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유적의 보고 경주 남산과 벗꽃이 만개한 보문관광단지에 다녀오다.
여행기간
2009년 4월 5일(일) 맑음
나의 평가
포근하고 쾌청한 전형적인 봄 날씨다. 산행 미답지를 찾다보니 산을 찾아 가는 길이 자꾸 멀어진다. 남녘에는 벗꽃과 진달래가 만개하였다는데, 꽃구경도 하고 산행도 할 곳을 찾다가 경주로 향하였다. 그러나 경주로 진입하기가 만만치 않다. 경주가 벗꽃나무가 많기로 유명하고, 특히 보문관광단지의 벗꽃이 만개하였다니, 전국에서 몰려드는 차량으로 도로는 주차장이 되어 버렸다. 진입을 하는데만 한시간을 넘게 소비하고 곧장 남산으로 향한다.
동쪽 남산관광안내소에 들르니, 남산유적지 탐방코스가 두곳 있는데 한군데를 돌아보는 것 만으로도 6시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탐방코스는 포기하고 남산을 오르기로 한다. 들머리에 주차를 하고 임도를 따라 오르다 보면 화장실이 있고, 조금 더 오르면 약수터가 나온다. 물맛 좋고시원한 약수로 목을 축이고 계속 임도를 따라 오른다.
등산로 옆으로 활짝 핀 진달래가 화사하고, 나무가지에서는 연록의 새싹이 돋아 나고 있다. 연록의 푸르름은 꽃보다 아름답고 싱그러워 보인다. 산판에는 불에 타 죽은 고사목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예전에 이곳에 산불이 난 것 같다. 임도가 지능선에 다다르면 고위산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남산은 높이가 468m인 금오산과 494m의 고위봉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리 크지 않은 작은 산이나 천년고도를 품에 안고 있는 산답게 온갓 문화재와 유적지가 널려 있는 산이다.
계속 임도를 따라 오르면 금오산 정상에 오르게 된다. 정상에는 정상표지석과 남산(南山)과 망산(望山)의 유래를 적어 놓은 안내도가 있다. 산이 험하고 크지 않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산답게 등산로는 반들반들하게 발달되어 있어 등산이라기 보다는 산책을 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옛날 경주의 이름은 "서라벌" 또는 "새벌"이라고 했으며, 새벌은 동이 터서 솟아 오르는 햇님이 가장 먼저 비추고, 사계절 변화가 아름답고, 온갖 곡식과 열매가 풍성하여 언제나 복된 웃음으로 가득찬 땅이었다 한다. 어느날 평화로운 이땅에 남신과 여신이 찾아 왔다. 두 신은 아름다운 새벌을 둘러보고, "아! 우리가 살곳은 이곳이구나" 하고 외쳤고 이 소리가 너무나 우렁차서 새벌의 들판을 진동하게 하였다고 한다. 이때 개울가에서 빨래를 하던 처녀가 놀라 소리나는 곳을 쳐다보니, 산 같이 큰 두 남녀가 자기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놀라서 "산 봐라!" 하고 소리를 지르고는 정신을 잃었다. 갑자기 발 아래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두 신도 놀라 걸음을 멈추었는데, 웬일인지 그만 다시는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남신은 괴암괴석과 울퉁불퉁 강하게 생긴 남산이 되고, 여신은 남산 서쪽에 있는 부드럽고 포근한 망산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하여튼 두 신은 소원대로 기름지고 아름다운 새벌에서 산이 되어 영원히 머물게 된 것이다.
정상에서 상선암으로 향한다. 소나무가 우거진 등산로를 따라 가다 목조계단을 내려서면 암릉에 다다르게 된다. 암봉과 기암이 늘어선 암릉지대에서 내려다 보면 암자가 내려다 보이고 마당가에 벗꽃이 화사하게 만개하였다.
신라인들이 천년을 다듬었다는 남산은 산 그 차체가 신라인들에게는 절이요 신앙으로 자리한다. 수많은 마애불과 절터와 돌탑등으로 신라시대에 번성했던 불교의 역사를 만날수 있는 곳이 남산이다. 그래서 경주 사람들은 "남산을 오르지 않고는 경주를 보았다고 말 할 수 없다"고도 한다. 금오산과 고위봉에는 40여개의 계곡과 일백여곳의 절터와 60여개의 석불과 40여기의 탑이 널려 있다고 한다.
