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영 남 권

할딱고개로 오르는 금오산.

바위산(遊山) 2008. 10. 2. 23:31
여행지
100대 명산, 구미의 금오산에 오르다.
여행기간
2008년 9월 20일(토) 흐리다 비
나의 평가
보통입니다보통입니다보통입니다보통입니다보통입니다
어찌하다 보니 보름이 다 되어서야 산행기를 올리는 것이 게으른 탓인 듯도 하고, 연이어 터지는 즐겁지 못한 일상의 번잡함과 편치 못한 마음 때문인 듯하다. 주말이면 거르지 않고 이어오던 산행을 두번이나 거르는 아쉬움을 조롱하듯 초가을의 날씨는 청명하여 찌그러진 속내에 부화를 지르는 듯하다. 한여름의 폭염때문에 주춤했던 원내산악회에서 모처럼 금오산을 찾아갔다.
 
 
구름이 잔뜩 내려 앉은 동쪽하늘에 여명이 밝아 올 무렵 제천을 떠난다. 금오산 들머리에 도착하니 이미 해는 중천으로 올라섰다. 들머리 주차장에 주차를 하니 앞으로 금오저수지가 보인다. 물놀이 기구가 보이나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저수지는 한적하기만 하다.  
 
 
구름이 잔뜩 내려 앉은 흐린 날씨 탓으로 주차장에서 바라보는 금오산의 산상은 개스로 덮혀 있다. 주차장으로 부터 시작되는 들머리의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은 인상적이다. 잘자란 메타세콰이어가 터널을 이루는 가로수길을 걸어 올라가면 채미정이 나온다. 
 
 
채미정은 고려말 충신인 "야은" "길재"의 백의숙제의 덕을 사모하여, 후학을 가르치던 금오산 기슭에 높은 충절과 학덕을 기리기 위하여 조선조 영조때 세운 정자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 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라는 유명한 싯귀를 적은 현판이 길옆에 달려 있다. 태종 "방원"과 한동내에 살며 막역한 사이였던 야은은 태종의 회유도 물리치고 노모를 모신다는 핑계로 금오산 아래 자리하고 글을 읽으며 후학을 길러낸 고려의 충신이다.
 
 
"개울가에 골가집 지어 한가히 홀로 사니, 달은 밝고 바람은 맑아 즐거움이 넘친다. 손님은 찾지 않아도 산새들이 속삭여 주고, 대나무 언덕으로 평상을 옮겨 누워서 글을 읽는다" 는 "야은"의 싯귀에 나타나듯 바뀐 왕조를 모시지 않고 산속에 묻혀 평생을 보낸 "야은"의 절개와 고독감이 가득 묻어나는 곳이다.
 
 
채미정을 지나면 금오산성 안으로 들어서게 된다. 성안으로 들어서서 조금 오르면 거대한 암벽 아래로 해운사가 자리하고 있다. 절벽 아래 자리한 해운사는 인기척 하나 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해운사를 지나면 도선굴로 오르는 돌계단길이 나온다. 
 
 
철책을 잡고 절벽의 가운데로 나있는 난간길을 타고 오르면 도선굴이 나온다. 도선굴은 절벽에 위치한 천연동굴로 굴안에는 불당을 차려 놓아 설악산 장군봉의 금강굴을 연상케 한다. 폭 5m 길이가 10m쯤 되는 그리 크지 않은 굴이지만 절벽의 중간에 있어서 아래로 보이는 구미시가지의 조망이 일품이다.
 
 
아래 사진은 할딱고개를 오르다 되돌아보는 도선굴로 향하는 산객들의 행렬이다. 금오산은 경북 칠곡군의 구미시와 김천시를 경계로 하는 산으로 높이가 976m다. 그리 크지 않은 산이지만 산세가 가파라서 그리 만만치 않은 산이다.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우리나라 100대 명산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산이다.
 
 

도선굴 앞에서 시원한 조망을 즐기고 다시 철책이 늘어선 암벽길을 따라 내려오면 다혜폭포가 나온다.

금오산 중턱에 자리한 다혜폭포는 일명 명금폭포라고도 부른다. 높이가 27m인 다혜폭포는 갈수기라 그런지 웅장한 폭포수를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가느다란 물줄기가 찔찔거리며 흘러 내리고 있다.

다혜폭포 밑으로 작은 광장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들머리로 부터 이곳까지는 케이블카가 설치 되어 있어서 걸음이 불편한 노약자들은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쉽게 다혜폭포를 구경할 수가 있을 것 같다.

