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암릉과 노송이 어우러진 문경의 장성봉, 애기암봉
여행기간
2009년 6월 13일(토) 맑음
나의 평가
<장성봉(좌)와 애기암봉(우)>
날씨는 화창한데 울마눌 일주일째 골골, 병원을 들락거리며 약봉지를 벗삼아 누워있다. 같이 산에 가기는 틀렸고 혼자서 주섬주섬 배낭을 꾸리고 있으니, 비실비실 일어나 산행채비를 하고는 따라 나선다. 오늘은 악을 쓰고 떨어지지 않으려는 "주주"(울 강아지)까지 동행하여 애기암봉을 찾아간다. 애기암봉은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 오지의 산으로 강아지를 데려가도 무방할 것 같아서이다.
<거북바위>
애기암봉의 들머리인 완장리에 도착하니 장성봉도 함께 오르고 싶어 다시 버라미기재로 향한다. 버라미기재에는 예전에 입장료를 받던 관리초소가 하나 서있고 길옆으로 산을 찾아 온 차량이 가득하여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다. 겨우 주차를 하고 산을 오르려니 "출입금지" 표지판과 함께 들머리에 철조망이 쳐저 있다. 버라미기재에서 장성봉으로 오르는 길과 대야산으로 향하는 길은 백두대간길인데, 자연휴식년제로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양쪽들머리는 철조망 끝으로 출입구가 반들반들 한 것으로 보아 모두들 자연스럽게 출입을 하고, 단속도 하지 않는 것 같다. 조금은 민망하나, 이곳까지 와서 돌아 갈 수는 없고 슬며시 들머리로 들어선다.
그러나 이곳을 찾아 온 산객들은 거의 대야산으로 향하고 장성봉으로 오르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이곳으로 오다 보니, 쌍곡계곡을 끼고 칠보산을 오르는 곳과, 용추계곡을 끼고 대야산으로 오르는 주차장에는 여름산행의 명소답게 산객들을 싣고 온 관광버스와 차량들로 가득하다. 인적하나 없는 등산로는 아기자기하다. 초반부터 기암과 암봉을 돌고 오르는 길은 지루함이 없다. 오르다 보면 전망대 역할을 하는 거북바위가 나온다. 이곳에 서면 버라미기재를 지나 촛대봉이 마주 보인다. 조금더 오르면 작은 너럭바위가 나오고 소나무가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 이곳에서 서북으로 오똑한 막장봉이 올려다 보인다. 능선은 밀려오는 바람이 땀을 식혀주어 상쾌하기 그지 없다. 너럭바위에서 잠시 쉬었다가 산행을 계속한다.
아래로는 버라미기재를 끝으로 대야산 들머리인 완장리 앞 벌바위주차장이 보이고 주차장은 차량들로 가득하다. 능선은 가파르나 그리 지루하거나 힘들지는 않다. 계속 가파르게 오르는 산과는 달리 이길은 4분의 1박자 산행으로 가파르게 오르다 지칠만하면 부드럽거나 내리 걷는 산행을 반복하므로 그리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집채바위>
오르다 보면 커다란 집채바위가 앞을 가로 막는다. 집채만큼 커다란 집채바위가 대야산의 문바위와 비슷하게 약간 앞으로 기운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넘어질까 걱정이 되었는지, 장난끼 있는 산객들이 나무가지를 주어다 받쳐 놓아 애교스러움이 엿보인다. 바위 사이를 빠져 나가고 우회를 하며 오르다 보면 굴바위가 나온다. 겨우 한사람이 빠져 나갈만한 굴바위를 지나면 몇개의 바위를 지나 울창한 숲으로 들어서게 된다.
장성봉으로 오르는 길은 다른 산과는 반대로 하단부는 암릉과 바위지대가 이어지다. 상단으로 갈수록 숲이 울창하고 울창한 숲은 정상까지 계속된다. 옻골재를 못미쳐 전망대가 나온다. 이곳에 서면 동으로 760봉과 680봉을 지나 애기암봉이 내려다 보이고 뒤로는 구왕봉과 흰 화강암산인 희양산이 보인다. 그 뒤로 사진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포암산의 바위슬랩과 월악까지 보이고, 남동으로 조령과 주흘이 병풍처럼 이어져 나가는 모습도 보이니, 참으로 좋은 전망이다.
<대야산>
<장성봉 정상>
옻골재에서 10분정도 잡목이 빼곡한 능선을 타고 가면 장성봉의 정상에 서게 된다. 이곳에도 버라미기재로 향하는 길은 출입금지 표지판과 함께 밧줄을 쳐 놓았다. 정상은 잡목이 둘러 쌓여 조망은 좋지 않으나, 서쪽으로 조금 나가면 막장봉이 코앞에 있는 듯 가까이 보인다. 장성봉에 오르실분은 제수리제나 쌍곡에서 막장봉서릉을 타고 오르거나 완장리나 옻나무골에서 애기암봉을 타고 오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버라미기재에서 오르려면 휴식년제 구간을 피하여 옻나무골에 있는 태종농장 입구에서 조금 들어가면 장성봉으로 오르는 길이 있으나, 농장에서 차량출입을 못하도록 차단기를 설치해 놓았으니, 버라미기재에서 제수리재로 조금 내려가면 절골이 있고 이곳에서 오르면 침니구간처럼 가라 앉은 막장봉과 장성봉 사이의 안부로 오를 수가 있다. 특히 막장봉서릉은 산행의 재미를 한 껏 돋구어 줄 구간으로 기암과 암릉과 단애지역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재미가 솔쏠한 구간이다.
