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행 지
비와 운무와 어둠속에 걷는 감악산, 석기암봉
여행기간
2009년 7월 25일(토) 비
나의평가
산행시간
4시간
산행코스
백련사~감악산~석기암봉~피재마루~문바위골
이른 아침 창밖을 보니, 비는 그쳤으나, 밝아 오는 여명을 뚫고 산자락에 걸려 있는 운무의 풍경이 아름답다. 어느 산엘 갈까? 잠시의 고민은 헛된 고민이었다. 오늘은 재단 이사장님께서 바둑협회장 취임식과 함께 "청풍호바둑축제"가 열리는 날이다. 느긋하게 출발하여 축제가 열리는 명암계곡 "산채건강마을"에 도착하니,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행사에 참석한 분들로 꽤나 북적인다. 요상한 것은 계곡을 나가면 비가 내리지 않는데, 계곡으로 들어오면 하루종일 비가 내리고 있다. 남서쪽에서 불어 오는 습한 공기가 감악산에 부딧쳐서 비를 만들어 뿌리는 것 같다.
행사를 마치고 도우미로 나온 병원 직원들과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접수된 쌀과 후원금을 정리하고 느지감치 점심을 먹고나니, 오후 4시가 넘었다. 각지에서 몰려 온 바둑 애호가들의 본격적인 대국이 시작되었으나, 바둑하고는 담을 쌓은지가 오래된 내가 끼어들만한 자리는 없다(팅겨 먹기라면...^^*) 시간이 늦었으나, 연, 정 두 과장과 함께 감악산과 석기암봉을 돌아 보기로 하고 차량을 이용하여 백련사로 오른다. 비가 내리는 백련사로 가파르게 오르는 길은 미끄러워 차량도 오르기가 힘들다. 후진과 전진을 몇번 거듭하고 나서야 고생끝에 겨우 백련사에 오르게 된다.
백련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5교본산인 법주사의 말사다. 신라 문무왕(662년)때 "의상"이 백련사지 동쪽에 백련암을 지었는데, 정성이 부족했던지 산사태로 매몰된 것을 819년 현덕왕때 "무착"이 중건하였다고 한다. 그 후 몇차례 중창을 하여 감악산의 이름을 붙혀 "감악사"라 하였으나, 1916년 화재로 전소 된 것을 "윤인선"이 현 위치에 다시 세우고 "백련사"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백련사"라는 이름은 절앞에 있는 연못에서 흰 연꽃이 피어나서 붙인 이름인데, 지금은 연못을 메워 주차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절앞으로 감로수가 있다. 이곳에서 물통을 채우고 감로수로 목을 축인 뒤에 곧장 샘 옆으로 나 있는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오른다. 원래는 백련사를 못미쳐 감악산으로 오르는 길이 있으니, 그 길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숨을 헐떡이며, 잠시 가파르게 오르다 보면 숲사이로 커다란 집채바위가 보이고 석기암봉으로 갈라지는 분기점인 주능선에 오르게 된다. 이곳에 전망대가 있으나, 비와 함께 산을 가득채운 운무로 인하여 조망은 전혀 되지 않는다.
갈림길에서 주능선을 타고 잠시 오르면 감악산 정상이다. 정상은 동자바위라는 일출봉과 선녀바위라 부르는 월출봉의 두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래 명암계곡이 있는 명암리는 이 바위위 이름인 日.月을 따서 명암이라 이름 지었다고 전한다. 밧줄에 의지하여 월출봉에 올랐다가 다시 내려가 사다리를 건너 일출봉에 오르게 된다. 이곳에서 행사장에서 챙겨 온 감자전을 안주로 막걸리를 한잔하며 잠시 쉰다.
