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간
2009년 5월 16일 (토) 비
나의 평가
여행지
빗속에 오르는 암릉과 조망의 백미, 사량도 지리산
산을 좋아 하는 산객들이라면 한번쯤은 오르고 싶어 하는 산이 사량도의 지리산이 아닌가 싶다. 바다 가운데 솟아나 암릉으로 이어지는 사량도 지리산은 우리나라 섬산행의 대명사로 불리울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이곳 제천에서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남도의 섬을 찾아가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가야지"가 3년을 넘긴다더니 "한 번 가야지" 한지가 벌써 몇년째인 것 같다. 모처럼 6월의 원내산악회 일정을 사량도 지리산으로 정하였으나, 불행하게도 주말의 일기예보는 "비"다. 그렇다고 모처럼의 계획을 포기할 수는 없고, 으슥한 밤에 제천을 떠나 사랑도를 찾아 간다.
아침부터 부슬부슬 내리는 빗줄기를 뚫고 예약한 선착장인 통영으로 향한다. 그러나 "레비"에 목적지를 잘 못 입력한 탓으로 차량은 삼천포로 빠지고 말았다. 우리가 목적과는 달리 엉뚱한 곳으로 빠지면 곧 잘 삼천포로 빠진다고 하는데, 이거야 말로 정확히 삼천포로 빠지고 만 것이다. 오락가락 겨우 선착장에 도착하니 승선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일찍 도착하여 바닷가에서 시원한 곰치국으로 아침 해장을 하여볼까 하던 야무진 꿈은 물거품이 되어 버렸고, 배안에서 미리 준비한 밥으로 간단히 아침을 때운다. 모처럼의 섬 여행에 기분이 들떴는지, 푸른 물살을 가르고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달리는 여객선에서, 내리는 빗줄기도 아랑곳하지 않고 갑판위에 올라, 시원하게 펼쳐지는 바다와 곳곳에 떠 있는 듯 한 다도해의 수려한 섬들을 바라보며 사진도 찍어 본다. 통영을 떠난지 40여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나서, 옥녀봉이 오똑 솟아 있고 산마루에 구름이 걸려 있는 작고 아름다운 포구, 사량도 금평선착장에 도착을 한다.
비와 함께 삼천포로 빠져버린 불행은 그치지 않고, 선착장에 내려서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한 두 시간에 한 번 밖에 운행하지 않는다는 마을버스는 휭하니 선착장을 떠나 버린다. 마을버스 기사님께 전화를 하니 30분쯤 기다려야 한단다. 잠시 포구에 늘어선 작은 포차에 자리를 잡고 비를 피하며, 문어를 데치고 갑오징어를 썰어 한잔 한다. 기분따라 맛도 난다더니, 싱싱한 포구의 해산물은 내륙에서 먹는 그 맛과는 역시 다른 느낌이 난다. 마을버스가 도착하고 "돈지"로 향하려 하였으나 "내지"에서 산행을 하여도 같은 코스로 향햐게 된다는 기사님의 자상한 설명에 고무되어 "내지"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우중의 암릉산행이 부담스러웠던지, 눈이 큰 장.박 두 여사님이 뒤에 남고 나머지는 지리산으로 오른다.
산은 운무와 빗속에 갇혀 있어, 거의 조망이 되지 않는다. 울창한 수림사이로 가파르게 오르다보니, 몇팀의 산객들이 먼저 오르고 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오르다 보면 수림이 울창한 산은 서서이 암릉으로 바뀌게 된다. 주능선에 올라서니 산을 가득채운 운무가 바람을 타고 밀려가 가끔씩 조망이 트이고, 우리가 산행을 시작한 내지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암릉과 일망무제의 조망이 사량도 지리산의 자랑인데, 비와 운무로 인하여 조망은 포기하였으나, 바람때문에 가끔씩 좋은 풍경을 볼 수가 있다.
운무가 가득하고 비가 내리는 암릉길은 위치를 구분하기도 힘들고 미끄럽다. 암릉을 타고 지리산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고 촛데봉으로 향한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지리산의 정상에서 국립공원 지리산의 노고단과 천왕봉이 보인다고 하여 지리망산이라고도 부른다 하는 지리산은 국립공원인 지리산과 이름이 같아 구분하기 위하여 사량도 지리산이라고 부른다. 사량도는 다도해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위치하는 유인도로 윗섬(상도)과 아랫섬(하도)으로 나누어져 있다. 두개의 섬이 폭 1,5km 길이 8km 가량의 수로를 만들어 놓아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장군이 전과를 올린 곳이라고도 한다. 아랫섬에도 암릉산행지인 칠현산이 있으나, 많이 알려진 곳은 윗섬의 지리산에서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암릉지대로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올라 오느라 고생한 이쁜이 멋쟁이들>
<운무가 걷힐때 내려다 보이는 돈지포구>
사량도란 뱀처럼 길게 늘어서 있다 하여 사량도라 부른다 한다. 윗섬과 아랫섬이 두마리의 뱀이 교미를 하기 전에 맛대고 있는 모습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사량도엔 유독 뱀이 많고 커다란 뱀들도 자주 볼 수가 있다고 한다. 뱀이 많아서 인지 꿩이나 토끼등 뱀과 천적인 동물들은 볼 수가 없다고는 하는데, 사람들도 계단에 의지하여 겨우 올라 갈 수 있는 옥녀봉 암벽구간에는 토끼의 것인지, 염소의 것인지 까만 환약같은 짐승의 변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촛대봉을 지나 불모산으로 향한다. 불모산은 바위로 되어 있어 나무가 자랄수 없는 산이라 하여 불모산(不毛山)이라 부른다고 한다.
