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암봉과 노송이 어우러진 투타산의 영지 쉰움산에 오르다.
여행기간
2009년 8월 29일(토)흐리다 비
나의 평가
이른 아침 숙취로 인한 찌부덩함을 털어내지 못한체 잠자리를 빠져 나온다. 일주일간의 실사로 쌓일대로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늦도록 술잔을 벗삼은 탓이다. 비개인 아침의 하늘은 무겁게 내려 앉아 있고, 삼척으로 향하는 차창밖의 풍경은 산마루를 휘감고 있는 안개로 인하여 아름다운 풍경으로 다가온다. 폭염을 피하여 걸렀던 원내산행은 7명이 참석한 단촐한 산행이다. 태백으로 들어서자 낮게 내려 앉은 하늘에서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피재를 오르기 시작하자 빗줄기가 세력을 더 한다.
해발 920m의 준령인 피재로 내리는 빗물은 세갈래로 나뉘어, 일부는 한강을 통하여 서해로, 일부는 낙동강 을 톻하여 남해로, 나머지는 오십천을 통하여 동해로 흘러 들어 간다하여 삼수령이라고도 부른다.옛부터 태백의 황지지역을 이상향으로 보던 삼척 사람들이 난리가 나면 이 고개를 넘어 황지로 피난을 갔다하여 피재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두타초교를 지나 쉰움산 들머리인 고찰 "천은사"에 도착하니 절앞으로 두아름은 될 듯한 몇개의 보호수와 수림이 빼곡하여 운치를 더한다. 고목 아래로는 너와와 통나무로 지어 놓은 3기의 원뿔형 통방아가 있어 예전의 융성을 말하는 듯하다. 천은사는 한국이 중국과 지리적으로 어떻게 다른가를 밝혀 민족의 주체성을 확고히 하려고 "이승휴"가 "제왕운기"를 집필하던 곳이다. "제왕운기"는 그 역사적 중요성이 인정되어 사적 제441호로 지정되어 있다. 석탑과 석등, 북과 쇠북 등이 절의 역사를 말하는 듯하고 쇠북 앞으로 비비취가 만개를 하여 화사한 자태를 뽐낸다.
천은사를 한 번 둘러보고 절의 뒤쪽 계곡을 타고 오른다. 계곡은 수량은 적으나 수림이 빼곡하고 천은사에서 용수를 채취하기 위하여 계곡쪽으로 울타리를 쳐 놓았다. 조금 오르면 아치형 철다리가 나오고 조금 더 오르면 또 다시 계곡을 건너는 철다리가 나온다. 이곳에 앉아 후두둑 거리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머릿고기를 안주로 대추술 몇잔으로 해장을 한다. 비록 빗방울이 떨어지기는 하나 옷을 적시지는 못할 정도여서 그 시원함이 산행을 하기에는 아주 좋은 날씨다.
계곡길이 끝나고 산은 가파르게 능선으로 꺽어 오른다. 능선으로 오르는 초입에 전망대바위가 나온다. 전망대에 서면 운무 사이로 흐릿하게 골짜기가 내려다 보이고 바위들이 수림과 같이 서 있는 앞산이 운무에 희미한체 우뚝 서있다. 전망대를 떠나 산의 중턱으로 오르면 아름드리 노송과 군데군데 보이는 바위들이 보이고 웅장하게 서있는 암봉 옆을 지나게 된다.
등산로 옆으로 서있는 거대한 암봉은 초행자들이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이다. 그러나 암봉의 하단을 타고 안으로 들어가면 거대한 암봉의 하단을 바치고 있는 기둥바위(石柱)가 있고 길게 늘어서 있는 단애가 웅장하고도 수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수직 암벽에는 길게 밧줄이 하나 걸려 있는데 밧줄을 타고 절벽의 상단에 오를수는 있으나,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 더구나 비가와서 바위가 미끄럽고 위험하니 우회로를 이용하도록 하여야 한다. 아래 사진은 연,최 두 과장이 폼을 잡느라 연출한 촬영용 컨셉일 뿐이다.