<막장봉>
장성봉에서 다시 옻골재로 되돌아와서, 희미한 등산로를 찾아 애기암봉으로 향한다. 울창한 숲을 따라 걷다보면 능선의 잡목위로 아름드리 노송들이 늘어서 있고 가끔씩 바위들이 나타난다. 등산로는 희미하고 걷기가 불편하지는 않으나, 나무가지가 팔뚝을 스치고 얼굴을 때리기도 한다. 울창한 숲에는 군데군데 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열매가 실한 것으로 보아 개화가 좋았던 것 같다. 울창한 숲을 끝으로 밧줄을 잡고 암릉을 기어 오르면 760봉에 오르게 된다. 760봉을 내려서면 능선을 이어가는 작은 봉우리를 오르락 내리락하며 걸어야 한다. 능선으로 불어 오는 바람은 아주 시원하여 흐르는 땀을 식혀주니, 상쾌하기 짝이 없다. 골골하던 울 마눌도 힘은 들지만 기분은 많이 좋아진 것 같다.
능선은 아기자기하다. 밧줄구간과 1.5m쯤 되는 밧줄없는 직벽구간도 나온다. 초심자들은 직벽을 오르려면 애좀 먹어야 한다. 직벽을 올라서면 다시한번 굴바위를 만나게 된다. 한사람이 겨우 빠져나갈 만한 굴은 옆으로 우회로가 있으니, 무리할 필요는 없다. 이 암릉구간을 오르면 680봉에 오르게 된다.
바위돌이 널려 있는 암릉을 걷다보면 커다란 암봉에 오르게 된다. 암봉의 꼭대기는 평평한 너럭으로 이곳에서 조망을 즐기며 앉아 쉬거나, 간식을 먹기에도 아주 좋은 곳이다. 이곳에서의 조망도 아주 좋다. 동으로 애기암봉과 원통봉이 늘어서 있고, 그 뒤로 구왕봉과 희양산의 흰 바위슬랩이 더욱 가깝게 보인다. 아래로는 옻나물골이 완장리로 이어져 나가고 멀리 둔덕산과 대야산이 웅장하여 그 위용을 자랑한다.
다시 한 번 밧줄에 의지하고 오르다 보면 칼등바위가 나온다. 밧줄이 달려 있으나 초심자는 조심을 하여야 할 구간이다. 조금 더 오르면 둥그런 바위를 층층히 쌓아 놓은 듯 한 기암위에 오르게 된다. 이곳에서의 조망도 아주 좋다. 서쪽으로 장성봉에서 우리가 타고 온 능선이 톱날처럼 보이고 흰 암벽이 나무잎 사이로 올려다 보인다. 그런데 울 마눌은 아프다고 끙끙대다 따라와서 저 위험한 곳은 왜 기를 쓰며 기어 올라가는지?
암릉의 끝으로 정상을 빙 돌아서 역으로 오르면 애기암봉의 정상에 오르게 된다. 애기암봉의 정상은 숲에 가려 전혀 조망이 되지 않는다. 좁은 정상에는 누가 주어다 만들어 놓았는지 넙적한 돌을 주어다 "애기암봉"이라고 써서 비스듬이 세워 놓았다.
애기암봉에서 원통봉으로 향하다 보면 완장리로 향하는 길과 옻나무골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우리는 차가 버라미기재에 있으므로 최대한 가까운 옻나무골로 하산을 한다. 하산을 하다보면 680봉과 760봉의 암릉길의 단애가 수려하게 서있는 모습이 나무가지 사이로 빼곰히 올려다 보인다. 하산길은 길도 희미하지만 꼬꾸라질듯한 가파른 길은 줄줄 미끄러지듯 내려와야 한다. 가파르던 된비알길의 끝으로 차츰 길은 완만해지고, 계곡의 물소리가 들린다. 산행의 날머리에는 계곡의 맑은 물이 흐르고 계곡물을 퍼 올리는 모터 소리가 시끄럽다. 아래에 있는 태종농원에서 물을 뽑아다 쓰는 모양이다. 이곳에서 시원한 물로 세수를 하고 잠시 쉰다.
계곡을 조금 더 내려서면 잘 꾸며진 농장이 나온다. 농장은 규모도 대단하지만 각종 기화요초와 희귀목들도 많다. 지금도 한창 단장 중으로 몇명의 인부들이 일을 하고 있다. 완성이 된다면 멋진 관관농장이 될 것 같다. 인가에서 한참 떨어진 심산유곡에 넓은 부지를 확보하고 단장을 하는데는 적지 않은 자금이 투여되는 것 같다. 잠시 둘러보고 사진에 담아 볼까 하는데. 이곳에서 기르는 5~6마리의 개들이 낮선 강아지(주주)를 보고는 난리가 났다. 조용한 산속은 금방 전쟁터처럼 개판이 되어 버리는 바람에 서둘러 자리를 뜬다. 농장에서 농장진입로를 따라 1km쯤 걸으면 버라미기재에 다다르니, 산행시간은 5시간이 소요 되었다. 오늘은 산행 중 새로운 기록을 세웠으니, 5시간 산행 중 단 한사람도 만나지 못하였으며, 멀리서나마 인기척하나 느낄 수 없었으니, 정말로 사람들이 찾지 않는 적막한 오지의 산을 걸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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