능선안부 - 정상 - 환선봉 - 헬기장 - 끝봉 - 장암재 - 약수터 - 제2전망대 - 제1전망대 - 천연동굴(전망대) - 환선굴 - 산신당 - 선녀폭포 - 골말
본격적인 장마철이다. 어제, 오늘을 쉬고는 내일부터는 다시 많은 비를 예고하고 있다. 주섬주섬 산행준비를 하니, 한달이 넘게 병치례를 하고 아직 완쾌되지 않은 울마눌이 따라 나선다. 이 찌는 듯 한 더위에 성치 않은 몸으로 산행을 따라 나서는 것이 대견하긴 하나,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오늘의 산행지는 100대 명산에 속하는 삼척의 덕항산이다. 덕항산(1,071m)에는 동양 최대규모라는 환선굴이 있으니. 같이 둘러 볼 생각이다. 제천에서 영월과 태백을 지나, 삼척의 환선굴 주차장에 들어서니, 이른 시간인데도 환선굴을 찾아 온 관광객이 꽤나 몰려 온다.
주차장 옆으로 전나무를 쪼개서 기와 대신 지붕을 덮은 작은 너와집이 보이고, 계곡을 따라 오르다 보면 통방아가 나온다. 통방아는 디딜방아를 사람의 힘을 빌리지 않고, 홈통에 물이 고이면 내려가고 물이 쏟아지면 올라가도록 되어 있어서, 디딜방아와 물래방아의 원리를 결합한 형태라고 보면 맞을 것 같다. 통방아를 지나면, 안내판이 서 있고 계곡을 건너서 대금굴로 향하는 길이 나온다. 들머리서 바라보는 덕항산은 가파르게 우뚝 서 있는 모습으로, 언뜻 보아도 폭염속에 오르기에는 산세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다시 한 번 계곡을 건너면 덕항산으로 오르는 들머리가 나온다. 들머리에는 철문을 달아 놓은 것으로 보아, 입산통제기간에는 철문을 잠가 놓는 것 같다. 산은 숲이 빼곡하여 햇볕은 피할 수 있지만 푹푹 찌는 날씨와 된비알이 처음부터 비지땀을 흘리게 한다. 들머리에서 10여분쯤 오르면 지능선에 올라 선다. 잠시 부드럽던 비알은 다시 가파라지고, 이 남서릉은 암릉길로 계속 가파르게 올라야 한다. 암릉길이라 하지만 능선에는 수목이 울창하여 조망은 거의 되지 않고, 워낙 비알이 급해서 능선의 대부분은 밧줄과 철책과 계단에 의지하여 올라야 한다.
후덕지근한 날씨가 평지를 걸어도 땀이 줄줄 흐를판인데, 계속되는 된비알이 땀을 뿜어 내고 바지는 다리에 달라 붙어 성가시게 한다. 잠시 반바지로 갈아 입고 오르다 보면 동산고댕이에 다다른다. 이곳에 서면 정상에 고냉지 채소밭이 있는 북릉이 웅장하게 우뚝 서 있고, 아래로 깊은 협곡을 지나, 환선굴의 입구가 내려다 보인다. 잠시 조망을 즐기며 땀을 식히고는 다시 오른다.
조금 더 오르면 장담목에 오르게 된다. 이 곳 부터는 926계단으로 되어 있는 철계단을 올라야 한다. 계속되는 계단길은 월악산 영봉을 오르는 철계단을 연상케 한다. 다행히 산객들을 배려하여 계단의 폭을 줄여 놓아 그리 힘든 구간은 아니나, 이번이 계단의 끝이련가 하는 기대를 저버리고 또 다시 계단이 이어져 조금은 식상하기도 하다. 계단의 끝으로 주능선 안부에 올라 선다. 백두대간으로 이어지는 이 안부는 덕항산과 환선봉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이다. 이곳에서 부드러운 비알길을 7~8분쯤 오르면 덕항산의 정상에 서게 된다.
정상에는 작은 돌로 만든 정상표지석이 서 있고, 한옆으로 산불감시초소가 서 있다. 정산은 잡목이 우거져서 조망은 시원치 않으나, 동쪽으로 조금 비켜 나가면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조망된다고 하는데, 오늘은 날씨가 좋지 않아 보이지 않는다. 정상에서 다시 안부로 내려와 능선을 타고 환선봉으로 향한다. 능선길은 수목이 빼곡하고 군데군데 야생화가 피어 있다.
두개의 작은 봉우리 넘어 잠시 가파르게 오르면 환선봉에 오르게 된다. 지도에는 지각산이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환선굴의 명성에 따라 환선봉으로 바꾸지 않았나 추측해 본다. 환선봉은 높이가 1,085m로 덕항산 보다는 조금 높다. 정상에는 정상표지석이 서 있고, 사방이 숲에 둘러 쌓여 조망은 되지 않으나 동쪽으로 숲을 뚫고 조금 나가면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 서면 아래로 주차장이 있는 골말이 발 아래 있는 듯 아스라이 내려다 보이니, 산이 얼나나 가파르게 서 있는지 가늠 할 수 있다. 북으로는 깍아지른 듯 서 있는 북릉의 산상으로 고냉지 채소밭이 보인다. 화왕산처럼 암릉의 상단에 넓은 분지가 형성되고 농경지가 만들어 진 것을 보니, 이색적인 풍경으로 다가 온다.