무당바위 상단의 너럭바위 부근에는 치성을 드리는 산답게 작으나 많은 돌탑들이 늘어서 있다. 예전에 어느 할머니 한 분이 무당바위를 구경하러 올라 왔다가 신이 내리는 바람에 무당이 되어 하산하였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너럭바위에 서면 운무에 쌓인 앞산마루에 희미하게 고사목 군락이 보인다. 고산마루에 집단으로 고사목이 서 있는 것으로 보아 산불로 인 한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너럭바위를 떠나 잠시 오르면 노송들이 빼곡한 노송군락을 지나야 한다. 그러나 이곳에도 산불의 흔적과 함께 노송들이 고사한 고사목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고사목 군락의 위치로 보아 치성을 드리러 올라 온 무속인들의 취사나, 촛볼등에 기인한 듯하다.
노송군락을 지나 주능선으로 올라 잠시 부드러운 능선을 걷다 보면 암릉길이 나온다 밧줄을 얼키설키 매어 놓은 암릉길을 올라 잠시 숲길을 치고 오르면 쉰움산 정상에 오르게 된다.
쉰움산 정상의 한 옆으로 치성을 드리는 돌무지가 수복하고 운무가 가득한 산상에는 약한 빗줄기가 후드득 거린다. 정상에는 쉰움산이라는 표지판은 없고 정상표지석에는 오십정(五十井)이라고 써있다. 이곳에는 암봉의 상단으로 수천명이 올라 앉을 만큼의 너른 반석을 이루고 있으며, 바위에는 오십개의 분화구 같은 크고 작은 우물이 있으며, 이 우물들은 아무리 가뭄이 들어도 마르지 않는다고 하여 치성의 산다운신비로움이 있다. 돌우물이 오십개라고는 하지만 작은 메추리 알만한 것들부터 센다면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한다.
길게 늘어선 암반위에는 몇구루의 소나무가 바람에 시달린 탓인지 비스듬이 자라고 있고, 소나무 아래로 한팀의 산객들이 라면을 끓이고 있다. 갈 수 있는 곳까지 암반의 끝을 돌아 보고 앞산과 골짜기를 휘감아 도는 운무의 향연을 조망하고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쉰움산은 천은사에서 올랐다가 천은사로 하산하기에는 하루 산행이 너무 짫은 것이 흠이다. 그래서 산객들은 이곳에서 3km 떨어진 두타산을 연계하여 무릉계곡으로 하산하기도 하고 건각이라면 청옥산까지 연계산행을 하고는 한다. 쉰움산만 돌아 보려면 아래 지도에 보듯이 죽방곡으로 올랐다가 천은사로 하산하면 4시간 정도 소요되어 당일산행으로 적당하다. 특히 죽방곡은 설악이나 지리의 계곡들 못지 않은 수려한 계곡이 1시간 이상 이어져 좋은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다만 이곳의 교통이 좋지 않아 자차를 이용하는 분들은 원점회귀를 하지 못하는 불편함이 있다.
원래 계획은 두대의 차량으로 죽방곡으로 올랐다가 천은사로 하산할 계획이었으나, 산행인원도 조촐하고 대부분이 환자들이다. 늦은 밤 족발을 먹고 탈이난 S여사님과 함께 어제밤 과음으로 술병이 난 사람들도 있으니, 다음을 기약하고 천은사로 하산을 한다. 명산의 조건은 수려한 암봉과 수림과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과 시원하게 펼쳐지는 조망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하나 더한다면 산기슭 풍광 좋은 곳에 명승고찰이 자리 잡고 있으면 더욱 죻을 것 같다. 쉰움산은 비록 크지 않으나, 이 모든 것을 두루 갖추고 있는 신비롭고도 성스러운 아름다운 산이다.
하산을 하여 묵호항 방파제에 자리를 잡고 난전에서 횟감과 야채와 양념등을 사서 회를 뜨는 아주머니에게 20%의 수고료를 드리고 방파제에 앉아 먹으면 저렴한 가격으로 바다회를 즐길 수가 있다. 횟감을 사서 횟집으로 가는 방법도 있으나, 바가지를 쓰기가 십상이다. 그래도 가볍게 산행도 하고 한잔하니, 한주일의 피로와 충격이 조금은 가시는 듯하다. 우리는 살아가며, 문득 찾아오는 감내하기 힘들 만큼의 충격으로 어려움에 처하기도 하지만 그 충격으로 인하여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보일때도 있으며, 그것으로 인하여 평소 잊고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던 작은 행복들을 새삼 느낄수 있는 것 같으니, 살아가며 삶의 흐름을 흔드는 충격이 온다 하여도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다면 그리 불행한 일만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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