일출봉에 올라 서면 암봉 아래로 작은 암봉이 내려다 보이고 가득한 운무 사이로 감악삼봉이 희미하게 보인다. 감악산은 일출봉, 월출봉의 두개의 정상에서 북쪽으로 감악삼봉이 있다. 세개의 뾰족한 봉우리가 노송과 어우러져 좋은 풍광을 만들어 놓았다. 원주시 황둔쪽의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서 오르면 감악삼봉과 월출봉, 일출봉을 돌아 백련사로 하산하는 코스가 있어 모든 것을 한 번에 볼 수가 있다.
감악산을 내려와 다시 주능선 갈림길로 돌아와 석기암봉으로 향한다. 많은 비는 아니지만 쉼없이 내리는 빗길은 약간 미끄럽다. 석기암으로 오르는 주능선에는 이쁜 독버섯들이 꽤나 많이 보인다. 분기점 아래에 깍아지른 단애지역이 나오나 운무로 인하여 조망은 희미하다.
석기암봉으로 향하는 능선길은 가볍게 오르 내리며 부드럽게 걷는 길로 부담이 없다. 감악산은 민간신앙과 기독교 그리교 불교 등의 신앙이 자리한 신성스런 곳이다. 감악산상에 있는 백련사와 이곳에서 마주 보고 있는 주론산 아래로는 우리나라 제일의 천주교 순례지인 "베론성지"가 있다. 또한 감악산을 경계로 하는 원주시 신림면은 말 그대로 신성한 숲이라 하여 신림이라 부른다. 전국에서 흉가로 알려진 "늘봄가든"도 감악산 자락 명암계곡 들머리에 위치한다. 또한 감악산 주능선으로 이어져 나가는 천삼산에는 멀쩡한 밤에도 천둥소리가 들리고 아침에 가보면 아름드리 나무가 쓰러져 있곤 한다고 한다. 치악산의 자산인 감악산은 성스러운 신에서 잡귀인 요귀까지 신들의 집합처인 듯하다.
능선을 걷다보면 작은 바위들도 보이고 밧줄구간도 있다. 밧줄을 타고 안부로 내려서면 요부골로 하산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 앉아 챙겨 온 막걸리 세통을 나누어 마시며, 잡담으로 한시간을 소비했다. 항상 그렇듯이 모두가 네탓이고 내 잘난 덕이라는 이야기로 스트레스 해소용이다. 산상은 밀려오는 운무와 바람이 비에 젖은 몸뚱아리를 오솔오솔 떨리게 한다. 삼복더위에 이만한 피서가 있을까? 해는 이미 땅거미가 드리워 어둑어둑 해지는데, 갈길이 멀다. 추위로 바람막이를 꺼내 입고 걸음을 재촉한다.
다시 작은 봉우리에 오르면 전망대가 나온다. 그러나 운무로 인하여 조망은 불가능하다. 이곳에서 밧줄에 의지하여 나무계단을 타고 내려와 조금 더 걸으면 헌티골로 내려가는 분기점이 나온다. 헌티골이 어데쯤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출입금지 구역인 문바위골로 하산하는 길인 듯하다. 산은 온통 굴참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고 석기암봉으로 향하는 능선길에는 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서 철쭉꽃이 필무렵 올라 온다면 좋은 산행이 될 듯하다.
안부에서 잠시 가파르게 오르면 석기암봉에 오르게 된다. 정상은 좁고 가운데로 정상표지석이 있다. 정상에 숲이 없어 날씨가 좋다면 조망이 좋겠지만 운무로 인하여 조망은 되지 않고, 운해 사이로 희미하게 산맥이 드러났다 묻히고는 한다. 산은 어둠에 휩쌓이고 이미 방향을 설정하기가 쉽지 않다. 오르지 헤드렌턴에 의지하여 전진을 한다. 아니나 다를까? 하산을 하니, 차량을 대놓은 문바위골에서 한참 떨어진 피재마루로 내려 섰다. 다시 터덜터덜 도로를 걸어 이동한다. 산행시간은 5시간이 걸렸으나, 막걸리 타령한 시간을 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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