 
 
 
다혜폭포를 지나면 가파른 된비알길로 급경사를 오르는 길은 그리 만만치가 않다. 가을로 접어 들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한낮의 날씨는 여름을 방불케하여 쉼없이 올라야 하는 된비알길은 흘러 내리는 땀과 함께 숨을 가쁘게 하고 다리를 무겁게 한다. 더구나 2주간이나 운동 한 번 하지 않고 계속되는 술자리로 파죽이 되어버린 나에게는 보름만의 산행길이 고행길이 되어 버렸다.
 
 
가파르게 치고 오르다 보면 할딱고개에 오르게 된다. 왜? 할딱고개 인가는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하고.... 할딱고개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길도 그리 만만치는 않다. 비알이 조금은 완만해 졌으나 여전히 쉼없이 비알길을 오르다 보면 금오산 산상의 암벽이 올려다 보이는 철탑능선에 오르게 된다. 
 
잠시 철탑능선의 부드러운 능선을 걷다가 거대한 암벽을 우회하면 산성이 나온다. 금오산은 낙동강을 끼고 있는 난공불락의 철옹성으로 한양과 부산을 잇는 중요한 군사요충지로 임진왜란때나 병자호란때 군관민이 피난을 왔던 곳이라고 한다. 천혜의 자연을 이용하여 산성을 쌓은 곳으로 들머리를 조금 지나서 만나는 외성과 정상 아래 너른분지를 에워싼 내성으로 구분지어 있다. 위에 초라하게 늘어서 있는 것이 내성이다.
 
 
내성을 지나 완경사로를 타고 오르면 금오산의 정상인 현월봉에 오르게 된다. 약사봉 아래로 지리산 석불삼구 중 일구가 봉안되어 있다는 전설이 있는 신라시대에 창건된 약사암이 있으나 일주문만 보고 정상으로 오른다.
 
 
이곳에서 내려다 보는 구미의 조망은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약간의 개스로 뚜렷하진 않지만 가슴이 툭 트일만한 시원한 조망이다. 산업화와 더불어 급속하게 팽창해온 구미는 금오산 기슭까지 그 세력을 넓히고 있는 것 같다.
 
 
금오산의 정상은 대부분 송신탑과 시설물이 차지하고 있으며 한옆으로 자연석으로 만들어 세운 정상표지석이 서 있다. 정상표지석에 "금오산"이라 쓰여 있지 않고 "현월봉"이라고 쓰여 있는데 그 이유는 잘모르겠다. 산상을 돌아 내려 오는데 어데선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 산을 좋아 하는 고딩친구가 반긴다. 산을 좋아 하는 친구들이 산에서 만난 것이다.
 
 
정상에서 다시 조금 내려오면 헬기장이 나온다. 산상의 헬기장 치고는 대단이 넓다, 많은 산객들이 헬기장에 자리잡고 점심을 먹으니 산상의 야외식당 같은 느낌이다. 콘크리트로 포장된 헬기장의 콘크리트 틈사이로 군데군데 들국화라 부르는 구절초가 화사하게 피어 있어 가을을 말하는 듯하다.
 
 
우리도 헬기장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은 뒤 잠시 휴식을 취하고는 하산을 한다. 하산길은 내성안을 돌아 오는 코스로 택하였다. 수목이 울창한 성안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습지가 나온다. 금오산은 암벽으로 이루어진 가파른 암산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산상은 너른 분지로 되어 있어 습지를 만들어 놓았다. 습지 주변에는 멧돼지가 먹을 것을 찾느라 여기저기 일구어 놓았다. 
 
 
습지를 지나면 골짜기를 타고 내려온다. 등산로 주변으로 단풍나무가 유난히 많아서 단풍철에 이길을 걷는다면 아주 좋을 듯하다. 후미의 발걸음이 더디니 후미를 기다릴 겸, 이끼바위 골짜기에서 잠시 쉬며 세수도 하며 땀을 식힌다.
 
 
골을 타고 내려오다 보면 앞으로 암봉이 보이고 왼쪽으로 칼다봉의 기다란 암릉이 내려다 보인다. 하늘은 잔뜩 내려 앉아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음침하다. 다혜폭포로 내려서자 한방울 두방울 떨어지던 빗방울이 제법 기세를 더한다.
 
 
해운사를 지나자 비는 제법이나 세차게 쏟아지고 뇌성벽력까지 함께한다. 우의는 준비성 없는 이쁜 아줌에게 넘겨주고 생쥐꼴이 되어 하산을 마친다. 하산후에 주차장에 자리잡고 조리사님이 준비해 온 잔치국수로 뒤풀이를 하니 그 맛이 일품이다. 그동안 산행도 건너 뛰고 누적된 술자리로 엉망이 된 체력으로 오르는 할딱고개가 유난히도 힘들게 했던 금오산 산행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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