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영 남 권

암봉으로 장쾌한 갑장산

바위산(遊山) 2008. 12. 1. 22:02
여행지
상주의 진산, 갑장산에 오르다. 
여행기간
2008년 11월 30일(맑음)
나의 평가
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
 
영동지방에 많은 눈이 내렸다고 한다. 눈산행을 하러 영동쪽으로 기볼까 하여, 적당한 산행지를 찿던 중 엉뚱한 곳에서 낫선 산이 눈에 박힌다. 갑장산, 첨 들어 보는 산인데 얼핏보니 바위산인 것 같다. 경북 상주에 있는 갑장산을 찾아 가는 길은 멀기만 하다. 상주시 남서쪽에 우뚝 솟아 있는 갑장산은 속리산 남동쪽에 자리 잡은 산으로 높이가 805m로 그리 높지 않은 산이나 속리산 다음으로 암봉이 수려하고 장쾌한 산세를 자랑하는 산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북쪽코스인 용흥사에서 정상으로 올라 갑장사로 한바퀴 돌아서 원점회귀를 하나, 오늘은 산행지도도 없고 정확한 정보도 없이 레비게이션에 갑장산을 찍었더니, 돌고 돌아 갑장산의 남쪽 산골마을로 안내해 준다. 등산로를 찾기가 만만치 않아 산골마을 두어 곳을 헤메다 용포리로 들어서니 들머리가 나온다. 용포리 농협을 지나 조금 들어가면 길옆에 해묵은 왕버드나무가 한그루 서 있고, <대나무숲 50분> <등산로>라는 작은 이정표가 서 있다. 
 
 
비포장으로 완만하여 걷기가 좋은 낙엽 깔린 좁은 임도를 따라 오르다 보면, 몇백년은 묵은직한 아름드리 노송 몇구루가 멋지게 서 있는 묘지 주변에 다다른다. 이곳에는 수리전바위와 말뚝바위로 갈라지는 삼거리로 안내판이 서 있다. 안내판 북쪽으로 대나무숲이 빼곡하다. 이리 갈까? 저리갈까? 망서리다, 대나무 숲을 따라 말뚝바위쪽으로 향한다.
 
 
예전에 집터였는지 대나무숲 앞으로 커다란 감나무가 한그루 서 있고 붉은 홍시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이쪽으로도 등산로는 있으나 대부분의 산객들은 용흥사코스를 택하고 이곳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감나무를 떠나면 군데군데 늘어서 있는 묘지들 사이로 가파르게 치고 올라 능선에 오르게 된다.   
 
 
 
능선에 오르면 비알은 완만해 지고 구불구불 제멋대로 자란 소나무가 울창한 송림사이를 걸어야 한다. 능선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제법이나 차고 군데군데 잔설이 낙엽을 덮고 있다. 송림길을 벗어나면 아름드리 참나무가 늘어서 있고 다시 송림으로 파고들면 암릉이 불쑥 나타나 앞을 막는다. 길게 밧줄이 매달려 있는 암릉길은 바위들이 늘어서 있으며, 가파르고 매우 길다. 
 
 
 
암릉오르다 보면 중간에 전망바위가 있다. 커다랗고 상단부가 평편한 암봉에 올라서면 분지를 이루고 있는 용포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인다. 가슴이 툭 터질만한 일망무제의 조망이다. 암봉에 올라 조망을 즐기며 잠시 쉬었다가 다시 암릉길을 오른다.
 
 
 
작은 바위들이 늘어서 있는 암릉길을 오르다 보면 커다란 암봉들이 앞을 막는다. 암봉 사이를 밧줄을 잡고 오르다 보면 나무가지 사이로 시루봉의 웅장한 암벽이 보인다. 노간주와 분재처럼 잘자란 소나무가 어우러진 암벽은 그 웅장함이 대단하다.  
 
 
 
중간에 요상한 암봉을 만나게 되는데, 이정표에 써 있는 말뚝바위가 요것인지, 아래에 있는 전망바위인지는 명찰이 없어 잘 모르겠다. 생긴 것으로 보아서는 아래쪽에 전망바위가 맞는 것도 같고...???
 
 
다시 암봉을 돌아 밧줄에 의지하여 775봉에 오른다. 775봉에서 바라보는 조망도 일품이다. 아래로는 수백길 단애를 이루는 절벽구간으로 현기증이 일으키게 하고, 암벽 아래로는 울창한 숲이 이어져 나가다, 용포의 분지로 이어진다. 갑장산은 그리 크지 않은 산이지만 산세의 웅장함이 "가야산"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을에서 등산로를 물으니, "이쪽으로는 오를수 없습니다" "이쪽에서 길을 잘못 들면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하던 촌부의 말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가 있다. 
 