환선봉을 떠나 0.7km쯤 걸으면 헬기장이 나온다. 헬기장은 잡초가 무성하여 초지가 형성되어 있고 군데 군데 야생화가 피어 있다. 이쯤에서 하산길이 나오나 싶었는데, 다시 한번 마지막 봉우리를 올라야 한다. 더위와 싸우며 가파르게 오른 탓인지 다리가 유난히도 무겁다. 울마눌도 다리가 아픈지, 환자를 힘든 곳으로 끌고 왔다며, 투덜투덜(힘들거나 배고프면 자동으로 나오는 신호음)한다. 투덜거림 때문인지 오후 들어 잔뜩 내려 앉은 하늘에서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진다. 이번엔 우의를 챙기지 않았다고 또 다시 구시렁 구시렁~ 그러나 투덜거리는 소리가 귓속으로 들어오기는 하나,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 버리니, 산새소리르 듣는 것과 같다. 이젠 산신령을 닮아 가고 있는 것인지....??
마지막 봉우리에 올랐다가 자담재로 내려 온다. 자담재는 환선봉과 고냉지 채소밭을 연결하는 안부다. 이곳에서 급박하게 움직이는 119구조대원들을 만난다. 하산길에 산악사고가 났단다. 선발대가 먼저 사고지를 찾아가고 후발대가 구조장비를 가지고 헬기를 이용하여 뒤 따른다. 구조대를 따라 한참을 내려오니, 사고지점이 나온다. 하산길도 된비알이 너무 가파라서 지그재그로 밧줄에 의지하여 내려와야 한다. 흐린 날씨로 인하여 수목이 빼곡한 산속은 음침함이 시야를 어른거리게 하여 주의를 요한다. 된비알을 내려서다 한 분이 굴렀는데, 목과 허리에 부목을 대고 머리와 눈과 코부분이 피묻은 압박붕대로 감겨져서 누워 있는 것으로 보아 부상이 심각한 것 같다.
산이 가파르고 험해서 구조대가 부상자를 들고 오르고 내리기에는 무리로 구조헬기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하산을 계속한다. 약수터를 지나 제2전망대에 다다른다. 전망대에 서면 촛대바위, 병풍바위와 함께 남서벽이 한눈에 보인다. 서릉이 앞을 막고 남북으로 암벽이 늘어서서 협곡을 이루고 있는 모습은 장쾌하고 웅장한 멋이 있다. 제2전망대를 내려서서 조금 더내려오면 제1전망대가 나온다. 이곳에 서면 촛대바위가 더욱 가까이 보인다.
천연동굴을 내려서면 다시 계단길이 이어진다. 환선굴까지 423계단이라는 계단을 타고, 다시 한 번 낙석방지 계단을 오르면 촛대바위 하단부를 돌아 내려와 환선굴로 다시 올라야 한다. 오늘 덕항산행은 된비알과 함께 계단은 신물 나도록 오르고 내린다. 육체의 고통이 정신의 평안을 가져오고, 고통을 겪지 않고는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고 하지만, 오늘은 덜 행복해도 좋으니, 계단길만은 사양하고 싶다.
환선굴 입구에 다다르니, 굴 안에서 흘러 나오는 동굴수의 양이 대단하다. 이 물은 굴 아래로 선녀폭포를 만들어 놓고는 골말 계곡으로 흘러 내린다. 동양최대 규모라는 환선굴은 총길이 6.5km이며, 주굴의 길이는 3.3km이며, 박쥐, 도룡룡, 노래기 등 24종의 동굴생물이 살고 있어서 영구보존동굴로 지정되어 있으며, 개방구간은 1.6km로 한시간이면 한바퀴 돌아 나올 수 있다. 직경이 40m나 되는 작은 운동장만한 광장과 백사장이 있고, 둘래가 20m나 되는 거대한 석주가 서 있다. 10여개의 동굴호수와 6개의 폭포가 계곡을 이루고 있으며, 연중 11도의 온도를 유지하여 서늘함을 느낄 수 있다.
옛날에 촛대바위 근처에 폭포와 소가 있어 아름다운 여인이 목욕을 하고는 하였다고 한다. 하루는 마을 사람들이 쫒아가자, 지금의 환선굴 부근에서 여인은 사라지고, 천둥번개와 함께 커다란 바위가 쏟아져 내렸다고 하는데 이것이 환선굴이다. 여인은 선녀가 환생을 한 것이었다. 그 후 마을사람들이 제를 올려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니, 환선굴에서 물이 넘쳐 흐르고, 촛대바위의 폭포는 말라 버렸다고 전한다. 또한 예전에 한 스님이 도를 닦기 위하여 환선굴에 들어 갔으나, 나온 것을 본 사람은 없어서 이 스님도 환선을 한 것으로 보이며, 지금도 동굴안에는 스님이 머물던 온돌터와 아궁이의 형체가 남아 있다. 환선굴을 나와 주차장에 도착하니, 환선굴을 찾아 왔던 북적이던 인파는 모두 돌아가고, 땅거미가 밀려오는 산골엔 빗방울이 하나둘씩 세력을 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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