암릉에서 계단을 타고 내려오면 암벽에 양각을 한 커다란 마애불이 있다. 이곳에서 다시 금오산 정상으로 되돌아 온다. 들머리 남산안내소에서 산행지도를 한장 얻었는데 글씨도 작고 등산로가 하도 많아 헷갈리기 쉽상인데다, 주차를 하여 놓은 곳으로 되돌아가 보문단지의 벗꽃을 보고 갈 생각으로 하산을 서두른다..
산이 작으나, 남산 산행은 금오봉과 두위봉을 함께 돌아 본다면 6시간 정도 잡아 주어야 할 것 같다. 능선은 부드러우나 군데군데 볼거리가 많아 시간이 더 걸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애불에서 바라 본 암릉구간>
한팀의 산객들이 수려한 암반에 모여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부지런히 다녀와서 밥을 먹을 생각으로 점심을 준비하지 않았는데, 뱃속에서는 자꾸 "꾸르륵 꾸르륵" 시위하는 소리가 들린다.
되돌아 오다보면 암릉의 끝으로 "상사바위"가 나온다. 상사바위는 크기가 백여발이나 되는 바위가 가파르게 서 있어 오르기가 어렵다. 상사병이 걸린 사람이 이 바위를 위하고 빌면 병이 낮는다고 전하며, 신아당은 아기를 낳는 모습을 돌로 새겨 놓았으며, 아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빌던 곳으로 가위와 칼자국이 남아 있다고 한다. 이 바위는 커다란 사각바위로 한번에 사진에 담기는 힘들다. 소원을 빌던 사람이 돌을 던져 바위 위에 얹히면 소원이 이루고 지고 떨어지면 이루어 지지 않는다고도 전한다.
잠시 부드러운 등산로를 따라 걷다가 금오봉을 우회하여 팔각정터로 향한다. 긴 가뭄으로 개화가 시원치는 않지만 산은 봄꽃을 피워 봄 산행의 정취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받침돌만 남아 있는 팔각정터에서 잠시 쉬며 시원한 조망을 즐긴다. 남산은 곳곳에 전망대가 있어서 사방이 막힘없이 내려다 보이는 조망 제일의 산이다. 멀리 통일전망대가 보이고 아래로 5층석탑이 산중턱에 홀로 외롭게 서 있는 모습도 보인다.
팔각정터를 내려서면 "남산부석"이 서 있는 아기자가한 암릉지대에 다다른다. 큰 바위위에 부처님 머리처럼 생긴 바위가 올라 앉아 있어, 커다란 좌불처럼 보이며, 바위가 허공에 떠 있는 것 같다고 하여 부석(浮石)이라고 부르며, 버선을 꺼꾸로 놓은 것 같다고 하여 "버선바위"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보는 위치에 따라 모양이 달라 보인다. 부석은 경주 8괴의 하나로 그 생김새가 요상하여 많은 사람들이 신앙하고 있다고도 한다.
부석이 있는 암릉지대를 지나 잡목이 울창한 등산로를 가파르게 내려서면 날머리의 임도에 다다른다. 산행시간은 4시간이 소요되었으며, 다양한 등산코스가 있는 만큼, 코스에 따라 산행시간도 많은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본다. 남산은 수수한 시골처녀의 모습처럼 화려하지 않아 보이나, 곳곳에 숨어 있는 유적과 함께 괴암과 암릉을 숨기고 있어 파고 들면 들수록 아름답고 멋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산이 아닌가 싶다.
하산하여 보문관광단지로 들어서는 도로는 오후에도 차량으로 만원이다. 겨우 비집고 들어가 허기진 배를 채우고 보문관광단지를 돌아 본다. 화사한 벗꽃과 조명 아래로 행락객들이 줄지어 거닐고, 하천부지에서 열리는 야시장도 불야성을 이룬다. 아주 좋은 봄 날씨에 좋은 풍경이다. 경주 시가지 동쪽으로 10km쯤 떨어진 곳에 자리한 보문관광단지는 보문호를 중심으로 80여만m2의 넓은 관광단지가 조성되어 있어서 온천단지와 각종 휴양시설과 위락시설, 숙박업소 등이 들어서 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유적도시인 경주와 함께 국제적인 종합휴양지의 명성을 쌓아 가고 있는 보문관광단지의 화사한 벗꽃과 화려한 야경을 뒤로 하고 밤이 으슥해서야 경주를 떠나온다.
qk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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