불모산으로 향하는 길도 암릉길이다. 운무가 가득하고 빗줄기는 거세어 지지만 불어 오는 바람이 가끔씩 운무를 밀고가 조망을 만들어 놓는다. 주말이면 산객들이 몰려와 암릉의 난코스마다 트레픽으로 몸살을 앓는다는 지리산은 비교적 한산한 편이다. 주말동안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하니, 암릉과 암봉을 오르고 내려야 하는 암릉산행길이 부담스러웠던 같다. 아닌게 아니라 계단도 바위도 많이 미끄러워 조심을 하여야 한다. 앞서가던 한 분이 바위를 내려서다 굴렀다. 달려가 부축하여 일으키니, 낮은 곳이라서 크게 다치지는 않은 것 같다.
불모산에서 안부로 내려서면 숲이 울창하다. 이쯤에서 빗줄기는 더욱 거세어 진다. 선두그룹은 계속 속보를 하여 앞서가고 후미그룹과 자꾸 멀어져 간다. 숲이 울창한 안부의 갈림길에는 천막이 하나 보인다. 간이 매점인가 본데, 오늘은 비도오고 산객도 별로 없어서 장사를 하지 않는가 보다. 매점을 지나 숲길을 걷다가 톱바위로 올라선다. 빗줄기와 함께 운무도 짙어져 주변의 풍경은 구경하기조차 어렵다. 다만 암봉과 능선을 휘감는 운무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풍경이 일품이기는 하지만, 무슨봉인지도 잘 모르겠다.
향봉에 올랐다가 가마봉은 우회를 한다. 가마솥을 엎어 놓은 것 같다고 하여 가마봉이라고 부르는 가마봉은 험하기도 하지만 직벽을 밧줄을 타고 내려와야 한다. 나야 괜찮겠지만 오늘 산행에 동참한 직원들 중에는 초보자가 여러명 있다. 안전을 위하여 가마봉을 우회하여 옥녀봉에 오르게 된다. 옥녀봉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옛날에 이곳 산속에 부녀가 단둘이 살고 있었다. 어느날 욕정에 눈이 먼 아버지는 성숙한 딸 옥녀를 겁탈하려 한다. 옥녀는 그 자리를 피하기 위하여 자기가 바위 위에 올라가 있을테니. 아버지는 소의 방석을 쓰고 소울음을 내면서 바위로 올라오면 몸을 허락하겠다고 한다. 옥녀는 바위 위에 올라가 있고, 산 아래서 소방석을 쓰고 "음메 음메" 소울음을 내며 산을 기어 오르는 아버지를 보고는 바위 아래로 뛰어 내려 죽고 말았다고 한다. 그 후로 사람들은 이 봉우리를 옥녀봉이라 부르게 되었으며, 옥녀가 마지막에 붙들고 있던 붙들바위가 있고, 옥녀가 떨어져 죽은 바위 아래에는 피빛 붉은 이끼가 자라고 있다고 한다. 지금도 사량도 사람들은 옥녀를 위하여 혼사가 있어도 혼례식을 치루지 않는다고 한다(?)
옥녀봉을 내려서는 길도 험하기는 마찬가지다. 밧줄과 철계단을 타고 암봉을 내려서고 우회도 하여야 한다. 비 때문에 점심도 먹지 못하고 쉼없이 강행하는 선두그룹의 발걸음은 빨라지고 있다. 후미그룹과 한시간 이상 거리가 벌어진 것 같으니, 미끄러운 길을 고속주행을 한 것 같다. 오늘 처음으로 산행에 동참한 초보 김주임이 선두그룹을 따라 붙다 많이 지친 것 같다. 날씨가 좋은 날도 4~5시간이 소요된다는 종주산행에서, 우중에 3시간만에 종주를 마친 선두그룹을 무리하게 따라 잡은 것이 원인 인 듯하다. 산행중 지칠때면 무리하지 말고 후미에 붙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체력안배를 하여야 할 것 같다.
오늘은 우리팀에는 특별손님 한분이 동참하셨다. 정년퇴직을 하고 자전거로 여행을 즐기시는데, 오늘은 산객도 별로 없고 우중에 홀로 산행하기가 거북하였는데, 우리와 동행하여 무사히 산행을 마치셨다. 정년퇴직 후의 홀로 여행을 즐기시는 여유로운 모습이 보기가 좋다. 앞으로도 즐거운 여행 많이 하시고 건강하시기 바란다.
옥녀봉에서 철계단을 타고 내려서는 길도 매우 위험하다. 계단의 스테인레스 손잡이는 비에 젖어 매우 미끄럽다. 길게 계단을 타고 암봉을 우회하여 숲길을 타고 내려오면 숲 사이로 포구가 내려다 보인다. 산을 오르기 전에 한잔하던 포차에서 싱싱한 해산물과 함께 후미팀을 기다리며 얼큰하게 한잔하고는 여객선에 몸을 싣는다. 통영에 도착하여 방파제에서 한잔 하려던 계획은 비 때문에 포기하고 미준공 신축건물에 자리를 깔고, 미리 준비한 회를 안주로 한잔하고는 하루가 저물어서야 귀향버스에 몸을 싣는다. 사량도 지리산은 조망과 암릉산행의 백미로 설악의 용아나 공룡을 조금씩 닮은 것 같다. 한국 100대 명산 중 25위로 지금도 많은 산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명성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중산행에 동참하신분들 고생하셨고 특히 모처럼 따라 나선 산행초보님들께 격려와 함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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