 
775봉에서 잠시 안부로 내려섰다가 시루봉으로 오르게 된다. 시루봉 초입에 바람문이 있다. 커다란 암봉의 옆으로 대문 역할을 하는 작은 바위벽이 서 있어 그 사이로 빠져 나가야 한다. 산의 북사면은 낙엽위로 눈이 덮혀 버벅대며 걸어야 한다. 벌써 아이젠이 필요한 계절이 온 것 같으니, 산행을 하다 보면 너무 빨리 바뀌는 자연의 모습에 세월의 빠름을 실감하게 되는 것 같다.  
시루봉을 떠나 나옹바위를 우회하면 백길바위가 나온다. 밧줄에 의지하여 뾰족하게 솟아 있는 백길바위 중턱으로 올라 우회를 하면 잠시 능선을 걷다가 갑장산 정상에 다다르게 된다. 이곳이 갑장산에서는 가장 난코스가 아닌가 싶다.
 
 
갑장산 정상에는 3개의 케언이 있고 삼각점이 있다. 삼각점 앞으로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그 옆으로 갑장산 안내석이 서 있다. 감시초소 앞에는 "입산금지 과태료 20만원"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고 감시요원 한분이 지키고 있다. 꽤나 많은 산객들이 산상으로 오르나 등산을 통제하지는 않고 상주와 산에 대하여 자세한 설명을 하여 주시니, 가이드 역할을 하시는 것 같다. 
 
정상에 서면 용포쪽의 분지가 시원하게 조망되고 북동으로 조금씩 사위어 가는 산골도시 상주시가 내려다 보인다. 산골이라지만 경북에서는 가장 쌀이 많이 생산되는 평야지대가 주변을 에워싸고 있어서 공업화와는 동떨어진 도시로, 공장들은 보이지 않고 농경지대를 이루다 보니, 인구가 차츰 줄어 들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정상 북쪽 하단에 자리한 갑장사가 내려다 보인다. 갑장산의 유래는 아름다움이 으뜸이요(甲) 사장(四長)을 이룬다는 뜻에서 비롯되었으며, 고려 충렬왕이 명명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상주의 안산으로 상산 상악의 하나로 연악이라고 한다. 연악의 이름은 구룡연에서 유래 되었다고 전하며, 구룡연은 갑장사 뒤쪽으로 있으며, 천제와 기우제를 지내던 신성지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산에 1억5천만원을 들여 산불감시초소를 새로 짖는데, 갑장산의 정상을 훼손하면 상주의 맥을 끊는 격이라 하여, 효율은 떨어지나, 정상에 설치하지 않고 갑장사 뒤 능선에 짖게 되었다는 산불감시원의 설명이다.
 
 
정상에서 다시 오던길로 돌아와 시루봉에서 점심을 먹고 수리전바위로 향한다. 커다란 바위 두개 사이를 빠져 나와 참나무등이 울창한 부드러운 능선을 걸어야 한다. 능선의 중간에 무덤이 한기 있고 <수리전바위 5분>이라는 이정표가 있다.
 
 
수리전바위로 내려서는 길은 가파른 비알길에 눈마져 덮혀 있어 매우 미끄럽다. 덕지덕지 눈이 얼어 붙은 밧줄을 잡고 안부로 내려서면 작은 암봉에 오르게 되고 아래로 수리전바위와 함께 산아래가 내려다 보인다. 그러나 이곳으로 하산하는 길은 없다. 다시 안부로 내려와 희미한 등산로를 타고 산사면을 내려서나 곧 길이 없어지고 잡목과 눈 때문에 더 이상 하산을 할 수가 없다. 다시 안부로 올라와 이정표가 있는 무덤으로 돌아 온다.
 
 
무덤에서 길게 남서릉을 타고 내려오다 보면 산은 비알이 급해지고 나무계단이 놓여 있다. 나무계단길은 대나숲까지 끝없이 이어져 무릅을 피곤하게 하고 식상하게 한다. 갑장산을 찾는 대부분의 산객이 용흥사쪽에서 오르고 용포쪽에서 오르지 않는 것은 용포쪽에 주차장도 없고 암릉을 가파르게 올라야 하고, 길게 계단을 타고 내려오는 것이 피로를 주기 때문인 듯하다. 오늘 정상 부근의 능선에는 꽤나 많은 산객들로 붐비는 데도 용포쪽에서는 단 한사람의 산객도 만나지 못했고 등산로도 산객의 흔적을 찾아 보기 힘들다. 다시 대나무 숲에서 용포마을로 하산을 하니, 산행시간은 5시간이 소요 되었다. 걷기가 원만한 용흥사코스는 4시간 안팎이면 족할 듯하다. 갑장산은 그리 알려진 산은 아니지만 그 수려한 암봉과 장쾌함으로 앞으로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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